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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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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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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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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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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43)

DUMMY

Episode 42 - 괴물 3



'계획은 어느정도 완성되었다, 남은 것은......'

올로소가 믹스커피 하나를 유리컵에 부었다.

'내 나머지 장난감 하나를 가지고 노는 것뿐이겠군.'

머릿속으로 조하나를 떠올린다.


"아마 소중한 이를 잃었다는 분노에 사로잡혀 제 이성의 끈을 제대로 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테지."

올로소는 지극히도 그녀를 흔들었다.

보라의 죽음으로 제정신을 차릴 수 없는 하나에게 명분을 심어줌으로서 장난감의 역할은 완성된 것이다.


끊임없이 분노라는 감정을 쌓을 수 있도록.

어두운 감정이 하나씩 발현되어 정신을 컨트롤하지 못할 지경까지 가게끔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곧 터질 것이다.


분노가 발현된 화살은 그 타겟을 정확히 조준할 수 없다.

적에게로 향할 것인지.

아군에게로 향할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조하나 자신을 향해 쏘아질 것인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올로소가 크게 뜨여진 두 눈에서 광적인 웃음을 보인다.

"너의 화살은 누구를 노리게 될지 매우 궁금해지는군, 조하나 지휘부대장. 크크크."


차르카 올로소.

제페토의 최측근, 카리스미스가 애지중지하는 제자.

거의 완벽한 육각형의 스테이터스를 보유하고 있는 위험도 높은 인물 중 하나이다.


계수의 파괴력, 전투 센스, 활용력, 육체 스펙.

그 어떤 부분에서도 약한 구석을 보이지 않는 천재였다.

하지만, 올로소의 위험도가 높은 이유는 단순히 그의 전투력만이 아니었다.


차르카 올로소가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유는 바로, 교활함과 사악함.

굳이 비교하자면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 범고래와 같다.

먹잇감을 발견한다고 해도 곧바로 죽이지 않는 습성.

그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즐기기 때문이다.


발버둥치며 달아나거나 공포의 질린 얼굴을 직접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엄청난 희열감.

올로소는 그것을 즐긴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습성을 한번에 모아둔 미치광이같은 잔혹성까지 겸비했으니 어떻게 위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올로소는 한 손에 커피를 든 채로 홀로그램 창을 켰다.

피융- 소리가 나며 푸른 빛의 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몇 번 조작 버튼을 누른 후 백조전대의 명단 리스트로 들어가 스크롤을 내렸다.


여러 인물들의 얼굴을 머릿속에 넣은 후 손가락을 멈췄다.

씨익- 웃어보이며 광기어린 미소가 드러난다.

"자네는 나에게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까......"

올로소는 하나의 프로필과 함께 부가 설명이 적혀 있는 창을 클릭했다.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조하나."

미치광이의 웃음소리가 전대장실 내부를 가득 채웠다.


------


서울 강남대로.


폐허가 되어버린 서울 도심은 이미 인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군화소리만이 거리를 메울 뿐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단 한가지를 제외하고.

하나는 발걸음을 옆으로 돌렸다.

의식이 이끄는 대로 걸었다.

몇 시간을 쉬지도 않고 걸었지만 발바닥과 다리에서 전해오는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초점 없이 허공을 응시하며 걷다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여기......, 였어."

하나는 잠시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가 건물 사이로 조그맣게 솟아난 토스트 가게가 보인다.


하나가 걸음을 옮겨 무너진 가게 간판 앞에 섰다.

낡아빠지고 기스가 여러 군데 나버린 정겨운 간판.

아직도 이 가게의 옛날 토스트 맛은 잊지 못한다.

그리고, 연보라와 자주 왔었던 기억도.


하나가 몸을 웅크려 간판을 손으로 어루만진다.

까칠까칠한 촉감이 손끝을 간지럽혔다.

"자주 왔었잖아, 우리. 그치?"

하나가 옆으로 고개를 돌린다.


마치, 그녀의 옆에 정말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하지만 아무도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죽어버린 도시에 남아있는 것은 아스팔트 사이로 기어다니는 개미들과 허공을 떠돌아다니는 나비만이 존재할 뿐이다.


"같이 왔었잖아, 진짜......., 난 여기 그대론데 너는 어디 있는거야......?!"

하나가 두 손으로 땅을 짚으며 오열한다.

아마 잊을래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10년동안 보관된 머릿속의 추억이 고작 하루만에 사라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니까.


크르르르르르르-.

어디선가 괴수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쿵쿵-.

대지가 울리기 시작하며 4미터의 덩치를 지닌 놈들이 등장했다.


개체 수는 5마리.

인간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인지 그들은 커다란 눈을 부릅뜨며 혀를 낼름거렸다.

하나는 굽힌 무릎을 펴 몸을 돌렸다.


- 꺼져.

신물이 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들이닥쳐 평화를 빼앗은 야만인들.

가차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들의 만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놈들을 증오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연보라의 죽음.

부릅뜬 눈에서 강력한 위력을 지닌 어둠의 기운이 발산된다.

반경 10미터 이상의 대지가 검게 물들며 계수가 공중으로 튀어오른다.


확실히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놈들이지만 눈앞의 거대한 힘에 두려워하는 듯 뒷걸음질친다.

하나의 목소리가 악마처럼 변형된다.

- 이젠 신물이 나, 너희같은 놈들.


공중으로 튀어오른 검은 계수가 비처럼 쏟아졌다.

괴수들이 뒤늦게 도망쳐보지만 이미 하나의 공격 반경에서 벗어나기에는 늦은 시점이었다.

검은 계수가 가시처럼 놈들의 몸에 박힌다.


살을 뚫고 피가 터져나옴과 동시에 얼굴이 함몰된다.

- 너희도 똑같이 당해봐.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거칠게 울려퍼지며 괴수들의 형체가 완전히 소멸되었다.


괴수들의 숨소리마저 죽은 대로에 뭉쳐진 검은 계수가 소멸되었다.

- 살아있을 가치가 없는 것들은, 죽어 마땅하지.

하나는 악의 여신이 세상에 내려온 것 같은 모습으로 변질된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된 것 마냥.


아니, 인간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완벽한 악의 마녀.

정확히 말하자면 다크 히어로.


완전한 폭주 상태가 되었다.

이제 정신적으로는 그녀를 아무도 막을 수 없다.

- 남김없이 쓸어줄게.


하나의 몸체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5미터, 10미터.

검은 계수가 다시 흩어져나와 뭉쳐지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으로 괴수들의 형체가 보인다.

하나는 마법진을 생성했다.

괴상한 성형문자가 새겨진 원형의 마법진을.


가운데를 기점으로 거대한 별 문양이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다.

검은 스파크가 대지로 튀겨지며 거대한 계수포가 수십 방면으로 흩어졌다.

- 광마유도탄(光魔誘導彈).


보라색으로 빛나는 지름 2미터 크기의 계수포가 곳곳에 있는 괴수들에게 유도되며 날아갔다.

곧이어 거대한 파괴력이 깃든 계수포가 폭발하여 엄청난 화력을 선보인다.

콰과과광!!!!!!!!


수십, 수백 발이 발사된 하나의 공격이 반경 150미터 이내를 초토화 시켰다.

괴수는 물론이고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대지가 뒤짚혀졌다.

가히 괴멸급 파괴력이라 칭할 정도였다.


- 다음은 어디냐.

정처없이 하나의 육체가 떠돌아다닌다.

타겟을 찾아 초원 모든 곳을 돌아다니는 사냥꾼처럼.

지금 그녀의 눈에는 그 어떠한 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


백조전대 전대장실.

올로소가 천상호의 모습으로 테이블에 앉아있다.

무언가 중얼거리는 듯하다.

"곧, 오는 건가? 재미있겠군."


그렇게 몇 분간 입을 오물거리니 누군가 전대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


올로소의 말에 나무 문이 철컹 열리며 진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대장님, 급히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아닐세,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는 것은 꽤나 심각한 이야기를 전달하러 온 것이겠지. 무엇인가?"


진명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강남 부근에서 거대한 어둠의 계수가 대량으로 발산되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로 인해 대로가 완전히 괴멸되었다고 합니다."


올로소가 내면으로 미소지었다.

'드디어 시작되었는가!! 조하나!!'

그는 억지로 미간을 찌푸리며 명령했다.

"아무래도 이번 부분은 자네가 직접 나서야할 것 같군, 알고 있듯 이번 사태의 주도자는......"


"예."

진명이 고개를 들어 올로소를 마주했다.

"조하나 지휘부대장의 소행일 것입니다."


올로소는 이마에 손을 얹어 골치아픈 '척' 연기를 감행했다.

"다 내가 언질했기 때문일세, 그녀가 폭주한 모든 이유는 본 전대장의 책임이야."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호에게 진명이 고개를 저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전대장님.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마에 위치한 손 틈 사이로 전대장이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진명이 움찔했다.

올로소는 손을 들춰 포커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여하튼, 어서 1초라도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진명은 찝찝한 얼굴을 감추며 알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올린 후 안주머니에서 레이더를 꺼내었다.


"그럼 우선적으로 저와 함께 도민호 지휘관을 데려가겠습니다, 따로 충족해야 할 인원이 있습니까?"

올로소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정도면 충분하네. 애초에 자네 단신만으로도 지휘부대장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은가."


"과찬이십니다, 그럼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하네."

올로소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명은 인사를 마친 후 전대장실의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올로소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화려한 무늬의 찻잔을 들었다.

"크크크크......!"

광기섞인 웃음기를 내보이며 이내 손에 힘을 주었다.

파직-!


찻잔이 완전히 산산조각난 상태로 깨지며 주변으로 튀었다.

"벌써 시작되었나, 내가 자네에게 명분을 준 것이 하루도 채 되지 않았을 터인데......!"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검은 기운이 진열장의 물건들을 떨어트려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발생시켰다.


"그래,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분노와, 갈망을 참지 못하고 주변의 것들을 파괴시키는 것. 역사를 들춰보아도 그런 부류는 차고 넘쳤지."

올로소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팔을 벌렸다.


"나에게 보여주거라, 그대의 연극을! 울려퍼지게 되리라, 마지막 행진곡이! 분노와 경멸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면 자신이 감춰놓았던 진정한 힘이 발현된다!!! 이것이 바로......!"


그는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온 근육에 힘을 주었다.

- 분열의 커튼 콜이다!!


------


진명의 군화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그는 넓은 복도를 거닐며 생각에 잠겼다.

'방금 전대장님의 그 표정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었다.


"아니야, 지금은 우선적으로 조하나를 안정시켜야 한다. 잡생각은 나중으로 미ㄹ......"

"그렇게 급하게 발걸음을 옮긴 이유가 있었군요."

도민호가 팔짱을 낀 채로 진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는군."

"마침 이 곳에 볼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진명이 고개를 까닥거리며 말했다.

"잘됐네, 어차피 지금 자네에게 가려던 참이었거든. 어서 따라와."


민호는 한 쪽 눈을 치켜뜨며 군말 없이 진명의 뒤를 따랐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복도 끝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대체 무슨......"

정혁이 심장 부근을 부여잡은 채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부대장님이 도대체 왜?"

그의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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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레퀴엠(52) 23.08.30 42 1 12쪽
51 레퀴엠(51) 23.08.29 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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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레퀴엠(41) 23.08.19 54 1 12쪽
40 레퀴엠(40) 23.08.18 56 2 13쪽
39 레퀴엠(39) 23.08.17 5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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