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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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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6.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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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3.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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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3쪽

무녀(2)

DUMMY

어떻게 알았냐고 묻기도 전에 걸리는 점이 있어서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무녀는 단순히 예언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다만, 완전히 다 읽은 것이 아닌 단편적으로 드문드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무현이 회귀자라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다는 소리.

결국, 숨길 것도 없기에 무현은 무녀에게 비밀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단편적으로밖에 읽지 못한 모양이지?”

“본래 예언이란 항상 추상적이기에, 개인의 신념에 따라 달라지곤 하죠.”

“내가 회귀자라는 걸 아는 것도 예언의 일종인가?”


무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가린 면사를 벗었다.

무녀의 얼굴을 본 무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목구비가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곳에···.


“······너?"


그녀는 두 눈이 없었다.

말 그대로 두 눈이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안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심연과도 같은 어둠이 대신 자리하고 있었다.

무현은 무녀의 모습을 보며 이를 으득 깨물었다.


"무녀로서 태어난 이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죠."


무녀는 다시 면사를 쓰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프진 않았냐?"

"다른 이도 아니고, 중원인에게 그런 말을 들은 줄은 몰랐네요."

"······."

"그래도 감사해요. 제 아픔을 간접적이라도 나눌 수 있는 마음씨를 지닌 분은 당신이 처음이네요."


무녀의 말투에서 약간의 감정이 묻어났다.

그것은 서글픔이었다.

눈앞의 아이는 무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삶을 통제당했다.

인간으로서도.

소속 인원으로서도.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지금은 공적인 자리에서는 사적은 대화는 금물이었다.


“···그래서, 넌 내가 회귀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지?"


무현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히 예언이라기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너무도 많았다.


"무녀는 신체 가운데 얼마나 많은 부분을 포기하느냐에 따라 예언을 실행시킬 힘이 증가합니다."

"···그래서 예언을 따라 이곳에 온 거냐?"

"처음엔 당신이 말한 무림맹으로 향하려 했습니다. 한데 막상 중원에 도착하고 보니···."

"실상은 그냥 구더기 소굴 그 자체겠지."

“그들에 대해서 잘 아시네요."

"전생에서 많이 죽였거든."


어차피 무녀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무현은 자신의 전생을 거침없이 말했다.


"마교에 살면서 수많은 이들을 죽였지. 개중엔 네가 말한 무림맹도 있었고, 사도천도 있었고, 그리고···."

"마교도 있었죠."

“···그리 좋은 삶은 아니었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 속에서 감정 없이 검을 휘둘러야만 했으니까."


무현은 피식 웃으며 허심탄회했다.


"한 가지 물어보자."

"예. 말씀하세요."

"네가 말한 절대 악이 마교에 있는 건 확실하냐?"

"마교가 있는 서장도 엄연히 중원이니 그렇겠죠. 혹시 마도제일검께선 뭔가 알고 계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무현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상념에 잠겼다.

그리고 확신이 들 때까지 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상념에 잠긴 동안 둘 사이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런 침묵을 깨고 상념에서 벗어난 무현이 말했다.


"첫 번째는 교주다."

"교주요?"

"내가 죽을 때까지도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나와 함께 마교의 기둥을 담당했던 이들도 단 한 번도 교주를 본 적이 없었지."

"그렇군요."

"두 번째는 천산신녀다."

"천산신녀는?"

"내 선임이자, 내게 대호법 자리를 물려준 인물. 내가 마교에 들어왔을 때 만 해도, 그녀는 이미 대호법이라는 자리에 있었어. 그녀의 존재 자체는 하나의 성역이고, 아무도 그녀를 건드리려는 간 큰 미친놈은 없었지."


무현은 숨을 한 차례 고르곤 말을 이어나갔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서는 교주의 명령이라며 내게 대뜸 자리를 양보했지. 그러곤 사라졌어. 훗날 천산신녀를 찾아봤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마교의 중원 침공 당시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던 마교주.

출신 배경도 알 수 없는 미지의 강자이자, 훗날 무현에게 대호법 자리를 물려주고 사라진 천산신녀.


"둘 다 의심이 가지만, 둘 사이에 공통점이 존재해."

"그게 뭡니까?"

"혼천옥."


무현은 마교의 신물, 혼천옥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호법 자리를 물려준 직후 천산신녀는 내게 혼천옥이라는 걸 줬어. 그거 덕분에 내가 회귀를 할 수 있었던 거였고."

"혼천옥에 특별한 점은 없었습니까?"

"처음엔 평범한 구슬이었다가, 내가 죽으니까 발동됐었지. 그리곤 전생의 시점에서 약 20년 전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사용자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신물이라···."


이내 무녀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제가 따로 조사해 보도록 하죠."

"쉽지 않을 거다. 마교는 네가 상상한 그 이상의 미친놈 소굴이니까."


무현은 마교의 무서움에 대해 알고 있었다.

사람을 죽이는 건 밥 먹는 것보다 쉽게 생각하고, 무공을 위해서 사체를 파먹고 훼손하는 일은 서슴지 않아 할 정도였으니.

그런 마교에서 무려 20년 가까이 보내야만 했던 무현은 스스로 생각해도 용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무현이라고 불러. 지금은 마교의 대호법이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무현님."

"그건 그렇고···."


무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분명 예언이라는 건 단편적이거나 추상적일게 분명 할 테지."

"그렇습니다."

"반대로 내가 절대 악이라는 가능성은 없나?"


그 말에 무녀는 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요?"

"회귀자니까."


무현은 회귀에 대해서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본래 삶과 죽음은 하나의 연속으로, 인간은 태어나서 반드시 죽는다.

회귀는 이 모든 윤회의 이념 자체를 송두리째 부수는 역천(逆天)이다.

즉, 무현 스스로가 역천의 존재이며, 예언이 말한 절대 악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 탓이다.


"당신은···."


무녀는 말하다 말고 손을 내밀어 무현의 뺨을 쓸어내렸다.


“수많은 더러움과 먼지가 묻었지만, 순수하고 맑은 하얀색. 살면서 제가 본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색입니다.”

“해서 내가 절대 악이 될 수 없다?”

“그렇습니다.”

"네 주변인들보다?"

"그들은 각자의 욕망대로 살아가는 족속들이죠."

"···자기 부족원들의 평가가 참 신랄하군."

"그들이 절 이용하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요."


무녀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피식 웃었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제 결론을 내릴 때가 되었다.

무현은 자리에 일어서서 말했다.


"사람을 보내주지. 장소는 늘 이곳으로 할 건가?"

"신뢰성과 비밀을 지키기 위해선 아무도 알아선 안 되겠죠."

"하긴, 놈들에게 백날 이야기해 봤자 알아 쳐 들어먹지도 않겠지."


무현은 가기 전 무녀의 머리를 손으로 문대며 미소 짓는다.


"몸조심해라. 꼬맹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우러난 말투.

예상치도 못한 말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무녀의 입에서 숨길 수 없는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무현은 안타까워했다.

삶도 목숨도 온전히 통제되어 제 생각조차 낼 수 없는 인형의 삶.

단순한 동정심이나, 동질감이라기엔 그 괴리감이 너무 심했다.

어쩌고 보면 전생의 무현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심한 삶이다.


'너도 참 기구한 삶이군.'


짊어져야 할 짐은 이쪽이 더 많지만, 개인의 삶 전체를 포기하는 무녀 쪽과 비교해도 피차일반이었다.


'강제로 인형이 된 자와 스스로 인형이 되길 선택한 자라···.'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사도천과 무림맹 뿐만 아니라, 마교 또한 주시해야 하는 상황.

더구나 황실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중원 무림의 몰락은 그들의 책임이 크다.

무능한 황실의 주인, 황제가 나대지만 않았으면 이렇게 골치 아프지도 않았을 터였다.


'당분간 내실에 집중해야겠군.'


성검련은 현재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원수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매달 인원을 받고 있다지만, 현재 성검련의 규모로선 한참이나 부족했다.


'성검련이 감숙에 완전히 뿌리내린다면···.'


그때는 본격적으로 무림에 나가도 될 것이다.


쓰레기들을 불태우고 없애버리기 위해.


***


“······."


어찌나 땀을 많이 흘렸는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몸이 짓눌려 있었다.

흠뻑 젖은 겉옷을 걷어 내고 상체를 들어 올렸다.

주위를 살펴보니 아무도 없었다.


"들어오세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허겁지겁 문을 열었다.


"무녀님!"

"호들갑 떨지 마세요. 에센."


사내, 에센의 반응에 무녀는 그를 제지했다.


"그자가 무녀님께 무슨 해코지라도 한 건···!"

"아뇨, 그런 일은 애초에도 없었습니다.


에센의 헛소리에 무녀는 단호한 말투로 일축했다.


"그분은 어디 가셨죠?"

"급히 감숙으로 돌아갔습니다. 무언가 고민이 있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렇군요."


무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언을 듣긴 했으나, 이리도 쉽게 결단을 내릴 줄 몰랐다.


"그분이 따로 전하신 말씀은 없으십니까?"

"예, 딱히 없었습니다."

"돌아갑시다."


이쯤 되니 에센의 얼굴에 궁금증이 깃들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가 오갔던 걸까?

예언이 중요하다지만, 무녀씩이나 되는 거물이 한낱 중원인과 단둘이 만나 무슨 대화를 나눴을지 내심 궁금했다.


"그분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러 떠났습니다."

“···예언을 듣고도 말입니까?"

"원래 영웅이란 시련과 고난을 통해 성장하니까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대도 언젠가 알게 될 겁니다. 에센."


무녀는 영문 모를 소리를 내뱉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그대에게 언제나 신세만 지는군요."

"우리 부족을 위해서 힘써주신 무녀님에게 제가 무엇을 못 하겠습니까?"

“······.”


거짓말.

이라고 순간 무녀는 입 밖으로 내뱉을 뻔했다.


'사람이 이리도 간사할까.'


에센은 단순히 무녀가 걱정된 것이 아니다.

차기 족장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서 무녀가 필요한 것이다.

즉, 인간으로서의 걱정이 아닌, 자신의 쓸만한 도구가 다칠까 염려되는 형식에서 저리 말하는 것이니라.


- 아프진 않았냐?


조금 전 무현이 했던 말이 귓가에 아른거린다.

태어나면서부터 느끼지도 듣지도 못했던 따스한 한마디.

자신을 향한 찬양의 시선보단 아무런 인연도 없었던 중원인의 한 마디가 더욱 상냥하고 포근했다.


'언젠가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을까?'


조금씩 마음 한편을 타고 진득한 감각이 올라온다.


무현.


그를 처음 본 무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새하얗고 순수한 혼백.

비록 겉은 더러운 오물과 상처로 가득했지만, 본질을 잃지 않았다.


인간 내면의 혼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건 무녀 본인밖에 없었다.

설령 그들이 겉으로 협객이나 영웅을 자처한다고 한들, 무녀의 눈을 절대로 속일 수 없었다.

결국 속을 타고 흐르는 감정이 아닌, 사람의 본질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이다.


무현은 그런 점이 없었다.

아직은 그 크기가 미비하지만, 그녀는 확신했다.

그가 바로 절대 악을 쓰러뜨릴 수 있는 구원자라는 것을.


하지만 그건 너무 머나먼 이야기인 거 같아, 무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무현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


가욕관에서 무녀를 만나고 온 무현.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근처 개울가에 앉아 상념에 잠겼다.


"마교라···."


단순히 의와 협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정파 무림과 달리, 마교는 자신들의 신을 모시며 떠받드는 광신도들이었다.

광신도들에겐 진리와 설득이 무용지물이다.

본래 머리가 어떻게 된 놈들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고 새로운 것을 거부하려는 특성이 있다.

마교가 그렇다.

자신들이 모시는 신이 진리이며 동시에, 근간이자 근본이었다.


마도제일검 시절.

무현은 다른 이들보다 늦게 입문했음에도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무위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을 뛰어넘어 빠르게 성장했다.

이번 무녀와의 만남은 무현에게 계기가 되었다.


한시라도 빠르게 강해져야 한다.

무현은 성검련에 도착하자마자 연공실로 들어갔다.


지금 그는 생각했다.


'나만의 검을 만든다.'


남들이 만들고 터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걷기 위해 이젠 결정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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