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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은놈 님의 서재입니다.

탑스타의 남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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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은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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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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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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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화

DUMMY

4화



“여기는 괜찮으니까 먹어도 돼.”

“······.”


전혀 괜찮지 않다.

저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어떻게 크림빵 먹방을 하라는 것인가.


지익-.


동생은 크림빵을 직접 뜯어 주기까지 했다.


콕-!


바나나 우유에 빨대도 꽂아 주었다.

대,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자. 얼른 먹어. 이러다 수업 시간 늦겠다.”


이유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빵을 입으로 베어 물었다.


우물우물-.


싸늘하다. 무겁다. 부담 된다.

뻑뻑한 빵을 부드럽게 우유로 넘겨도 답답하다.

그런데······.


‘맛있다.’


학교 매점에서 늘 쳐다보기만 하고 사진 못했던 그 빵.

다른 편의점에서 사려고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던 그 크림빵.


‘이런 맛이었구나.’


만약 동생이 사람 없는 곳을 찾아 주지 않았다면 지금도 못 먹고 있었겠지.

궁금한 건 대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을까.

내가 못 먹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나?


“다 먹었어?”


헉.

정신을 차려 보니 이유나는 자신이 게걸스럽게 빵을 먹어 치웠다는 걸 알아챘다.

그만큼 먹고 싶었던 빵이긴 했다.


“잘 먹어서 다행이네.”


이유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근데 여긴 어디지? 그냥 아무 데나 문 열고 들어와 본 건데.”


그랬던 거였냐.

어디 비밀 아지트라도 찾아서 온 줄 알았다.


“가자. 쉬는 시간 다 끝났어.”

“······응.”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끝끝내 묻지 못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어?”

“어!? 너, 너는!”


문을 열자마자 아까 마주쳤던 2학년 이······ 뭐라고 하셨었지.

아무튼 정글 속에서 매복했었던 맹수가 그 앞에 서 있었다.


“뭐, 뭐야. 너희 왜 여기서 나와? 아아. 설마······.”

“?”

“우리 밴드부에 들어오려고 했던 거구나! 그래. 유나야. 넌 밴드에 어울려! 그리고 넌 이유성 맞지? 우리 학교에서 엄청 유명하던데. 유나랑 쌍둥이라며? 와 대박. 하나도 안 닮았어. 신기해. 너도 밴드에 관심 있니? 그래서 같이 온 거지? 그렇지? 너랑 유나 둘이면 딱이다. 딱! 우리 그럼 한번 아름다운 밴드부 생활을 해보지 않을······.”


두두두 쏴대는 말소리에 이유성은 이유나의 머리를 강제로 내리며 함께 허리를 숙였다.


“안녕히 계세요!”


타타타타-!


“어어······? 그, 그래. 곧 수업 시작이니까. 급하겠지. 그런데 둘이 진짜 엄청 빠르네. 근데 다, 다시 올 거지 애들아?”


이다영의 작은 외침은 이미 저 멀리까지 달아나 버린 두 사람에게 닿지 못했다.



* * *



수업 시간에 살~짝 늦긴 했지만, 선생님은 의외로 별말 안 하고 넘어가셨다.

그냥 눈웃음만 조금 보일 뿐.

그때 아까의 일로 잔뜩 화가 나 있는 민유리가 내 팔을 툭툭 건드렸다.


“야. 낙하산. 야야.”

“······.”

“아니. 진짜 오늘 왜 이래. 너 나한테 뭐 불만 있어?”

“휴. 어쩔 수 없지. 선생······.”

“아. 진짜 조오오옴!”


낙하산.

민유리도 그렇고 다른 애들도 나를 가끔씩 낙하산이라 부른다.

그건 이유성의 뒷배경 때문이다.


이유성의 아버지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이천호이지 않던가.

심지어 그는 이 학교의 졸업생이며 든든한 후원자 역할도 하는 중이라 들었다.

당연히 학교에서도 이천호의 이름값을 무시하지 못할 터.

그래서 음악에 딱히 재능도 없는 이유성을 받아 준 것이었다.


“낙하산이라는 말에 긁힌 거야? 오히려 네가 스스로 낙하산이라고 떠벌렸었잖아.”


하여튼 철 없는 놈 같으니.

그러나 크게 탓하진 않는다.


본인의 능력이 여기 있는 애들보다 한참 떨어지는 걸 그냥 인정하긴 싫고, 어떻게든 떠벌리면서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유성은 그 본성을 따랐을 뿐.


음악에 재능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녀석을 본인의 이름으로 이 학교에 집어 넣은 이천호의 잘못이지.


“네가 뭐라 부르든 상관없어.”

“흐응. 오늘 진짜 이상하단 말이지. 그래서 유나한테는 왜 그러는 건데? 너 평소에 유나한테 관심도 없었잖아? 오히려 유나 얘기 나오면 욕부터 박았으면서.”


어지간히 이유나를 싫어하는 티를 냈던 모양이다.

전교생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그럼 너야 말로 왜 이렇게 우리 누나한테 관심이 많아?”

“뭐뭐뭐뭣? 누, 누나? 지금 누나라고 했어? 심지어 우리 누나? 너 진짜 대가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누나라고 부르는 것조차 이런 반응이었다.


“누나니까 누나라고 부르는 거지. 너는 왜 그러는 건데?”

“나야 당연히 우리 유나님의 팬이니까.”

“······유나님?”

“나 우유 팬클럽 회원이잖아.”

“······?”


내가 맹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자 민유리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윳빛깔 이유나 팬클럽. 알면서 모른 척하는 거야?”


아. 팬클럽.

그래. 예전 이유나에 대해 조사했을 때 고등학교 시절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고 했었지.


그리고 이 민유리는 그 팬클럽의 회원이었다.

하는 말을 보면 팬클럽 안에서도 꽤나 지위가 있어 보였다.


‘그렇다는 건······.’


이유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 -> 착한 사람.

내 뇌는 그렇게 입력을 했다.


민유리.

좋은 아이였구나.


나는 민유리를 향해 미소를 보였다.

그러자 민유리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뭐, 뭐야. 갑자기 왜 그렇게 웃어? 깜짝 놀랐네.”


그동안 내가 오해하고 있었군.

앞으로 민유리한테 잘해줘야겠다.


“음. 이유성 학생?”


그때 수업을 진행 중이시던 선생님이 갑자기 나를 불렀다.


“아, 네. 선생님.”

“나와서 이걸 한번 해보겠나?”

"넵."


칠판에는 두 마디 정도 음표가 그려져 있었다.

예전에 대학에서 클래식을 부전공 하면서 작곡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배우게 되었는데, 교수님들은 늘 저렇게 음표를 한두 마디 정도만 만들어 놓고 그 뒤를 학생들이 채우게 했다.


‘작곡은 수학이라고 했었지.’


마음대로 음표를 쑤셔 넣는다고 작곡이 아니다.

작곡에도 화성학이라는 규칙이 있다.

그래서 처음 작곡을 우습게 알고 도전했다가 화성학에 막혀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근데 좀 오래 돼서 기억이 잘 안 나긴 하네.’


아니. 딱히 기억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나는 저번 생에서 작곡을 조금 배우며 느낀 것이 있었다.


난 음악 쪽에 정말 재능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냥 화성학을 통째로 외우며 그 안에 맞는 형식에 따라 악보를 채웠다.


창의력이라고는 1개도 없는, 그냥 수식만 입력된 기계처럼 악보를 뽑아낸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 날 가르치던 교수님은 내가 꼭 컴퓨터 프로그램 같다고 하셨다.


“뭐, 악보를 통째로 완성 시키라는 게 아니야. 여기서 몇 마디만 완성 시켜 보렴.”


난 대충 음표 구성을 스윽 훑어 보았다.

대학교 때 했던 것처럼 공식에 맞춰 기계처럼 음표를 집어 넣으면 되려나?

그리 생각하며 분필을 잡는 순간.


“!?”


무언가가 폭풍우처럼 나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 떨리는 전율에 하마터면 분필을 놓칠 뻔했다.


뭐랄까.

마치 내가 그랜드 홀에서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순간 청소년 시기 왕성하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머리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하는 정신과 의사 같은 생각을 먼저 했지만,


‘설마 이게 악상이라는 건가?’


음표를 이어가려고 하는 순간 머릿속에서 음악이 떠올랐다.

이는 난생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었다.

저번 생에서는 이랬던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땐 기계적으로 공식만 계산했을 뿐.

내가 창의적으로 음악을 떠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느낌이 많이 달랐다.

머릿속으로 공식을 떠올리는 것이 아닌, 속에서 응어리친 무언가가 솟구치는 기분이다. 거기다 음표가 마치 홀로그램처럼 뒷부분을 스르륵 비춰 주는 것만 같았다.


“······.”


난 홀린 듯이 분필을 잡은 손을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김국영은 천일 예술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예술고이며,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는 이천호라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도 있다.


그래서 처음 이천호 아들과 딸이 학교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기대를 참 많이 했었다.

하지만 막상 보니 한 명은 음악에 재능이라고는 1도 없었고, 다른 하나는 그냥 말이 없었다.


‘그런데 저놈은 수업 시간에도 늦게 왔군.’


다른 놈이었다면 한 마디 했겠으나, 상대가 이천호의 아들이라는 게 문제였다.

이천호는 이 학교에서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내는 사람이다.


당연히 그 아들에게 싫은 소리를 할 사람은 없다.

이천호가 그리 하지 말라고 시킨 것도 아니지만, 그냥 어른들의 세상이란 것이 그렇다.


그런데 얼굴은 또 심하게 잘나서, 그야 말로 모든 걸 가진 놈이었다.

딱 하나.


‘음악 재능만 빼고.’


어떻게 이천호의 아들이면서 음악적 재능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지?

과제를 몇 번 내줘봤지만, 그때마다 이유성은 수준 미달이었다.


‘그런데 수업을 열심히 들어도 모자를 판에 연애질을 해?’


천일 예술고는 대한민국 최고의 예술고다.

그런데 이런 신성한 곳에 감히 낙하산으로 떨어지는 것도 모자라 옆에 있는 여학생과 꽁냥꽁냥 거리기까지 했다.


제 아무리 세상이 돈으로 굴러간다지만, 김국영은 인정할 수 없었다.

저렇게 학교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놈은 사라져야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원래 다른 학생을 시키려 했던 것을 이유성에게 시켰다.


“······.”


솔직히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그냥 공식에 맞춰 쓰기만 해도 칭찬을 받을 만한 화성학 문제였다.


그런데 저놈은 저것도 못 하는구나.

그래. 오늘은 쓴 소리를 한번 하자.

이 학교와, 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해야 한다.


“이유성 학생.”


그렇게 마음을 강하게 먹고 입을 열려는 찰나.


탁탁-! 타타탁-!

갑자기 이유성이 미친 듯이 음표를 칠판에 휘갈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설마 그냥 본인 마음대로 아무거나 써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


“!?”


김국영은 제 눈을 의심했다.

이유성이 신들린 듯 칠판 위에 채우고 있는 음표들.

심지어 밑에 스스로 본인이 오선을 새로 그려 그 안에도 음표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저게······ 저게 정말 그 이유성이 맞다고?’

이유성의 형편 없는 실력을 알고 있어 모두 그를 낙하산이라 부르고 있던 반 학생들조차 점점 표정이 변하고 있었다.


“뭐, 뭐야. 저거 이유성 맞아?”

“아니. 음표 구성도 완벽하고 심지어 곡도 좋은 거 같은데?”


학생들도 지금 이유성이 완성시키고 있는 곡이 심상치 않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실력 있는 놈들만 모아 놓은 곳이니, 당연한 것이다.


타타탁-!


교실 안에는 바삐, 그리고 힘껏 움직이는 분필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김국영을 비롯한 반 학생들은 숨을 죽였다.

괜히 숨소리라도 냈다가는 이유성의 집중력을 흐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후······.”


마침내 이유성의 후련한 한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필은 벌써 절반이나 닳아 있었다.


“다 했습니다.”

“······.”


김국영은 멍하니 칠판을 쳐다보았다.

몇 마디. 아니. 그냥 한두 마디만 완성을 시켜도 넘어가려 했더니, 이유성은 그 자리에서 곡 하나를 써 버렸다.


‘이, 이건.’


심지어 곡은 대위법에도 위배되지가 않았으며, 음표의 조합들이 훌륭했다.

아니. 순수하게 아름다웠다.


자신이 처음 대충 써서 내던져 준 모티브가 부끄럽게 느껴질만큼 말이다.

거기서 김국영은 깨달았다.


‘천재다······!’


그것도 제 아비의 재능을 닮은 무지막지한 천재였다.


작가의말

모티브 -> 교수님들이 과제 줄 때 던져주는 첫 음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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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16 24.05.13 13,020 363 13쪽
31 31화 +20 24.05.12 13,119 403 12쪽
30 30화 +20 24.05.10 14,341 404 12쪽
29 29화 +19 24.05.09 14,009 395 13쪽
28 28화 +23 24.05.08 14,476 360 12쪽
27 27화 +15 24.05.07 14,876 365 14쪽
26 26화 +30 24.05.06 15,153 407 12쪽
25 25화 +14 24.05.05 15,505 363 14쪽
24 24화 +19 24.05.03 15,845 387 13쪽
23 23화 +18 24.05.02 15,835 366 14쪽
22 22화 +14 24.05.01 16,086 397 13쪽
21 21화 +21 24.04.30 16,238 380 15쪽
20 20화 +18 24.04.29 16,581 387 13쪽
19 19화 +10 24.04.29 16,843 340 12쪽
18 18화 +15 24.04.26 17,150 356 12쪽
17 17화 +12 24.04.25 17,198 344 13쪽
16 16화 +11 24.04.24 17,334 364 15쪽
15 15화 +18 24.04.23 17,337 367 13쪽
14 14화 +16 24.04.22 17,487 347 13쪽
13 13화 +14 24.04.21 17,795 353 14쪽
12 12화 +9 24.04.19 18,114 363 12쪽
11 11화 +10 24.04.18 18,347 389 12쪽
10 10화 +16 24.04.17 18,872 387 15쪽
9 9화 +14 24.04.16 18,869 40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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