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1,951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09.08 21:00
조회
38
추천
2
글자
12쪽

레퀴엠(60)

DUMMY

Episode 59 - 파괴자 12



파아아아앙-!!

올로소의 계수포가 화람의 팔을 스쳤다.

화람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상대를 도발했다.

"헤에, 뭐야? 겨우 이 정도야? 그럴 리 없잖아!"


올로소의 등 뒤로 검은색의 구가 여덟 개 생성된다.

각기 다른 구에서 계수포가 발사된다.

연사되는 공격에 화람이 허리 쯤에 차고 있던 단도집을 열었다.


흑단(黑短).

백화람의 밀도 높은 계수가 응축되어 있는 강력한 무기.

"이걸 꺼내는 건 진짜 오랜만이네."

그녀는 단도를 휘둘러 연사된 계수포들을 모조리 쳐냈다.


촤라락- 소리와 함께 올로소의 공격이 단도에 닿자마자 절반으로 갈라졌다.

아름다운 검의 춤사위에 올로소는 저절로 감탄을 보냈다.

"오오, 이 어찌 간결하고도 화려한 움직임인가."


화람은 목 부근에 손을 올리며 올로소에게 다가갔다.

이미 그녀는 올로소의 모든 구들을 파괴한 후였다.

"아직까지도 농담이 나오나보네, 그럼 그 장난이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한번 봐야겠는데?"


화람의 형체가 사라졌다.

그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올로소의 바로 앞까지 진격해있었다.

보라색 계수를 응집시킨 흑단이 화려하게 움직인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좌에서 우로.


초당 수십 번은 휘둘러지는 가히 일도협무(一刀挾舞).

잔상처럼 남아있는 흑단의 보라색 오라가 장관처럼 지우의 눈에 들어왔다.

'쳇, 이 새끼.'


화람은 공격을 시전하는 중에도 올로소의 행동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흑단의 모든 칼시위를 조각 방어술로 방어하고 있었다.

짧게 시전되고 빠르게 이어지는 단검의 춤사위였기 때문에 초당 몇십 개의 방어술을 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조각 방어술이라 그런지 뚫기가 어려워, 제아무리 밀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단단할 줄이야.'

흑단을 휘두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효타는 없었다.

'그렇다면......!'


화람은 집중력을 높이며 흑단의 춤사위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리고, 점점 더 높은 계수를 칼에 밀집시켰다.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닌 계수들이 하나로 뭉쳐져 검에 발현되었다.

"음?!"


올로소 역시 눈치챈 듯 보였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지이잉- 소리를 내며 발현되었던 계수의 뭉쳐짐이 크기를 키워나가며 보라색 용의 형상으로 발사되었다.


- 흑단(黑短), 좌룡 참마(挫龍 斬痲).

콰과과과과과과!!!!!

거칠게 뻗어나간 보라색 머리의 용이 올로소의 육체를 저 멀리 날려버렸다.


굉장한 위력이었다.

지하 도시의 중심부 부분에 동그란 바닥 스크래치가 쭉 뻗었다.

그리고 공간의 끝 부분에는 거대한 원형의 파괴 자국이 남았다.

"후우, 오랜만에 쓰려니까 좀 힘들긴 하네."


화람은 그렇게 말하고 뒤를 돌아 지우를 째려보았다.

"야, 근데 넌 거기서 뭘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어. 같이 와서 안 도와줄거야?"

지우는 눈앞 광경에 넋이 나가 있던 터라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아, 죄송합니다. 전투 광경이 너무 터무니 없어서 그만."

"됐어, 지금이라도 같이 싸우면 되니까. 그리고 아직 끝난 것도 아니야. 저 새끼, 백프로 전력으로 싸우는 게 아니거든."

지우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긴장해."

화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 멀리서 악의 기운이 거대하게 느껴졌다.

"그래, 이제 본색을 드러내시는구먼."


화람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광기의 괴물이, 드디어 본 실력을 드러내려 한다.

백마전대를 전멸시키고 많은 이들을 살상한 올로소가.


악의 기운이 다욱 거세지며 천장으로까지 퍼져나갔다.

"와아, 진짜 장난 아닌데?"

올로소가 계수 결정처럼 공중에 흩날리며 다가왔다.


"미안하네."

갑자기 그는 대뜸 사과를 건넸다.

화람과 지우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급기야 올로소는 상체를 숙이며 두 사람에게 정중히 말했다.


"정말 미안하네."

화람은 어이가 없는 듯 혀를 찼다.

"어이, 미안하지만 이제 와서 사과해봤자 봐주지는 않......"

"처음부터 제대로 싸워주었어야 하는데."


올로소의 등 뒤에서 세로로 길게 뻗은 형체가 생성되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얇은 손잡이부터 시작하여 그 위로 날카로운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색 장식으로 치장된 고리가 손잡이 부분을 꾸미고 있는 강한 기운의 명검.


딱 보기만 하여도 암흑의 물질이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 것 같은 기분 나쁜 무기였다.

- 같잖은 희망을 심어주게 하여서 정말 미안하네.


올로소는 고개를 들어 소름끼치는 미소를 보였다.

그는 공중에 검은 오라와 함께 떠있는 장검을 잡아들었다.


흑의 명작 - 바티칸.

"오랜만이라고 했던가, 방금 그 공격을 시전한 것이."

올로소는 바티칸을 위아래로 휘두르며 감각을 익히려는 듯 보였다.

"흠, 확실히 나 역시 어색한 느낌을 받는군."


화람은 자리에 서서 가만히 굳어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이미 경멸에 가까워졌다.

들렸다.

바티칸의 주위를 돌고 있는 검은 오라에서 느껴지는 죽음의 비명이.


무고하게 죽어나간 이들의 괴성이.

모두가 다 저 바티칸이라는 무기 속에 계수로서 축적이 돼 있는 것이다.

"음?"

올로소는 검을 몇 번 휘두르다가 화람과 지우에게로 곁눈질을 보냈다.


"음, 뭘 그렇게 굳어있는 건가? 싸울 생각 아니었나? 아니면, 이 힘에 겁이라도 먹은 것인가?"

화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붉은 오라가 퍼져나가며 분노에 가득찬 얼굴을 보이는 그녀였다.


"역겨워서."

올로소가 바티칸을 하늘 높이 처들었다.

"들렸나보군, 외마디 비명으로 내 앞에서 살려달라 빌었던 거지들의 함성이."


그는 바티칸의 칼날 부위를 어루만지며 안타까운 척 하는 표정을 지었다.

"꽤나 흥미는 있었어, 약한 짐승을 상대하며 재미를 추구하는 것 또한 맹수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는 낙이지."


화람은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올로소의 말을 끊었다.

"지우, 자세 잡아."

"알겠습니다."

지우 역시 올로소의 잔인함에 치를 떨며 계수를 생성시켰다.


"호오, 둘이서 덤벼보려는 건가?"

올로소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화람은 입 닥쳐- 라는 말을 나지막하게 뱉었다.


"넌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전신에서 보라색의 계수가 방출되려는 찰나.

"아, 잠깐만."

올로소가 손을 내밀어 중지시켰다.


"뭐야, 어디서 이상한 개수작을 부리고 있어."

살기 가득한 말을 내뱉는 화람에게 올로소가 씨익 웃어보였다.

"개수작이 아닐세, 아마 둘이서 나에게 덤비는 것은 힘들 거야."


"개소리 맞네."

그녀의 말에 올로소가 약간 옆으로 몸을 치웠다.

"아니, 전혀 아니네. 미안하지만 이쪽도 둘이거든."

올로소의 뒤에서 검은 형체가 드러났다.


화람과 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검은 형체의 정체를 마주했다.

"무, 뭐야......, 어째서......!"

지우는 믿기 힘든 눈으로 눈앞의 현실을 부정했다.

"어떻게 도민호가 여기에 있는 거야!!!"


자세를 약간 낮추고 팔을 축 늘어트린 도민호였다.

눈동자 속의 검은자는 이미 희미해져 앞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인 듯했다.

그리고 보였다.


민호의 바로 위로 뻗어있는 가느다란 계수의 줄과 십자가로 생성되어있는 계수 덩어리.

흡사 진정한 마리오네트였다.

"아, 너무 놀라지는 말게. 그저 내가 뿌린 계수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뿐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신체에 손상이 가지는 않는다네."


십자가의 줄이 움직이며 민호의 다리가 움직인다.

또다른 줄이 움직이면 팔이 움직인다.

민호는 마치 올로소가 나무로 만들어낸 목각 인형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올로소가 손짓으로 명령했다.

"자, 공격해라."

마리오네트가 된 민호는 올로소의 명령을 받아 지우에게 돌진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여 지우의 복부를 가격했다.


"크윽!!"

지우가 멀리 날아가 땅에 몸을 굴렀다.

"커헉, 쿨럭!"

가격당한 복부 쪽에 손을 올리자 검은 계수 결정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하, 골치아프게.'

지우는 무릎을 털고 일어나 다가오는 민호를 바라보며 자세를 잡았다.

"이러면 어쩔 수 없이 저쪽과 싸우게 되잖아."


화람은 보고 있는 광경을 부정하려했다.

"뭘 어떻게 한거야......?"

이를 갈며 질문하는 그녀의 모습이 꽤나 인상 깊었는지 올로소는 입꼬리를 올렸다.


"좋은 질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주지."

올로소가 지우를 공격하고 있는 도민호를 가리켰다.

"진짜는 저쪽이 맞다, 나에게 잡혀와 갖가지 고문을 당한 후 정신이 분열된 도민호라 볼 수 있지."


화람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정신 분열, 고문.

그런 말을 아무 표정의 변화도 없이 할 수 있는 올로소가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럼 밖에서 우리가 봤던 도민호는 뭐냐?"

"아."

올로소가 가느다란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설명했다.

"별 것 아니네, 그저 환영변환(幻影變換)이라는 술식으로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 냈다고 해야할까?"


"새로운 존재라고.....?"

"그것보다 다른 부분을 걱정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

올로소가 바티칸을 두 손으로 잡은 채 돌진했다.

콰직!!!


올로소의 바티칸과 백화람의 흑단이 충돌했다.

여섯 방향으로 검은 계수와 보라색 계수의 기운이 발산되었다.

올로소가 화람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가 어째서 내 위치를 들어내면서까지 이곳으로 너희를 끌어들였을까?"


올로소의 주름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이자 화람의 속이 울렁거린다.

그녀는 힘겹게 입을 떼며 말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올로소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 최정혁이랑 윤 설 걱정이나 하라고, 이 썅년아.


------


서울의 지하 - 최정혁 사이드.

"아, 지금 몇 분째 걷고 있는데 아직 아무것도 안나오는 거야?"

정혁은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음침한 통로를 혼자 걷고 있었다.

이미 윤 설과는 멀어진 지 오래.


이제와서 돌아가 합류를 하기에도 매우 늦은 상황이었다.

그는 발걸음을 최대한 빨리 하여 앞으로 나아갔지만 끝없는 암흑만이 펼쳐지는 상황에 진절머리가 났다.


"하, 그냥 설이 누나랑 같이 갈걸 그랬나?"

점점 숨이 조여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공간의 분위기 때문일까.

정혁은 가슴에 손을 얹으며 계속해서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그렇게 몇 분을 더 걷고 있을 무렵.

"응?"

위화감이 들었다.

공간이 넓어지는 듯한 느낌.


정혁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폭을 확인했다.

확실히 넓어졌다.

"뭐야, 왜 갑자기 넓어졌지?"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더욱 넓어진다.

"뭐가 나타나려는 신호인가?"


정혁이 걸음을 멈췄다.

"......, 음?!"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들려왔다.

바로 앞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정혁의 귀를 스쳤다.

'드디어 나타나신 건가?'

정혁은 온 몸에 계수를 발현시켰다.

'괴물이건, 사람이건, 어디 한번 나와보시지.'


짧은 긴장감과 함께 정혁이 먼저 돌진했다.

오른손에 계수를 응집한 검을 생성시킨 후 그는 다가오는 생명체에게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콰직-!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 포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3 레퀴엠(63) 23.09.11 34 1 12쪽
62 레퀴엠(62) 23.09.10 37 2 13쪽
61 레퀴엠(61) 23.09.09 36 1 11쪽
» 레퀴엠(60) 23.09.08 39 2 12쪽
59 레퀴엠(59) 23.09.07 33 2 11쪽
58 레퀴엠(58) 23.09.05 38 2 11쪽
57 레퀴엠(57) 23.09.04 37 1 11쪽
56 레퀴엠(56) 23.09.03 39 1 13쪽
55 레퀴엠(55) 23.09.02 39 1 12쪽
54 레퀴엠(54) 23.09.01 43 1 12쪽
53 레퀴엠(53) 23.08.31 41 1 12쪽
52 레퀴엠(52) 23.08.30 42 1 12쪽
51 레퀴엠(51) 23.08.29 43 1 12쪽
50 레퀴엠(50) 23.08.28 51 1 12쪽
49 레퀴엠(49) 23.08.27 44 1 12쪽
48 레퀴엠(48) 23.08.26 43 1 11쪽
47 레퀴엠(47) 23.08.25 43 1 12쪽
46 레퀴엠(46) 23.08.24 46 1 11쪽
45 레퀴엠(45) 23.08.23 53 1 12쪽
44 레퀴엠(44) 23.08.22 50 1 12쪽
43 레퀴엠(43) 23.08.21 54 1 12쪽
42 레퀴엠(42) 23.08.20 55 1 12쪽
41 레퀴엠(41) 23.08.19 54 1 12쪽
40 레퀴엠(40) 23.08.18 56 2 13쪽
39 레퀴엠(39) 23.08.17 59 1 11쪽
38 레퀴엠(38) 23.08.16 59 2 12쪽
37 레퀴엠(37) 23.08.15 63 2 12쪽
36 레퀴엠(36) 23.08.14 62 1 12쪽
35 레퀴엠(35) 23.08.13 67 1 13쪽
34 레퀴엠(34) 23.08.12 70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