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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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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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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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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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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3)

DUMMY

현경에 오른 지 한 달 후.


무현은 련주로서의 일상을 시작했다.

련주가 좋은 점이라면 부하들에게 일 처리를 떠넘겨도 된다는 점이었다.

수하들을 그런 무현을 잘 따랐다.

이쯤 되니 무인들도 어느 정도 글을 쓰고 읽을 줄 알았다.

무현 입장에선 일거리가 제법 줄어든 셈이었다.


오늘도 수련을 마치고 내원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식사를 마친 수하들은, 이백진의 따가운 일침과 눈초리를 받으면서 수련하고 있었다.

그저 뒷짐을 한 채로 모든 일련의 과정을 말없이 구경했다.


날씨가 화창한 봄날이다.

바람이 솔솔 불 때마다 꽃과 들풀들의 향이 코끝에 맴돈다.

싱그러운 봄바람을 맞아가며 여운을 만끽하던 찰나.


이떄, 일 총관이 다가왔다.


"련주님, 일 총관입니다."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일 총관이 대꾸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일단 간부들을 다 불러서 한꺼번에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잠시 후에 간부들이 대청에 들어섰다.

그 사이, 일 총관은 무언가 빼곡히 적힌 보고서를 판자에 붙여 세운 다음에 막대기를 집어 들었다.

마치 작전을 설명하기 위한 한 군사의 전시 상황 장면을 보는 것처럼 생생했다.

간부들이 모이자, 일 총관이 정중앙을 막대기로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곳 영등현을 기점으로, 성검련이 뿌린 내린 현재. 난주의 흑도들은 대부분 소탕했습니다만, 이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승냥이들이 대거 유입되었습니다. 불안전한 치안이 우려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일검문주와 낭인전주가 남부와 북부를 맡아 그 불한당들을 소탕하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많이 죽였는데 아직까지 기어오르는 놈들이 있네. 병신들인가."


일 총관이 웃으면서 말했다.


"욕심은 상황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도 하지요."


일 총관이 붓으로 감숙성 곳곳에 해(解)자를 새기곤 줄을 그어서 영등현과 연결했다.


"이곳 영등현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도를 세울까 합니다."

"성도를?"

“예. 300년 전 마교의 침공이 만든 폐해가 이제 해결되었으니, 슬슬 복구 작업에 인부들을 투입하겠습니다.”

“주 복구 작업지는?”

“사천으로 가는 농남시(陇南市)와 섬서로 가는 경양(庆阳)입니다.”

“인부들을 고용하는 건 괜찮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수의 재물이 필요할 거다. 그 점에 대해선 어떻게 방도를 생각했지?”

“청룡상단 소속 무인들과 인근 주민들을 고용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기간은?”

“청룡상단주와 함께 논의한 결과, 적어도 3년 이내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따로 예산을 조율해서 내 앞으로 보고를 올려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보고를 마친 일 총관이 돌아갔다.

무현은 마저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내가 저번에 가욕관으로 간 건 다들 알고 있지?"

"예, 그렇습니다."

"거기서 오이라트의 무녀와 만나고 왔다."


그 말에 간부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하며 눈을 감지 못했다.

이백진이 말했다.


"거기에 누가 있었나?"

"오이라트 소속 전사 스무 명과 회회인도 몇 섞여 있었습니다."

"거기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왔냐?"


무현은 말을 잠시 멈추곤 이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조만간 중원에 큰 피바람이 들이닥친다는 예언이었습니다."


***


“···지랄맞네."


무현의 이야기를 들은 간부들의 얼굴빛이 좋지 못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빠르게 파악한 이백진이 어두운 낯빛으로 말했다.


"하필이면 마교라니···."

"300년 전의 악몽이 다시금 발현되려는 건가."


무현은 자신의 회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마교 발원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되지 않은 마당에, 회귀 사실을 밝혔다간 혼란은 더욱 가중될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현이 말했다.


"물론 아직 시간은 남았습니다."

"그걸 어찌 아느냐?"

"사도천과 무림맹이 있지 않습니까."

"아!"


그의 말대로 사도천과 무림맹이 있었다.

전생에선 두 세력이 정사전쟁으로 대부분의 힘을 소모할 때쯤 마교가 중원을 쳐들어왔다.

그 틈새로 오이라트가 그파고들어 마교와 함께 중원을 침공했고, 황제를 납치한 것이 전생의 사건 배경이었다.

유백이 말했다.


"노선배께선 그 무녀의 예언을 믿으십니까?"

"나도 믿고 싶진 않지. 근데 지금 중원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개판이니, 믿고 싶지 않아도 믿을 수밖에."

"섬서에선 광우대, 정서에선 무림공적 세 명과 살문 그리고 사도천의 간자가 여럿 섞여 있었으니. 그들이 언제든 침공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이곳을 포기할 거라는 보장도 없지."


골치 아픈 일이 여러 휘말리자, 간부들의 입에서 한숨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무림맹에 알리는 건 어떻습니까?"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그놈들은 지금 내부에서 정치 싸움 중이라, 아예 귀를 닫고 있으니까."

"전쟁을 막자니, 아직 힘도 부족하고···명분도 없으니 골치 아프군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사이.

일 총관이 물었다.


"련주님, 회국이 개입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오이라트에서 머물던 자들이다. 회국에서 온 사자나, 전사들이 아니었더군."

"그렇다면 삼파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적다는 건데···."

"네 말대로 아직 안심하긴 이르지."


훗날 오이라트의 개입은 확실한 상황.

여기서 마교와 중원 무림, 그리고 황실까지 개입되면 중원의 몰락은 빠르게 다가올 수도 있었다.

즉, 무현과 성검련이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너희들은 가기 전에 율백 선생한테서 약 좀 받아 가라."

"무슨 약입니까?"

"신진 대사량을 인위적으로 촉진 시켜주는 약이다. 수련 중에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거다."

"알겠습니다.“


무현은 일 총관에게 지시했다.


"일 총관."

"하문하십시오."

"중원 각지에 얘들을 풀어서 무림의 동태를 예의주시해라. 그리고···."

"오이라트 쪽에도 얘들을 보내겠습니다."

"나는 뭘 하면 되겠나?"

"어르신은 얘들 수련 강도 좀 높여주십쇼."

"목표는?"

"간부는 전부 화경급. 나머지는 절정 급 이상만 돼도 충분합니다."

"어려운 걸 요구하는구나."

"어쩌겠습니까. 무림맹은 당파 싸움이나 하고 자빠졌고, 사도천은 말 그대로 언제 목줄 풀릴지도 모르는 개새끼들인데."


신랄하게 놈들을 흉본 무현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미안들 하지만, 당분간 고생 좀 해줘. 나도 노력 할 테니까."

"아닙니다. 저희도 힘내겠습니다."

"련주께서는 괜한 마음을 삼가하십시오."

"어떻게든 노력해보겠습니다."


모두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중원 무림을 두고 둘러싼 개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몸부림을 잔뜩 칠 것이다.


그렇게 약 석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


석 달이라는 시간 동안 성검련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무현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개편이 이어지면서, 성검련의 영향력은 감숙 전역에 영향을 뻩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온 이백진을 통해 무인들의 훈련 과정과 진로를 넓히고.

청룡상단과의 계약을 통해 감숙은 나날이 갈수록 풍족해져만 갔다.

무현은 청룡상단을 통해 식량과 광석을 대량 구매하기 시작했다.

곧 다가올 대전쟁에 맞서기 위해, 웃돈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대량 사들였다.

물론, 재정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었다.

감숙에 마수를 뻗친 흑도들과 흑사방, 그리고 최근에 홍등상단을 없애버리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재물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유례없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나날.

충격적인 한 소식이 성검련의 정보망에 들이닥쳤다.


형산파의 속가 문파가 사도천에 의해 멸문당했다는 소식이었다.


***


"보고부터."


일 총관으로부터 미리 들은 무현은, 간략하게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형산파의 속가 문파 태검문(太劍門)이 사도천에 의해 멸문당했습니다."

"범인은?"

"십이신장 백원(白猿 : 흰 원숭이)입니다."

"사도천의 척후 부대가 직접 나섰군."


십이신장 백신.

그가 이끄는 척후 부대 '성성(猩猩)'은 암살에 특화된 부대다.

살문 출신들로 이루어진 부대니만큼, 훗날 정사전쟁에서 무림맹의 정보망에 혼선을 빚게 만들었다.


"놈들이라는 증거는 나왔나?"

"태검문 입구에 문주와 휘하 식솔들의 잘린 목들이 걸려있었습니다."

"백중 백으로 놈들이군. 형산파에선 어떻게 나왔지?"

"형산파의 장문인이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해서 지금 형산으로 가는 길이 전부 막힌 상태입니다."

"요컨데 내부에서 밖으로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형산파에서 대대적인 국경 봉쇄가 이어진 지금, 백신이 이끄는 성성은 현재 형산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

물론, 형산과 성검련이 있는 감숙까지 거리가 제법 됐기에, 굳이 개입할 명분도 없었다.

하지만···.


"무림맹의 반응은?"

"저도 이상해서 교차 검증을 해봤습니다만···아무래도 무림맹은 개입하지 않을 전망으로 보입니다."

"...뭐?"


처음엔 잘못 들었나 했다.

구파일방의 한 축을 맡은 형산파다.

그런데 무림맹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것도 제 앞마당에 쳐들어온 사도천을 상대로?


"그게 사실이야?"

"몇 번이고 확인해 봤으나, 무림맹은 개입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미치고 팔짝 뛰겠군."


무현은 성질을 죽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대체 왜 개입하지 않은 거지?'


무림맹과 형산까지 거리가 제법 된다지만, 감숙과 달리 형산에는 무림맹 지부가 존재한다.

제아무리 길목을 봉쇄한다고 해도, 전서구를 통해 전달받는 방식의 정보 통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누군가 전서구를 노리는 건가?"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상자가 사도천의 백후일 거고."


무현의 표정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형산파는 스스로 만든 새장에 고립되었군."


정보 전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사람을 보내거나.

혹은 전서구를 날리거나.

형산의 길목이 차단된 현재로서는 전서구가 유일한 희망이나, 백후가 무림맹으로 가는 전서구를 죽임으로써 형산은 무림맹에 정보를 전달 할 수 없게 되었다.

백신과 녀석의 부대가 빠져나갈 것을 막기 위해 막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너희는 어떻게 정보를 얻었지?"


일 총관이 이에 답했다.


"봉쇄되기 직전, 빠져나온 정보원이 저희 쪽으로 정보를 보내왔습니다."

"무림맹 형산 지부는?"

"그들은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싸움이군."


형산파의 장문인 태산검 벽혁자는 화경의 고수다.

그리고 십이신장 백신도 화경의 고수로 알려졌다.

정면 싸움으로는 태산검이나, 기습이나 암살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백신의 승리다.

결국 누가 이 싸움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승패는 정해질 것이다.


"참으로 개 같은 상황이군."


언제나 냉정함을 유지하던 무현의 표정이 구겨졌다.

일 총관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모인 간부들 또한 무현과 다르지 않았다.


"개입할 거냐?"

"명분이 없습니다. 설령 형산파를 도와준다고 해도, 무림맹의 심문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성검련의 련주로선 말이죠."

“······!"

"무림맹의 후기지수 소검성 무현으로서는 상관없겠죠?"

“······!"


무현은 빙긋 웃었다.

무림대전에서 소검성이라는 별호를 얻었으니, 지금 무현의 신분은 두 개가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나는 감숙의 성검련주.

또 하나는 천하제일 후기지수 중 하나인 소검성이라는 신분.


“···그 방법이라면 명분은 충분하겠군요."

"문제는 무림맹이다. 형산에 고립된 이상, 놈들도 사도천과의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거다."


그 말대로 무림맹의 피해는 어쩔 수 없이 생긴다.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현이 개입하는 것이지만···.


무현은 이 일을 더욱 크게 키울 생각이었다.


"일 총관."

"하문하십시오."

"형산에 있는 정보원에게 연락을 취하라. 그리고···."


무현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무림맹을 건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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