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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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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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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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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49)

DUMMY

Episode 48 - 파괴자 1



백조전대 전대장실.

"......, 실패한건가? 나의 기획이?"

올로소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말했다.

그는 충격을 받은 듯 손에 힘을 꽉 쥐며 분노했다.


"방금 그 형태는 무엇이냐, 헥토마 펑션의 소유자가 있다는 사실은 얼핏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각성에 성공한 이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 분명 공동위원회에서는 그렇게 결론이 나지 않았나?"


올로소는 위원회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민윤찬 이 새끼, 이런 핵폭탄을 잘도 숨겨놓고 있었구나.'

피가 끓어오른다.

입꼬리가 올라가며 기를 발산하는 두 손의 혈관이 드러난다.


"이제 계획따위는 필요 없다, 내가 직접 나서주지."

올로소의 신체가 검은색의 계수 결정으로 변질되어 허공을 떠돈다.

"백마전대의 길을 같이 걷게 해주마."


흩날린 계수 결정이 창문 밖으로 이동했다.


------


"처참하군."

대로변 뿐만 아니라 주변에 쓰러진 이들의 상태도 심상치 않다.

진명은 정혁의 머리를 살포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는 민호와 윤 설을 각각 양 어깨에 걸친 후 한 곳에 모았다.


온 몸이 만신창이인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진명은 저릿한 손을 펼쳐 남은 계수의 양을 체크했다.

'일단 어느 정도 회복은 된 듯하군, 하지만 이 정도 양으로는 모두를 만전의 상태로 만들기 힘들겠어.'


그는 쓰러진 이들을 일자로 정렬시켰다.

두 손을 펼쳐 체내에 간신히 회복된 계수를 모조리 네 사람에게 주입시킨다.

"후우, 마지막 하나라도 짜내야 해."


마치 진명의 손과 네 사람의 육체가 연결이라도 된 듯 노란색의 계수가 일정한 양 만큼 나뉘어 모두를 치유시켰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노란색의 계수가 점점 옅어졌다.

"이게 한계인가?"


마지막 결정 하나가 정혁의 몸에 주입되자 진명이 무릎을 굽히며 쓰러졌다.

'무리를 너무 많이 했어. 예상은 했지만, 체내의 에너지를 모두 빼내다니.'


이제 그에게는 작은 구조차 만들 힘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 해야할 일이 하나 더 남아있지."

진명이 제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레이더를 꺼냈다.


버튼을 몇 번 조작한 후 전화음을 연결한다.

뚜루루루루루루-.

귀를 간지럽히는 음향과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레이더 넘어로 들렸다.


[ 예, 전화 하셨습니까? ]

"어, 그래 나다. 지금 당장......"

전화를 몇 분 이어나간 뒤 진명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루가 너무 길군."

검은 하늘의 먹구름이 반기고 있다.

전투의 여파 때문일까.

당장 폭우라도 쏟아질 것 같은 어두운 색감이 세계의 멸망을 고하고 있는 것 같다.


샤라락.

공중에서 떠돌고 있는 계수 결정이 눈에 들어온다.

"이건......"

마치 제 갈 곳을 찾고 있는 새들의 비행 같다.


진명은 확신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드디어 가면를 벗는 건가?"

계수 결정들이 대지로 낙하하여 뭉쳐진다.

약간의 바람이 흩날리며 사람의 형체가 드러난다.


차르카 올로소.

백발의 남자.

백상아리라는 이명을 지닌 희대의 사이코패스가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나타났다.

진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 나의 정체를 알고 있었나보군."

추궁하듯 묻는 질문에 진명이 웃어보인다.

"뭐, 반은 맞는 말이지."

"반은 맞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네가 진짜 전대장님이 아니라는 것은 알아냈지만, 정체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는 말이야."

자신감있게 뱉는 대답에 올로소가 만족하는 듯 손뼉을 쳤다.


"과연 그렇군, 정체에 대해서는 미확인이었다라......, 그 말은 즉슨, 내가 무대를 구성하는데에 있어서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는 말이 되는데."

올로소가 손가락으로 턱을 어루만졌다.


왼 대각선으로 올라가 있는 동공에서 검은 기운이 느껴진다.

"그 때."

"응?"

올로소가 눈썹을 들어 시선을 옮겼다.


"그 때, 표정 관리를 했었어야지."

"설마......"

진명에게 보고를 받았을 때를 떠올린다.

시야를 가린 채 본인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던 상황이 기억났는지 올로소가 혀를 찼다.


"쩝, 이런 짓거리도 너무 재미에 들리면 안된단 말이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었구만."

진명이 황당한 듯 한 쪽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본론을 말했다.


"진짜 전대장님은 어떻게 됐나?"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이냐는 듯 올로소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죽었다."

가볍게 뱉은 말이지만 진명에게는 그 세글자가 충격적으로 들려왔다.


"......, 뭐?"

답답한 듯 올로소가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말해줘야 하나? 죽었다고."

진명의 부릅뜬 두 눈에서 충혈이 일어난다.

혈관이 도드라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런 말을 잘도,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구나!!"

이빨이 갈린다.

미치도록 역겨워진다.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한 종족들이 어찌 저렇게 야만적인 행위를 저지를 수 있을까.


"그럼 뭐, 속죄라도 해야하는 건가?"

올로소의 말에 진명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속죄할 필요 없다. 그냥 죽어."


진명의 단죄에도 올로소는 그저 입을 벌려 웃기만 할 뿐이었다.

- 죽일 수는 있고?

소름끼치는 광기에 진명의 몸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지금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보이면 안된다.


약자이기 때문에.

그는 현재 초식동물이다.

사나운 맹수에게 한없이 약한.

그렇기에 더욱 이빨을 보여야 한다.


진명은 억지미소를 지으며 손을 풀었다.

올로소는 가찮은 생명체를 눈앞에 둔 신처럼 비웃기 시작했다.

"재밌는 놈이군, 기획한 무대는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너로 인해 다른 재미를 볼 수 있겠어."


올로소의 육체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계수가 대지로 흘러들어가 진명에게 쏘아졌다.

파악- 튀어오른 뾰족한 칼날이 몸을 스치자 혈흔이 터져나왔다.


"크윽!"

수십 번 찔러지는 공격에 살점이 약간씩 떨어져 나갔지만 진명은 온 근육을 움직여 피하는데 집중했다.

'역시, 아까 계수를 너무 사용한 게 문제였다! 피하는 것도 버거울 정도야!'


아토믹 캐논을 막아내기 위해 사용했던 대용량의 계수.

그 스노우볼로 인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다방면에서 뻗어오는 가시가 진명을 노렸다.


'간단한 공격 같지만 밀도가 매우 높아, 한번 먹히게 되면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상대는 백마전대를 단신으로 파멸에 이르게 한 실력자.


몇 분? 아니, 몇 초?

솔직히 단 1초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돼, 신호가 오기까지.'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올로소의 얼굴이 보인다.

'저 아가리를 뭉개버릴 수만 있다면......!'

진명의 몸에서 자체적으로 계수가 발현된다.

'이 정도 고통 쯤은 견딜 수 있다!'


파지직- 스파크가 튀긴다.

검은 계수 공격이 수도 없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진명은 근원을 꺼냈다.

체내에 축적되어있는 계수들의 근원.

세우론(Seuron).


하얀 빛이 빗발친다.

"음?"

주변으로 확산되는 빛이 검은 계수들의 형체를 지워버리기 시작한다.

"호오."

올로소가 미소를 지웠다.


무엇일까, 이 위화감은.

분명 하진명은 자신에 비해 초라한 힘을 가진 벌레에 불과하다.

하지만 느껴진다.

투기가.


올로소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웃기는군, 체내의 계수조차 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 공격을 버티겠다고?"

손을 뻗어 검은색의 탄환을 발사한다.


주변의 빛 마저도 모조리 삼켜버릴 것 같은 암흑 계열의 힘이 진명을 조준했다.

진명의 검은자가 희미하게 사라지며 주위의 혈이 드러났다.

"으으으!!!"


"그렇게 견디고 싶다면 견뎌 봐라!"

진명이 손을 들어 바닥을 내리쳤다.

대지가 갈라지고 그 틈 사이로 빛이 뿜어져 나온다.

"아닛?!"


올로소가 눈을 질끈 감았다.

쏘아진 검은 탄환이 빛에 사로잡혀 옴싹달싹 못한 채 정지되었다.

"무어냐, 분명 나의 공격을 제대로 받아낼 수도 없을 만큼 약화된 상태가 아니었느냐?!"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죽이기 위한 필사인가.

죽임 당하지 않기 위한 필사인가.

진명의 전신이 하얀 빛에 휩싸이고 있었다.


'이것이 정녕 계수로 구현한 힘이란 말인가?'

이질감이 들었다.

계수와는 조금 다르다.

그렇다고 아예 다르지도 않다.


기분 나쁜 역겨움이 올로소의 체내를 간지럽혔다.

"나는, 너에게 당하지 않겠다!"

진명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정지된 검은 탄환이 그대로 분산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빛이 올로소의 몸을 덮쳤다.

그는 역겹다는 듯 입을 막으며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끔찍하게도 역겨운 힘이다, 이것은 마치?!!"

한 남자가 생각난다.

두 번째 지구, 아펠리온에 존재하는 세계 8대 귀족 가문의 가주.


"빌렉빅토르 윌......! 그 남자의 힘이......!"

물론 그에 비해 한없이 빈약한 양이지만 동일한 속성을 뿜어내는 것은 같다.

올로소가 전신에 힘을 주었다.


'그래, 이래야 내 무대가 제대로 빛이 나지 않겠나?!'

오히려 좋은 현상이다.

항상 쉽게만 완성된다면 그것은 걸작과 명작이라는 반열에 들어갈 수 없는 법.


주인공에게도 어느 정도의 역경이 필요하다.

'나에게 몸소 체험을 시켜 주는구나, 하진명.'

진명의 의식이 흐려진다.


'제, 제어할 수가 없다! 몸에서 빠져나오는 이 힘을! 나 혼자서 멈출 수가 없어!!'

쉴 틈 없이 흘러나오는 방대한 세우론의 빛.

자의없이 뿜어져 나오는 광활한 힘을 미숙한 이가 컨트롤 하기에는 역부족했다.


"우쭐대지 마라, 미천한 벌레가!"

올로소의 육체에서 검은 오라가 퍼져나와 빛을 흡수한다.

진명의 세우론이 약화된다.

올로소는 억지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래, 어차피 네 녀석도 자의적으로 사용한 힘은 아닐 터. 그렇다면 나의 암흑을 이길 수 없겠지!'

승리를 확신했다.

올로소가 있는 힘껏 어둠을 방출해낸다.

"하압!!!"


어둠의 힘이 반경 100미터를 원형으로 감싼다.

진명의 빛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 싸움은 끝났다.


올로소가 어둠 속에서 숨을 헐떡거리는 진명에게 말했다.

마치 동굴 속에 들어와 있는 듯 목소리가 울렸다.

진명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크, 크윽! 이건!!"


중력의 힘이 몇십 배로 작용하는 듯한 중압감이 그의 육체를 묶어버렸다.

"숨이 가빠졌다, 소름끼치는군."

- 움직일 수 없을 거다, 적어도 네가 가진 힘만으로는.


올로소의 목소리가 들리자 진명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디냐, 어디에 있는거냐!!"

끝없는 암흑만이 그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 크크크크크크, 끝이다.

올로소의 나지막한 비웃음과 함께 암흑의 진이 폭파되었다.

- 암계, 천멸진(天滅陳).


파아아아아아아앙--!!

수백미터를 뒤덮은 암흑이 퍼져나가 모든 것을 파괴시켰다.

진명의 육체가 허공으로 힘없이 날아갔다.

이제 정말 의식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올로소의 공격이 끝났다.

대지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이곳이 수도 서울의 번화가였다는 사실조차도 모를 정도였다.


올로소가 제복을 털며 등장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는 의식을 잃은 진명에게 다가갔다.

올로소는 팔 다리가 축- 늘어진 채로 평평한 땅에 몸을 맡기고 있는 그에게 침을 뱉었다.


퉤.

그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 명작의 1막을 끝내주어서 고마웠네, 하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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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레퀴엠(51) 23.08.29 42 1 12쪽
50 레퀴엠(50) 23.08.28 5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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