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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은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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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은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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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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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화

DUMMY

14화



“······그렇게 해서 섭외 요청이 왔어.”


무슨 말을 하려고 따로 불렀나 했더니.


“고백하는 줄 알았네.”

“무무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야!”


다름 아닌 프리고에서 이유나를 섭외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민유리 첫째 언니가 그쪽 채널에서 편집자로 일을 한다고 한다.


“농담이고. 이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누나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지.”

“나도 알아. 그래도 일단 너한테 먼저 물어보는 거야. 네가 그래도 유나를 잘 알 거 아니야.”


내가 이유나의 정신과 주치의면서 친동생이니, 당연히 다른 사람보다 이유나를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 학생들은 이유나가 의사소통장애를 겪고 있는 걸 알지 못 한다.

이유나 팬클럽의 임원이라는 민유리도 그런 그녀의 아픈 속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는 사람들이 유나를 오해하는 게 너무 싫어. 어떻게 그 얼굴이랑 목소리를 가짜라고 할 수 있어?”


학교 생활을 같이 하면서 나는 민유리의 성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민유리는 똑 부러지는 아이였다.


아닌 건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성격이란 것이다.

언니가 사정을 하며 부탁을 했어도 민유리 선에서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나한테 말도 꺼내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그녀가 내게 이런 얘기를 하는 건 그만큼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자기가 올린 영상을 통해 이유나가 그런 모함을 받으니 화가 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큰 것이다.


절대 보정이나 장난질을 하지 않고 100% 라이브로만 영상을 내보낸다는 프리고를 통해 민유리는 이유나에 대한 오해가 전부 풀렸으면 하는 것 같았다.


“나도 네가 무슨 얘기를 하는진 알겠어. 좋은 취지인 것 같기도 하고. 누나한테 두고 두고 문제가 될 거 같으면 해결을 보는 게 낫겠지. 하지만 난 전적으로 유나 누나의 의견에 따를 거야. 누나가 싫다고 하면 나도 반대야.”


“그럼. 나도 당연히 유나 의견에 찬성하지. 그냥 이런 기회가 왔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는 것뿐이야. 그리고 아마 유나도 그러길 바라지 않을까?”


이유나가 바란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민유리는 이유나가 프리고에 나가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이유나를 억까하는 사람들을 모두 닥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인기 상승을 노리는 것이다.


늘 민유리는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더 많은 사람이, 나아가 온 인류가 이유나를 알아야 한다고.

누가 보면 이유나 소속사 사장인 줄 알겠네.


‘근데 미안하지만, 이유나는 절대 안 하려고 할 걸?’


스태프들이 줄줄이 모여 있는 카메라 앞에서 동영상을 찍는다?

지금의 이유나로써는 힘든 일이었다.



* * *



“하······ 할게.”


한다고?

정말?


“꺄아아! 진짜 잘 생각했어, 유나야!”


나는 이유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내가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이유나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설마 이걸 고민도 하지 않고 받아 들일 줄이야.


‘내가 이유나를 과소평가하고 있었구나.’


사람들 앞에 나서기 어려우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거절할 거라고 확신했던 나 자신.


반성한다.

아직 멀었구나, 강수호.


그래. 내가 이유나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한 것이었고, 그것이 오히려 환자의 상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라는 걸 기억하자.


“누나. 억지로 나갈 필요는 없어. 정말 괜찮아?”


이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철저히 자신의 의지인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뿌듯한 마음도 들면서도 내가 이유나를 너무 약하게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본인 스스로가 결정을 내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 내가 얼른 그쪽이랑 연락해서 시간 잡아 볼게.”


신이 난 민유리는 후다닥 교실 밖을 나갔다.

나는 그런 민유리를 보며 살짝 미소 짓고 있는 이유나를 쳐다보았다.


“······.”


그러다 이유나는 슬쩍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유나가 뭘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난 주머니에 숨겨 두었던 크림빵을 꺼냈다.


“······!”


이유나의 눈동자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거 언제 한번 매점을 데려가야겠는데?



* * *



‘프리고?’


분명 나이는 여기 학생들이랑 똑같은데, 정작 이유나는 요즘 어떤 것이 트렌드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또래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뉴튜브 채널도 당연히 모르고 있었다.


‘이런 곳이구나.’


민유리가 친절하게 설명해 준 덕분에 프리고가 어떤 채널인지 알게 됐다.

가수들이 신곡을 홍보하러 나오거나, 혹은 사람들의 기억에 잊혀졌던 옛 가수들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정말 가끔 빌보드 차트에 올라가 있는 해외 가수들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간간히 섭외해 영상을 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바로 이곳에서 이유나를 섭외하고 싶다는 요청이 왔던 것이다.


‘솔직히 나가기 무섭긴 하지만······.’


예전의 이유나였다면 절대 나가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SNS에서 사람들이 뭐라 떠들든, 사실 별로 상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촬영을 하며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게 더 무서울 뿐.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런 꿈도, 희망도, 목표도 없었던 이유나.


그런 그녀에게 오랜만에 꿈이 생겼다.

바로 가수가 되는 것이다.

동생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이 목소리로 말이다.


그래서 나가기로 한 것이었다.

동생이 용기내어 이 부족한 누나를 용서해 주고 먼저 손을 내밀어줬던 것처럼, 이유나도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물론, 갑작스럽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던 터라 당황스럽긴 했지만, 어영부영 시간을 끌기 보다는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유성이도 내가 그러기를 바랄 거야.’


누나를 용서하고, 아빠를 받아 들이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동생이다.

동생 역시 누나가 용기내어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렇지 유성아?


이유나는 동생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동생은 웃으며 크림빵을 꺼냈다.


“?”

뭐지. 긍정의 뜻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이유나는 얼른 크림빵을 받았다.

갑자기 자신감이 뿜뿜 올라오는 것만 같다.



* * *



의사 일을 할 때도 이유나 말고는 누군가의 노래를 찾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프리고라는 채널도 당연히 본 적이 없었다.


지금 이유성의 몸을 하고 있어도 그 버릇은 여전했다.

이 세계선에서는 이유나가 아직 데뷔를 하지 않아 앨범이 없어서 나는 그냥 클래식만 듣고 있었다.


저번 생에서는 이루지 못 한 클래식을 취미로 듣는 고상한 남자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었다.


아무튼, 프리고 채널에 올라와 있는 영상들을 쭉 살펴보았다.

솔직히 이유나가 당연히 섭외를 거절할 거라 생각했던 터라 신경도 안 썼는데, 이유나가 나간다고 했으니 이제 신경을 써야 할 단계가 온 것이다.


‘미팅을 잡고 하나씩 다 물어볼까 싶기도 했지만······.’


너무 깐깐하게 굴었다가 그쪽에서 이상한 방향으로 편집을 해버릴까 봐 걱정이 된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


“아니. 언니. 우리 유나가 너무 부담스럽게 구도를 잡지 말라니깐? 그리고 조명도 약해. 난 우리 유나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어.”


민유리가 틈틈이 제 언니와 연락을 하면서 무언가를 계속 사진으로 받으며 하나씩 조정을 하는 중이었다.


민유리는 무척이나 진심 모드였다.

세밀하고 민감하게 구도와 마이크도 꼼꼼하게 체크를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똑 부러지는 성격답게 제안을 하는 것에도 거침이 없었다.


상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피곤하겠다만, 나와 이유나에게는 무척 고마운 일이었다.

······정말 누가 보면 매니저인 줄 알겠다.


“이번주 토요일 2시. 어때? 괜찮아?”

“괜찮아. 그때 학원도 한 개 밖에 없기도 하고. 아마 유나 누나도 그때가 편할 거야.”

“다행이다. 그럼 그때로 잡아 놓을게. 세팅은 그쪽에서 다 해놓기로 했어. 메이크업이 필요하면 해준다고는 하던데······?”


이유나에게 메이크업을?

이유나는 활동할 때도 노메이컵 화장을 자주 하고 나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게 정말 노메이컵인 생얼인지, 아니면 노메이크업인 척을 하는 화장법인지 갑론을박이 굉장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요 없어.”

“필요 없겠지?”


나와 민유리는 동시에 말하고 나서 서로 웃음을 터트렸다.

둘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이유나는 더 이상 꾸밀 필요 없이 그 자체로 완벽하다는 것을.


“그럼 이번 주 토요일 2시다! 헤이터들의 나불대는 주둥이를 전부 다물게 만드는 거야!”


민유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의지를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그러면서 얼른 너도 동참하라는 눈빛을 부담스럽게 보냈다.


“크로스!!”


하는 수 없이 나도 주먹을 높이 들었다.


“크, 크로스.”



* * *



오늘이 바로 대망의 그날이다.

SNS를 뜨겁게 달구었던 천일고 학생이 드디어 프리고를 방문하게 된다.


민 편집자 동생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일일이 깐깐하게 조정을 하면서 솔직히 이 정도까지 준비를 할 필요가 있는 건가 싶었지만, 김명섭은 최대한 상대방의 요구를 맞춰 주기로 했다.


“그래서 동생이 뭐래? SNS에 나온 게 진짜래?”

“그냥 오늘 직접 보고 판단하라고 하던데요?”

“그, 그래? 그렇게 얘기하니까 좀 불안한데.”


이렇게까지 숨긴다는 건 정말 보정이었다는 뜻인가.

그래. 그냥 보정이라고 생각하자.

기대감을 갖느니, 그런 쪽으로 생각하는 게 나을 듯했다.


그리고 사실 그 얼굴에 그 목소리가 가능키나 한 일이던가.

차라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오히려 다 보정이었다는 걸 프리고에서 밝힌다면 거기에 어그로가 끌려서 사람들이 몰려 올 테니까.


“실례합니다.”


드디어 오늘의 게스트가 도착했다.

먼저 문을 열고 나타난 건 편집자의 동생인 민유리였다.


“안녕하세요. 오늘 잘 부탁드려요.”


쥬스 박스를 들고 나타난 민유리는 ‘오’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귀엽고 예쁜 상이었다.

천일고에는 미남 미녀가 많다더니.

역시 그 얘기가 사실이었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

포니테일 머리를 하고 휜 마스크를 낀 여학생이 뒤에 따라 들어왔다.


마스크를 가장 작은 걸 낀 것 같은데도, 안면 전체를 덮어 버릴 것처럼 정말 주먹 만한 얼굴이었다.

SNS 영상의 주인공, 이유나였다.


“아. 어, 어서 오세요.”


김명섭은 마스크를 뚫고 나오는 그 미모에 속으로 짧게 감탄했다.

그러나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

마스크를 벗는 순간 얼굴이 180도 달라지는 사람들이 꽤 있지 않던가.


“길게 끌 것 없이 바로 시작할까요? 촬영실은 저쪽 안에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촬영이 시작될 거예요. 최대한 노래에 집중할 수 있게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없게 가려 놓았어요.”


이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스크를 천천히 벗었다.

마침내 공개된 그 얼굴에,


“······!?”


프리고 사무실 안이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얼어 붙었다.

김명섭은 영혼이 반쯤 나간 상태였고, 다른 직원들도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 그 외모가 지, 진짜였다고?’


심지어 영상에 나왔던 얼굴은 실물에 10분의 1도 담지 못했다.

이게 정말 가능한 외모였다니.


아무리 보정 기술이 좋아도 이 얼굴을 따라가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야말로 인간의 기술을 뛰어넘는 인류의 축복,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와······. 말도 안 돼.”

“진짜 너무 예쁘다······.”

“아직 세상은 살만 하구나.”


감동의 물결이 휘몰아치고 있는 직원들.

지금까지 많은 연예인이 이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이 정도 반응은 처음이었다.


그렇다는 건, 이 영상을 보게 될 시청자들도 그렇다는 것일 터.

거기서 김명섭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카메라. 카메라 설정은 잘 되어 있나?”

“아, 넵. 최대한 잘 나올 수 있게 설정을 해놓긴 했는데······.”

“아니야. 부족해. 더더더 잘 나오게 촬영을 해야 한다고! 처음부터 다 더블 체크해 봐. 구도도 제대로 다시 잡아 보고!”


카메라 감독도 김명섭이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오늘 프리고는 채널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고 아름다운 영상을 찍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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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23 24.05.15 10,736 362 14쪽
33 33화 +15 24.05.14 12,003 37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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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20 24.05.12 13,117 40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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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19 24.05.03 15,844 387 13쪽
23 23화 +18 24.05.02 15,835 366 14쪽
22 22화 +14 24.05.01 16,085 397 13쪽
21 21화 +21 24.04.30 16,238 380 15쪽
20 20화 +18 24.04.29 16,580 387 13쪽
19 19화 +10 24.04.29 16,841 340 12쪽
18 18화 +15 24.04.26 17,149 356 12쪽
17 17화 +12 24.04.25 17,197 344 13쪽
16 16화 +11 24.04.24 17,334 364 15쪽
15 15화 +18 24.04.23 17,336 367 13쪽
» 14화 +16 24.04.22 17,486 347 13쪽
13 13화 +14 24.04.21 17,794 353 14쪽
12 12화 +9 24.04.19 18,113 363 12쪽
11 11화 +10 24.04.18 18,346 389 12쪽
10 10화 +16 24.04.17 18,872 387 15쪽
9 9화 +14 24.04.16 18,867 40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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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20 24.04.14 19,742 42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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