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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2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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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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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13. 오직 눈앞의 전투에만

DUMMY






피렌의 말에 아디나의 떨림도 멈추고 이불 속에서 새하얀 머리카락이 삐죽 튀어나온다.

“ ...그런 거면 빨리 말해줬어야지. “

“ ...자고 있었던 건 너희들 아니냐. “

그건 그렇지만..

쉬고 있으라고 한 건 피렌인데 말이지.

“ 휴우.. 알았어. 지금 바로 준비해서 갈게. 그러니까.. 그... 그... 그..... 자.. 잠옷 입고 싸우기는 싫으니까 옷 좀 갈아입게 먼저 가줄래..?!! “

“ 어. 어어!! 응! 그럴게! 먼저 가볼게..! 따라오도록 해..!! “

이렇게까지 당황한 피렌을 본 적이 없던 앨리스는 우주선을 타고 먼저 떠나는 피렌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자 자기도 모르게 앨리스의 얼굴을 본 피렌은 부끄러워져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조금 불안하게 이곳을 떠났다.


“ ...하아.. 이런 것에 대한 내성은 어떻게 쌓나... 미치겠군. “

피렌도 자신이 이렇게 여자에 대해 면역이 없는 줄은 전혀 몰랐다.

평범하게 일 이야기를 하거나 전투를 하거나 라라와 함께 검무를 연습할 때는 아무리 손을 잡거나 마주 보아도 부끄럽거나 하는 감정은 하나도 안 들었는데..

심지어 아리나나 춘향, 앨리스가 퍼질러 잘 때도 별 느낌은 없었는데..

“ ...옷.. 때문인가. “

솔직히 잘 모르겠다.

네이렌이 입고 있는 슈트는 마나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만든 몸에 딱 달라붙는 슈트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슈트이기에 위에 검은 로브 같은 것을 덧입던가 그냥 슈트만 입고 있거나인 만큼 평소에도 다른 이들을 봐도 별 감정이 들지는 않았었다.

...흠..

“ ...잠옷.. 위험하군. “

그렇게 억지로 정신을 잠옷에서 전장으로 옮긴 피렌은

우주선을 타고 다시 우리 은하의 전략적 핵심 구역이 된 인공 행성. 우주 정거장으로 도착했다.

“ ..아. 아디나. 앨리스. 먼저 왔구나. “

아무래도 우주선을 타고 가는 것보다는 옷을 갈아입고 [VII. 전차(The Chariot)]를 타고 가는 게 압도적으로 빠르기는 했을 테니까.

간단한 것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잠옷에 정신이 팔렸었나 보다.

“ ...들어가자. 라라가 기다리겠다. “

아주 미세하게 어색한 느낌이었지만 최대한 태연하게.

그리고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진지하게 아디나가 말하고 모두가 우주 정거장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 아디나님. 오랜만에 뵙네요. “

아주 거대한 은하 지도.

처음 카린이 만들었을 때는 아무것도 없는 빈 도화지였지만 어느새 이 은하의 축소판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거대한 은하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네이렌이.

다른 길드가 레이브의 인공 태양을 점령한 상황까지도 이미 기록이 되어있었으며

레베른의 본대가 점점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것도 눈에 보였다.

“ 그래 라라. 잘 지냈.. 냐고 묻는 건 조금 그렇고.. 상황은? “

아디나가 묻자 피렌이 은하 지도에서 에테르가 모여있는 레베른을 확대해서 보여주며 말한다.

“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아. 상대가 물체나 힘이 아닌 사람인 이상 이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힘을 쓰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모두를 뒤로 물렀어. 다만.. 제대로 맞부딪쳤을 때 마나와 에테르가 격돌하면서 우주 공간에 생기는 영향이 조금은 걱정되네. “

“ 피렌이 말한 대로에요. 전투 자체는 견딜 수 있죠. 이길 수 있어요. 지면 패배하는 거니까 당연히 이겨야겠죠. 그런데.. 그 힘이 너무 커요. 우주 공간에, 행성에 미칠 영향은 저와 피렌이 계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에요. 그래서.. 아디나님이 필요합니다. “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 것이라면 은하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수준이다.

행성 하나를 힘으로 터트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수많은 행성이 터져나가고 새로 생기기를 반복하는 은하에서 고작 행성 하나 터지는 것을 대사건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쟁으로 인한 많은 수의 인간이 죽는 것?

그건 어쩔 수 없지.

전쟁이니까.

그저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힘을 최대한 뿜어내며 싸울 수 있는 ‘ 모든 ‘ 인간들이 서로 맞붙는다면

그것도 마나와 에테르라는 서로 다른 성질이 맞부딪친다면

그 강렬한 힘이 부딪치며 생기는 폭풍이 우리 은하에 끼칠 영향을 평범한 인간이 계산해낼 수는 없다.

“ 그리고... 전면전이 길어진다면 크릭 레베른이 최초의 신에게 가는 걸 막을 수 없게 될 거야. “

아디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지금의 대화가 이 자리에 있는 라라, 피렌, 앨리스에게만 들릴 뿐 다른 곳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뒤 조금은 차갑게 들릴 수 있는 말을 한다.

“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우리의 전쟁만 신경 써. 아저씨에.. 어.. 음.. 최초의 신에 관해서는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

한순간 피렌과 라라의 눈이 마주치고

다시 아디나를 바라본다.

“ 그래도 되는 거에요..? “

“ 그래도 되는 건가? 우리 은하의 중심인 최초의 신인데. “

모두가 걱정하고 있지만, 아디나는 오히려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 그 아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걱정을 받는 존재였담... 우리랑은 완전 급이 다른 존재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르카나만 봐도 알잖아? 이건 그저 그 아저씨의 장난감 수준에 불과한 힘일 뿐이야. 오히려 크릭이 걱정되네. 마주하자마자 찌그러질까 봐. “

아디나가 그렇게 말하는 것인 만큼 의심할 여지는 없지만..

그래도 이것을 많은 길드 앞에서 할 말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도 이미 네이렌은 물론이고 아디나까지 유일신 수준으로 모두에게 칭송받고 있는데 그런 아디나를 만든 최초의 신에게는 어떤 마음을 품고 있을지 말하지 않아도 예상이 간다.

어쩌면.. 지금 전쟁 중인 길드 중 일부는 ‘ 최초의 신에게 공격하는 레베른 ‘ 이기에 싸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 수준이니 말이다.

“ 그러면.. 최대한 마나를 때려 박는 게 아니라 우주선을 하나씩 배치해서 각각 쳐들어가서 싸우는 난전으로 유도해야겠네.. “

멀리서 마나의 양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우주선으로 부딪쳐가며 직접 뛰어내려 근접 전투를 하는 방식.

훨씬 더 전쟁이 위험해지겠지만..

두 힘이 충돌해서 우주에 퍼지는 여파를 생각해보면 위험한 쪽이 더 낫다고 판단된다.

아마 이런 생각은..

크릭도 하고 있겠지.

절대 지고 싶지도 않고 질 마음도 없으며 질 이유도 없지만

만약에 크릭이 이긴다고 가정했을 때

이 은하는 레베른이 차지하게 될 것이며 크릭은 이 전쟁으로 인해 두 강렬한 힘의 파장으로 왜곡되어버린 우주를 복구하는 것부터 애먹을 것일 테니 크릭도 그런 전쟁은 원치 않을 것이다.

피렌은 아디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뒤 다른 변수들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한다.

“ 크릭이 만약 최초의 신이 아닌 우리와의 전투에 집중하고 패배할 것 같다고 생각해 에테르에 물든 에이아를 폭발시켜버리면 어떻게 하지? “

“ 그것도 걱정하지 마. 그 정도 사건이면 인간의 몸으로 건드릴만한 일도 아니야. 그땐.. 아저씨를 믿어야지. “

뭔가..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다.

하지만 아디나의 생각은 다르다.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줄이고 줄이고 또 줄여도

결국, 피렌과 라라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굉장히 크다.

“ 전면전은 사람들이 많이 죽을 거야. 그리고 너희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아야 하는 상황이지. 난 너희가 이런 사소한 것들에 신경 쓰지 않게끔 하고 싶어. “

“ ..흐음.. 사소한 건 아닌데 말이지.. “

“ 괜찮아 피렌. 오직 눈앞의 전투에만 집중해. 은하가 어지럽혀지는 것보다 사람의 목숨이 우선이야. “

피렌이 아디나를 바라보자 아디나는 그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아주 평범하게 가족을 믿으면 되는 일이라는 것처럼.

그저 그런 일일 뿐이라는 것처럼 생각하면 될 듯싶다.

참... 잠옷만 아니면 다 괜찮은데.

아니 그냥 아디나와 앨리스의 얇은 옷이 문제였던 걸까.

“ 크흠.. 그래. 알았어. 라라. 우리는 다른 건 다 무시하고 전투에만 집중하자. “

“ ...전투는.. 가능해? “

지금까지 계속 말을 듣고만 있던 앨리스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것도 참.. 아무리 많이 들어봐도 놀라운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그리고 피렌은 전투가 가능하냐는 말에 자신감 있게 말한다.

“ 가능해. “

아마..

에테르와 마나가 격돌하는 전투였다면 오히려 경험해본 적 없는 전투에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선과 우주선이 맞부딪쳐 전투를 펼치는 이런 싸움은...

이 은하 지도를 이용해 이미 해보지 않았는가.

다른 길드에게 피렌의 지휘 능력을 충분히 증명해내지 않았는가.

물론 지금은 실전인 만큼 포인트를 나누어 동일 포인트라면 물러나는 그런 시시한 룰이 아닌

진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투인 만큼 사상자 0명이라는 전투는 불가능할 것이다.

심지어 단순히 15초 카운트 내에서 숫자가 높은 쪽이 이긴다는 단순한 전투도 아니다.

하지만..

모든 길드는 피렌을 믿어줄 것이고

피렌 또한 그런 길드를 믿고 최대한 죽지 않는 지휘를 할 것이다.

“ 그래서.. 앨리스. 너는 힘들겠지만, 최대한 움직이면서 많은 사람을 살려줬으면 좋겠어. 가능할까? “

아무리 엄청난 양의 마나를 지닌 앨리스라고 해도 계속해서 부활시키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다른 길드의 사람들은 오시리스의 인간과 똑같은 형태도 아닌 경우도 있었기에 매번 새롭게 학습해가며 부활해야 하기에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앨리스는 여전히 아름답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할게. “

“ 좋아. 앨리스의 허락도 떨어졌으니 피렌이랑 짠 작전을 그대로 실행하면 되겠네. 우선.. 전쟁 시작 시점은 네이렌이 전선에 도착하는 순간부터야. 우리는 그전까지 철저하게 영역을 내주면서 언제든 싸울 준비만 해둘 거야. 최소한의 싸움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후퇴를 우선순위로 두면서 네이렌이 합류할 때까지 기다리자. “

라라가 은하 지도를 다시 당겨와 우리 쪽으로 맞춘 뒤 미리 만들어 둔 전략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점점 다가오는 레베른.

그에 맞춰서 우리 길드는 최대한 뒤로 물러나며 둘러싸는 형태로 움직인다.

물론 그렇게 둘러싸서 공격하는 순간 우리 쪽이 유리해지기에 레베른 또한 점점 넓게 펼치는 바람에 전장은 점점 더 넓은 우주가 되어버린다.

그 상황에서 딱 하나의 우주선이 뒤에서부터 전선에 합류하는 그 순간.

모든 우주선이 마치 정해진 듯 대열을 짜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 ..저게 네이렌. “

“ 맞아. 그리고 앨리스. 상대도 앨리스 너에 대한 정보는 이미 알고 있어. 부활시켜 전선에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어내 버리니 아마 가장 경계하고 있겠지. 나와 라라를 제외한 남은 모든 애들은 앨리스. 너의 호위로 들어갈 거고 네이렌이 직접 참전하는 순간은 전쟁의 중반부부터가 될 거야. “

“ 그리고 네이렌은 직접적인 전투 참전보다 이 전쟁을 끝마치는 마침표 역할을 수행할 거야. 철저하게 후퇴하면서 양쪽의 기운을 빼두고 허를 찌르는 전략이지. 이 전략대로라면.. 최소한의 피해로 전쟁을 끝낼 수 있어. “

이미 작전은 다 짜놓은 상태인가.

역시 네이렌의 전투 전략가 피렌답게 확실하다고 느껴진다.

네이렌이 할 일도.

다른 길드들의 전투 방식도.

전투 시작 순간도.

전투 전략도 계획은 전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 아디나. 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

물론 아디나도 그냥 아디나가 아닌 네이렌 아디나이기에 앨리스를 지키며 함께 움직여도 되지만

지금 아디나같이 엄청난 전력을 앨리스의 호위로 사용하기에는 아깝달까.

더욱 큰일을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해서 물어본 것이지만...

아디나에게는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아니다.

아니겠지.

네이렌은 그렇게 생각할 아이들이 아니다.

지금 묻는 것은 신의 대리인으로서 어떻게 행동할지 묻는 것이 아닐 것이다.

“ 글쎄. 일단 앨리스를 지키면서 움직이다 크릭 레베른이 나타나면 그 녀석에게 붙어야겠지. 그 녀석을 상대할 수 있는 아이는 없으니까. “

물론 아디나도 크릭을 상대하는 건 너무나도 껄끄럽지만..

그나마 상대를 한다면 아디나밖에 없겠지.

아디나가 생각의 끝에 도달한 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피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 맡길게. “






작가의말

음..

요새 너무 떨어져 있었나?

흠..

잘 넘어간 것 같은데..

아디나가 맘고생 안했으면 좋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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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 533. 기다렸던 호위 24.04.25 18 0 14쪽
541 532. 위험한 작전 24.04.24 17 0 13쪽
540 531. 돌아갈 집 24.04.23 1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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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 529. 놓쳐버린 손 24.04.21 12 0 13쪽
537 528. 체스판 위의 폰 24.04.20 13 0 14쪽
536 527. 피폐한 전장 속 마지막 희망 24.04.19 11 0 13쪽
535 526. 자리의 무게 24.04.18 9 0 17쪽
534 525. 승부는 다음으로 24.04.17 10 0 13쪽
533 524. 의외의 지원 24.04.16 8 0 14쪽
532 523. 춘향 찾기 24.04.15 7 0 15쪽
531 522. 협상 결렬 24.04.14 10 0 13쪽
530 521. 의심하라 24.04.13 8 0 12쪽
529 520. 몰래 온 손님 24.04.12 6 0 12쪽
528 519. 후퇴 24.04.11 12 0 14쪽
527 518. 예상하지 못한 숨겨둔 카드 24.04.10 10 0 13쪽
526 517. 무슨 수를 써서라도 24.04.09 8 0 14쪽
525 516. 표적이 된 이유 24.04.08 9 0 14쪽
524 515. 전면전 24.04.07 10 0 13쪽
523 514. 전쟁의 시작 24.04.06 11 0 15쪽
» 513. 오직 눈앞의 전투에만 24.04.05 15 0 13쪽
521 512. 감당하지 못할 만한 선택 24.04.04 13 0 14쪽
520 511. 압도적인 힘 24.04.03 18 0 14쪽
519 510. 축복 속의 저주 24.04.02 17 0 12쪽
518 509. 대담한 기습 24.04.01 22 0 12쪽
517 508. 생각 정리 24.03.31 23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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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 506. 알던 레베른과는 다른 레베른 24.03.29 2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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