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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28 19:20
연재수 :
5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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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54,577

작성
24.04.0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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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10. 축복 속의 저주

DUMMY





크릭 레베른은 태연하게 갑판을 걸어가 네이렌을 전부 무시하고 난간 위에서 우주를 바라본다.

공격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상황처럼 보이지만..

상대는 크릭 레베른.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 언제봐도 아름다운 세상이지 않나? 저 모든 것이 하나하나가 별이며 그 별의 근처에는 생명이 살고 있지. 물론 생명이 없는 곳도 있기에 생명이 있는 행성은 축복받은 거라고 볼 수 있겠군. 그래. 우리는 전부 태어나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것이지. 그렇지 않은가? “

...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함선에 흐르던 마나의 흐름이 에테르에 의해 막혀버린 것이 불쾌하다는 듯이

모두의 표정이 좋지 않다.

긴장감이 감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

“ 후후후..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싸우는 건 질리지 않았나? 잠깐이라도 쉬자고. “

뭐. 이대로 곧바로 전투를 하지 않을 거라면 앞에 나서서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은 아리나이기에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굳이 대화하고 싶은 상대는 아니지만

분명 네이렌을 인도해주던 피아가 균열에 끼어 죽어버리는 바람에 이상 상황을 감지했을 테고

가레드도 계속 주시하고 있었을 테니 이곳의 상황이 금방 전해져 아디나와 앨리스가 지원을 오고 있을 것이다.

앨리스가 없는 싸움에 우리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것만큼은 반드시 피하고 싶었기에

이렇게 대화로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이지.

“ ...네가 없는 게 가장 좋은 휴식 같은데. “

“ 후후후... 그래. 지금 너희에게 있어서 나는 적이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거 아는가? 우리 레베른은 레베른 이 전에도 그런 취급을 받아왔었다는 것을. 강하다는 이유로. 약하다는 이유로. 다르다는 이유로 말이야. “

레베른이 만들어진 계기였으니까.

물론 그렇게 만들어진 레베른을 직접 마주했을 때는 이미 은하에서 악명을 떨치던 때였지만

그런 레베른이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있었다.

“ 우리는 이 많은 별에서 축복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닌 저주로 태어났다. 레베른이라는 강력한 결속으로 묶지 않으면 정신 불안으로 자살하는 녀석들도 있었지. 강하면 강한 대로. 약하면 약한 대로. 다양한 억지스러운 이유를 붙여가며 차별받아왔다. “

“ ...그래서? “

“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지. 누군가는 최선을 다해도 따라잡지 못하는 곳에 대한 분노나 불평이 있을 수도 있고, 자신이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을 깔볼 수도 있지. 그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당하던 사람들이 반대로 힘을 내는 건 원치 않는다. 웃기지 않나? 먼저 시작한 자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양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 “

...

특별한 말은 아니다.

누구나 하는 말이며

누구나 겪는 일이며

그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이야기다.

마치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하루를 보낸 뒤 밤에는 다시 잠에 빠져든다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을

평범한 세상을 말한다.

“ 그것이 지금의 은하다. 신의 대리인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간. 인간이라는 그 더러운 존재 자체가 사람을 차별해도 인정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그 세상에 반기를 들고 차별받지 않겠다고 외치면 그 자체만으로도 차별하는 세상이 만들어져 있다. 나 크릭은. 레베른은 그런 세상을 바꿀 것이다. “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잠을 잔다.

그런 평범한 일상은 결국 인간이 만든 것.

낮에 잠을 자고 밤에 일어나도 되며

피곤하지 않다면 잠을 자지 않아도,

낮잠을 자도 상관이 없다.

그것이 자유로운 인간이며 그렇게 잠을 자도 한심하다거나 이상하다거나 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개인의 자유니까.

“ 신의 대리인이 만든 가짜 자유를 지우고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모두가 모두를 존중하며 서로를 위해 함께 꿈꾸며 나아가는 은하를 만들 것이다. “

“ 그래그래~ 그 뒤에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를~! 외치면 딱 맞겠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 말을 하는 이유는 뭔데? “

춘향은 아예 낫까지 지워버리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아리나의 앞으로 나왔다.

물론 이 움직임 자체가 아리나가 너무 앞에 있는 바람에 위험하다고 판단해 지키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런 춘향의 생각을 읽은 걸까.

아니면 춘향의 말이 재밌는 걸까.

크릭은 가볍게 웃은 뒤 별에서부터 눈을 떼 네이렌을 바라본다.

“ 우리가 만들어낸 고향. 레크라시아를 파괴한 너희의 생각이 궁금했을 뿐이다. 자. 묻도록 하지. 내가 방금 한 말에 틀린 부분이 있는가? “

“ 그로 인해서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이 죽는 건 문제겠지. “

“ 우리는 죄가 있어서 차별받았는가? “

“ 하지만 그 차별받은 것을 복수하겠다고 다른 죄 없는 사람들까지도 죽이는 거면 단지 또 다른 차별을 낳은 것일 뿐이야. 실제로 너희의 악명은 계속 쌓여만 갔잖아? 복수가 복수를 낳아 결국 전쟁까지 이어진 거니까. “

뭐..

이런 말로 설득 같은 건 할 생각은 없었으며 이런 말로 설득당할 인물도 아니다.

크릭은 아까보다 조금 더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묻는다.

“ 그럼 묻겠다 네이렌의 길드장. 네이렌 아리나. 그럼 무엇이 정답이었지? 우리보다 강한 녀석에게, 약한 녀석들에게 차별받을 때 어떻게 해야 했지? “

“ ...알 수 없지. 그 누구든 상황이 다른 거니까. 단지 시기와 질투일 수도 있고 우월감을 뽐내기 위함일 수도 있고 그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싫었을 수도 있어.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을 전부 신경 쓰면서 살아가는 건 불가능해. 그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는 사람은 없잖아? “

물론 그 말도 맞다.

은하는 넓고 사람은 넘친다.

그 안에서 고작 몇 명이.

고작 행성 하나가 한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본다고 해서 이 은하에 복수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런 아무에게도 차별받지 않고

아무에게도 미움받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말이 다르다.

“ 있지 않은가. 최초의 신이. 신의 대리인이. “

누구에게나 인정받으며

누구에게나 믿음을 받는 사람.

물론 그런 아디나도 이 은하 어딘가에서는 미움받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전부 신의 대리인이 오지 않아서인 것이다.

아디나가 간다면.. 그 불평은 순식간에 숭배로 바뀌겠지.

그러한 존재가 이 은하에 존재하는 한

모든 인간은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은하 최정점에 올라선 자들이라면 그들은 올바른 인간의 상이라는 것이다.

“ 그들은 모르겠지. 그들은 그렇게 행동해와도 숭배받기에 자신이 생각한 세상이 올바른 세상이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밑바닥에 있는 자들에게 그건 구원이나 축복이 아닌 저주였었다는 것을 영원히 모를 거다. “

올바른 세상이라고 생각했겠지.

사람이 각자의 개성을 빛내며 모두가 꿈을 꾸는 완벽한 세상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 꿈의 뒷면에는 수많은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서 미소짓는 녀석들이 대다수였으며

닿지 않는 하늘에 손을 뻗기보다는 화살을 쏴 떨어뜨리는 녀석들이 대다수였다.

그저.

그렇게 남들을 짓밟고

끌어내려서

그들을 밟고 올라선 자들만이 높은 곳에 있는 최초의 신과 신의 대리인을 마주 보게 되고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아.

정말 훌륭한 세계였구나.

이렇게 우리와 마주 볼 정도로 훌륭히 자라주었구나.

라고.

그 손끝에 묻은 피는 바라보지 않는다.

등 뒤에 가지고 있었던 칼은 조심스레 손을 놔 저 바닥으로

이미 쓰러진 시체의 머리에 꽂힌다.


이 세상 그 누가.

그렇게 죽는 것을 원하겠는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머리에 칼이 꽂히는 것을 받아들일 뿐 원하지는 않았다.

“ 아마 지금쯤이면.. 아디나도 알고 있겠지. 본인이 만든 세상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

결국

그 시체들이 부패하고 썩어가며 그들을 밟고 올라간 사람들을 끌어내릴 때

그들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다 결국 함께 있고 싶었던 사람들을 향해 손을 뻗는다.

최초의 신과 신의 대리인.

그들에게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점점 떨어지는 와중에 간절하게 손을 뻗는다.

과연. 최초의 신은.

아디나는.

그 떨어져 가는 아이들의 손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여전히 미소지을 수 있을까.

떨어져 가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뻗을 때 바닥에 깔린 부패한 시체들의 썩어들어가는 눈들을 보며

과연 아디나는 자신의 손을 마저 뻗을 수 있을까?

“ 당장에 그 얼굴을 보고 싶다만.. 후후.. 우리 가족들이 가만히 있지 않아서 말이야. 여흥은 나중으로 미뤄도 상관없겠지. “

크릭은 에테르로 만든 손을 들고 가볍게 튕기자 손이 부서지며 주위에 깔리더니 여섯 마리의 늑대와도 같은 동물 형태가 되어 네이렌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 자. 시간은 충분히 끌었나? 이쯤 되면 아디나도. 앨리스라는 녀석도 절반쯤 왔을 텐데. 시작하겠나? “

“ ..뭐야. 다 알고 있었냐? 알고도 말 안 하는 게 보기보다 더 음침한 녀석이었네? “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이미 아디나와 앨리스의 위치마저도 다 파악해둔 모양이다.

그렇다면... 목적이 뭘까.

아디나와 앨리스가 없을 때 네이렌을 공격하려고 한 것이라면 지금 당장 공격해와야만 했다.

그러나 크릭은 오히려 시간을 보내도 된다는 것처럼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설마 진짜 아디나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일까?

다른 길드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에서는 보기 힘드니까 이쪽으로 불러오려고?

“ ...목적이 뭐야. “

“ 후후. 글쎄. 내 가족들이 하고파 하는 일을 도와줄 뿐이다. 그들은 내가 아니기에 무슨 목적이 있는지는 모르지. 하지만. 레베른인 이상 모두를 위한 것임은 분명하겠지. 그뿐이야. “

이어서 크릭은 잘려나간 손을 하늘로 내뻗자 우주에 자신만의 에테르 영역이 펼쳐지고

마치 벼락이 떨어지듯 크릭의 잘려나간 팔 위로 떨어져 새로운 손이 생겨났다.

그 에테르의 영역은 자연스레 아리나의 영역을 순식간에 밀어냈다.

“ ...이런.. 카린. “

“ 으.. 으응..? “

“ 뒤로 물러나. 아니. 지하로 내려가. 너가 할 일. 알겠지? “

카린이 할 일..

저번처럼 함선에서 공격당했을 때 함선이 부서져 버리는 것을 대비한 비상 탈출용 작전을 말하는 거겠지.

너무나도 심심한 항해 동안 그 비상 탈출 방침을 스무 개 넘게 만들었지만

카린이 다 외우지 못해서 줄이고 줄이고 또 줄여 세 단계로 나눠 만들었으며

아리나는 가장 첫 번째 작전을 원했지만

카린은 크릭 레베른을 보자마자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 펼치는 세 번째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곧바로 날개를 펼쳐 지하에 있는 자신의 공방으로 향했다.

라티안. 춘향. 아리나. 미야. 레오네라.

5대1이지만 크릭 레베른이 뿜어내는 기운은 고작 5대1로 만드는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상대의 에테르는 마나에게 사랑받는 마나가 에테르가 된 것으로

우리의 공격 따위는 순식간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되돌릴 수 있겠지.

그렇게 균열이 열리는 그 순간 쏟아낸 번개도 자신의 마나로 만들어 다시 쏘아냈던 것이다.

“ 갈게 아리나. “

“ 제가 먼저 할게요. “

“ 비켜라. 내가 상대하지. “

라티안도, 미야도, 레오네라도 서로 자기가 먼저 나서겠다는 듯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앞으로 걸어간다.

참.. 든든하다.

레이브만큼이나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모르는 상대로 죽으면 살아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주는 동료들이 있다.

“ 뭘 그리 뿌듯해해? 지들이 신나서 죽으러 간다는데. 어휴 증말... 뒤처리는 또 내 담당인 거잖아? “

춘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연스레 아리나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든다.

이렇든 저렇든..

우리는 고작 다섯 명.

지금의 전투에서 가장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검은 마나를 지닌 춘향이겠지.

-파직.

“ 그럼 가자. 티아트. “

한순간에 아리나의 손에서부터 뻗어 나온 전류가 함선이 만들어낸 공기층 사이에서 하나로 뭉쳐 거대한 한 마리의 용을 만들고 함선이 부서지든 말든 아리나를 수호하는 형태로 내려앉는다.

-콰콰쾅!!!!!!!!

물론.. 티아트는 크릭을 상대할 수 없다.

분명 아까처럼 뺏겨버리고 말겠지.

그렇기에 아리나가 상대할 것은 크릭이 만들어낸 저 에테르 늑대들이다.





작가의말

모두를 위한 세상.

모두를 생각하는 세상.

단 한사람도 놓치지 않고 함께가는 세상!

깨끗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 크릭 레베른에게 소중한 한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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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 533. 기다렸던 호위 24.04.25 18 0 14쪽
541 532. 위험한 작전 24.04.24 17 0 13쪽
540 531. 돌아갈 집 24.04.23 12 0 14쪽
539 530. 숨은 아디나 찾기 24.04.22 13 0 14쪽
538 529. 놓쳐버린 손 24.04.21 12 0 13쪽
537 528. 체스판 위의 폰 24.04.20 13 0 14쪽
536 527. 피폐한 전장 속 마지막 희망 24.04.19 11 0 13쪽
535 526. 자리의 무게 24.04.18 9 0 17쪽
534 525. 승부는 다음으로 24.04.17 10 0 13쪽
533 524. 의외의 지원 24.04.16 8 0 14쪽
532 523. 춘향 찾기 24.04.15 7 0 15쪽
531 522. 협상 결렬 24.04.14 10 0 13쪽
530 521. 의심하라 24.04.13 8 0 12쪽
529 520. 몰래 온 손님 24.04.12 6 0 12쪽
528 519. 후퇴 24.04.11 12 0 14쪽
527 518. 예상하지 못한 숨겨둔 카드 24.04.10 10 0 13쪽
526 517. 무슨 수를 써서라도 24.04.09 8 0 14쪽
525 516. 표적이 된 이유 24.04.08 9 0 14쪽
524 515. 전면전 24.04.07 10 0 13쪽
523 514. 전쟁의 시작 24.04.06 11 0 15쪽
522 513. 오직 눈앞의 전투에만 24.04.05 14 0 13쪽
521 512. 감당하지 못할 만한 선택 24.04.04 13 0 14쪽
520 511. 압도적인 힘 24.04.03 18 0 14쪽
» 510. 축복 속의 저주 24.04.02 17 0 12쪽
518 509. 대담한 기습 24.04.01 22 0 12쪽
517 508. 생각 정리 24.03.31 23 0 16쪽
516 507. 우리의 문제 24.03.30 27 0 14쪽
515 506. 알던 레베른과는 다른 레베른 24.03.29 26 0 13쪽
514 505. 영원히 따르겠습니다 24.03.28 27 0 13쪽
513 504. 레베른의 공격 24.03.27 3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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