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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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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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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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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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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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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용을 끌어내리다(1)

DUMMY

무림맹 호남 지부.

그곳에 자리한 감옥에서 한 사내가 사지가 모두 결박된 채 갇혀 있었다.


···무림맹 꼬락서니 한번 잘도 돌아간다.

빛깔부터 모양새가 영 수상하더니, 여기서 덜미가 잡힐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기회를 틈타서 탈출해야겠군.'


딱 보기에도 허술한 것이, 조금만 힘을 가하면 무너질 것만 같은 감옥이었다.

무림맹의 상황이 좋지 않다지만, 이건 너무도 심했다.

악취와 습기가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해, 자칫 잘못했다간 전염병이 창궐하기 십상이었다.


그때.


"여기에 간자가 있다고?"


계단을 타고 넘어오는 귀를 간지럽히는 감미로운 목소리.

그림자가 점점 짧아지고, 모습을 드러낸 건 바로···,


'남궁무애?'


면사로 가리고 있어 얼굴을 직접 보진 못하지만, 확실히 그녀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과거 무림대전에서 무현이 준 옷이었으니까.

어째서 그녀가 호남성에 있는지 모르지만···.


"예, 법구가 깨졌으니, 놈이 간자임이 확실합니다."


남궁무애는 천천히 무현이 갇힌 감옥 쪽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철장을 사이에 두고 두 남녀가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이 자인가?"

"예, 그렇습니다."

"이 자는 내가 심문하겠다. 너희는 가서 둘러보고 오도록."

"예?"


중년의 무림맹원은 어리둥절했다.

무현은 순간 녀석의 눈에서 탐욕 어린 시선을 읽었다.


‘미친놈들이군.’


연배로 따지면 무림맹원이 높을지언정, 배분으로는 그녀가 명백히 위다.

근데 상사를 눈앞에 두고 노골적으로 탐욕 어린 시선을 숨기지 않았다.


"···상부에 잘 말씀드리지. 그만하고 가 보도록."

"아, 알겠습니다!"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짓는 중년의 무림맹원.

그렇게 나머지 무림맹원들 역시 녀석을 따라 감옥 밖으로 나서자, 그제야 감옥 내엔 두 남녀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보다시피 여기 갇혀 있지."

"어쩌다가요?"

"후우···."


무현은 법구가 깨진 일련의 과정에 대해 모조리 설명했다.


“···법구가 깨지기 직전이었다고요?”

“본래 법구가 쉽게 깨지는 편인가?”

“아뇨, 법구는 본래 제갈세가에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있거나···.”

“중간에 누군가 빼돌렸거나.”


무림맹의 영역에서 벌어진 횡령.

무림맹이 썩을 대로 썩었지만, 사도천의 침공이 예정된 상황에서 대규모 횡령 사건이 벌어질 것은 예상지도 못 했다.


“법구 관리는 누가 하지?”

“보통은 지부장이 관리하지만, 비상시엔 부지부장에게 일임하여 관리합니다.”

“그럼 둘 중의 하나라는 소리인데.”

“조사해 볼까요?”

“아니, 이 문제는 네 선에서 해결될 일이 아닐 수도 있어. 뒷배가 있으니까 대놓고 횡령을 저지른 거겠지.”


기왕이면 뿌리를 뽑을 수 있을 때 뽑아야지만, 무림맹도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다.

전쟁을 앞둔 마당에 간자를 구별할 법구마저 누군가 빼돌린다면, 상황은 걷잡기 힘든 양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호남 지역의 상황은?”

“간자로 판별된 인원을 전부 집어넣느라 한동안 업무가 마비됐습니다. 그나마 무림맹 측에서 관부에 양해를 구해 가두었지만, 이마저도 한계인 상황입니다.”

"무림맹 내부는?"

"여전하죠. 서로 맹주직을 차지하기 위해서 물밑 작업에 들어가고 있으니까요."

"거기에 남궁세가도 껴있나?"


남궁무애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남궁세가는 이미 당파 싸움에서 물러난 지 오래됐어요. 가주님 역시 무림맹에서 반쯤은 이미 물러나신 지 오래고요.”

"그렇군."


그는 성정이 어질고 심지가 올곧은 사내다.

전생에선 그와 부딪쳤을 당시, 그는 세가의 식솔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홀로 마교와 싸웠다.

그 과정에서 세가의 무인과 식솔들을 살아남았지만, 결국 무인으로서 무현의 손에 최후를 맞이했다.


그때부터였을까.

처음으로 무인에 대한 의구심이 든 적이.

자신은 그저 누군가의 휘둘리는 검이 아닌지.

그저 마교의 입맛대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라는 걸 깨달은 것을.


"그럼, 남궁세가의 자리를 누가 대신 채웠지?"

"현재로서는 진주언가와 산동악가, 그리고 황보세가가 가장 유력합니다."

"···다른 건 그렇다 쳐도, 황보소한 그놈이 직접 맹주 후보로 나섰다고?"


상천십삼좌 권존(拳尊) 황보소한.

그는 맹주직에 어울리는 사내가 아니다.

본래 황보세가의 무식함은 중원에 정평이 났지만, 권존은 그런 이들과 아예 궤를 달리하는 무식함을 가지고 있었다.

오죽하면 무림맹 내에서도 그를 기피 할 정도였으니.


“권존에 대해서 많이 아시나 봐요?”

“투존 영감님이 이야기 해줬지.”

“···투존은 또 어떻게?”

“무림대전에서 우연히 만났거든, 언제 시간 되면 소개 해줄게.”


무현이 작게 웃는다.


"그나저나 무슨 볼일로 호남에 왔습니까?"

"내가 말했잖아. 간자를 찾으려고···."

"그것만 있는 게 아닐 텐데요?"


역시 날카로운 여자다.

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를 낚으려고."

“그 대상이 누구길래, 호남 전역의 간자들을 전부 미끼로 던진 겁니까?”


무현은 무표정한 얼굴을 고수하여 답했다.


"상천십삼좌 살왕(殺王). 놈을 죽이고 살문을 끌어내릴 거다."


***


"...살왕이라고요?"


남궁무애의 입에서 드물게 경악 섞인 대답이 튀어나왔다.


"···살문의 위치는 무림맹에서도 모르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가시게요?"

"최근 간자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암어가 적힌 서신을 해독했다.”


무현은 서신을 남궁무애 앞으로 밀어 놓았다.

남궁무애의 두 눈동자가 커졌다.

무림맹이 모르는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굳이 살문일 이유가 있습니까?”

“사도천의 정보망을 가릴 생각이야. 임시에 불과하지만, 한동안 무림맹에게 시간을 벌어줘야 해.”

“차라리 하오문이 낫지 않겠습니까?”

“하오문은 수가 너무 많아. 그리고 놈들의 본거지는 사도천의 영역에 있어.”

“그게 전부입니까?”

"최근 살문에서 두 명의 특급 살수를 잃었거든. 그중엔 차기 살문주 백후도 있었고."

"다른 하나는?"

"남은 한 놈은 정서시에서 처리했다."


무현은 정서시에서 사도천의 간자들을 처리했던 일을 설명했다.


"···무림공적들도 있었다고요?"

"음양쌍마랑 혈귀비 들어봤겠지?"

"얼핏 들어본 적이 있어요. 제가 알기론 30년 전에 무림맹의 추척에서 끝끝내 도망친 놈들이라고···."

"그런 놈들이 사도천에 잔뜩 있다면?"


음양쌍마와 혈귀비 뿐만이 아닌, 과거의 노괴들이 사도천에 있다면?

그렇게 되면 무림맹은 예상치 못한 복병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척후를 담당하는 살문을 없앨 필요가 있었다.

하오문이 정보를 들여오면, 그 과정에서 거르고 고르는 일은 살문이 담당한다.

즉, 둘 사이는 뺄 수 없는 공존 관계라는 것이다.


"살왕을 죽이면 사도천의 정보망은 한동안 마비되겠군요."

"그리고 한동안 무림맹이 시간을 벌 수 있게 되겠지."


전생에선 살문은 끝까지 무림맹을 괴롭혔다.

마교가 중원을 침공했을 때도, 그들은 하나라도 무림맹의 무인들을 죽이기 위해서 시도 때도 없이 그들을 괴롭혔다.

오죽하면, 밤낮으로 이어지는 잦은 습격에, 자살하는 무림맹원도 적지 않게 존재했을 정도였다.


"놈들의 위치는요?"

"너도 알고 있는 곳."


무현은 씩 웃으며 말했다.


"호북성 무한. 그곳에 놈들의 본거지가 있다."


호북성 무한.

춘추 시대의 초나라부터 여러 왕조의 본거지였으며, 현재는 제갈세가의 영역인 무한.


그곳에 살문의 본거지가 있다.


"제갈세가의 영토에 놈들이 있다고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듣자, 그녀는 경약실색했다.

제갈세가 누구던가.

오대세가의 일원이자, 신기제갈(神機諸葛)이라는 별명마저 있을 정도로 뛰어난 지략으로 널리 알려진 세가.

무림맹 내에서도 지략과 전술을 담당할 정도로, 뛰어난 머리를 가진 이들이 바로 제갈세가다.

그런 제갈세가의 영역에 살문이 있다?

정파 무림의 영역.

그것도 무림맹의 수뇌부 중 하나이자, 오대세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갈세가의 영역에, 사도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신주사패 살문의 본거지가 자리하고 있을 줄은 누가 알겠는가?


"문제는 제갈세가에서 이 문제를 받아들이냐는 게 문제죠. 자신들의 영역에 살문은 본거지가 있다고 말하면 과연 그들이 믿겠냐는 거죠.“"


그것도 오대세가의 한 축을 담당하는 남궁세가의 여식이 그 말은 한다면?


'신각 녀석이 퍽이나 말을 듣겠군.'


신각(神脚) 제갈극린.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수완으로 당시 몰락해 가던 제갈세가를 오대세가로 격상시킨 천재 중의 천재.

그런 그의 앞에서 설득은, 촉나라의 마량(馬良)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 한, 이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보고를 받았겠지만, 형산파는 피해를 수습 중이라 참전은 불가능하고, 이 사실이 무림맹 내에서 알아서도 안 돼. 이 일은 어디까지나 대외비로 해야 해.”

“그래서요?”

“남궁세가에 전서구를 날려 가장 뛰어난 무인 쉰 명만 지원해달라고 요청해 줘. 적어도 화경급 고수가 다섯 명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조건이어야 해.”

“그게 전부입니까?”

“그리고 제갈가주를 설득할 수 있는 인물도 함께 오라고 전달해 줘.”

"전 가문과 거의 의절하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남궁의 이름으로 무림맹의 직책을 맡고 있지."

"···가주님을 뵙길 원하시나요?"

"기왕이면 그가 좋겠지만, 쉽게 나서지는 못하겠지."


남궁무애은 맹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다.

그곳은 정파 무림의 요람이기도 했지만, 노회한 고수들이 득실거리는 정치판이다.

제아무리 뇌제라고 해도 그 정치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오대세가의 일인이라고 해도, 무림맹이라는 정치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뇌제라는 거물이 함부로 움직였다간, 무림맹의 노괴들이 물고 늘어질 게 뻔했다.


“무현.”

“말해.”

“일단 전서구를 보내보겠습니다만, 큰 기대는 하시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거기선 꼬투리 하나만 나와도 물어뜯을 승냥이 떼가 득실거리는 곳이니까.”

“상관없어. 그저 뒤처리만 해줄 사람만 있으면 충분해.”


무현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무림맹에서 꼬투리 잡을 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게.”


무현이 작게 웃었다.


“···그들은 잘 지내고 있어요?”

“조만간 사업체를 확장할 거니까, 향후 몇 년 안으로 중원 내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거야.”


당장은 중원 진출에 많은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착실히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일단 명단 좀 추슬러놔. 무림맹원 중에 수상한 자가 있으면 내게 말해줘. 수하들을 시켜서 감시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자 있는 법구들부터 세어보고, 나중에 보고서로 작성해 놔. 그래야지만, 뒤를 캘 때 수월하게 압박할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남궁무애는 지끈거리는 머리의 고통을 참았다.

무림맹 내부의 일만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무림맹 안팎으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매일 펼쳐지고 있었다.

더 이상 횡령 따위에 심력을 쏟고 싶지 않았다.


“이화.”


그러자 어둠 속에서 흑의를 입은 여인이 등장했다.

무현은 자연스럽게 명령을 하달했다.


“···무림맹원들을 감시하라고 전해. 한 놈도 빼놓지 말고, 수상한 흔적이나 행동을 보이면 즉각 내게 직통으로 보고하고.”

“명 받들겠습니다.”


명령을 하달받은 이화는 이내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까 그자는?”

“성검련 소속 정보원들이다.”


무현의 지시로 일 총관이 따로 기른 정보원.

전부 글을 읽고 쓸 줄 알아야 하며, 무공을 반드시 익혀야 한다는 점이 따랐다.

살문과 다른 점이라면, 그들의 주요 업무는 어디까지나 정보를 취득하는 일.

그렇기에 이들은 은밀함에 특화된 살수의 무공과 경공술을 익혔다.

물론, 무공은 전부 무현이 마교의 장서각에 있던 걸 토대로 쓴 것들이었다.


“일단 서두르자고, 놈들이 눈치챌 수도 있으니까.”


남궁무애가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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