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운좋은놈 님의 서재입니다.

탑스타의 남동생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운좋은놈
작품등록일 :
2024.04.10 00:28
최근연재일 :
2024.05.20 22:30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731,510
추천수 :
15,749
글자수 :
225,576

작성
24.04.12 15:05
조회
24,713
추천
434
글자
12쪽

5화

DUMMY

5화



“와. 이걸 진짜 이유성이 썼다고?”

“구라 치지 마. 그 낙하산 새끼가 어떻게 이런 걸 써?”

“아니. 진짜야. 무슨 접신한 것처럼 두두두두 쓰더니, 이런 게 나왔다니까?”


저게 이 정도로 호들갑을 떨 정도인가······ 싶긴 했지만,


‘좀 잘 쓰긴 했네.’


그 짧은 시간에 칠판을 가득 채울 정도로 곡을 써버렸다.

만약 손이 빨랐다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썼을 것이다.

머리가 순간 폭발할 정도로 음표들이 튀어 나와 나조차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야야.”


그때 민유리가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콕콕 찌르며 말했다.


“너 솔직히 말해. 너 누구야? 너 이유성 아니지!”


······이래서 눈치 빠른 것들은.


“아니. 진짜 네가 저걸 했다고? 어떻게?”

“똑바로 말해, 이 낙하산아.”

“우릴 속인 거니?”


평소에 이유성이 얼마나 음악을 못했으면 이런 말이 나올까 싶다.

노트를 살펴봐도 이유성은 본인 스스로가 음악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학생들도 알았다.

이놈은 정말 대놓고 낙하산을 타고 이 학교에 들어온 놈이라고.


그럼에도 이유성이 왕따를 당하지 않은 건, 이 잘생긴 얼굴도 한 몫을 했을 테고 역시나 학생들도 이유성의 배경에 이천호가 있다는 것을 의식한 것이리라.


이들은 결국 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음악 쪽으로 나갈 꿈나무들이다.

그런데 사회에 나가기 전부터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인 이천호에게 찍힌다면 그건 이들의 커리어에도 치명적인 일이 될 것이다.


“뭐야. 왜 말이 없어.”

“뭔가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


내 표정에서 다 티가 나나?

포커 페이스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이 얼굴로는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다.


“별거 아니야. 생각보다 그리 잘 쓴 곡도 아니고. 너희도 생각 없이 갈겨 쓰면 저 정도는 나올걸.”

“와. 말하는 것 좀 봐.”

“그 얼굴로 그렇게 말하니까 더 재수 없어.”

“하긴. 뭔가 이상하긴 했어. 아빠가 무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인데, 음악 재능이 그렇게 없을 수가 있었겠어?”

“맞아. 그래서 혹시 주워온 아이가 아니냐는 말도 나왔었잖아.”


이것들이 사람 안 듣는다고 아주 뒤에서 씹고 뜯고 맛 보고 즐기고 다 했구먼.

아무리 그래도 주워온 자식이라니.


근데 생각해 보면 주말 동안에도 그렇고 지금 평일에도 이천호에게서 단 한 통의 연락도 온 적이 없었다.

최근 통화 기록이나 문자를 봐도 제 아버지와 나눈 것이 없다.

아주 삭막한 부자관계인 것이다.


“흠흠. 이유성 학생. 잠깐 이리로 와 보겠나?”


김국영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고 나를 따로 불렀다.


“그동안 내가 이유성 학생을 오해했었어.”

“······?”

“자네에게 그 정도로 대단한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거든. 그동안 내가 내줬던 과제를 그 모양으로 했던 건 역시 자네 수준에 맞지 않았서 그랬던 거겠지. 천재라 불리는 자들은 시시한 것에 염증을 느낀다고 하지 않던가?”


이 선생님.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계신다.

하지만 오해를 풀 새도 없이 말 보따리를 푸셨다.


“오늘 자네가 보여 준 곡에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하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마련이지. 그리고 자네가 얼마나 현재 상태에 불만이 많은지도 알았어. 수준에 맞지 않은 곳에 갇혀 있으려니, 그 답답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던 게야.”


난 곡에 어떤 메시지도 실지 않았다.

그냥 미친 듯이 떠오르는 악상을 밖으로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마구 휘갈겼을 뿐. 뭔가를 의도하고 만든 것이 아니었다.


이래서 꿈보단 해몽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가.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는 조기 졸업이 없다네. 하지만 내가 도움은 줄 수 있지. 앞으로 자네만은 특별히 내가 별도의 과제를 주겠네. 다른 학생들에게 주는 과제는 하지 않아도 좋아.”

“그 말씀은 저와 다른 학생들과 차이를 두신다는······.”

“그래. 내가 최대한 해 줄 수 있는 건 해 주겠다는 뜻이야.”

“아니.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난 극구 사양했다.

남들과 다른 걸 해주겠다는 건 널 굉장히 귀찮게 만들어 주겠다는 말과 똑같기 때문이다.


“허허. 사양할 필요 없네. 그 정도로 강한 메시지를 담긴 곡을 보고도 나서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 이 자랑스러운 천일고의 선생이라 할 수 있겠나.”


아니. 진짜 필요 없는데.

대체 이 선생님은 내가 쓴 곡에서 뭘 봤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내가 겸손하게 사양하는 줄 알고 어깨를 토닥여주기까지 했다.


“역시 이천호 마에스트로의 아들이야. 그분의 뛰어난 재능이 어디 갈 리가 없지.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참으로 커. 오늘처럼 이 선생이 부족할 땐 음악으로 따끔하게 지적해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네.”

“······.”


내가 여기서 더 말을 했다가는 또 혼자 이상하게 해석을 하실 것 같아서 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김국영 선생님은 손을 흔들며 휘적휘적 교무실로 떠났다.

그리고 우리 둘의 대화를 몰래 엿듣고 있던······ 아니. 몰래가 아니라 대놓고 엿듣고 있던 학생들은,


“야! 선생님이 이유성한테만 앞으로 특별 과제 준대!”

“뭐야. 우리는? 우리는 왜 안 줘! 이거 편애야!”

“그럼 너도 저렇게 즉흥적으로 곡 하나 써 보던가.”

“이유성 너 뭐냐. 힘숨찐 그런 거였어?”


교실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미치겠네.”


정신연령 30대에게 파이팅 넘치는 고딩 생활은 역시 쉽지가 않다.



* * *



“오늘 선생님,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룰루 부르던 콧노래가 다른 선생들에게도 들렸던 모양이다.


“후후. 뭐, 그런 날도 있어야지.”


요즘 아이들은 순수한 재능이 없다고, 그저 겉멋에만 빠져 산다고. 이 학교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늘 한탄하던 김국영이 갑자기 저러니, 다른 선생들은 뭐 로또라도 됐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김국영은 오늘 그동안 몰랐던 복권을 발견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이유성. 이천호의 재능을 아주 고스란히 물려 받았구나.’


김국영이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 줄 때마다 이유성의 결과물은 늘 형편 없었다.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낙하산 그 자체였다.


그런데 오늘 그 놀라운 작곡 실력을 보고 김국영은 그동안 자신의 눈이 옹이구멍임을 깨달았다.

녀석은 사실 지금까지 과제를 대충 했던 것이다.

자신과 격이 맞지 않으니, 별로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던 것일 터.


건방진 놈이긴 했지만, 천재란 그렇다.

범인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많이 하곤 하다.

성적이 어떻게 나오든, 본인의 흥미를 끌지 않으면 그냥 안 하는 것이다.


“내 모든 걸 걸고 네 재능을 전부 뽑아 주마. 후후후.”


이 얼마나 짜릿한 순간인가.

김국영은 열정이 마구마구 샘솟고 있었다.


“뭐야······ 무서워.”

“왜 저러시는 거지.”


그런 그의 타오르는 모습을 보고 다른 선생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 * *



오늘처럼 격동적인 하루를 보낸 적이 또 있었을까.

아침부터 참 색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학교에서도 그럴 줄은 몰랐다.


갑자기 동생이 크림빵을 들고 나타나 준 것도 그렇고.

특히 그 크림빵과 바나나 우유를 먹겠다고 이리 저리 뛰어 다닌 것도 그렇고.

산기슭 맹수처럼 어흥 나타난 이······ 무슨무슨 선배를 피해 달아난 것도 그렇고.


오늘처럼 학교가 재밌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유나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조금 위로 올라갔다.


“와······. 오늘도 너무 예쁘다.”

“입 꼬리 올라가는 거 봐. 치명적이야.”

“날 왠지 우습게 보는 것 같아서 더 좋아.”

“······?”


같은 반 여학생들은 오늘도 이유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러다 보니, 이제는 거부감이 없었다.

그냥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우유 클럽이라고 했나.

여학생들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팬클럽은 인터넷 카페가 있을 정도로 꽤나 활동에 진심이었다.


딱히 들어가 본적은 없지만(사실 들어가 본적 있음), 이런 관심이 때로는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싫어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난 따뜻하게 말 한 마디도 해 주지 못 하니까.’


이유나는 여자 아이들끼리 모여서 웃으며 떠드는 게 가장 부러웠다.

자신도 별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함께 까르르 웃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하고 아주 정상적인 대화조차 할 수가 없었다.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는 순간,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발작이 일어날 것처럼 정신이 혼미해지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도 옛 기억 때문일 것이다.

엄마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작스레 사고가 일어나던 것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니까.


“자. 모두 오늘도 고생 많았다. 학원 빼 먹지 말고, 밖에 늦게까지 나돌아 다니지 말고. 알겠지?”

“네에에엡~!”


학교 끝났을 때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장 밝아지는 것 같다.


“선생님이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과제도 올려 두었으니까, 모두 내일까지 해오고.”

“으아악!”

“안 돼!”


물론, 이땐 제일 목소리가 찢어지는 것 같다.

과제라니.

이유나도 솔직히 같이 소리를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후우우-’


이유나는 이때가 가장 긴장됐다.

그녀가 가방을 들고 일어나자 교실 안이 고요해지면서 일제히 시선이 쏠렸다.


“여신님 가신다.”

“으. 오늘 진짜 왜 이렇게 이쁜 거야.”

“슬쩍 같이 옆에서 걸어 가볼까?”

“너 따위가 감히?”


매일 벌어지는 행사 같은 거랄까.

이유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학생들은 모두 그녀를 쳐다본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저절로 시선이 가는 것이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장미의 가시 역할을 했다.

숨 막힐 정도의 아름다움은 다가가려는 이의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나는 저 사람과 어울릴 수 없다고 일찍 단정지으면서 말이다.


그 현상이 퍼지다 보니, 자연스레 이유나는 천일 예술고의 아이돌이 되었다.

그리고 일반인은 아이돌에게 감히 접근할 수 없다.

그렇게 이유나는 가장 인기가 많으면서, 늘 혼자 걷는 사람이 된 것이다.


오늘도 그렇게 외로이 이유나는 홀로 길을 걸었다.

아니. 그런 줄로만 알았다.


“누나!”

“······?”


익숙한 목소리에 이유나는 멈칫거렸다.

아니야. 잘못 들었을 거다.

그래서 다시 발걸음을 떼려는데,


“유나 누나.”


착각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이유성이 뛰어오고 있었다.


“뭐야. 나도 꽤 빨리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거의 학교 끝나자마자 밖으로 나온 수준 아니야?”

“······.”


이유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동생을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 봐. 집 가려는 거 아니었어? 그럼 같이 가야지.”

“!?”

지, 집을 같이 간다고?

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는데?


“가자. 피곤해서 가자마자 누워야겠다.”


이유나는 앞장 서는 이유성을 멍하니 쳐다보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동생의 옷을 붙잡아 당겼다.


“어? 왜 그래?

“하, 학원······.”

“뭐?”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집에 갈 시간이 아니었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바로 가는 것이 정상적인 대한민국 학생의 루트 아니겠는가.


“아······?”


동생은 꽤나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뭐라 중얼 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학원. 학생인데, 당연히 학원을 가겠지. 그걸 깜빡했네. 이제 좀 가서 쉬나 했더니. 젠장.”


설마 매일 가던 학원을 잊어 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동생은 울상이 된 표정으로 걷기 시작했다.


뾰로통 하게 올라온 얼굴.

어릴 적 그 귀여운 버릇이 그대로 나오는 듯싶었다.


“!?”


그래서인지 자기도 모르게 올라간 손을 이유나는 깜짝 놀라 얼른 다시 내렸다.

먼 예전처럼 동생을 토닥여주고 싶었지만,


“······.”


아직은 그럴 만한 용기가 없었다.

그랬다간 왠지 오늘따라 친근하게 다가오는 동생이 다시 멀리 달아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탑스타의 남동생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달디달디단 크림빵 후원 목록 +1 24.05.01 16,829 0 -
38 38화 NEW +14 9시간 전 4,305 198 12쪽
37 37화 +16 24.05.19 10,073 367 14쪽
36 36화 +20 24.05.17 12,839 412 13쪽
35 35화 +18 24.05.16 13,773 385 13쪽
34 34화 +25 24.05.15 14,115 411 14쪽
33 33화 +16 24.05.14 14,839 413 12쪽
32 32화 +17 24.05.13 15,599 399 13쪽
31 31화 +21 24.05.12 15,472 441 12쪽
30 30화 +21 24.05.10 16,598 437 12쪽
29 29화 +20 24.05.09 16,150 427 13쪽
28 28화 +23 24.05.08 16,603 387 12쪽
27 27화 +17 24.05.07 16,996 397 14쪽
26 26화 +32 24.05.06 17,266 438 12쪽
25 25화 +15 24.05.05 17,673 390 14쪽
24 24화 +20 24.05.03 17,935 415 13쪽
23 23화 +19 24.05.02 17,951 394 14쪽
22 22화 +15 24.05.01 18,206 424 13쪽
21 21화 +23 24.04.30 18,381 405 15쪽
20 20화 +20 24.04.29 18,743 419 13쪽
19 19화 +10 24.04.29 18,998 372 12쪽
18 18화 +19 24.04.26 19,329 396 12쪽
17 17화 +14 24.04.25 19,394 377 13쪽
16 16화 +13 24.04.24 19,521 396 15쪽
15 15화 +21 24.04.23 19,527 409 13쪽
14 14화 +18 24.04.22 19,693 380 13쪽
13 13화 +16 24.04.21 20,083 389 14쪽
12 12화 +11 24.04.19 20,408 401 12쪽
11 11화 +12 24.04.18 20,680 426 12쪽
10 10화 +18 24.04.17 21,328 419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