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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은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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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9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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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19화



이런 말이 있다.

작곡과는 아싸가 있기엔 너무 힘든 곳이라고.


아마 사람들은 골방에 틀어 박혀 작곡만 하는 놈들이 왜 저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작곡과에 있는 학생이야 말로 제일 바빴다.

왜냐하면 합주 때문이다.


예술고 선생님들이나, 음악 대학교 교수님들은 심심하면 작곡과 학생들에게 합주를 시킨다.

그럼 작곡과 학생은 합주에 필요한 인원을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 돌아다녀야만 하는 것이다.


거기다 그 규모에 따라 구해야 하는 악기들도 많기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된다.

즉, 평소 인간 관계가 좁을수록 구하기가 힘들어진다.

설령 구한다고 해도 돈이 많이 나간다.

직접적으로 돈을 지불하진 않지만, 비싼 밥을 사준다든가,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고를 나온 작곡과 학생들은 대학에 와서도 익숙하게 행동하지만, 예술고를 거치지 않고 음악 대학을 온 학생들은 처음 경험해 보는 문화에 당황하는 것이다.


그렇게 이런 작곡과의 생리를 모르고 들어갔다가 결국 버티지 못 하고 다른 과로 도망치는 학생들이 속출한다고 한다.


그만큼 작곡과 학생들은 늘 인원을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물론······ 꼭 모두가 그렇진 않았다.


“저기 미안한데, 혹시······.”

“응! 할게! 무조건 할게!”

“아직 뭔지 얘기도 안 했는데.”

“아무튼 할게!”


나는 합주 과제가 있는 날이면 멀리 갈 필요가 없었다.

다들 내가 말하면 무조건 yes를 외쳐줬기 때문이다.


“유성아. 합주 과제 있다며? 첼로 필요하지 않니?”

“이거 내 번호야. 언제든 전화 줘. 네가 부르면 무조건 갈게.”


심지어 소식을 듣고 미리 찾아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으으. 진짜 너무해. 내가 부를 땐 갈지 말지 각부터 재는 것들이.”

“그건 평소 네 인간 관계 때문이 아닐까.”

“닥쳐. 이 사기꾼아!”


하지만 민유리도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한테 여학생들이 몰린다면, 민유리에게는 남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남학생들 사이에 민유리 인기는 그만큼 대단했다.

그냥 민유리가 너무 깐깐하게 받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내 곡을 연주해 주는 사람인데, 난 무조건 실력 있는 사람이어야 해.”


그래서 민유리는 선배들한테도 가서 부탁을 할 정도였다.

과제를 해도 완벽하게 하고 싶어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으. 근데 이 선배는 좀 어려운데.”

“네가 어려워 하는 사람이 있었냐?”

“야. 누가 보면 내가 위아래도 없이 나대는 년인 줄 알겠다. 나도 선배들한테 엄청 깍듯하게 하거든!”


저 철면피 민유리가 어려워 하는 사람이라.

누군지 궁금했다.


“이유나가 1학년으로 입학하기 전에, 여기 천일고의 대표 아이돌이 있었거든. 누군지 알아?”


누군지 안다.

이유나가 오기 전 모든 인기를 독차지 했다던 2학년 장은하.


무려 대한민국 초일류 기업인 J&D 회장의 막내 손녀이며, 어렸을 때부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그 선배는 개인 연주회 경험도 많거든. 당연히 실력은 최고지.”

“그런 선배를 네 과제에 쓰겠다?”

“네가 봐도 미친년 같냐?”

“뭐, 어때. 물어는 볼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예전에 딱 한번 그 선배랑 합주한 적이 있긴 하거든. 너 그때도 나한테 미친년이라 하지 않았냐?”


내가 아닌 예전 이유성이 그랬던 모양이다.


“근데 그 선배, 너무 사람이 어려워. 엄청 차갑다고 해야 하나. 말투도 그렇고, 얼굴에서도 한기가 막······.”


민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선배는 무서워서 안 되겠어. 유명한 오케스트라랑도 연주회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인데, 내가 쓴 곡을 보면 분명 날 벌레 보듯 볼 거야.”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네.”

“아이씨.”


민유리는 다시 리스트를 끄적이며 괴로워 하고 있었다.

장은하라······.

실물을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민유리가 저렇게 무서워 할 정도라니.

조금 궁금하긴 했다.



* * *



이 학교는 나와 어울리지 않다.

그런 생각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장은하였다.


특히 천일고는 잘 사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다들 두루두루 잘 지낸다.

그냥 이 아이가 나랑 성격이 맞아서가 아니었다.

각자 집안이 어떤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 지내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그 인맥을 이용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겉으로 친한 척을 해도 속을 파보면 비즈니스 관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 아이들은 그런 것을 어색해 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살아 왔으니, 이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었다.


바로 그런 것에 장은하는 염증을 느꼈다.

자기에게 친근하게 대해 주는 것도, 미소를 지어주는 것도, 전부 자신의 뒷배경인 할아버지 때문이라는 걸 처음 깨달았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부터였을까.

장은하는 인간 관계를 냉소적으로 바라봤다.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사람을 경계하고 멀리했다.


‘차라리 내 배경을 모르는 외국이 더 편했어.’


할아버지가 손녀딸을 가까이 보고 싶어 하셔서 한국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매번 들었다.

분명 지금이라도 할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말하면 그분은 망설이지 않고 장은하를 외국에 보낼 것이다.


“헉.”

“이유나다.”


하지만 장은하가 그러지 않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자신을 무척 아껴 주시는 할아버지 때문이며,


“너무 예쁘다······.”

“아아. 여신님.”


둘째는 이 삭막하고 건조한 삶에 촉촉한 은총을 내려 주시는 여신님 때문이다.


‘와······.’


천일고의 스타.

천일고의 여왕.


‘너무··· 너무 아름다워.’


가식적인 아이들의 웃음과 접근.

그런 것이 싫어 한국을 벗어나고 싶었으나, 그럼에도 이 학교에 끝까지 남아 있는 건 바로 칙칙하고 가식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이 학교에 유일하게 빛을 채워 주는 존재를 영접하기 위함이리라.


“요즘 유나랑 유성이 자주 붙어 다니네.”

“둘이 진짜 개사기 남매라니깐. 어떻게 둘 다 저 얼굴이 가능한 건데!”

“이천호 지휘자님도 엄청 카리스마 쩔게 생기셨잖아. 다 그 유전인 거지.”

“으. 부럽다 부러워. 저건 강남 최고 성형 외과를 가도 못 갖는 얼굴인데.”


장은하 뿐만이 아니라 여기서 단 한번이라도 이유나의 얼굴을 본 사람이라면 다 똑같았다.

원래 천일고 아이돌은 장은하였다.

당연히 질투심이 들 법도 하지만, 원래부터 바랐던 관심도 아니어서 괜찮았다.


심지어 저 얼굴을 보고 어떻게 질투심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이유나는 인간의 질투를 받을 수 없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이유나를 숭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장은하는 그리 생각했다.


“이유성은 어쩜 더 잘생겨지냐.”

“하. 내 미래 신랑감.”

“미친년. 뭐래.”

“다 꺼져. 내가 먼저 꼬실 거니깐.”

“근데 옆에 이유나가 있어서 이유성 눈이 너무 높을 거 같은데.”

“윽.”


이유나 못지 않게 이유성도 여학생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인기가 많았다.

장은하 역시 이유성의 얼굴에 종종 감탄하곤 한다.

어떻게 사람 얼굴이 저렇게 작으면서 잘 생길 수가 있는 거지.


특히 이유성은 오직 꽃미남에게만 어울린다는 전설의 댄디컷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키도 커서 여자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요소를 전부 다 갖고 있는 남자였다.


‘아마 영원히 얘기를 나눌 일은 없겠지.’


그래도 괜찮다.

그냥 이대로 바라만 봐도 좋았다.

딱 거기서 만족하려 했다.


“그거 들었어? 이유나가 밴드부 들어간 거?”

“이유성도 들어갔다며?”

“거기 지금 베이스 기타리스트를 구한다더라. 딱 1명만.”

“하. 지금이라도 베이스 배워 봐?”


그때 장은하의 귀를 자극하는 소문이 들려왔다.

밴드부? 이유나가?

그것도 베이스를?


“······.”


공교롭게도 장은하가 취미로 연주하는 것이 바로 베이스 기타였다.

그냥 낮게 울리는 그 음이 어두컴컴하면서 뭔가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어서 열심히 쳤었다.

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땐 잠깐이지만, 밴드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유나가 밴드부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 지금 거기서 베이스 기타리스트를 구하고 있다. 거기서 장은하는 생각했다.


이건 신의 뜻이 아닐까?

덕질의 신 말이다.



* * *



예술고 특성상 외부 강사가 많다.

왜냐하면 아이들마다 타고 싶은 라인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고는 다양한 강사를 초청한다.


명문 대학 라인, 혹은 방송국 라인.

아니면 대형 기획사 라인 등등.


각자 진로에 맞춰 해당 강사를 통해 라인을 정해 가는 것이 예술고 학생들의 일반적인 루트였다.


“흐. 나도 그냥 외부 강사나 할 걸.”


이하영은 메일함에 쌓여 있는 입부 원서를 보고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자신이 맡은 담당 동아리 중 하나인 밴드부.


클래식 쪽 강세인 천일고 특성상 밴드부는 어울리지 않는 동아리였다.

애초에 다른 예술고와는 다르게 기타나 드럼을 치는 아이들을 뽑지 않는 곳이다.


어떻게 그런 예술고가 있냐고 묻는다면 여긴 그렇다.

문제는 다른 예술고들도 다 천일고를 따라한다는 것이다.

다들 돈을 많이 뽑아 먹을 수 있는 클래식에 강세를 두길 원한다.


그래서 밴드부는 자연스레 해체가 되는 줄 알았다.

이유나가 뜬금없이 들어오기 전까진 말이다.


“거기에 이유성도 들어가는 바람에 입부 원서가 이 정도로 쌓인 거잖아.”


이유나에 이어 이유성까지.

여학생, 남학생 모두 눈이 돌아갈 일이었다.

그래서 자기들이 원래 소속되어 있는 동아리를 내팽겨치고 밴드부로 들어오려는 것이었다.

문제는 지금 밴드부에서 원하는 건 인원은 딱 한 명.

그것도 베이스 기타를 칠 줄 아는 학생이었다.


“아니. 근데 다들 베이스 잘 칠 줄도 모르면서 왜 지원을 한 거야?”


평소라면 대충 입부 원서를 넘겨봤겠지만, 이하영 선생은 귀여운 막내 동생 이다영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무척 아끼는 이유나 때문이라도 가볍게 처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주 영상이 첨부되어 있지 않은 입부 원서는 전부 잘라냈다.


“뭔가 적당한 지원자가 없을······ 응? 잠깐. 이거 뭐야?”


도르르륵 마우스 휠을 내리던 이하영은 전혀 예상 못 한 지원자 이름에 딱 멈췄다.


“장은하? 내가 알고 있는 그 장은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장은하가 지원을 했다.

대기업 J&D 회장의 손녀이면서 옛날부터 천재로 불렸던 아이가 아니던가.

미디어에서도 꽤나 유명한 이름이었다.


거기다 J&D 회장 장연욱이 여기 학교 이사장에게 손녀를 잘 부탁한다며 인사를 하러 찾아왔을만큼 손녀 사랑이 끔찍하다.


“근데 이걸 내가 쳐내면 어떻게 되는 거지?”


초일류 대기업 회장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네가 우리 손녀를 매몰차게 잘라냈으니, 내가 직접 네년의 커리어를 조져주겠다는 둥.

얼마면 돼? 이제까지 돈으로 안 넘어가는 사람은 없었다는 둥.


갑자기 머리에서 여러 아침 드라마가 그려지는 이하영이었다.

아아. 어렵다 어려워.

지금까지 동아리는 관심도 없던 아이가 왜 갑자기 밴드부를 지원한다는 거야?


“잠깐. 이거 설마 질투?”


이유나가 오기 전 천일고의 아이돌은 누가 뭐래도 장은하였다.

지금도 물론 인기가 많다지만, 이유나가 그 파이를 뚝 떼어 갔으니 질투가 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직접 찾아가서 조져 주려고?


네년 따위가 감히 내 자리를 위협해?

흥. 늙은 선배는 그만 내려오시죠?

뭐, 뭐야?!

짝!


또 한번 망상 드라마가 후루룩 지나갔다.

웹소설을 끊던가 해야지.


그래도 다행인 건 장은하가 연주 영상을 첨부했다는 것이다.


“장은하가 베이스 기타라니. 전혀 매치가 안 되는데.”


그래서 딱히 기대는 하지 않은 채 영상을 켰다.

아마 기본적인 수준만 치는 것이 아닐까.


“······.”


그렇게 5분이 흘렀다.

순간 멍 때리다가 섬광처럼 5분이란 시간이 삭제됐다.


“내, 내가 뭘 본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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