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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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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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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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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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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지부 소탕(2)

DUMMY

소양세가(邵阳世家).


소양시(邵阳市)에 위치한 소양세가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세가였다.

화경의 고수이자, 과거 천화검(天火劍)이라는 별호로 널리 알려진 초대 가주의 유지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었으며, 휘하의 무인들을 삼백 명이나 되었기에 소양시에서만큼은 그들은 명문정파에 맞먹는 권세를 누리고 있었다.


거기다 그들은 선행도 많이 행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무인을 보내서 일을 해결해 주었고, 백성들을 곤란케 하는 산적들을 직접 소탕해 주었다.

백성들에게 있어서 자칭 협객이라 칭하는 명문정파의 명숙들보다 소양세가가 훨씬 뛰어난 의인이었으며 협객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


"웃기지 마시오!"

"어떻게 이들이 범죄자란 말이오?!"


소양세가의 정문 앞에서 백성들이 한데 모여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평소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무림맹 무인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소양세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활짝 열린 장원 내부에는 선혈들이 낭자했고, 심지어 피를 흘린 채 죽거나 다친 소양세가의 무인들이 있었다.

나머지 소양세가 무인들은 포박되어 무림맹에 의해 끌려가고 있었다.


"꺼져라! 죄 없는 그들을 건드리지 마라!"

"물러가라! 악적 무림맹은 물러가라!"


소양세가의 도움을 받아 구제받은 백성들이 목 놓아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도 잠시.


"조용! 이들을 옹호하는 자들은 사도천의 간자로 간주하고 같이 압송하겠다!"

"사, 사도천?"

"사도천이라고?'


백성들 사이로 웅성대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

처음엔 단순히 무림맹이 죄 없는 소양세가를 압박한 줄로만 알았던 그들은 무림맹의 입에서 사도천이 튀어나오자, 여기저기서 의문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공포의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때.


"그들이 사도천의 간자라는 증거가 있소?"


민중들 사이로 누군가가 물었다.

그러자, 멋들어진 복장을 갖춘 중년인이 나섰다.

그는 무림맹 소속 비연각의 각주 장서이였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비역각주가 직접 소양현까지 나선 것이다.


"소양세가의 가주와 식솔들, 그리고 휘하 문도들은 정파 무림의 혼선을 주기 위해 사도천에서 만든 위장 단체였소. 겉으로는 그들은 정파 무림을 집어삼키려는 위선자들이오. 당신들이 속은 것이지."


그 말에 백성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사도천.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과거 중원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단체였다.


"그러니 다시 한번 경고하겠소. 소양세가를 옹호하는 자들은 무림맹으로 압송할 것이오."

"그래서."


그때, 민중들 사이로 한 노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나이가 제법 지긋이 든 노인이었다.

그는 올해로 70살 먹은 노인으로, 마을 사람들 사이에선 왕노야라고 불린 사람이었다.


"이제야 늦게 와서는 간자들만 압송하고 가면 끝인가?"

"어르신, 간자들을 압송 중입니다. 저리 비키십시오."

"내 몇 번이고 산적들을 해치워달라고, 무림맹 지부에 투서를 보냈음에도 자네들은 대답은커녕 움직이지조차 않았지. 여기 내 왼팔 보이는가? 10년 전 정사전쟁에서 무림맹 소속 무인이라는 자에게 없어진 것이네. 날 보고 사도천의 간자라면서 검으로 베어버린 것이지. 그가 무림맹 어디 소속인지는 내 배움이 짧아 어딘지 모르나 그는 도사의 복장을 하던 녀석이었네."

"···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노인은 북받쳐 오르는 설움을 참느라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10년 전의 전쟁은 끔찍했지.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네. 그중엔 내 아들과 며느리도 있었고. 하지만 무림맹은 피해자들에게 한 번도 피해 보상을 주지 않았지. 하물며 피해자들을 위한 사과 한마디도 없었고. 그게 자네들의 최선이었나? 전쟁에서 이겼지만, 피해자들에게 한 마디의 사과도 없고 저들끼리 호의호식하며 지내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게 자네들이 그 잘난 사도천하고 다를 바가 뭔가?!"


말은 이어 갈수록 격양되었고 악에 받쳤다.

노인의 말에 백성들의 동요가 커져만 갔다.

그들 역시 하나의 피해자였고, 보상은커녕 사과 한마디도 없었던 무림맹에 대한 원한도 있었다.


"그 망할 주둥이 닥치지 못할까!"


비연각주 옆에 서 있던 젊은 무림맹원이 소리쳤다.

그리곤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들며 노인을 당장이라도 벨 것처럼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댔다.

백성들은 그 모습에 다시 한번 공포로 잠식당했다.

젊은 무림맹원이 달려들려던 찰나.


카아앙-!!


거친 쇳소리와 함께 젊은 무림맹원의 칼날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노인의 앞엔···.


"······!"


빛 하나 물들지 않은 새까만 도복.

달빛을 실로 짠 듯한 새하얀 머리카락.

잡티 한 점도 없는 고운 피부와 어떠한 결점도 존재하지 않은 이목구비.

면사로도 충분히 가리지 못한, 흘러내리다 못해 넘치는 아름다움.


그런 여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죽고 싶나?"


당장이라도 죽일 듯한 살기 어린 목소리.

여인의 살기에 그대로 노출된 무림맹원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무인은 민간인을 공격하지 말아야 하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

이는 무림맹이 세워지기 이전에도 중원 무림의 불문율이었으며, 이런 맹약을 부정하는 건 무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불문율은 다른 놈들도 아니고 의협심으로 세워진 무림맹이, 그것도 맹원이 깨버린다?

젊은 무림맹원이 혈기를 못 참고 저지른 짓이라고 해도,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어서 수준이었다.


그렇게 여인의 칼끝이 사내의 목덜미에 닿으려던 순간.


"잠시만···!"


이에 비연각주가 순식간에 달려와 다급히 여인의 검을 막았다.

여기서 그녀를 말리지 않는다면, 이미 사내의 목숨은 사라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자는 내가 따로 처벌하겠네. 아직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네. 자네가 이번만 좀 참아주게."


그렇게 비연각주가 여인을 달래고 달래자.


"···이번만입니다."


여인은 허리춤에 검을 집어넣곤 이미 기절한 사내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 무림맹원의 살기에 노출되어 덜덜 떨고 있는 노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남궁세가의 일원으로서 사죄드리겠습니다."


여인은 노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노인은 한숨을 푹 내쉬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나게나. 어찌 자네의 잘못이겠는가?"


노인도 알고 있었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여인 또한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노인의 눈으로는 그녀는 한낱 무림맹과 다른 구석이 제법 존재해 보였다.


"비연각주. 이들을 먼저 데리고 가십시오."

"자네는 어쩌려고 하나?"

"소양세가가 사라진 지금 이곳을 지킬 만한 문파는 현재 없습니다. 제가 아니면 어찌 이들을 지키겠습니까?"

"···많은 시간을 주진 못하네."

"무림맹의 일원으로서 어찌 이들을 두고 갈 수 있겠습니까? 이번만큼은 제 이야기를 좀 들어주십시오."

"······"


할 말이 많았지만, 비연각주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쌓아온 업보 때문에 무림맹은 이미 형산의 백성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

그나마 눈앞의 여인이 직접 지켜준다고 나서면, 어느 정도 신뢰 회복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알겠네. 조만간 추가 인원을 보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러곤 비연각의 무인들과 함께 소양세가의 무인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비연각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한참 바라보던 여인의 입에서 어금니가 부서질 듯한 소리가 들렸다.


'역겨워.'


방금전 무림맹원의 공격을 막지 않았더라면, 노인은 남은 팔이 잘려 불구가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무림맹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든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애초부터 수뇌부가 썩어빠졌으니, 그 아랫것들도 얼마나 썩었겠는가.


'이래서 세상을 경험해 봐야 한다고 말했던가.'


그녀는 과거 한 무인에게서 들었던 말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 오대세가, 구파일방. 그들은 고작 해봐야 고급 비단으로 잘 싸여 포장된 돼지다.

- 수많은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 정도밖에 성장하지 못한 구더기들을 따르고, 칭송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중원 무림은 고여도 한참이나 고여 악취가 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무림을 헤쳐 나가며 여인은 눈앞의 참상을 몇 번이고 눈과 머릿속에 천천히 담았다.


이것이 자신이 반드시 겪게 될 무림의 현실이며.

동시에 그녀가 헤쳐 나가야 할 가시밭길이라는 것을.


***


맹주는 서신을 받고 도호를 외고 있었다.


호남성에서만 발견된 사도천의 지부가 무려 수십이다.

이 정도 숫자라면, 그들은 이미 중원 곳곳에 잠입해 있었다.

쉽게 말해 정파 무림이 그들의 영역으로 침식되고 있었다.


'위험하구나.'


현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하기 위해 원로들을 불러 연일 회의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당연히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수장급이 직접 나서 그 고민을 함께하고 있었다.

게다가 맹주가 신경 써야 할 일은 한둘이 아니었다.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십이신장 광우와 백후를 필두로, 그들은 중원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했었다.

물론, 무현이 이를 도왔기에 피해가 극심한 범위로까지 가지 않았지만, 맹주는 이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맹주실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맹주님, 총군사와 취걸개 원로께서 함께 복귀하셨습니다."

"들어오라 하게."


고작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십 년은 폭삭 늙은 듯한 총군사와 취걸개의 얼굴.


"어떻던가?"

"···상황이 심각합니다."


두 사람이 초췌한 목소리로 답했다.


"8할 이상이 사도천의 간자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최근 무림맹에 가입된 문파도 여럿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간자 중에선 중원에서도 널리 이름을 떨친 상단도 여럿 포함되어 있고, 상당수의 자금 유통망이 사도천의 손으로 유입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총군사가 맹주의 앞으로 서류를 내밀었다.


"이건 간자로 확인된 상단의 이름을 개시한 보고서입니다."


총군사의 보고서를 받아 든 맹주는 서류를 펼쳐 빠르게 훑곤···.


"···이게 사실이란 말인가?"


도무지 믿기 힘든 현실을 맞닥뜨린 맹주는 두 눈과 손이 덜덜 떨기 시작했다.


『소규모 급 상단 일흔다섯.

중견급 규모 상단 서른둘.

대형급 규모 상단 다섯.』


맹주가 도호를 외었다.

아무리 봐도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었다.


"중원을 전부 포함하면 어느 정도 규모지?"

"······."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해 입을 열지 못했다.


"일단 이 일은 당분간 함구하게."

"맹주님?"

"그게 무슨?"


맹주의 입에서 쉽사리 이해되지 않은 말이 튀어나오자 두 사내가 어리둥절했다.


"이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무림맹 내부에서도 간자가 뒤섞여 있을 수도 있네."

"······!"

"형산의 일은 이미 벌어졌네. 이들이 눈치채고 작정한다면 전부 사업체를 뒤엎고 사라질 수도 있네."

"기회를 틈타 일망타진하실 생각입니까?"


맹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원로들이 기를 쓰고 반발할 것입니다."

"그치들은 내가 알아서 막도록 하겠네. 자네들은 취걸개 원로와 함께 사도천과 관련된 세가나 문파를 중점으로 조사 해주게."

"알겠습니다."

"총군사."

"예, 맹주님."

"자네는 형산파의 장문인을 만나고 오게.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적어 오게."

"명 받들겠습니다."

"취 원로."

"하문하십시오."

"개방의 전 병력을 중원 곳곳에 풀어 무림의 동태를 감시하도록 하시오. 만약 수상쩍은 이들을 발견했을 경우 비연각주를 거치지 말고, 내게 곧바로 직통 보고하시오."

"알겠습니다."


총군사와 취걸개가 맹주실에서 빠져나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맹주는 왜인지 불안해졌다.


정사전쟁의 악몽이 다시 한번 재현되려는 것인가?

제한된 정보만으로 추측할 수가 없었다.


'장문인과 가주들을 전원 소집해야겠군.'


무림맹의 맹주인 운허가 결정을 내렸다.


10년 전에 벌어진 정사전쟁의 참상을 막기 위해 그는 바쁜 걸음으로 각 명문정파에 전서구를 보내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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