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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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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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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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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형산파(3)

DUMMY

“···현수야?”


분명 놈들에게 붙잡혀 있어야 할 현수가 누군가와 함께 오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자신이 노안이 들었나 싶어 눈을 몇 번이나 비벼보았지만, 확실히 현수였다.


"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장문인. 제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맞습니까?"

"현수가 살아 돌아오다니?"


그들은 현수가 홀로 살아 돌아온 것에 대해 믿지 못했다.

화경의 고수의 감시망을 뚫고 어떻게 빠져나온단 말인가?

혹시나 놈의 농간인가?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하며 형산파 무인들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러자 벽혁자가 입을 열었다.


"정말 현수가 맞느냐?"


현수가 씩 웃으며 답했다.


"일대 제자 현수. 지금 막 복귀했습니다."

"아···!"


현수가 맞다.

목소리, 말투, 그리고 행동까지.


"이 제자, 장문인과 장로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합니다."

"...어떻게 살아 돌아왔느냐?"

"인연이 있었습니다."


현수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해서 한 이름 모를 은인의 도움 덕에 놈들의 마수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자의 생김새는 모르고?"

"제가 의식에서 깨어났을 직전엔, 그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아···."


모두의 입에서 안타까움이 절로 튀어나왔다.


"구명지은을 입었구나···."

"그분 덕에 형산파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군요."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 사이.


"제자 현우가 장문인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그것은···."


현수는 잠시 숨을 고르곤 이내 잔뜩 굳은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정사전쟁에 관한 일이 옵니다."

“······!"


현수의 입에서 정사전쟁 이야기가 튀어나오자, 모두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정사전쟁이라고?"

"신중히 대답해야 할 것이다. 혹, 그들로부터 무언가를 들은 것이냐?"

"그렇습니다."


현수는 형산파의 무인들을 둘러보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 중원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습니다."


***


'오랜만이군.'


살문.


그들은 중원 거점에 지부를 두며 살행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었다.

눈앞에 위치한 작은 정육점.

이곳이 살문의 지부 중 하나였다.


살문의 살수들은 살행을 돕기 위해 많은 조력자를 중원에 배치한다.

그들은 살수에게 필요한 경비를 지원해 주거나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만약 살수가 다치거나 죽는다면 뒷처리를 하는 역할도 도맡았다.

외관은 일반적인 정육점과 다를 바가 없지만, 이곳이 살문의 지부라는 사실을 아는 건 극소수에 불과했다.


정육점 내로 접근하자, 비릿한 혈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어서 오십시오!"


밝은 인상의 중년 사내가 반갑게 손님을 맞이했다.


"고기 한 덩어리 주시오."

"원하시는 부위가 있으신가?"


잠시 정육점을 둘러본 무현이 대답했다.


"육향이 짙고 부드러운 걸 찾고 있는데."


텅-!


주인장이 고기를 썰면서 답했다.


"흐음···그런 거라면 뒷다리가 좋겠죠."

"기름기가 별로 없는 부위를 찾고 싶은데."

"아···잠시만요, 그 부위는 안쪽에 있을 겁니다."


주인장이 정육점의 뒷문을 가리켰다.

무현은 정육점의 뒷문으로 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좁고 긴 통로를 이동하자 또 다른 문이 하나 등장했다.


"오늘은 소고기가 다 떨어졌소."

"그럼 돼지고기로 주시오."

"돼지고기라···그렇다면 들어오시오."


기이한 대화 흐름.

이것은 모두 살문의 진짜 지부에 진입하기 위한 암호였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지부에 잠복한 살수가 나설 것이다.

거기가 암호마다 목적이 달랐다.

무현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찾아왔다.

이런 경험은 전생에 몇 번 있었다.


"이리로."


외관은 작은 정육점이었지만, 내부는 꽤 넓었다.


사내를 따라가니 분위기가 완전히 정반대되는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만든 방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평범한 얼굴의 노파였지만, 무현은 그녀가 인피면구를 썼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처음 보는 손님이신데, 어쩐 일로 이곳에 찾아오셨을까?"

"척후로부터 전달을 받았다."

"···어느 부대 소속입니까?"

"성성."


쿵.


무현이 떡하니 탁상에 후골패(猴骨牌)를 올려놓았다.

손에는 뼈로 만든 증패가 있으며, 중앙에 원숭이를 뜻하는 신(申)을 새긴 문양이 적혀 있었다.


"···말씀해 보시오."

"작전은 실패했다."

"······!"


노파가 붓을 놓았다.

또한, 그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은은히 내비치는 살기.

평범한 이들은 살이 떨릴 정도로 오싹한 기운이었지만, 무현에겐 그저 재롱에 지나지 않았다.


"근거는?"

"선발부대로부터 연락이 두절되었다. 기간이 늦어도 너무 늦다."

"알겠소. 상부에 보고하여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소. 조금만 기다려야 할 거요."

"아니, 우리는 여기서 빠지겠다."

“······."


노파가 입을 다물었다.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기에 표정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적잖이 놀란 상태였다.


'대체 뭐지?'


노파는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선발부대가 전멸했다면,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만다.

살행이 틀어진다면, 지부는 일을 수습하기 위해 지부에서 자체적으로 파악하여 표적을 제거할 수 있었다.

노파는 자신이 직접 나서고자 했다.

비록 선발부대보다 실력은 뒤떨어지나, 살문에 오래 몸을 담아온 그녀이니만큼, 제법 많은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무현은 그런 노파의 생각을 다 꿰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지부가 함부로 위험에 노출될 거라는 우려 때문인가?'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괴롭혔지만,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지부가 노출된다면 한동안 형산의 정보는 막히게 될 것이다. 네가 살문에 충성을 맹세한 건 알지만, 일이 틀어지는 건 용납할 수 없다."

"······."


이번에도 노파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 박동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살수의 훈련을 받은 인간이라도 감정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었다.


'하오문만큼은 안 된다.'


살문은 살행만 다루지 않는다.

중원 곳곳에 지부를 두고 있는 만큼, 정보 또한 귀중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사도천이 여러 사파 조직과 합병을 이루며 하오문이 그 자리를 비집고 북상하기 시작했다.

본래 정보를 다루는 일은 하오문이 제격이지만, 양질의 정보를 다루는 건 살문이 압승이었다.


즉, 살문과 하오문은 경쟁 관계다.

정보의 독점은 곧 승리의 우위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중대한 상황.

여기서 형산의 일이 잘못 돌아가기라도 한다면, 형산지부를 하오문에게 넘겨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여기서 처리할 수 없다면 성도로 가겠다."

"······."


노파는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어쩔 거지?"

"살행을 취소하겠습니다."


노파의 말에 복면을 쓴 사내가 나타나 취소를 알리는 문서를 건넸다.

그리고 그 위로 노파가 인장을 찍자, 사내는 문서를 회수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살행은 취소되었습니다. 이걸 가지고 성도 지부로 향하시면 됩니다."

"알겠다."


무현은 당연히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노파가 황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형산에 남은 이들도 함께 데려가실 겁니까?"

"아니, 나 혼자만 움직인다."


무현은 그렇게 말하고 떠났다.

그가 나가자 노파의 옆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모두 복면을 쓰고 있어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일이 틀어졌구나.”


형산파의 신물 탈취 작전은 실패다.

무려 차기 살문주 백후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이다.


"본산으로 전서구를 보내라."

"뭐라고 보낼까요?"

"형산의 일이 틀어졌다. 증원 부대를 보내달라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형산으로 가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고 오너라."

"알겠습니다."


중급 살수 두 명이 노파의 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말도 안 돼.'


백후는 화경급의 고수로 차기 살문주로 낙점되었을 만큼의 뛰어난 실력자다.

그런 그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형산에서 죽었다?

단순히 우연이라기엔 의심쩍은 구석이 너무나도 많았다.


'설마 놈들이?'


노파는 형산파를 떠올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정면 대결에서는 형산파가 이길지언정, 형산이라는 지형을 두고 싸운다면 백후의 성성이 압승이었다.

그런 그들이 고작 형산파에 패배했다?

노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말이 되지 않았다.


'외부의 누군가가 개입을 한 건가?'


형산으로 가는 길목은 형산파가 차단했으니, 남은 건 백후와 형산파.

만약 그들의 감시망을 뚫고 침입할 자신이 있는 자라면?


'상천십삼좌.'


비약적인 추측이지만, 이게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았다.

노파는 순간 모든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만약 자신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화경의 고수를 죽이고, 선발부대를 척살한 강자가 형산에도 지금 있다면?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


성도지부로 가기 전 먼저 들를 곳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휘황찬란한 크기의 주루로 들어서자, 안에서 점소이가 나왔다.

무현은 점소이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술 한잔 마시러 왔소."

"어떤 술을 원하십니까?"

"용정주."


점소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용정주라···제법 귀한 술을 찾으시는군요."

"그래서 있나?"

"당연히 있습니다. 절 따라오십시오."


점소이가 주루의 바로 옆 계단을 가리켰다.

무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점소이를 따라 계단으로 올라섰다.

계단을 한참 올라가자 또 다른 문이 하나 등장했다.


"누굴 만나시겠습니까?"

"두 번째로 아름다운 매화를 만지고 싶구나."

"매화라···그렇다면 들어오십시오."


점소이가 뒤로 물러서고, 기녀로 보이는 아리따운 여성이 그를 마중했다.

기녀의 안내를 따라가니 루주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십시오."


아리따운 얼굴의 여인이었지만, 무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고작 기녀들 사이에 껴서 술이나 퍼먹으려고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서 오신 분이십니까?"

"성검련."


무현은 품에서 옥패를 탁자에 올려놓고 말했다.

옥패를 쳐다본 여인이 두 눈을 잔뜩 떨어댔다.


"···련주님을 뵙습니다."


여인이 자세를 다잡으며 공손히 예를 갖추었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소녀의 이름은 이매라고 합니다."

"일 총관이 지어준 이름이냐?"

"그렇습니다."


눈앞의 이매라는 아이는, 과거 일매가 거둔 기녀 중 하나였다.

매화루의 첫 상품 기녀 중 하나였으며, 일매와 함께 독사파에 납치되어 죽을 날만 기다리던 가녀린 아이.

그 아이가 어엿한 여인으로 자라 지금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의 작디작던 아이를 떠올리다, 이내 어엿한 여인으로 성장한 그녀를 보다가 기묘한 감응을 느꼈다.


"일매 옆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그 작은 아이였군."

"······!"

"그 작은 아이가 이리도 컸구나."


3년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겐 짧을지언정, 눈앞의 아이를 성숙한 여인으로 만들어 주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마음 같아선 담소를 나누고 싶지만, 지금은 공적인 자리로 온 것이니 이만 감상은 멈춰야겠구나."

"아···."


여인의 입에선 안타까움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다잡고 사무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시던 일은 잘 마무리하고 오셨습니까?"


무현은 품속에서 백후의 신분을 나타내는 후골패를 보여주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중원에 정보를 흘려라. 중원 전역이 알 수 있게끔."

"놈들을 수면 밖으로 끄집어내실 생각이십니까?"

"슬슬 밑 작업에 들어가야지."


무현은 씩 웃으며 후골패를 집어 들었다.


"지금쯤이면 놈들도 안달이 나겠지.“


형산파의 신물 탈취는 이미 실패했다.

더구나 이번 사건으로 살문은 차기 수장급 살수를 잃게 되었다.


한동안 살문은 하오문에 도움을 구걸하며 사도천주에게 목숨을 구걸해야 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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