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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은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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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은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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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22화



외부 강사로 초청되어 천일고에서 수업을 하고 있던 박미혜.

보통 외부 강사라고 하면 돈을 짜게 주기 마련인데, 천일고는 과연 대한민국 최고 예술고답게 페이가 두둑하다.


그래서 실력 있는 대학 교수들도 천일고의 선생이 되거나, 혹은 외부 강사로 들어가 수업을 진행하면서 재능 있는 옥석을 가려내 데려가기를 원하고 있다.


박미혜 역시 그중 하나였다.

천일고이다 보니, 피아노를 꽤 치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반짝이는 재능이 있기 마련.


물론, 진지하게 피아노로 승부를 보고 싶다면 러시아로 가는 것이 정석 코스다.

보통 사람들은 피아노 하면 독일을 떠올리지만, 진정한 피아노의 정수를 배우는 곳은 러시아였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아예 러시아로 유학을 보내 피아노를 배워 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전쟁 문제로 인해 해당 루트가 아예 막히면서 지금은 유학을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렇다.

지금이 바로 그동안 외국 대학에게만 빼앗겼던 한국의 젊은 피아노 인재들이 한국으로 몰려 드는 시기였다.


그래서 더욱 피아노 분야 선생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다니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말이다.


‘여기도 몇몇 그런 재능이 보이긴 하다만.’


실제로 러시아에 있다가 천일고에 입학한 학생들이 몇몇 있다.

그중에는 정말로 피아노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박미혜는 그들을 예의주시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쟤는 진짜 아빠를 완전히 빼어 닮았네.’


대한민국 음악인이라면 존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 이천호 마에스트로.

그런 그의 아들, 이유성.


아버지가 카리스마로 점철된 잘생긴 얼굴이라면, 그 아들은 마치 꽃을 들고 있는 남자처럼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

문제는 날이 갈수록 그 외모가 더욱 빛이 나 수업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는 것이다.


여학생들은 종종 저 얼굴을 힐끔 거리다 최면에 빠진 듯 멍하니 바라볼 때가 많으며, 박미혜 역시 수업을 진행하다 이유성이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화들짝 놀랄 때가 있었다.


“자. 그럼 오늘은 누가 나와서 쳐볼까?”


박미혜는 오늘 누구한테 연주를 시켜볼까나 하고 스윽 교실 안을 살펴보았다.

당연히 아무도 손을 들진 않았다.

그냥 나대기 싫어 하는 학생도 있고, 선생이 시키면 그때 하는 수 없이 하려는 학생도 있으며, 이유성 얼굴을 보느라 정신 줄을 놓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근데 아까부터 부담스럽게 왜 저러지?’


그리고 박미혜는 아까부터 이유성이 무척이나 신경 쓰였다.

이유성이 오늘따라 피아노를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설마 자기가 치고 싶다고 어필하는 건 아니겠지?


‘넌 피아노 잘 치지도 못 하잖니.’


이유성에게 한 가지 별명이 있다.

그건 바로 낙하산.

이천호 빨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천호도 피아노를 무척 잘 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 아이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그 끔찍한 실력을 확인한 뒤부터는 절대 시키지 않았다.


근데 유독 오늘따라 저런다.

눈빛이 마치 여름날 태양처럼 쨍쨍 비추는 것 같아 결국 박미혜는 포기했다.


“이유성. 나와서 쳐봐.”

뭐, 조금 연습이라도 했나 보지?

그래 봐야 거기서 거기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건 귀는 괴로워도 눈은 즐겁다는 것이다.

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봐라.

화보가 따로 없지 않은가.


‘어? 잠깐. 근데 악보를 잘못 놓은 것 같은데?’


이유성에게 치게 하려는 건 저게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배려를 해서 그나마 실력을 덜 타는 곡으로 해주려 했던 것이다.


“유성아. 잠······.”


바로 그때였다.

드뷔시의 달빛이 도입부부터 귀를 간지럽히듯 시작된 것이.


“!?”


박미혜는 피아노에 다가가려다 제자리에서 얼어 붙고 말았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다 상대가 갑자기 상상을 초월하는 실력을 보여줬을 때, 인간은 그 놀라움에 전율이 일어나고는 한다.


지금이 딱 그러했다.

드뷔시의 달빛은 몽환적이고 아름다우며, 언뜻 보기에는 곡이 참 쉬워 보인다.

그러나 상대가 프로인지, 아니면 아마추어인지를 알려면 이 곡의 첫 도입부를 보면 알 수 있다.


드뷔시의 달빛은 강약 조절이 생명인데, 달빛의 잔잔하고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도입부부터 어루만져 주듯,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터질 것만 같이 간결하게 건반을 누르는 것이 포인트였다.


‘방금 도입부는 대체······.’


드뷔시의 달빛은 간결하게 터치를 이어가는 것만큼 박자 조절도 중요했다.

더욱더 듣는 이의 마음이 애타도록, 흐르는 물결 위로 비춰지는 달빛이 애절하게 보이도록, 연주자가 박자와 터치를 부드럽게 다뤄야 하는 것이다.


이래서 드뷔시의 달빛이 상대의 실력을 가늠하는 곡으로 뽑히는 것이다.

연주하기에는 쉬운 곡이나, 심화 과정으로 들어가면 섬세한 기교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주도 연주지만 비주얼도 완벽해.’


잠깐 환상이 보이려고 한다.

달빛 아래에서 아름답게 피아노를 치고 있는 남자.


선율이 귀를 간지럽히고, 신께서 한땀한땀 정성스레 만든 이유성의 얼굴은 눈을 황홀감에 젖게 한다.

또한 고급스러운 피아노 건반처럼 반짝이는 피부가 마치 하늘에서 내리쬐는 달빛을 반사하는 듯하다.


‘예술이다······.’


아름다움이라는 그 말 한 마디를 오롯이 표현할 수 있는 광경.

박미혜는 오늘에서야 진정한 예술을 마주하고 있음을 느꼈다.


“······.”


그렇게 꿈만 같은 5분이 순식간에 흐르고 말았다.


“아-.”


여기저기서 짧고 깊은 탄식이 터져나온다.

황홀경에 젖어 있다 현실로 돌아온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공허함과 아쉬움 때문이리라.

그러나 곧 아련한 탄식은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와아아아-!”

“저게 정말 이유성이라고?”

“하. 나도 모르게 눈물 나왔어.”

“진짜 너무······ 너무 멋있잖아.”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왔지만, 교실에서 이 정도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지는 건 처음인 듯하다. 그리고 박미혜 역시 진심으로 감탄하며 박수를 치는 건 오랜만이었다.


‘대체 언제 저렇게 실력이 늘었던 거지?’


아니. 저 정도 실력은 단기간에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실력이 저랬던 것이다.


‘김국영 선생님이 왜 그러는지 알겠어.’


안 그래도 최근 들어 김국영 선생이 이유성을 천일고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며 극찬을 해댔다. 혹시 이천호한테 잘 보이려고 저러는 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박미혜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김국영 선생 역시 진짜 재능을 목도하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왜 실력을 숨기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미혜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찾던 최고의 재능이 바로 눈앞에 있음을.



* * *



잘생겼다-라는 말은 사실 의사였을 시절에도 종종 들었던 거라 크게 와닿진 않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것보다 더 자주 듣는 것이 있었다.


“천재. 넌 천재야, 유성아!”


박미혜 선생님은 들뜬 아이처럼 말씀하셨다.

음악 천재라······.

김국영 선생님도 그렇고, 이제는 박미혜 선생님까지.

나를 그리 불렀다.


‘한번도 못 들어본 말인데.’


저번 생에서 피아노를 따로 배웠을 때, 날 가르치던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내 연주를 보면 마치 컴퓨터 기계음 같다고 말이다.

정확하게 악보 지시에만 따라치는 나를 보고 그리 표현했다.


조금 더 감정을 넣어 보려고 노력해 보라는 조언을 했었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머리로는 자꾸 악보를 세세하게 분석하며 그 가이드 라인을 따라 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도 분명 나는 악보대로만 연주를 했다.

늘 그랬듯이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천재라고 추켜 세워 주고 있었다.


“내가 널 그동안 오해했었어. 너한테 이런 순수한 재능이 있을 줄은······. 역시 이천호 지휘자님 아들이구나. 지금이라도 알아서 천만 다행이야.”


박미혜 선생님은 내 두 손을 꼭 붙잡으며 말을 이었다.


“네 연주 실력은 지금도 흠 잡을 곳이 없지만, 여기서 더 갈고 닦으면 분명 더 완벽해질 거야. 그러니 앞으로 선생님한테 일주일에 한번씩 개인 레슨을 받자. 어때?”


특별 과제에 이어 이번에는 개인 레슨까지?

싫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밴드부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


솔직히 나한테 정말 피아노 재능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난 그저 악보를 따라 정확히 쳤을 뿐.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반응이 이런 것을 보면 역시 이 이유성의 몸 때문인가?

펜을 잡으면 미친 듯이 악상을 떠올리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이유성만의 바이브가 나오는 모양이다.


“유성아. 아까 그 연주······ 너무 좋았어. 진짜 내가 들은 달빛 중 최고였어.”

“난 주책 맞게 눈물까지 흘렸잖아.”

“네 얼굴처럼 연주도 얼마나 아름답던지. 혹시 너 피아노 학원 다녀? 어디로 다녀? 이름만 알려 주면 안 될까? 절대, 절대로 같이 다니려는 게 아니고. 이름만!”


사심 가득한 눈동자로 여학생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따로 피아노 학원은 안 다니는데.”

“헉! 지, 진짜로? 그런데 그렇게 칠 수가 있다고?”

“아아. 이천호 지휘자님이 따로 레슨을 해주는 거구나. 그치?”

“아하~. 역시 그런 거였어. 하긴. 이런 천재를 지휘자님이 가만히 놔둘 리 없지.”


얘기가 또 그렇게 되나.

나는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그러자 민유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찔렀다.


“야. 대체 뭐야? 어? 뭔데? 응?”

“뭐가.”

“너 피아노 존나 못 치잖아. 근데 방금 그건 뭐냐고!”

“음······ 그냥 악보대로 쳤던 건데?”

“아이씨. 그렇게 말하니까 더 재수 없어.”

사실대로 말했지만, 아무도 믿어 주질 않았다.


“감정 표현도 그렇고 터치도 장난 아니더만. 그 정도로 강약 조절을 하는 게 쉽지 않는데 말이야. 언제 그걸 다 익힌 거야? 거기다 일대일 개인 레슨이라니! 저 선생님한테 개인 레슨 받으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


천일고 외부 강사로 오는 선생님이니, 꽤나 명망 높은 사람이라는 건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데 민유리가 이럴 정도면 정말 몸값이 높은 사람인 모양이다.


“으으. 부러워. 나도 개인 레슨 받고 싶다.”

“그럼 내가 해줄까?”

“!?”

“뭐야. 반응이 왜 그래? 얼굴도 빨개지고.”

“내내내가 어, 언제 그랬다고!”


민유리는 당황해 하며 먼저 교실 밖을 후다닥 나가 버렸다.

난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 * *



“아흐. 심장 떨려.”


이유성.

이 나쁜 자식.

여자 마음을 흔들기나 하고 말이야.

저런 얼굴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면 아무리 민유리라도 심장이 덜컥 거린다.


“······개인 레슨 받을 걸 그랬나?”

라는 후회가 조금 밀려왔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괜히 이상한 핑크빛 기류가 흐르게 만들어 지금까지 잘 유지해 왔던 친구 사이를 깨고 싶지 않았다.


이유성은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이상형이지 않던가.

만약 그 녀석과 사귄다는 소문이 도는 순간 공공의 적이 될 건 뻔하고, 저놈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동안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과 관심에 불안해서 잠도 못 잘 게 뻔했다.


그리고 얼마나 비교질을 해댈까.

민유리도 어디 가서 외모로 잘 꿀리지 않는다지만, 이유성 옆에서는 그냥 평밤한 여자 1이 되어 버린다.


“와······ 근데 이건 다시 봐도 대박이네.”


이유성이 피아노를 치러 가기 전, 민유리는 핸드폰으로 녹화를 해두었다.

네가 얼마나 피아노를 못 치는지 한번 보고,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을 키워 올리라고 잔소리를 퍼부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설마 이런 미친 무대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덕분에 귀한 영상을 얻게 되었다.


비주얼, 곡 선정, 실력까지.

삼위일체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진짜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보여 주고 싶은 영상이다.

꿈깨라고 말이다.


이유성이 만약 진지하게 피아니스트로 나간다면 아마 수많은 꿈나무들이 피아노를 때려치지 않을까.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SNS에 올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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