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6.14 20: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216,017
추천수 :
3,198
글자수 :
615,038

작성
24.04.10 20:10
조회
1,800
추천
28
글자
13쪽

지부 소탕(3)

DUMMY

"요즘 무림의 분위기가 뒤숭숭하구먼."

"그러게나 말일세. 정파인 척하면서 중원에 숨어있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라면서?"

"이러다 10년 전의 악몽이 다시 한번 벌어지는 건 아니련지..."


형산의 사건 이후로 무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사도천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사도천이 중원을 휩쓴 폐해가 아직도 중원 곳곳에 남아있을 정도였으니.


"그 마두들이 다시 한번 중원을 침공한다니···."

"말세로구나! 대체 무림맹은 뭐 하고 있단 말인가!"


특히나 과거의 참사를 두 눈으로 보고 겪어온 노인들이야말로 그들의 무서움을 익히 알고 있었다.


"하기야 소위 정파라고 하는 무인들도 수틀리면 검을 뽑으니···."


누군가의 말에 일대가 침묵이 내려앉았다.

중원에 널린 게 무림인이다.

사파의 마두들은 간간이 나타나지만, 정파인들과는 자주 마주했다.

솔직히 말해서 사파의 마두들과 직접 마주한 경험이 있는 백성의 수는 적었다.


하지만 정파인라곤 그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며, 행여나 실수라도 했다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별의별 짓거리를 해야만 했다.

백성들에게 있어서 사파나 정파나 같은 재앙으로 다가왔다.


"내 들어보니 형산뿐만 아니라 호남 전역에 사파의 간자들이 속출했다고 하더군. 이 중엔 자네들도 들어봤을 소양세가도 있었네."

"그러고 보니, 형산파도 놈들에게···."

"빌어먹을, 대체 중원을 이렇게까지 말아먹은 황제는 대체 뭘 하고 있단 말인가."


노인의 발언에 모두가 깜짝 놀란다.

무림사를 떠나서 황실의 주인을 욕보이는 행위는 삼족을 멸해도 남을 정도였다.

그런 말을 하다가 황실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우리 같은 백성들만 피해를 보고, 자칭 정파인이라는 작자들은···."

"우리가 왜 그들에게 보호세를 내야 한단 말인가?"


그러다 이제는 정파 무림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말은 틀린 점은 없었다.

깊이 따지고 들어가면, 무림인은 그들의 입장에선 무뢰배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도가나 불가의 문파는 과거 현 왕조가 들어설 시기에, 황제로부터 은혜를 받아 특권이 쥐어진 것이나, 그 외에는 대부분 황실의 허가를 받지 않은 조직들이었다.

명문정파의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한들, 황실의 입장에선 그저 특권층 세력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황실이 지금까지 무림을 내버려둔 이유는 간단했다.

황제의 힘이 막강하다고 해도, 중원 전체에 영향을 뻗치기엔 부족했기 때문이다.

해서 황실은 무림관무불가침(武林官務不可侵)이라는 조약을 맺는 것으로 합의를 본 것이고, 현재까지 그 조약은 이어져 오고 있던 것이다.

무림의 일은 무인들이 해결하고, 그 외에는 전부 관부가 담당한다. 라는 조약.

그나마 자칭 정파인들이 세운 무림맹이 있다곤 하지만, 그들은 백성들에게 한 가지를 요구했다.


바로 보호세다.

현이나, 성을 대표하는 문파와 세가는 자신의 영역에 사는 백성들을 보호해 주는 조건으로 그들로부터 보호세를 받고 있었다.

문제는 보호세라는 것이 문파와 세가의 마음대로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세금으로 대부분의 돈을 납세해야 했던 이들이었기에, 보호세까지 내야 하니 백성들은 거듭된 궁핌된 삶에 지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문제가 악순환되어 세금과 보호세를 못 내는 토착민들은 결국 살던 고향을 떠나 떠돌게 되고, 이들 가운데 산적이 되거나 화전민이 되어 평생토록 숨어 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자네 옆집 나우객잔의 객잔주 소식 들었나?"

"그자가 왜? 무슨 일이 있었나?"

"알고 보니 객잔주가 하오문의 간자였다더군. 내 어제 새벽에 무림맹의 군사들이 객잔주를 잡아가는 것을 들었네."

"그게 정말인가?"

"그러고 보니 건너편 포목점 주인장도 사도천의 간자였다지?"

"내 이웃사촌도···."

"옆집 철수도···."


가깝게 지낸 이웃부터, 친인척까지.

민중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져만 갔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 의심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눈앞에 보이는 이웃이 정녕 자신들이 아는 이웃이 맞는지.

혹은 저들도 사도천의 간자가 아닌지.


의심은 알게 모르게 번져나갔고, 전염병처럼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


"우려했던 사태가 터졌군."


성검련 호남 지부.


호남 곳곳에서 몰려오는 정보의 파도 속에서, 한 여인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인은 성검련 호남 지부 소속 지부장으로, 과거 일 총관이 아끼는 기녀 중 하나였다.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숫자라니···."

"설마 호남의 8할이 사도천에 침식되었을 줄 몰랐습니다."

"련주께서 미리 언질 주시지 않았으면, 저희도 크게 당할 뻔했습니다."


그 말대로 호남 지부장은 하마터면 곤란해 처할 뻔했다.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속도로 호남에 숨은 간자들이 속출되기 시작하자, 밀려오는 정보의 파도 속에서 하마터면 쓸려나갈 뻔했다.

다행히 무현이 미리 언질을 주어 알짜배기 정보들로만 골라주어 그나마 다행이었지, 만약 아무런 대비조차 하지 않았으면 호남 지부는 한동안 정보를 검증하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했을 것이다.


"련주께선 어디 계시지?"

"조금 전 남은 간자들을 죽이러 가신다고 이미 나가셨습니다."

"하아···."


자신의 주군이 유능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너무 유능해서 문제였다.


'차라리 인력이라도 보충해 주시던지!'


호남 지부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자금은 넉넉하여 큰 문제는 없었지만, 문제는 사람이 부족했다.


"인력 보충 이야기는 아직 안 나왔나?"

"필요 인력의 교육까지 아직 남았다고···."

"아, 시발."


지부장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오자, 모두 움찔거렸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잦은 업무와 야근에 지부장은 한층 예민해져 있었다.

여기서 대답 잘못했다간 함께 덤터기 씌울 수도 있었다.


"어디서 유능한 인재 한 명 굴러들어 왔으면 좋겠네."

"동감입니다."

"지부장님, 저희 이러다 과로로 죽는 거 아니겠죠?"


수하들의 걱정 어린 말에도, 지부장은 쉽게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나도 모르겠구나. 지부에 사람이 들어오기를 열심히 기도해야겠지.”


다시 업무로 돌아와서.


"흔적은 모두 지웠지?"

"말끔히 지웠습니다. 혹여나 들킬 것을 대비해서 점조직을 시켜놓았습니다."

"뒤처리가 깔끔해야 뒤탈이 없어. 몇 번이고 확인해."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지."


지부장은 서류를 넘기며 빠르게 훑었다.


"무림맹의 반응은 어떻지?"

"호남 지부는 거의 마비 상태입니다. 형산 지부로 가는 전서구가 백후로 인해 대부분 소실되어 정보의 교류조차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본산 상황은?"

"소극적입니다."

"내부에서 직접적인 통제가 이뤄진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하가 말을 덧붙였다.


"무림맹 내부로 들어오는 정보를 쥐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면···."

"적어도 무림맹의 수뇌부, 그중에서도 권력 구도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자."

"···무림맹주군요."


수하의 말에 지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맹주뿐만이 아닐 겁니다."

"무림맹의 수장이라고 해도, 정보를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필시 누군가가 개입한 것입니다."

"조력자가 있겠지."

"비연각과 손을 잡은 걸까요?"

"어쩌면 개방과도 손을 잡았을 수도."


개방은 십만 개방도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규모가 매우 크다.

거지는 전국 각지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개방의 영향력 역시 전국 각지에 퍼져있다.

그런 개방과 무림맹의 정보를 담당하는 비연각이 합세하면 무림맹의 수뇌부라 할지라도, 쉽사리 정보를 얻을 수 없으리라.


"한동안 지켜보기만 하라고 전해."

"나머지 인원들은 어찌할까요?"

"그들은···."


그때였다.


"지부장님···."


초췌한 목소리의 사내가 서류를 등에 짊어지며 오고 있었다.


"···또?"

"···네. 이번에는 호남 남부 지역이라 합니다."

"하아···."


눈앞의 다가오는 서류의 산더미가 싫어 온몸을 부르르 떠는 지부장.


"···한동안 야근 확정이구나."


이제는 해탈의 지경에 이른 지부장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


호남 남부 지역을 완전히 정리한 무현은 생생한 삶의 현장을 접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군.'


사도천의 간자가 호남 전역에 속출된 이후, 민중들의 시선에는 불신이 한가득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혹여나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 친인척이 사도천이 심은 간자일지 알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들은 계속해서 불신과 의심의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며 멀리서만 지켜보고 있었다.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

무림맹이 나태해졌을 뿐.

언젠가 밝혀질 사실을 무현이 미리 끄집어내어 밝힌 것뿐이었다.


그렇게 도시를 가로질러 대로변이 나오자, 사람들의 불신 가득한 눈빛이 한층 더 짙어졌다.

현재 무현은 삼류 낭인의 신분으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민중들의 시선에는 한낱 무뢰배로 보일 뿐이었다.


더구나 무림맹도 있었다.

한층 흉흉해진 민심을 부여잡기 위해 무림맹원들을 배치하여, 혹여나 사도천의 간자가 이곳을 지나갈 것을 염려해 근방을 감시하고 있었다.


'조용히 지나가야겠군.'


여기서 일을 벌였다간 민중에게 불신의 몰매를 맞을 수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지나가려던 찰나.


"거기, 멈춰라."


얍삽하게 생긴 무림맹원 중 하나가 무현의 어깨를 팍하고 붙잡았다.

무현은 인상을 팍 쓰고 불편한 심정을 표정에 한가득 담아 물었다.


"···무슨 일이오?"

"이곳을 지나가는 모든 무인을 검문하라는 무림맹의 지시다."

"난 이곳을 처음 온 삼류 낭인이오."

"삼류 낭인이라 할지 연정, 검문은 받아야만 한다. 잔말 말고 얌전히 검사받도록."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얌전히 검사만 받으면 되오?"

"얌전히 검사만 받으면 무사히 보내주지."

"그 말 책임질 수 있소?"

"무림맹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무림맹의 이름은 무슨.'


이젠 한 물간 구더기 소굴에 불과한 주제에.


딱 봐도 고지식함이 풀풀 묻어나는 무림맹원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한 객잔이었다.

무림맹의 지시로 한동안 객잔에서 머물고 있었던 무림맹원들은 마침 객잔 내에서 식사하고 있었다.


"연청아, 그자는 누구냐?"

"죽립을 두르고 있는 게 수상하여, 잠시 불심검문을 했습니다."

"잘했다. 세상이 흉흉하니 삼류 낭인이라고 해도 하긴 해야지."


연청이라는 자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곤, 마저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선 사내.


"이름이 무엇이냐?"

"···무현이라고하오."

"출신은?"

"감숙이오. 그곳에서 낭인으로 칼밥 좀 먹었소."

"신분을 증명할 패는?"

"여기 있소."


무현은 과거 낭인 시절의 동패를 품에서 꺼내 사내에게 내밀었다.


"흐음···진품이군."

"이제 됐소?"

"아니, 네놈이 사도천의 간자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할 것이 남았다."


사내는 히죽 웃으며 턱짓으로 수하에게 지시했다.

그러자 수하가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자세히 보니 옥으로 만든 보패였는데, 이걸로 간자를 판별하는 것 같았다.


"여기에 내공을 불어넣어라."


무림맹원의 손에는 성인 남성의 손바닥만 한 보패가 들려있었다.


"이거 상태가 영 그런데···"

"무림맹의 기술력을 얕보지 마라. 잔말 말고 여기에 내공을 불어넣도록."


강압적인 말투를 구사하는 무림맹원을 째려보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말에 따를 수밖에.


'조금만 불어넣자.'


내공을 조절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현경에 오른 이후 세밀한 내공 조절 능력은 가히 타의 추종에 불허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고작 보패에 휘둘릴 무현이 아니었다.


'후딱 해치우고 가자.'


그렇게 내공을 아주 조금만 불어넣으려던 찰나.


콰드득-!


보패에서 나오지 말았어야 할 소리가 나와버렸다.


"······!"

"어?"


예상과 달리 보패는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 부서져 버렸다.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당황한 건 무림맹원 뿐만 아니었다.

무현 역시 벙찐 얼굴로 망가진 보패만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자.


"···간자다!"

"저놈을 잡아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마전생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5 공청석유(2) +3 24.05.06 1,359 22 12쪽
74 공청석유(1) +1 24.05.03 1,517 25 12쪽
73 중독(3) +3 24.05.02 1,460 23 12쪽
72 중독(2) +3 24.05.01 1,452 24 12쪽
71 중독(1) +3 24.04.30 1,480 23 13쪽
70 용을 끌어내리다(13) +2 24.04.29 1,523 25 15쪽
69 용을 끌어내리다(12) +5 24.04.26 1,517 28 12쪽
68 용을 끌어내리다(11) +3 24.04.25 1,475 26 13쪽
67 용을 끌어내리다(10) +1 24.04.24 1,491 24 12쪽
66 용을 끌어내리다(9) +2 24.04.23 1,503 25 13쪽
65 용을 끌어내리다(8) +1 24.04.22 1,533 22 12쪽
64 용을 끌어내리다(7) +4 24.04.19 1,597 24 13쪽
63 용을 끌어내리다(6) +3 24.04.18 1,623 25 13쪽
62 용을 끌어내리다(5) +3 24.04.17 1,622 25 13쪽
61 용을 끌어내리다(4) +1 24.04.16 1,652 24 12쪽
60 용을 끌어내리다(3) +1 24.04.15 1,607 26 12쪽
59 용을 끌어내리다(2) +1 24.04.12 1,757 28 13쪽
58 용을 끌어내리다(1) +1 24.04.11 1,821 31 13쪽
» 지부 소탕(3) +2 24.04.10 1,801 28 13쪽
56 지부 소탕(2) +2 24.04.09 1,745 30 13쪽
55 지부 소탕(1) +3 24.04.08 1,831 29 12쪽
54 형산파(3) +1 24.04.05 1,837 31 12쪽
53 형산파(2) +1 24.04.04 1,759 30 14쪽
52 형산파(1) +3 24.04.03 1,903 29 13쪽
51 태동(3) +1 24.04.02 1,931 29 13쪽
50 태동(2) +2 24.04.01 1,916 30 13쪽
49 태동(1) +2 24.03.29 2,035 34 14쪽
48 무녀(2) +1 24.03.28 2,005 28 13쪽
47 무녀(1) +3 24.03.27 2,138 35 14쪽
46 귀환 +3 24.03.26 2,177 3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