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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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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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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작성
23.08.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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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52)

DUMMY

Episode 51 - 파괴자 4



"으으으......."

정혁이 감은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여, 여긴......"


초록색의 병상과 함께 즐비어 놓여있는 약품들.

"치료실 이구나."

이제는 익숙해졌다는 듯 덤덤하게 말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옆 병상에 누워있는 윤 설과 조하나가 보였다.

그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상태를 체크했다.

맥을 짚어본다.


"다행이다, 두 사람 모두 정상이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하나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얼굴의 찰과상이 눈에 들어온다.


"괜찮으신 게 맞는 건가?"

손으로 상처 부위를 어루만져본다.

까끌까끌하다.


내심 걱정이 앞섰었다.

혹여나 잘못되지는 않을까.

넘을 수 없는 강을 건너 더 이상 돌아오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들.


하지만 그녀는 무사히 안정을 되찾았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셈.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된다.

'그러면......'


정혁은 자신의 몸을 살폈다.

상체를 좌우로 돌리며 뻐근한 부분이 있는지 체크했다.

"음?"

그는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눈을 부릅뜨며 상의를 걷어올렸다.


"뭐야......?"

없다.

조하나의 계수 공격에 의해 뚫려버린 복부의 자국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있다.


"그 때 분명히......"

정혁은 자신의 복부에 손을 올려 문질러보았다.

이질감이 없다.

그 짧은 시간 내에 상처가 사라졌을 리는 없고.

자신이 꿈을 꾸었을 리는 더더욱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넘어가려 했다.

툭-.

"음?"

무언가가 그의 시야를 가렸다.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물체.

검지와 엄지로 머리를 쓸어내리며 정혁은 그 물체를 잡았다.

노란빛으로 빛나는 얇은 줄기.

"이건......"


세 살짜리 아기가 보더라도 머리카락이라는 걸 알 것이다.

"잠깐, 뭐야......?"

그는 당황한 듯 치료실을 두리번거리며 거울을 찾았다.


"저깄다."

빠르게 걸음을 옮겨 출입문 왼쪽에 위치한 벽유리로 자신의 머리를 비췄다.

"어....., 어??!! 어??!!!!!!"


정혁은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내, 내, 내, 내 머리가 왜!!!!!!"

탈색이라도 한 듯 머리가 노랗게 물들어 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정혁의 샤우팅에 놀란 듯 윤 설이 눈을 번쩍 떴다.

그녀는 몸을 움찔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뭐, 뭐야!!! 깜짝이야!! 어???"


정혁의 머리색이 눈에 들어온다.

우스꽝스러운 농도에 윤 설은 잠에서 깨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야, 너 머리......! 푸흡!!!"

하지만 정혁은 심각한 듯 눈에 힘을 주었다.


"으아아, 지금 웃을 때에요?! 뭐에요, 이 머리 색깔은?! 누나가 장난이라도 친 거에요?"

그의 말에 윤 설이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며 때리는 시늉을 했다.

"뭔 개소리야, 나도 기절해있다가 방금 막 일어났는데."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그녀의 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었다.

"푸흡, 야 근데! 왜 그렇게 된거야? 진짜 너무 안 어울려!! 크크큭!"

정혁은 이제 부끄러운 듯 시선을 떨궜다.


이미 그의 얼굴에는 홍조가 돌고 있었다.

"알고 있으니까 그만 웃어요....."

그나저나.

'설이 누나도 아니라면 도대체 왜 머리색이 갑자기 변한 거지?'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맴돌았다.

철컥-.

치료실의 문이 열리고 진명과 함께 두 명의 일행이 더 들어왔다.

백화람과 남궁지우.


정혁은 갑작스럽게 들어온 지휘대장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아, 오셨습니까?!"

진명이 손을 올려 인사를 받았다.

"어, 마침 일어났군. 몸은 좀 어때?"


진명이 황급히 정혁의 신체를 더듬는다.

"아, 저는 괜찮습니다. 지금은 하나도 아픈 데가 없어요."

"다행이로군."

"안녕하십니까?!!"


윤 설이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화람이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그녀는 윤 설을 이리저리 훑어보며 말했다.

"너였구나, 광전사로 각성한 헥토마 펑션의 소유자가."


윤 설이 작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 맞습니다."

'확실히......'

화람은 눈을 가늘게 뜨며 윤 설의 신체에 흐르고 있는 붉은 계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대량이다, 며칠만에 이뤄낸 성과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양이야. 미치도록 전투에 열광하는 불같은 기운이라고나 할까.'

이 정도라면 하위 숫자의 지휘관과 다를 바가 없는 계수의 양이었다.

'하지만 아직 통제가 완벽하게는 되지 않는 건가? 불완전하긴 하네.'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나오는 결론이었다.

당장 윤 설이 가진 잠재력이라면 빠른 시일 내에 지휘관급 이상의 기량을 뿜어내기에는 충분하다고 판단이 될 정도.

화람이 흥미로운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만족했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정혁에게 눈을 맞췄다.

'저 아이도 분명 헥토마 펑션의 자재......, 응?!'

화람이 두 눈을 부릅 뜨며 경악했다.

'뭐, 뭐야 이거?!'


방대하다 못해 곧 터져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초대량의 계수를 가진 남자.

윤 설 역시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정혁은 거의 기이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게 진짜 초보 헌터에게서 발현될 수 있는 계수의 양이라고?'


이 정도면 돌연변이 수준이었다.

노란색 오라가 그의 육체에서 흘러나와 치료실 내부에 가득 메워져있다.

화람은 약간 입을 벌리며 생각했다.

'이 아이는 도대체 뭐야, 인간이 맞기는 한건가?'


최정혁을 보자마자 생각이 들었다.

신이 내려주신 인간이다.

위기를 맞이한 이 어둠 가득한 세상의 한줄기 빛.

화람은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아이 역시 불완전한 상태인가?'

이것 역시 경험의 차이일 것이 분명했다.

'조금 더 빨리 이런 인재를 발견했어야 했는데.'


화람의 눈고리가 내려간다.

"부대장님."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바닥을 응시하고 있자 진명이 그녀의 눈앞에서 손가락 스냅 소리를 내었다.

따악- 소리에 그녀는 정신을 차린 듯 눈을 몇 번 꿈뻑거렸다.


"아, 어."

"무엇을 그리 깊게 생각하십니까? 일단 통성명부터 하시죠."

저도 모르게 무표정을 유지했기 때문일까, 기본적인 것을 잊어버렸던 그녀가 정신을 차렸다.


"아, 이런 내 정신좀 봐. 눈앞의 아이가 잘생겨서 그랬나, 잡생각을 좀 해버렸네."

"으윽!"

화람의 말에 정혁이 홍조빛을 다시 드러냈다.


진명은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입니까......"

화람이 정혁의 반응을 보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장난 한 번 쳐본거에요."


그녀는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올리며 우아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처음 뵙네요, 저는 대한민국 3대 학사관, 적호학사관의 총 지휘부대장인 백화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화람이 손을 펼쳐 지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적호학사관의 제 1지휘대 지휘관인 남궁지우라고 해요."

지우가 꾸벅 인사를 건네자 정혁과 윤 설이 맞반응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새로 백조전대 2지휘대에 영입된 최정혁이라고 합니다."

"저는 2지휘대의 윤 설이라고 해요."


지우가 몸을 앞으로 내세웠다.

"알고 있습니다, 두 분에 대한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거든요."

윤 설이 당황한 듯 검지로 정혁과 자신을 번갈아가며 가리켰다.

"저, 저희를요?"


"네, 정부국의 예하 지부 역사 중에서 '일반인의 전대 출입'은 처음 있었던 사건이었거든요. 그렇기에 조명이 될 수 밖에 없었죠."

정혁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질되었다.

'뭔가 다른 의미로 유명해진 것 같아서 좀 불안한데......'


잘못된 길을 조금 걷는 듯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고 있던 도중, 진명이 손뼉을 쳤다.

짝- 소리와 함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진명에게 옮겨졌다.


"이제 통성명은 끝난 것 같으니 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화람이 손을 펼쳐 그래도 된다는 시늉을 했다.

"첫 번째로......"


진명이 눈을 돌려 정혁에게 시선을 맞췄다.

"도민호가 납치되었다."

"......, 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오자 정혁과 윤 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소리에요, 납치됐다니? 다들 무사히 돌아온 게 아니었어요?"

윤 설의 물음에 진명이 고개를 돌렸다.

"아니 돌아오지 못했다."


진명이 자책했다.

"내가 부주의했던 탓이야, 가장 중요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어."

상급자로서 부하들을 제대로 수호하지 못한 잘못.

변수를 대처하지 못했던 것.

그것들이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폭탄이 되어 터진 것이다.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모두가 함께 다시 돌아오는 것을 바랐는데, 나에게는 아직 힘이 부족했던 모양이야."

기가 죽은 모습이 선명하다.


정혁이 어떻게 위로를 건네야 할까 고민하던 중.

텁.

화람이 진명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너무 자신을 질책하지 마."


그럼에도 진명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저, 상대가 너무 강했을 뿐이다. 내가 말했잖아, 나조차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상대가 강한 것과는 상관 없습니다. 그저 제 질타는 소중한 사람을 지켰나, 그러지 못했나로 나뉘는 것 뿐이에요."

"지켰잖아?"

화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진명은 뒷걸음질치며 그녀의 말을 이해하려 했다.

"무, 무슨 뜻입니까?"

"이미 지켰다고, 소중한 사람. 저기 안보여?"

화람이 편안한 얼굴로 누워있는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진명은 그제서야 깨달은 듯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랬다.

그는 소중한 이를 지켰다.

물론, 모든 이들을 지켜내지는 못했지만.

지금 여기에 조하나가 있다.


보라색 계수에 잠식되어 모든 것을 파괴했던 그녀가 아닌.

인간 조하나가.

진명이 병상 위에 누워있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렇네요, 부대장님 말이 맞네요."


진명이 하나의 이마 위에 손을 얹었다.

따뜻하다.

생기 가득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진명의 육체에서 하얀색 계수 결정이 튀어나온다.


화람은 그 모습을 보며 활짝 웃어보였다.

"자, 그래서? 지금 네가 해야할 일은 뭘까?"

그가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동공이 하얗게 빛난다.

진명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감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구하러 가야죠, 도민호.


------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역 부근.

복면을 뒤집어 쓴 남성이 두 손에 화려한 검은 단도를 든 채로 서있다.

가슴에서 아래로 약간씩 발현되어 있는 검은색의 계수 결정이 대지로 흘러들어간다.


- 이 근처라고 했나?

남자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단도를 똑바로 잡은 후 계수를 응집시켜 휘둘렀다.

콰지지지지지직-!


높이 솟은 참격이 일자로 날아가 대지를 갈랐다.

수십 미터 반경의 아스팔트 바닥이 뒤짚어졌다.

남자는 갈라진 대지의 틈 사이를 응시하다가 일어섰다.

- 쳇, 여기도 허탕인가.


그는 단도 두 개를 허리에 찬 칼집에 쑤셔넣으며 복면을 벗었다.

그레이색의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콧대 높은 얼굴이 드러났다.

-그럼, 다음은 어디라고 했지?


도민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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