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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난청 님의 서재입니다.

방랑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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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청
작품등록일 :
2021.08.09 20:03
최근연재일 :
2022.12.11 23:37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21,682
추천수 :
327
글자수 :
845,685

작성
22.12.11 23:29
조회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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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외전 - 그리핀 기사단 부기사단장 살바토르 (完)

DUMMY

알현실 속, 국왕과 무릎을 꿇은 하넬리의 사이에서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하넬리여. 네가 이번 포로교환 때 포로를 빼돌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원래는 반역죄로서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하나 그대의 유능함에 우리는 마지막으로 그대에게 기회를 내리기로 했다."



국왕은 마치 무언가에 조종을 당하는 듯 멍때리는 눈빛으로 힘없이 말했다.



"네가 빼돌린 포로를 네 손으로 직접 죽여라. 그리고 살바토르라는 자를 추방하여 기사단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여라. 그리한다면 네 죄는 사해주도록 하마."


"허나, 폐하···! 그것은···!!"

"지금 반역죄를 인정하겠다는 건가···그래. 그럼 이렇게 하지. 네가 내가 말한 대로 하지 않는다면 살바토르라는 자의 목숨도 없을 줄 알아라."



국왕은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조금 움직이며 말했다.



"그리고 이후 그 첩자 살바토르와 일체의 접촉도 해서는 안 된다. 너희 기사단의 일원이든 어떤 사람이든 말이다. 그것을 어긴다면···어긴 자들도 제 목숨을 무사히 건질 수 없을 것이다. 알겠나."



국왕의 말에 하넬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반역죄. 그것은 기사로서 절대 저질러서는 안 될 일이었으며 기사단장이라는 자가 반역죄라는 죄를 받는 것은 사실상 사형과도 다름없는 것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역죄만 있었다면 하넬리는 주저 없이 이것을 거절하였을 것이다.


허나 살바토르의 목숨. 그것에 하넬리는 더 ,이상 변명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알아들었다면 이행하도록 하여라."

"예···폐하···"



하넬리는 알현실을 빠져나와 걸으며 생각했다.


국왕은 변명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극단적인 상태였다.


그렇다고 명을 듣지 않으면 살바토르가 죽는다.


영문도 모른 채 하넬리는 선택을 하였고, 결국. 하넬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덜컥!



"어, 하넬리 단장님! 여기에는 웬일로···아! 오빠는 잠깐 나간 상태···"



- 푹.



"어···?"



하넬리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 것 같은 얼굴로 살바토르의 여동생의 심장을 찔렀고, 곧이어 음식을 준비하고 있던 살바토르의 어머니를 뒤에서 찔렀다.



- 푹.



"···헛.."



둘은 그대로 검에 찔린 뒤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사망하였고, 하넬리는 그 자리에서 두 모녀를 살해하고는 눈물을 흘렸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결과는 말이다.



스스로를 희생할 수도 없는 상황이 싫었다.



그리고 둘을 죽이고 시간이 좀 지난 뒤, 그들을 죽여야만 하는 슬픔과 고통의 감정의 폭풍이 다시 들어갈때쯤, 하넬리의 가슴에는 또 하나의 감정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죄책감.



살바토르가 국경을 넘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가족들을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과 그런 자신을 바라볼 살바토르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죽이고서야 후회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볼 걸.

모두를 구할 방법을 시도해볼 걸.



하넬리는 살바토르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런 고통을 감수하고 둘을 죽였다. 설령 그게 더 살바토르에게 불행하고 잔인한 짓일 지라도 말이다.



허나 막상 일으키고 난 뒤에는 자신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실감하고 말았다.


결국 하넬리는···



- 솨아아아..!



"부단장···아니, 살바토르···믿기 어렵겠지만···"



살바토르를 추방했다.



"오늘부로 추방···되셨습니다.."



얼굴도 마주치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기사가 전한 추방소식에 살바토르는 의아해했다.


어째서 자신이 추방당한 것인지.

아니, 애초에 이렇게 쉽게 가능은 한 건지.


물론 부 단장 이하의 인원관리는 기사단장의 권한이 맞았다.


허나 이렇게 쉽게···그것도 하넬리가 그랬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살바토르는 장난이라 생각하며 기사단의 시설 내로 들어가려 했으나



- 챙!



동료 기사의 울먹이는 표정과 함께 뽑혀든 검에 의해 곧 깨달았다.



- 솨아아아..!



"여기서부터는 기사단의 일원만이 들어가실수 있습니다. 상급 기사의 허가 없이는 들어가실수 없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장난 아니야, 부 단장. 부 단장은 정말로 추방되었어..반역죄라고 하더라···"



살바토르는 그에 멍때리다 무언가를 떠올리며 눈을 크게떴다.



"설마···"



- 처벅! 처벅! 처벅! 처벅!



살바토르는 내리는 비를 모두 맞으며 빠르게 집을 향해 뛰어갔고, 이내 열려 있는 문을 보며 자리에 멈춰 섰다.



"안 돼···안 돼···!"



그리고는 서서히 집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밟으며 중얼거렸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 끼이익! 턱!



살바토르는 그렇게 소리 지르며 집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곳에는 피 ,웅덩이 속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있었을 뿐이다.


살바토르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누가 이러한 참상을 일으켰는지.



- 솨아아아..



깔끔한 찌르기.



마치 찔린 사람이 고통 없이 최단 기간에 죽을 수 있도록 정확히 심장을 겨냥한 찌르기.


찌르기에서는 난폭함은 커녕 시신을 더 훼손하지 않기 위해 급소만을 정확히 노린 섬세함이 보였다.


그리고 살바토르가 아는 한, 자신의 주변에서 이런 찌르기를 구사할 사람은 딱 한 명밖에 없다.



"하넬리가···왜···"



살바토르는 그렇게 말하며 서서히 쓰러져 있는 가족들에게 다가 갔다.


처음에는 그저 당황한 표정이었다.


놀랐고, 긴장했고, 당황했으니 말이다.



- 터걱, 터걱.



하지만 이내 빗물에 젖은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갈 때마다 살바토르의 표정은 눈물로 물들어갔다.


점점 걸어가며 굳은 피 위에 싸늘하게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이 너무나도 선명히 보였으니 말이다.


두 사람의 모습에 살바토르의 가슴속에는 더 이상 긴장과 당황함의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았다.



두려움과 무서움.



정말 죽었으면 어떡하지 하는 그런 두려움과 무서움이 생겨났고, 이내 살바토르가 두 사람의 맥을 짚자 살바토르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두 사람을 끌어안았다.



"왜···왜!!!"



살바토르는 한참을 절규했다.



어째서 이런 일을 자신에게 잃어났는 지를 괴로워했고, 어째서 남들과 같은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지를 한탄했으며, 어째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제일 소중한 사람들을 앗아갔는지 이해가 안 됐다.



살바토르는 의아했고, 두려웠으며, 분노했다.



그냥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허나 일어난 참상에 그저 절규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며칠.


살바토르는 가족에 대한 장례를 치렀다.



허나 그 누구도 장례에 오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살바토르가 장례에 부르지도, 오게 하지도 않았다.



화조차도 나지 않았다.


아직도 자신의 가족이 죽은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으니 말이다.



살바토르는 그저 홀로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살바토르는 내심 원하고 있었다.



누군가···내가 이렇게 있다면···자신을 위로. 아니 위로조차 바라지 않는다.


설명. 그래.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이라도 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말이다.



허나 그런 것은 없었다.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나흘이 지나도.


열흘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날 때까지 그 누구도 살바토르에게 와서 이 일들에 대해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흑···흐윽···흑···"



며칠이 지나도 하넬리는 살바토르에 대한 죄책감에 방에서 나오지 못했다.


집무실에 출근해도 퇴근 전까지 집무실의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 안에서 서러운 울음소리만을 남길 뿐이었다.


기사들은 하넬리가 말한 국왕의 명령에 의해 살바토르와의 접촉이 철저하게 금지되었고, 그로 인해 살바토르에 관한 이야기가 입 밖에 새어 나오는 것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차 시간이 지나며 하넬리는 자신의 동생 헤일리와 다른 기사들의 위로에 점차 활기를 되찾아갔다.


허나 그럴 때마다 하넬리의 살바토르에 대한 죄책감은 더욱더 깊어져 갔고, 하넬리는 결국 살바토르를 찾아가 해명할 용기도, 아니. 살바토르를 바라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결국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살바토르는 깨달았다.



기다린다는 것이 미련한 짓이라는 것을.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넬리는 모종의 이유로 자신의 가족을 죽였고, 그렇다면 자신이 할 것은 하나였다.


복수.



진실 따위야 이제 상관없다.


자신의 가족을 죽이고 한 달이 되는 시간 동안 자신을, 아니 가족의 시신조차 찾으러 오지 않는 자에 대해 살바토르는 더 이상 자비를 베풀지 않기로 했다.


살바토르는 그저 허탈했다.



그냥 이 상황이 너무나도 허탈했다.



살바토르는 그렇게 허탈한 마음으로 복수를 하려했으나···이내 혼자서는 기사단에 비하면 너무나도 약하다는 것을 느껴버렸다.



살바토르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자신이 열심히 살아온 이유이자 목적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살바토르는 어느샌가 여행아닌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이유는 모른다.


목적도 없다.



그저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까 봐 그랬나 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처 없이 유랑하는 살바토르에게 한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다가왔다.



"네가 살바토르인가."



낮은 목소리를 가진 중년의 남성.


무시하고 후드를 쓴 채 길을 걸어가던 살바토르는 이내 그의 다음 말에 자리에서 멈추었다.



"하넬리. 그녀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나."



'?!'



"너···뭐야···?"



살바토르의 말에 제라트가 후드를 벗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너에게 힘을 줄 수 있다."



손등에 있는 자신의 마왕의 문양을 보여 주며 말이다.



"그래···"



살바토르는 제라트의 말에 그의 손을 잡았고,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 저벅, 저벅



그리고 그것은 그리핀 전 부기사단장 살바토르가 13마왕이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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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마지막 화. 수석 제라트 (完) 22.12.11 144 3 11쪽
121 수석 제라트 (3) 22.12.11 119 2 11쪽
120 수석 제라트 (2) 22.12.11 106 2 9쪽
119 수석 제라트 (1) 22.12.11 105 2 11쪽
118 메르헨 22.12.11 102 2 10쪽
117 3석 카샤라 (完) 22.12.11 106 2 9쪽
116 3석 카샤라 (3) 22.12.11 100 2 10쪽
115 3석 카샤라 (2) 22.12.11 103 2 11쪽
114 3석 카샤라 (1) 22.12.11 108 2 11쪽
113 9석 발리안트 (完) 22.12.11 103 2 9쪽
112 9석 발리안트 (1) 22.12.11 109 2 10쪽
111 4석 피가스 (完) 22.12.11 103 2 11쪽
110 4석 피가스 (1) 22.12.11 111 2 11쪽
109 계획 22.12.11 105 2 10쪽
108 하데루크 22.12.11 115 2 10쪽
107 귀족의 복수 22.12.11 108 2 13쪽
106 5석 아포니 (完) 22.12.11 103 2 11쪽
105 5석 아포니 (1) 22.12.11 107 2 12쪽
104 키메라 연구소 (2) 22.12.11 107 2 12쪽
103 키메라 연구소 (1) 22.12.11 115 2 13쪽
102 탐색 22.12.11 111 2 12쪽
101 성녀 카디널 22.12.11 101 2 17쪽
100 헤테리얼 22.12.11 114 2 16쪽
99 키메라 바포메트 22.12.11 125 2 10쪽
98 에르판으로 22.12.11 120 1 12쪽
97 하사물 (2) 22.12.11 11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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