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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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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8 19: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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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글자수 :
3,689,674

작성
24.07.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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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85. 우주 해적

DUMMY





“ 어? 야. 저 별 왠지 안 움직이는 거 같은데 착각 아니지? “


라티안이 또 호들갑 대면서 피렌을 부른다.

그러나 충분히 호들갑 댈 만했달까.

피렌이 보기에도 우주선이라고 했던 별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듯했다.


“ ..일단 지켜보자. 거리는 충분하잖아. “





“ 피렌! 피렌!! 아무래도 이상해..! 저거 봐! 쟤네 왠지 우리 쳐다보고 있는 것 같지 않아?! “


...며칠 전에는 라티안이 그러더니 이젠 카린이 팔에 달라붙으며 말한다.


“ 그.. 그그.. 그.. 그.. 그래.. 어. 어어. 응. 그러니 이거 좀 놔줄래? “


솔직히.. 이쪽을 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니. 이건 그냥 카린이 멋대로 하는 말이 분명하다.

이 녀석은 원래 겁이 많아 항상 과장해서 말하니까.


...근데..

카린이 눈이 좋긴 하잖아?

...그렇다고 저 별이 보이나?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 피렌님. 저 별.. 수상하지 않나요? 저것도. 저것도요. “


미야까지 이렇게 말하면... 무시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왜 있잖은가.

춘향이 있어 보이는 지식을 뽐내겠답시고 말하며 앨리스가 사자성어라는 이름으로 말해줬던 것 중에도

‘ 3명이 모이면 호랑이 하나를 만든다 ‘ 는 말도 있었다.


라티안, 카린, 미야까지 모였으니

호랑이 하나는 만들어진 셈이다.


“ 아리나. 혹시 모르니 항해를 조금 멈출까? “

“ 응? 음.. 피렌 너도 신경 쓰일 정도구나? “


아직 우주선의 형태가 보이는 수준으로 가까운 것도 아니고

이제부터 전속력으로 달려도 한 달은 걸릴만한 위치에 있는데도 이렇게 말하게 된 거라면..

확실히 신경 쓰인다고 볼 수밖에 없겠지.


“ 그렇게 돼버렸어. “

“ 그건 뭔 뜻이람? “

“ 몰라. 신경 쓰이지는 않았는데. 세 명이 호랑이를 만들어 와서. “

“ ...? “

“ 그런 게 있어. 어떻게 할래? “


요즘 피렌도 조금 이상하지 않나 생각하며 아리나는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사실 이대로 쭉 나아가도 상관없을 것이며

저들이 우리를 신경 쓸 확률도 극도로 낮지만...

...

가족들이 가진 미세한 불안감은 확실하게 지우고 가는 편이 좋겠지.


“ 일주일만 여기서 정박하자. “





굉장히 지루했던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항해를 시작한다.


하지만..

라티안과 카린, 미야가 수상하게 여겼던 별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빛나는 느낌이랄까.


“ 저거 진짜 우주선 맞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데? “

“ 이야~ 라티안 많이 컸는데~ 베리슈를 의심하다니 말이야! “

“ 우주선이군.. “


물론 춘향도 장난스럽게 받아치기는 했지만, 수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보통 무언가가 항상 움직이는 물체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건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비어있는 우주선일 경우.


갑작스레 닥친 마나의 폭풍에 의해, 혹은 그 후유증으로 검은 마나에 잠식당한 사람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전부 죽여버렸거나


혹은 마나를 가진 자들이 우주에서 전쟁을 벌이고 패자들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우주선이 멈춰있는 상태로 진행되지 않는 이상 일정한 속도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는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


그러니까.. 저들도 은하의 중심부를 향해 가고 있는 경우다.


현재 은하의 중심부에는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최초의 신이 있을 수도 있고

미지의 자원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저 아무것도 몰라서 탐사를 위해 움직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괜찮아도..

나중에 만나게 되면 골치 아픈데..



세 번째로는

저들이 우리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마나라는 힘을 받아들이고.

그 강력한 힘으로 언어도 통하지 않는 야생동물인 외계인들을 죽이고 빼앗는다.

그러한 목적으로 우리에게도 접근하고 있기에 정면에서 보았을 땐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어느 쪽이 정답일지는 모르지만..

나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저들과 언젠간 부딪친다는 건 확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 어느 쪽으로 가는 걸까? 우리랑 같은 은하의 중심부? 아니면 우리? 어느 쪽이든 후딱 만나서 처리하면 좋을 텐데! “

“ ...춘향.. 네 머릿속엔 대체 무슨 생각인지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 “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라티안으로서는 춘향의 머릿속이 도저히 이해 가지 않았다.


미야가 들었다면 이해하지 말라고 할 것 같은..

아니 춘향이니까 이해하라고 하려나..?

...

미야도 뭐라고 할지 모르겠네.


“ 아리나는 어떻게 하려나..? “


직접 가서 물어볼까 싶지만..

아마 지금쯤이면 한참 피렌과 함께 상의 중이겠지.


라티안은 그 상의의 결과만 들으면 된다.

그동안..

옆에 있는 춘향을 묶어놓는 막중한 임무를 진행하면 되겠지.


“ 어?! 쟤 움직인 것 같지 않아?! “

“ 응?! 어디?! “

“ 뻥이야~ “


..회의를 방해하지 않게 묶어두기만 하면..

되겠지..

응..



베리슈가 만들어준 은하의 지도와 실제 우주를 겹쳐보며 달라진 점을 체크한다.


우주는 매우 넓기에 우주 지도를 갱신하는 데 있어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지난 뒤에나 바꿔도 변하는 부분이 별로 없었지만..


우주선이 등장했을 때는 다르다.


거의 1시간마다 지도를 갱신하며 우주선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 ..제발 우리랑 싸우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


알파 은하에 막 들어온 시점이라면 최대한 피해서 멀리 돌아가겠지만

이제는 피렌도, 아리나도 어떤 식으로 움직이든 그것이 원래 정해진 과거의 흐름 그대로이며

마나가 퍼진 이 은하에서는 우리가 죽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싸워야 한다면..

싸워도 되겠지.

싸울 수밖에 없겠지.


가능하면 죽이고 싶지 않다.

내버려 두고 싶다.

우리도 위험해지는 건 사양이다.


하지만..


저들은 분명 ‘ 길드 ‘ 라는 이름으로 뭉친 집단이 아닐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우주에 돌아다니는 우주 해적들이다.


그들은 마나라는 힘에 취해있는 어린아이들일 뿐인 만큼...

멋대로 힘을 휘둘러 공격해올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 다들 훈련을 최소한으로 진행하고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게끔 지시할게. 혹시 모르잖아? “


왠지 그 말이 조금 든든하게 느껴진달까.


아마 피렌뿐만 아니라 모두의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 부탁할게 피렌. “







“ 쓰으으으읍... 하아아아아아.... “


온몸에 녹아드는 마나의 기운.


전쟁으로 지친 몸에 스며드는 마나가 온몸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대체 이 힘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태어나기 전부터 이 힘을 사용해왔었으며

이 마나라는 힘은 그렇게 오래된 힘이 아니었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발견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 이번 마나는... 상쾌한 느낌이 드는데...? 그렇지 않아? 크릭. “


옆에서 자신의 동료이자 영원한 파트너인 알론이 마나를 흡수하며 기분 좋은 듯이 웃는다.


크릭은 그런 알론의 얼굴을 보고 재밌다는 듯 붉은 날개를 펄럭였다.


“ 그래. 찢어진 상처도 전부 아무는 느낌이야... 후우... “

“ 큭큭.. 정말 대단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거지? 사람을 죽여서 나오는 마나를 잡아먹는다니 말이야. “


우연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겠지.


우리를 공격한 이 해적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시체가 마나로 바뀌는 것과 동시에 ‘ 왠지 저 마나를 내 것으로 흡수하면 좋지 않을까? ‘ 라는 의문 하나가 이렇게까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줄 몰랐다.


순간 내면으로 다른 마나가 들어와 서로 혼란을 일으켜 잠깐의 현기증을 겪고 나면..

온몸이 자신의 마나로 바뀌면서 시원하고 개운하다 못해 완벽한 몸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마나를 먹을수록 점점 잠을 자지 않아도 되고

음식은 이미 먹지 않은 지도 오래다.


물론..

죽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죽은 사람들의 빈자리는 다른 행성에서 우리와 뜻을 함께할 사람들을 선별하면 그만이다.


“ 테비. 다른 곳들의 상황은 어떻지? “


테비라고 불린 여자가 마나를 있는 힘껏 빨아들이다 눈을 껌뻑이더니 우주를 바라본다.


특유의 뿔 한 쌍이 약간 빛나는 느낌과 함께 여러 우주선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 ..괜찮아. 피해는 다수 있지만.. 응. 우리의 승리야. “


테비의 승리 선언에

이 우주선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그리고 승리의 마나를 더욱 많이 들이킨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은 수의 인원도 아닌 우리들이 전쟁에서 승리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의 전적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 58대의 우주선 중에 12대가 부서졌어. 하지만.. 상대의 전력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과야. 잘 해냈네 크릭. “

“ 크으~!~!~! 더 시원하구만!! 이게 다 크릭 너 덕분이야! “


모두가 크릭을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죽어버린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금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부 크릭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무방하리라.


“ ...난 별로 한 게 없어. 너희가 다 한 거지. “


크릭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자신은 오직 상대의 마나가 요동치는 힘 그 자체를 억눌러 주변의 사물에 봉인했을 뿐이다.


죽인 건..

다른 사람들이다.


“ 너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우리의 리더잖아? “

“ 리더로서는 행동해. 하지만 너희들의 노력을 내 능력으로 뒤덮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


크릭의 동료들은.. 항상 우리 덕분이라고 말해주는 이 착해빠진 녀석이 참 좋다고 느껴진다.


“ ...크릭. 곧바로 전투할 수 있어..? “


테비의 차분한 목소리가 승리의 축배를 들던 사람들 틈으로 들려오고

모두가 순간 조용해진다.


아무리 마나가 있어서 힘이 넘쳐도..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언제든 미지의 힘에 죽을 수 있으며

미지의 힘으로 상대를 지배할 수도 있다.


그 반대의 상황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테비의 한 마디는 모두에게 불어온 시원한 파도를 뜨거운 태양 빛으로 증발시켜버리기에 충분했다.


“ ...우리를 노리고 오는 건가? “


다 말라비틀어진 땅에 당당히 발자국을 새기는 크릭을 향해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바닷물을 다 말라비틀어지게 한 태양 빛은 사실 생명을 꽃피우는 햇살이라는 것처럼 아주 예쁘게 미소지었다.


“ 괜찮아.. 우리가 사냥꾼 쪽이야. “


“ 으아~! 긴장했잖아 테비!! “

“ 정말.. 저 녀석 말투가 너무 차분해서 문제라니깐. 크하하! 먹자고! “


모두가 다시 마나를 먹기 시작하고

다시 기분 좋은 파도가 이 땅에 파도치기 시작한다.


마나의 공기가 한층 가벼워지며

크릭은 그 가벼운 공기 사이를 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테비를 바라보았다.


“ 상대는? “

“ ...우주선 한 대.. “


한 대.


우리는 58.. 아니... 46대가 남아있다.


단순히 숫자로만 봐도 우리가 압도적인 숫자다.

그러나 손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마나가 퍼져있는 이 우주에 고작 한 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런데도 한 대의 우주선으로 돌아다닌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 있는 게 아니겠는가.


한 대의 우주선만으로도 수백 대의 우주선만큼이나 힘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크릭은 혹시나 싶어 물어본다.


“ 우주선이 그렇게나 거대한가? “


테비가 자신의 마나로 연결한 다른 우주선의 사람들과 잠시 대화를 하더니 고개를 기울인다.


“ ...조금 크기는 해도... 상대할 만한 수준이야... 적당한 느낌..? ...잘 모르겠어.. “


한 대뿐이라지만..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건가.


얼마나 차이가 나면 그러는 걸까.


“ ...마나량은? “

“ 정신 나간 수준이야. “


평소와는 다른 확실한 말투에 살짝 당황했지만.

그만큼... 엄청나다는 거겠지.


“ ...어떻게 할래..? “


사실.

답은 정해진 것이 아니겠는가.


거대한 우주선이면 몰라도

적당한 수준의 우주선이라면...


46대의 우주선에서 쏜 공격으로 한 번에 부숴버리면 그만이다.


부수지 못해도 다 같이 달려들어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그마저도 힘들다 해도 어차피 마나라면... 크릭의 힘으로 전부 무효화시킬 수 있다.


“ 전부 전투 준비해라. 은하의 중심부로 가기 전. 마지막 식사다. “






작가의말

마나가 그렇게 맛있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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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5. 우주 해적 24.07.05 6 0 13쪽
594 584. 마나가 흐르게된 은하 24.07.04 8 0 13쪽
593 583.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첫 번째 파도 24.07.03 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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