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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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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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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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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용을 끌어내리다(11)

DUMMY

흑살대.


살문의 주 전투 부대 중 하나였으며, 숨 쉬듯이 인간을 죽이는 살인귀들이다.


그들의 악명은 정사대전에서도 자자했다.

하지만 지금 흑살대의 모습을 보면 일반인과 같은 평범한 외간을 가졌다.

백성들이 입는 옷까지 걸치고 있으니, 오히려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것이 흑살대의 작전 중 하나였다.


그들은 전투가 시작될 때 살인귀가 된다.

평범함이라는 감투 아래에서 몸을 숨기고, 목표물이 나타나면 그 즉시 살인귀로 돌변한다.

그전에는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백성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대주님."


흑색 두건을 두른 흑살대의 부대주가 대주에게 다가갔다.

대주는 귀기 어린 시선으로 부대주를 바라봤다.


"목표물이 영역에 접근했습니다."

"단 두 명뿐인가?"

"그렇습니다."

"···단단히 얕잡아 보였나 보군."


흑살대주는 잔뜩 코웃음치며 비웃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여기서 놈들이 죽는 걸 기다린다."


물론 경지는 높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살문의 살수들은 강자의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더구나 놈들은 고작 무림 초출 애송이들이다.

아직 세상 밖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범의 새끼였다.


흑살대의 전력은 막강하다.


아직 흑살대가 전부 나선 건 아니었지만, 흑살대주는 놈들이 죽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흑살대주가 속으로 살심을 억누르고 있을 때.


"대주님, 문제가 생긴 거 같습니다."


대원 한 명이 굳은 얼굴로 달려왔다.

경공이 얼마나 은밀한지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뭐지?"

"동태를 살피던 3조와 완전히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남긴 표식은?"


살문은 긴급 상황에서만 쓰는 표식이 부대마다 존재했다.

당연히 평범한 이들이 보지 못하도록 은밀히 표식을 남기곤 했다.


"전혀 없었습니다."


흑살대주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흑살대의 실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이유가 무엇일까?


'반응할 새도 없이 제압당했거나···.'


표식을 남길 여유조차 없이 도주해야 했거나.


어느 쪽이 되었든 둘 다 문제였다.


"···귀혈검대와 합류한다."


흑살대주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바로 결단을 내렸다.


"존명."


명령이 떨어지자, 흑살대원들이 빠르게 채비를 갖췄다.

그렇게 모든 짐 정리를 마치려던 그때.


"이런 구석진 곳에 잘도 숨어있었군."

"······!"


흑살대 전원이 몸이 굳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빠르게 되찾곤,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사지 한복판에 홀로 찾아오다니.’

‘어떻게 이곳을 발견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일제히 무현에게 달려들려던 찰나.


"이들이 살문의 흑살대군요."


뒤편에서 들려오는 맑고 청량한 목소리.

흑살대주는 온몸에 소름이 쫙-돋았다.


'대체 언제···!'


무림 초출이라고 생각했건만, 이건 예상을 아득히 넘어섰다.

어느 순간 위협을 느낀 흑살대원들의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애송이의 탈을 쓴 괴물들이 움직였다.


등불 몇 개만이 공존하는 지하에서 아득한 창궁의 검화(劍花)가 피어올랐다.


***


"피해는?"

"···흑살대는 전멸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흑의를 갖춰 입은 중년인.

평범한 인상이지만, 그의 앞에 선 기골이 장대한 살수는 식은땀을 잔뜩 훔치며 중년인의 앞에 부복하고 있었다.


"귀혈검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홍귀대도···."

"창귀대도···."


살문의 전투 부대가 쓸려나갔다.

그것도 불과 세 시진이 채 되지 않아서.

살문의 문주 갈비량은 심기가 잔뜩 불편했다.


"···남은 놈들에게 연락하라. 일을 앞당겨야겠다."

"존명."


흑의의 무인이 사라지자, 갈비량은 관자놀이를 손으로 연신 눌러댔다.


‘일이 틀어져 버렸군···.’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살문의 정예라 할 수 있는 부대를 잃어버린 상황.


더구나 그의 앞길을 막는 존재가 있었으니.


‘뇌제······.’


남궁혁이라는 존재는 갈비량에게 있어서 결코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이나 다름없었다.

같은 상천십삼좌해도, 그 차이는 어마무시하다.

갈비량이 전력을 다해도, 남궁혁의 털끝도 스칠 수 없으리라.


'하지만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제갈세가의 천라지망은 분명 대단하다.

10년 전 정사대전에서 사도천이 천라지망에 당해 수많은 무인들을 잃지 않았던가.

하지만 제갈세가는 자신들로 인해 상당수의 진법가를 잃은 상황.

때문에, 전과 같은 전략을 펼치기란 요원할 것이다.


'여전히 강력하겠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그 틈을 비집고 자신만이라도 홀로 탈출할 수 있으리랴.


살문?

그런 건 언제든지 다시 세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들어간 자금과 시간이 아깝긴 하지만, 대업을 위해서라면 그까짓 것 여러 번도 감수할 수 있었다.


"음살대주."


갈비량이 호명하자, 어둠 속에서 얼굴에 붕대를 잔뜩 두른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현재 남은 부대는?"

"음살대와 음귀대. 그리고 수라대가 아직 남았습니다."

"그들을 전부 불러 모으거라."

"어찌하시겠습니까?"


갈비량이 귀기어린 눈동자를 굴리며 답했다.


"이대로 천라지망을 뚫겠다."

"장강수로채와 합류하실 겁니까?"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겠지."

"뇌제가 있습니다."

"그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너희는 천라지망만 뚫으면 된다."

"···존명."


음살대주가 사라지자, 갈비량이 한숨을 내쉬었다.


많은 피해가 발생할 거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살아남을 거란 확신도 없었다.


"이참에 그 두 애송이 놈들을 사로잡아야겠군."


남궁무애와 무현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


천라지망을 뚫고 탈출할 수만 있다면, 최악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 납치하는 선에서 끝낸다.

일단 현 상황만 모면한다면 다시 재기할 수 있다.


"남궁무애라고 했나. 뭐, 잘만 해서 인질로 삼아 뇌제 놈을 붙잡을 수 있겠지. 그리고 무현? 이놈은 대체 정체가 뭐지?"


보고서에 적힌 무현의 정보는 극히 적었다.

그마저도 최신 정보가 무림대전일 뿐.

그 뒤로 이렇다 할 행보가 아무것도 없었다.


"이놈은 대체 뭐지···? 살문의 정보망에도 걸려들지 않았다고?"


살문의 정보력은 사도천 내에서도 제일로 평가된다.

그런 살문의 정보망에도, 무현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마치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져 내린 것처럼.


"···불길하군."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자꾸만 뇌리를 스쳐 간다.

살수로서의 감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현 상황이 자꾸 갈비량의 뇌리에 경종을 마구 두들기고 있었다.


갈비량은 애써 불안감을 떨쳐내며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남은 이들을 모조리 불러와라."


지금은 현 상황에 집중해야 할 때.


갈비량은 대주들을 소집해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머리를 바쁘게 굴렸다.


***


무현은 생포한 살수들을 잡아 심문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정보는 얻어 내지 못했다.

과연 살수답게 고문에 대한 훈련도 착실히 받은 모양.


무현과 남궁무애가 갈대밭을 빙빙돌며 살문의 살수들을 학살하고 있을 때.


"무현."


이때, 주변을 탐망하러 간 남궁무애가 돌아왔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뭐라고 발견했어?"

"···이걸 한번 보세요.”


남궁무애는 살수의 수급을 무현에게 건넸다.

헌데, 살수들의 얼굴들이 하나같이···.


‘···코가 전부 베였다.’


무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살수들의 수급을 낱낱이 쳐다봤다.


“···일단 나중에 따로 알아보자고.”


지금은 눈앞의 상황에 신경 써야 할 때.

무현은 살수의 수급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정보는요?”

“정예라 그런지, 입 한번 뻥긋도 하지 않더군.”


무현은 죽은 살수의 시신을 뒤로 물리고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병력을 뒤로 빼둔 거 같네.”

“후퇴라도 할 심상인가요?”


무현은 고개를 저었다.


"차륜전이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거지."

"살수들을 모조리 불러 모으면서까지 해야 할 일이 뭘까요?"

"인질이겠지."

"인질이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닫기 얼마 지나지 않았다.


"···천라지망을 뚫기 위해서군요."

"살문이 작심하고 덤벼들어도, 뇌제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무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리고 장강수로채하고 합류하겠지."

"장강수로채라면?"

"창왕 양진태. 그놈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있어."

"···사파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겠군요."

"물론 살문이 천라지망을 뚫었을 때 이야기겠지."

"하지만 살수들이 지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는 건···."

"그대로 밀고 들어가겠지."

"수들을 전부 희생시킨다고요?"

"놈은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니까."


살문주는 살문의 주인이다.

살문주의 입장에서 살수는 소모품이었다.

언제든지 희생시킬 수 있는 장기말과도 같은 존재.


"···그렇군요."


남궁무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살문주가 무슨 속셈인지 알아챈 것이다.


"이대로 가면 전 인질이 되겠군요."


남궁무애는 강하다.

무림대전의 일로 각성한 그녀는 일반적인 무인과 차원을 달리하는 강함을 손에 넣었다.

현재 무림에서 그녀와 일대일로 맞붙을 수 있는 강자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상천십삼좌.

비록 말단 중의 말단이지만, 현재의 남궁무애가 상대할 수 없는 강자 중의 강자였다.


"···저는 항상 짐만 되네요."


혼자서 날뛰어봤자, 넘볼 수 없는 벽을 두고 날뛰는 꼴이라니.


스스로 한심해 견딜 수 없었다.


"대성하지 못한 초짜가 이 정도로 큰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본래라면 이미 비명횡사하거나 어디 구석진 곳에 숨어서 복날 개처럼 덜덜 떨고 있는 게 정상이지."


무현은 웃으면서 남궁무애를 위로했다.


"그래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건 여전하지만."


무현의 시선은 갈대밭의 중심지로 향하고 있었다.


“이대로 누군가 한 명이 시간을 끌어야 천라지망을 펼칠 수 있겠지.”

“······.”


무현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은 남궁무애가 다급히 말했다.


"···그럴 수 없어요.”

“···후우.”


무현은 잠시 머뭇거리곤, 이내 처음으로 그녀를 다르게 불렀다.


“제자야.”

"······예."

“넌 충분히 잘했어. 아니, 차고 넘치고도 남았지. 너처럼 이렇게까지 목숨을 걸고 나선 이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몇 없었다.”

"······.”

“그러니까 가. 여긴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괜히 스승 속 썩이지 말고.”


무현은 그녀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미소지었다.


‘대체···왜···.’


스승이건만.

오랜만에 본 스승이건만.

그는 자신을 두고 사지로 걸어가려 했다.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었다.

그 마음이 남궁무애의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무림을 호령하는 강자들이 수두룩하거늘.


자신이 이렇게 나약하니 앞으로 그를 볼 면목이 없었다.


홀로 외로운 길을 걷는 사내의 모습에 남궁무애의 가슴이 쓰라렸다.


“한 가지만 약속해주세요.”

“뭔데?”


남궁무애는 울먹이려던 감정을 애써 누르며 말문을 이었다.


“···살아 돌아온다고 약속할 수 있어요?”

“···그래.”


무현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반드시 살아 돌아오마.”


***


"···갔나."


이제는 완전히 점이 되어 사라진 남궁무애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으로 들인 제자다.


전생에서도 무현은 제자를 들이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강함에 반해 충성을 맹세한 이들만 존재했을 뿐.


무현은 늘 혼자였다.

살마가 죽고, 전광검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던 날.

무현이라는 존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자신을 따르는 성검련이 있고.

처음으로 말을 튼 남궁무애를 제자로 받아들여 가르쳤다.

마도의 길을 걷는 사내가 회귀를 통해 운명을 바꾸고 있었다.


사실 운명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남들의 미래는 얼추 알고 있으나.

정작 자신의 미래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는 것.


하지만 과거나 현재나 변하지 않은 사실도 있었다.

이미 운명은 틀어졌다는 것을.

그렇지 않았다면 마도의 길을 걸었던 사내는 이번 생에도 반복된 삶을 살게 되었을 테지.


검마에서 소검성으로.

검마는 이번 생을 통해 무엇을 깨달을까?


실타래처럼 잔뜩 꼬인 운명 속에서도.


무현은 적을 상대하기 위해 검을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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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용을 끌어내리다(12) +5 24.04.26 1,429 27 12쪽
» 용을 끌어내리다(11) +3 24.04.25 1,389 25 13쪽
67 용을 끌어내리다(10) +1 24.04.24 1,402 23 12쪽
66 용을 끌어내리다(9) +2 24.04.23 1,420 24 13쪽
65 용을 끌어내리다(8) +1 24.04.22 1,449 21 12쪽
64 용을 끌어내리다(7) +4 24.04.19 1,515 23 13쪽
63 용을 끌어내리다(6) +3 24.04.18 1,534 24 13쪽
62 용을 끌어내리다(5) +3 24.04.17 1,533 24 13쪽
61 용을 끌어내리다(4) +1 24.04.16 1,562 23 12쪽
60 용을 끌어내리다(3) +1 24.04.15 1,518 25 12쪽
59 용을 끌어내리다(2) +1 24.04.12 1,656 27 13쪽
58 용을 끌어내리다(1) +1 24.04.11 1,722 30 13쪽
57 지부 소탕(3) +2 24.04.10 1,707 27 13쪽
56 지부 소탕(2) +2 24.04.09 1,657 29 13쪽
55 지부 소탕(1) +3 24.04.08 1,743 28 12쪽
54 형산파(3) +1 24.04.05 1,746 30 12쪽
53 형산파(2) +1 24.04.04 1,674 29 14쪽
52 형산파(1) +3 24.04.03 1,812 28 13쪽
51 태동(3) +1 24.04.02 1,837 28 13쪽
50 태동(2) +2 24.04.01 1,821 29 13쪽
49 태동(1) +2 24.03.29 1,937 33 14쪽
48 무녀(2) +1 24.03.28 1,911 27 13쪽
47 무녀(1) +3 24.03.27 2,032 34 14쪽
46 귀환 +3 24.03.26 2,080 30 13쪽
45 정리 +1 24.03.25 2,043 30 13쪽
44 쥐새끼 소탕(3) +1 24.03.22 2,138 31 14쪽
43 쥐새끼 소탕(2) +1 24.03.21 2,077 28 14쪽
42 쥐새끼 소탕(1) +1 24.03.20 2,190 35 14쪽
41 청룡상단(3) +1 24.03.19 2,186 32 14쪽
40 청룡상단(2) +3 24.03.18 2,172 3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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