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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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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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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끌어내리다(8)

DUMMY

무현은 사람들의 표정을 구경했다.


남궁혁이 무현을 바라보고 있고, 남궁무애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특히 창천검대는 살짝 넋이 나간 표정으로 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남궁혁은 무심했다.

남궁혁이 옆에 있는 창천검대원에게 물었다.


"제법 격한 대련일 수도 있으니, 멀리 떨어져 있거라."

"알겠습니다."


남궁혁이 무현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뭐로 겨루겠나. 진검인가? 그러고 보니 평소에 들고 다니던 대검은 어디에 두고 왔나?"


무현이 대꾸했다.


"목검으로 하겠습니다. 제 검은 상태가 좋지 않아서 인근 대장간에 수리를 맡겨 뒀습니다."


남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가져오거라."


창천검대의 대원 한 명이 목검을 가지러 간 사이.


"자네, 원래 쓰던 검술이라던가 무공이 있나?"


무현이 대꾸했다.


"없습니다."

"···음?"


남궁혁이 걸음을 멈추고 무현을 쳐다봤다.


"사실···현재진행형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거 같습니다. 무공은 둘째 치고, 검술은 제 방식대로 만들려고 합니다."

"쉽지 않은 길을 걷는군."

"제 주변에도 그런 길을 걷는 사람이 있긴 합니다."


무현의 시선은 남궁무애를 향해 있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언젠가 무림의 고금제일인이 될 가능성을 품은 아이.


이번 대련은 단순히 승부를 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가르침을 위해서.

스승으로서 보여주려는 것이다.


무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연무장으로 가는 걸음을 옮겼다.


***


남궁무애는 대청 바깥으로 나가면서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봐도 무현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무현이 강하다 한들, 상대는 수십 년간 중원 무림에서 군림한 지 오래된 절대자였다.


"표정이 안 좋아 보이네."

"승부가 뻔한데 굳이 힘을 쓸 이유가 있나 해서요."


무현이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도 맞지. 뻔한 승부에 굳이 힘을 들일 필요는 없거든. 그래도 이 승부는 내게 의미가 크거든."

"그게 무슨 뜻이죠?"


무현은 계속 걸으며 말을 덧붙였다.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면, 도전 자체를 망설이게 되어버리거든.”


그렇게 점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도전만 하려는 성향이 짙어지게 되고.

종국엔 도전하지 않고, 끊임없이 준비만 하게 된다.


“내가 패배할 걸 알면서도 굳이 대련을 수락한 이유는 실패할 가능성이 없어서야. 내 입장에선 무언가를 얻어 갈 수 있는 확신이 있거든."

"..."

"미친개처럼 치열하게 살아서 내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거지, 삼재검법에나 만족하면서 살았으면 뒷골목 건달 양아치 노릇이나 했겠지."


목검을 가지고 온 대원이 무현에게 한 자루를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무현인 목검을 쥐자마자 이리저리 휘둘렀다.

대원이 이어서 남궁혁에게도 목검을 건넸다.


"다들 떨어져라."


연무장 중앙에 남궁혁과 무현이 남고, 관전하는 자들은 멀찍이 물러났다.

남궁혁이 무현에게 물었다.


"제법 격할 걸세. 오랜만에 검을 휘두르는 터라 힘 조절이 힘들어서."

"상관없습니다."


무현은 입을 굳게 다문 채로 남궁혁을 노려봤다.


‘역시 삼제.’


명목상 대련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생사결이라 칭할 정도로 날카로운 기세를 유지했다.


수락했으니 받아준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남궁혁 또한 무현을 마냥 쉽게만 보지 않았다.

후기지수들 가운데 무현처럼 특출난 이는 없었다.

남궁무애가 있지만, 그녀와 무현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무현이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자, 남궁혁이 입을 열었다.


"자네, 언제 경지를 넘어섰나?"


무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경지라···."


곰곰이 생각했던 무현이 이내 입을 열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이미 계기를 만들었다는 편이 옳은 지도요."

"계기를 만들었다?"

"율백 선생이 말하기를, 제가 이미 경지를 돌파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뜻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대충 짐작하기론 제가 너무 많은 걸 붙잡으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게 무엇인가?"

"제 욕심 때문입니다. 검의 끝에 도달하자는 욕심."


무현이 자존심을 내려놓은 태도로 말을 이었다.


"해내야 한다. 라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점점 제 마음은 무거워지더군요. 굳이 비유하자면, 강박관념에 스스로가 오히려 망가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남궁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자네는 치열하게 살아왔나 보군."

"그렇습니다. 치열하게 살아온 것도 있지만···계기가 생겼습니다."

"계기?"


이젠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계기는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 싶었으나···.


"제가 지켜야 할 얘들이 있거든요."


무현이 말을 덧붙였다.


"저와 같은 놈들이었습니다. 방랑하는 늑대, 팔려 갈 뻔한 기녀, 목적 잃은 검수, 그리고 마을의 영웅이 한자리에 모여 저를 따라주었고, 결국 저 같은 놈이 수장이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듣고 나서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품에 안는 순간, 다른 것들보다도 이 생각이 가장 크게 들더랍니다. 언제 어느 때든 내 몸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이들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길잃은 짐승이 아닌, 한 명의 수장으로서 말입니다."

"그래서 경지에 오른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무현이 옅은 미소를 머금더니 하단세를 유지하던 자세를 풀어 검을 살짝 들어 올렸다.


"잡소리가 너무 길었군요. 준비되었습니다."


남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시작하게나."


그제야 남궁혁의 무뚝뚝했던 표정이 달라졌다.

눈이 조금 커져 있었고,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자세는 별다를 게 없었으나 호흡을 쉬는 것만으로도 언제든지 튀어 나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현도 언제든지 튀어 나가 준비를 마친 상황.


그렇게 남궁혁이 먼저 움직였을 때.

이미 무현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궤적 자체는 단순했다.

남궁혁 또한 거의 똑같은 자세로 목검을 휘둘렀다.

두 사람의 목검이 부딪치자마자, 거친 파공성이 연무장 일대에 퍼져나갔다.


동시에 두 사람은 거리를 벌렸다.

찰나의 순간에 서로 수십 합이 오가며, 벌어진 흔적이 연무장 곳곳에 남았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단순한 비무였다.

그럼에도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의 속도가 오가자, 둘의 대련을 구경 중이던 창천검대도 남궁무애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때, 무현의 검끝에서 무형의 검기가 폭사하듯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갔다.

남궁혁은 뒷걸음질을 치며 비산하는 검기의 파도에 맞섰다.

일부는 잘려 나가고, 검풍에 찢겨나가고 막혔으나, 공중으로 뻗어나가던 검격은 시간 차이를 두고 점점 맹렬해지더니 계속해서 남궁혁에게 달려들었다,


파바바바바박-!!


누가 봐도 막기 힘든 절기였다.

결국에 무형기의 일부가 남궁혁의 일부에 닿았다.

피슉-하는 소리와 함께 남궁혁이 즉시 몸을 비틀고, 땅을 박차며 검에 회전력을 실었다.


결국엔 남궁혁의 일격을 그대로 막아낸 무현이 몇 발짝 뒤로 물러나면서 격전은 종료되었다.


‘······여기까진가.’


실금이 간 목검을 미련 없이 땅에 던진 무현이 피식 웃곤 남궁혁에게 말했다.


"졌습니다."


남궁혁도 자신의 목검을 땅에 던지면서 대답했다.


"···수고했네. 그나저나 아까 옆구리에 맞았는데 괜찮았나?"

"적당히 운기조식만 하면 괜찮을 겁니다."

"···알겠네."


남궁혁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다들 복귀하지."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창천검대들이 일제히 대꾸했다.


"예, 가주님."


남궁혁이 무현에게 말했다.


"언제 한번 다시 대련이나 한 번 하지."


무현이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돌아선 남궁혁이 연무장에서 멀어지면서 무현 또한 자리를 털고 목검을 집어 들었다.


***


무현은 남궁혁이 사라진 정문을 주시했다.


'아직은 무리겠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괜히 삼제의 일인이 아니라, 강해서 삼제의 일인이 된 사내였다.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느낌이 제법 강하게 들었다.

조금 전의 비무를 통해서 얻어간 것이 제법 있었으니, 무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때, 남궁무애가 무현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면사로 인해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발걸음에서부터 무언가 심란한 구석이 제법 보였다.

불과 세 걸음 사이로 두 남녀가 서로를 마주 보는 와중에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만약 진검으로 대련했다면 달라졌을까?

물론 달라질 것이다.

훨씬 길게 싸웠을 것이고, 두 사람의 실력이면 연무장이 초토화되고도 남았을 살벌한 대련이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니 남궁무애가 올 수밖에.

아마도 그녀의 질문은 이랬을 거다.


굳이 진검으로 싸우지 않은 이유가 있냐고.


잠시 후에 남궁무애가 먼지 입을 열었다.

무현이 예상한 질문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굳이 진검으로 승부를 본 이유가 있나요?"

"굳이 길게 승부를 볼 필요가 없기도 하고, 달라질 것도 없어서 그렇지."


남궁무애가 말을 이었다.


“···굳이 빠르게 패배를 선언하는 이유는 모르겠어요. 아무리 상대와의 격차가 심하다 해도."


무현은 남궁무애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


"무림에서 남궁혁이라는 절대 고수와 맞붙은 사내는 몇 없겠지. 너한테 이번 대련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긴 했지만 결국 이게 내 발판이 될 거다. 오로지 수련만으로 강해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그러니 굳이 진검이 아닌, 목검으로 대련을 응한 이유도 이거고."


남궁무애가 물었다.


"목검에 큰 의미가 있나요?"

"목검 자체는 별거 없어. 목검대련의 승패에 너무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거지."


무현은 전혀 흔들림 없는 태도로 말했다.


"처음부터 진검 들고 칼부림 부렸으면, 둘 중의 하나는 반드시 죽겠지. 물론, 내가 패배할 확률이 압도적이고. 다만, 나는 한 명의 검수로서 순수하게 검을 겨루고 싶었다. 그리고 졌고. 이게 내가 원하는 발판이자, 나아가는 방식이다."


이야기를 듣던 남궁무애는 무현이 정말로 검에 대해서 한 수 배우러 온 자세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남궁무애에게 있어서 참으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가지고 태어난 사내와 날 때부터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실전만으로 다져진 사내. 두 사내가 가는 길은 다르지만, 결국 추구하는 목적은 같기 마련이지. 내 목검이 부러진 이유 또한, 그 양반이 더 잘나고 강해서야. 다른 이유는 없어. 내가 그 양반을 이기고 싶으면 더 노력하면 되는 일이고."


이것이 무현의 결론이었다.


"네 생각은 어때?"


무현이 남궁무애를 바라보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의미에서 오늘 수련은 검술 수련이다."

"···결론이 대체 그렇게 나는 거죠?"

"하늘 같은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침을 준다는데, '예 알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받아먹을 줄 알아야지."


시시각각으로 표정이 변하는 남궁무애지만, 면사에 가려져 있어 볼 수 없었다.


"아니···."

"잔말 말고 검이나 들어. 너 강해지고 싶다며? 언제 이래서 강해지려고 해?"


그 와중에도 무현은 어떻게든 가르치기 위해 허공섭물로 목검을 끌어다 손으로 쥐었다.

남궁무애는 무현의 정신세계에 살짝 감탄했다.


"...에이 씨."


어쩔 수 없다는 듯 목검을 쥔 남궁무애.

이번에야말로 한 대 쥐어박겠다는 심정으로 독기를 머금은 채 달려들었다.


그렇게 다시 한번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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