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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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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6.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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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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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정리

DUMMY

홍등상단은 발칵 뒤집혔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그들은 성검련과 청룡상단의 무인들에게 죽어 나가고 있었다.

이에 어떻게든 막아보려 노력했으나, 그들은 대항할 틈을 주지 않고 파죽지세로 몰려들었다.


정서제일상단이었던 홍등상단이 이렇게까지 밀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무림공적이 뭔가?

무려 수십 년 이상을 무림맹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노괴 중의 노괴다.

보통 무림세가의 힘은 결국 무인에게서 나온 것이기에 홍등상단 또한 여러 무인을 고용하고 양성해 왔었다.

그들에게 투자한 자금만 해도 홍등상단의 자금 상당량을 써야 할 정도였으니.


홍등상단이 무인을 고용한 이유?


무림이라는 세상은 돈만 많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돈으로 무력을 살 수 있지만, 진정한 힘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억만금을 준다고 하여 명문정파를 움직일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수족이 되어 줄 고수가 필요했다.


절대 고수 한 명만 존재해도 그 어떤 문파도 홍등상단에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홍등상단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으려면 온갖 장애물과 예상치 못한 습격에 대비해야 하는데, 현재 정서시에서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문파나 상단은 없었다.

그들에겐 무림공적 음양쌍마와 혈귀비, 그리고 살문의 특급 살수 일극일살이라는 존재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무림공적과 살수 또한 전부 이 자리에 없었다.


"으아아아아아-!!"


홍등상단의 무인들은 비명을 질렀다.

이미 내부는 폭풍이라도 몰아친 듯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 누구도 청룡상단과 성검련의 질주를 막을 수 없었다.


청룡상단 소속 무인.

초절정 1명.

절정 10명.

일류 30명.


성검련 소속 무인.

초절정 7명.

절정 50명.

일류 100명.


그리고 상천십삼좌 투존과 그에 준하는 실력자 무현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처절한 비명만 지를 뿐이었다.

동정심은 없었다.

결국 그들 또한 더러운 돈을 받아먹은 사람들이었고, 그것을 알면서 지금까지 정서시의 문파와 상단을 궁지에 몰아넣은 가해자들이었다.


그렇게 정서시의 밤은 한동안 피 냄새로 가득했다.


***


"자네 혹시 그거 들었나?"

"홍등상단이 몰락했다는 거? 겉으로 상단인 척하면서 실상은 그야말로 사마외도 그 자체라던데?"

"요즘 무림의 분위기가 뒤숭숭하구먼."

"그러게나 말일세. 암만 홍등상단이 막장이라는 건 알았지만, 무림공적과 사도천까지 끌어들일 줄은 몰랐어."

"정말 이곳에 무슨 일이 일어나려나?"


무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무림인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었다

한참이나 과거의 일이지만, 마교가 휩쓸고 간 폐해가 지금까지 그들을 괴롭히고 있었으니까.

특히나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노인들은 그 무서움을 익히 알고 있었다.


"세상 말세로구먼. 이러다 과거의 공포가 다시 한번 재림한 날이 올지도···."


무림인은 상종하지 말아야 할 족속들이다.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물론, 그들의 터전을 빼앗는 일도 서슴지 않아 했다.

중원에 널린 것이 무림인이다.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며, 행여나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머리가 깨질 정도로 이마를 땅에 박아야 한다.

자칭 정파라는 무인들이 이러한데 사파는 또 어떻겠는가?


"후우, 그 무림공적들이 홍등상단에 숨어 있었다니···."

"그러게나 말일세."

"그래도 놈들이 사라졌지 않은가."

"아, 그 성검련이라는 단체 덕분인가?"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최근 정서시에서 갑자기 나타난 성검련이었다.


"근데 그들이라도 우리 같은 양민들을 지켜나 줄까?"

"내 난주에 사는 친척에게 듣기론 성검련은 다르다고 들었네."

"흥! 그건 모를 일이지. 그들 또한 무림공적이나 사도천이 심은 간자일지 누가 알겠는가?"


한 사내의 발언에 모두가 깜짝 놀란다.

정서시에서 성검련의 은혜는 상당했다.

청룡상단을 도와 홍등상단이라는 악적을 물리친 그들에게 사마외도라고 외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자네 지금 뭐라고 했는가?"

"헙!"

"사, 상단주님···!"


누군가 청룡상단의 상단주 청풍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그는 상단 소속 객잔들이나 식당들을 보기 위해서 자주 정서시에 나타났다.

정서시에서 그의 얼굴을 모르는 자들이 없을 정도로 꽤 유명했다.


청풍의 등장에 사내는 식은땀을 잔뜩 흘렸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청룡상단의 은인이자, 구원자를 대놓고 욕했으니.


"내 자네에게 실망이 크구먼."

"그, 그것이 아니···."

"어찌 사람이 한치의 앞도 못 보고 입을 함부로 놀린단 말인가?"


청풍은 사내에게 따가운 일침을 날렸다.


"객잔을 운영하는 자가 이리도 소식이 어둡다니! 성검련의 주인이 누군지나 알고 입을 함부로 놀리는가?!"

"대, 대체 그자가 누구길래···?"

"하아, 이 아둔한 자에게 객잔을 맡기다니···."


청풍은 눈을 질끈 감으며 한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림대전에서 수많은 명문정파의 후기지수들을 꺾고 소검성이라는 별호를 받은 그를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허어업!"


사내뿐만 아니라 주변을 서성이던 사람들도 놀라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림대전의 준우승자이자, 무려 남궁세가의 여식과 동수를 겨룬 자.

그리고 소검성이라는 별호와 함께, 남궁무애와 함께 천하제일 후기지수로 중원 전역에 널리 알린 그 이름을.


"자네는 이만 짐 싸고 나가게."

"사, 상단주님! 한 번만 용서를···!"

"듣기 싫네! 그 망할 주둥이를 찢어도 모자랄 판에 감히 은인에게 그딴 식으로 망발을 내뱉는단 말인가!"


청풍은 뒤에서 호위하는 호위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뭣들 하는가! 당장 저자를 끌고 가지 않고!"

"사, 상단주님! 제, 제발 한 번만 자비를···!"


사내는 끌려가며 자비를 베풀어 달라 외쳤지만, 청풍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사내를 쓰레기를 본 듯한 시선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이번 기회에 상단을 정리해야겠어.'


그동안 청룡상단은 고일 대로 잔뜩 고여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도 있듯이, 미래를 향한 새출발을 위해선 상단 내의 간자들과 필요 없는 사람을 축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단의 전력이 대폭 감소하겠지만, 이 또한 출혈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상단은 전부 바꿔야만 한다.


"후우···."


청풍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속으로 상단에 대한 미래를 꿈꾸고 있을 무렵.

객잔 입구 너머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난주의 주인을 뵙습니다."

"성검련주를 뵙습니다!"


객잔 내가 소란스러웠던 이유는 바로 무현이 이곳을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객잔 내에서 일하던 점소이도, 손님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무현을 찬양하는 말을 외쳐대고 있었다.


"아까 그자는 누굽니까?"

"이곳 객잔주인데 입을 함부로 놀려 쫓아냈소."

"그자가 홍등상단이 심은 간자라서 그런 게 아니고요?"

“···역시 련주는 못 속이겠구려."


청풍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많은 출혈이 생기겠지만, 이 역시 감수해야 할 일이 아니겠소. 다행인 점이라면 홍등상단이 그동안 재물을 열심히 모아둔 덕에 금전적으로는 여유가 있다는 점이오."

"상단주께서 그 돈을 어떻게 적재적소 할지는 알아서 하십시오."


무현은 알아서 하라며 손을 내저었다.

청풍을 내버려둔 이유는 그가 자금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가 졸부처럼 돈을 흥청망청 쓰고 다녔으면, 무현의 손에 죽는 것은 홍등상단만 아니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거웅채주는 어디에 있습니까?"

"포박한 홍등상단의 생존자를 감시하러 지하 감옥에 있소."

"지하 감옥이라···."


무현은 손으로 턱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저기 검은 옷을 입은 중년인에게 대신 말하십시오."

"알겠소. 근데 련주께선 어디로 가실 거요?"


무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거웅채주에게 볼일이 있어서."


***


청룡상단과 조율이 마무리된 이후.

무현은 호웅이 있는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지하 감옥을 비교적 깨끗했으며, 통풍이 잘되어 있었다.

아마도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일부러 통풍이 잘되도록 시설을 만든 것처럼 보였다.


"형님!"

"오셨소?”


지하 감옥에서 청유진과 호웅이 무현을 맞이했다.


“신문은 어떻게 되가?”

“직접 보시면 아실 거요.”


호웅은 철장 너머의 이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지가 잘리고 결박된 혈귀비.

그녀의 제자이자 청풍의 전 부인 홍시화.

그리고 섭혼술에 제대로 당해 백치가 된 홍등상단주와 그의 아들들.


"상태는 어떻지?"

"홍시화와 혈귀비를 제외하면 나머진 섭혼술에 당해 완전히 백치가 되어버렸소."

"손을 쓰긴 이미 늦었군."


그리고 무현은 고개를 돌려, 살기 어린 시선을 자아내는 혈귀비를 바라봤다.

이미 정서시에 대한 일도 대충 마무리됐고, 이미 무현을 알 사람은 알았기에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철장 너머의 시선.

그곳에서 혈귀비가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체념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한 가지만 물어보자."

"말해봐."

"언제부터 알았던 거지?"

"언제부터 알았다라···."


무현은 고민하는 척하며 혈귀비를 향해 속삭였다.


"네 어미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이 개자식이!"


콰앙-!

콰앙-!

쾅-!


사지를 쓸 수 없었던 혈귀비는 머리로 철장을 가격하여 분노의 함성을 내질렀다.


"찢어 죽이겠다! 내 죽어서 귀신이 되어 널 저주하고 또 저주하겠다아아아!!"

"아, 그러셔? 그거 잘됐네."


무현은 코웃음치며 혈귀비의 저주 어린 괴성을 무시했다.


"그래도 좋겠네. 저승길 동무로 같이 갈 사람이 많으니까."

"으아아아아-!!!"


혈귀비의 괴성을 뒤로 무현과 청유진, 호웅은 지하 감옥에서 빠져나왔다.


"후우. 죽어가도 생명력은 꽤 질기네요."

"괜히 무림맹에서 놈들을 죽이겠다고 괜히 벼르겠나."

"뭐, 무림맹이 대신 처리해야 할 놈들을 우리가 죽였으니, 놈들도 별말 없겠죠."


자연스레 청유진의 입가에 편안한 미소가 깃들었다.

홍등상단과 사도천 사이에서 시달리던 청유진의 입장에선 드디어 해방된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형님은 이다음부터 뭐 하실 겁니까?"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지. 가서 밀린 업무도 좀 보고, 얘들 수련하는 것도 좀 보고."


무현은 간만에 본 성검련의 무인들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전체적으로 질이 많이 올랐어.'


첫 실전이었음에도 홍등상단의 무인들을 상대할 때 그들은 겁을 먹지 않았다.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살인은커녕 검조차 제대로 휘들러본 경험도 없는 초짜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기꺼이 따라줬다.

그 점에 대해서 무현은 큰 만족감을 느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이따 보자."

"예, 알겠습니다!"


청유진은 바쁜 걸음으로 상단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렇게 무현과 호웅 단둘만이 남은 상황.


"내가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


호웅은 무현의 입에서 나온 영문 모를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산적치곤 이성적이고, 그렇다고 무인이라기엔 글도 읽을 줄 알고 쓸 줄도 아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오?"

"별건 아니고. 내가 원래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약간만 생각해도 호웅의 정체성은 결코 무인이 아니었다.

산적이라기엔 병법과 통솔에 조예가 깊고, 무인이라기엔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다.

산 적의 태반은 녹림이거나 그마저도 과거 탈영병이었거나 화전민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무인의 태반은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다.

명문정파의 후기지수라고 해도 마찬가지.

그들 가운데 후계자로 낙점된 이들만이 가문이나 문파를 이끌어야 했기에, 조기 교육으로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길러야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눈앞의 호웅이 이 모든 조건에 충족한 인물이다?


물론 호웅이 명문정파의 후계자였다면 가능하겠지만, 대게 후계자 자리에서 박탈당한 인물은 가문에 종속되어 죽을 때까지 가문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


"산적도 아니고, 무인도 더더욱 아니면서 대체 병법과 문예에 조예가 깊은 자가 산적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


호웅을 바라보는 무현은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군부 출신. 그것도 고위직 출신이 왜 이런 촌구석에 온 이유가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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