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i에나님의 서재입니다.

사건파일 4869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드라마

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8,424
추천수 :
681
글자수 :
492,160

작성
23.10.10 08:00
조회
203
추천
9
글자
9쪽

제3화. 어디로 갈까나-어느 노파의 죽음

DUMMY

서 반장 책상 위, 흰 봉투가 하나 놓여 있다.


출근한 서 반장이 봉투를 보고 집어 든다.


“이거 뭐야. 사건 잘 해결했다고 주는 금일봉이야? 아니면 잘 좀 봐 달라는 뇌물이야?”


봉투에는 사직서라고 쓰여 있다.


“이 봐. 강 형사. 나 좀 봐.”


봉투를 확인한 서 반장이 회의실로 나를 불렀다.


‘그냥 처리하면 될 것이지 부르긴 왜 또 부르고 그래.’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회의실로 들어섰다.


“야, 너 이게 뭐야! 한동안 잠잠하더니 그 병이 또 도진 거야. 사표 쓰는 병!”


서 반장이 나에게 다그치듯 말했다.


“잘 아네. 친구로서 부탁 좀 들어주면 안 되냐?”


내가 짜증이 좀 섞인 목소리 대꾸했다.


“절대 안 돼! 너 여기 관두면 맨날 술만 퍼마시다 골로 갈 게 뻔한데, 친구가 골로 가는 걸 도와주라고? 나 너희 어머니 얼굴 어떻게 보라고.”


“아. 씨! 이게 가족을 견디네. 거기서 엄마가 왜 나오냐?”


“야. 너희 어머니 혼자 있는 아들이 혹여라도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전화하면 맨날 우시는데. 그리고 넌 전화도 평생 안 하면서 가족은 무슨. 딴 생각하지 말고 어머니한테 전화나 자주 드려!!”


단호하게 말한 뒤 서 반장은 회의실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동갑이긴 하지만 서 반장은 언제나 어른스러웠다.


저런 친구가 있어 나는 뿌듯했다.


서 반장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사고로 아내와 딸을 먼저 떠나보내고 몇 년 동안이나 술에 절어 살았다.


아내와 딸에게 정말 미안하고 그립기도 해서 잘못된 선택을 몇 번이나 시도했었고 마침내 성공하나 싶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 친구가 걱정되어 찾아온 서 반장 덕분에 실패에 그치고 말았다.


나도 서 반장 뒤를 따라서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작은 소동 탓에 사무실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팀원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괜히 뻘쭘해졌다.


“사건이 발생했다는데요.”


때마침 전화벨이 울리고 동만이 전화를 받았다.


‘나이스 타이밍.’


난 속으로 ‘다행이다.’를 외쳤다.


평소엔 진절머리가 나는 사건 전화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야, 무슨 사건이야? 가면서 얘기하지. 가시죠. 반장님.”


난 빠르게 분위기를 전환했다.


“사망 사건인데, 한강에서 사체 한 구가 나왔다고 합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떠내려온 것 같다고 아침에 조깅하던 사람이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내 차 안의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현장은 여느 때처럼 분주했다.


채 형사가 마스크를 한 장씩 나누어 주었다.


이제는 마스크가 필수인 시대가 왔다.


싫든 좋든 간에 사람들에게 민폐를 주지 않기 위해선 백신 n 차 접종을 해야 했고 마스크를 꼭 써야만 했다.


백신 접종도 우리는 의무적으로 맞아야 했기에 맞지 않을 수도 없고 주사 공포증이 있던 나는 백신을 맞는다는 게 참 고역이었다.


1차, 2차 모두 몇 날 며칠을 앓아누웠었다.


그럴수록 먼저 떠나간 아내와 연서가 보고 싶었고 무척이나 그리웠다.


우리 팀원들은 현장을 누비며 다닌다.


7년 차인 정 형사와 에이스 채 형사는 말할 것도 없이 1년 차인 막둥이 동만이까지 이제 제법 형사 티가 난다.


동만이는 연신 셔터를 눌러 시신과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고 채 형사는 시신 주변으로 증거가 될만한 것들을 살폈으며 정 형사는 최초 발견자와 현장에 있던 파출소 사람들과 대화를 했고 서 반장과 난 언제나 하던 대로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현장을 관망하고 있다.


증거를 찾았는지 채 형사가 우리에게 달려온다.


무심결에 그 모습을 보는데 마치 내 아내가 다시 살아서 나에게 달려오는 것만 같아서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달려가 안을 뻔했다.


서 반장이 눈치를 챘는지 내 팔을 재빨리 낚아채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난 괜히 주변을 살폈다.


“채 형사, 무슨 일이야?”


“사망하신 분 거로 추정되는 지갑을 찾았습니다.”


채 형사가 물에 젖은 지갑을 서 반장에게 건넸다.


지갑을 건네받은 서 반장이 장갑을 낀 손으로 지갑에 있던 내용물들을 차 트렁크 뚜껑 위에 쏟아냈다.


어느새 정 형사와 동만이도 와 있었다.


지갑 안에서 주민등록증이 먼저 나왔다.


“이름 이말자, 생년월일 1947년 08월···. 주소 서울특별시···.”


서 반장이 주민등록증을 들고 읽었다.


순간 난 그 주민등록증을 급하게 빼앗았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오늘 아침에 선배님 어머님께 전화 받았습니다. 망할 녀석에게 전화하면 짜증만 낸다고···. 옆에서 끼니 좀 잘 챙겨 주라고···.”


채 형사가 한심하다는 듯 말을 꺼냈고, 정 형사와 동만이는 대놓고 웃진 못하고, 서 반장은 대놓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어머니한테 전화 좀 자주 드리라고 그랬잖아. 오죽하면 채 형사한테 전화를 다 하셨겠냐. 그리고 넌 네 어머니 생신도 모르냐? 어머니 1947년 10월생이시잖아. 어떻게 나도 아는 걸 네가 모를 수도 있냐. 그러면서 뭐? 가족은 건들지 말라고.”


정 형사와 동만이는 웃음을 참다못해 거의 울기 직전이다.


“큰일 겪고 이것저것 신경 쓰다 보면 착각할 수도 있지 뭐, 그런 거로 뭐라고 그러세요. 반장님은.”


채 형사의 한마디로 현장은 그야말로 뒤집혔다.


“저도 똑같이 큰일을 겪었는데 전 우리 엄마 생일 다 기억하는데요.”


목소리가 참 해맑다.


졸지에 난 우리 엄마 생일도 모르는 전화만 하면 짜증만 내는 철없는 후레자식이 되었다.


주민등록증의 이름이 우리 엄마 이름과 같아서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주변에서 무슨 일인가 싶어 우리 쪽을 쳐다보는 바람에 더 창피했다.


또 지갑에서 나온 건 비닐 팩에 싸여 있는 백만 원 남짓 되는 수표와 곱게 접은 유서로 추정되는 편지 한 장이 나왔다.


편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님들 보십시오. 바쁘신데 저 때문에 더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요. 이미 전 결심을 했고, 이미 일어난 일을요. 자식들한테 신세 지기도 싫고 저 때문에 괜히 신경 쓰게 하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니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식들에겐 제발 알리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제 초상 치러 주실 때 보태시라고 많지 않은 돈 함께 드립니다. 참 많이 감사하고 또 참 많이 죄송합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데 정신이 돌아왔을 때 짧은 글 남기고 갑니다. 말자가 씀.」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강 형사와 정 형사는 주소지로 가서 탐문 수사하고 채 형사와 동만이는 부검센터로 가서 부검결과 나오는 거 확인하고,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바로 연락해.”


잠시 후 목소리가 잠긴 서 반장의 지시에 우리는 흩어졌다.


각자의 업무를 마치고 경찰서 사무실로 모였다.


퇴근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 있었지만 아무도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없었다.


별다른 사항은 없었고 근처 상가 CCTV에 상황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관할 주소지 주민센터에서 다행히 아들의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들은 미국에 살고 있었고 나머지 다른 가족은 없었다.


아들에게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전했고 수화기 너머로 아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한참이나 들려왔고 아들은 연신 감사하다 고맙다는 말을 했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귀국하겠단 다짐을 하고 아들에게서 어머니의 장례를 부탁받았다.


“모두 오늘 수고 많았어. 퇴근이 많이 늦었는데, 오늘은 그만 퇴근들하고 보고서는 내일 작성하지. 그리고 강 형사는 나와 한잔하고.”


그렇게 서 반장과 난 단골 대포 집으로 향했다.


“마음이 참 착잡하네. 돌아가신 우리 엄마 생각도 나고 시골에 홀로 계신 너희 엄마 생각도 나고. 더 늦기 전에 어머니 한번 찾아 봬야겠다.”


소주를 한잔 들이키고 서 반장이 말을 했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 돌아가신 분 내가 보내 드릴게.”


“그래, 그게 좋겠다.”


우린 소주를 한 잔 더 했고 서 반장에게 담담하게 얘기를 꺼냈다.


“한주야, 그분 보내 드리고 나도 그만 시골로 내려 갈련다. 오늘 돌아다녀 보니까 남 일 같지가 않고 더 있다간 엄청나게 후회할 것 같다.”


“그래, 그동안 고생 많았다. 잘 가라 친구야.”


“고생은 네가 많이 했지. 못난 친구 때문에. 고마웠다. 내 하나뿐인 친구야. 인사는 따로 하지 않을 테니까 다른 애들한테 말 좀 잘 해 주고, 특히 채 형사, 우리 처제 동생처럼 잘 좀 챙겨줘. 애써 밝은 척하는 게 너무 안쓰럽다.”


우린 이별주를 한잔 쭉 들이키고 일어났다.


매일 밤 술에 취해야만 잠을 잘 수 있었는데 오늘은 취하지 않고도 푹 잘 수 있을 것만 같다.


다음날 간단하게 서류를 작성하고 조촐하게 장례를 치러드렸다.


당연히 찾아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경찰서 사람들도 오지 못하게 했다.


장례 마지막 날 드디어 미국에 사는 아들이 찾아 왔다.


모친의 영정을 보고 통곡을 하는 아들을 뒤로한 채 빠져나와 엄마의 고향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26 ka****
    작성일
    23.10.19 18:28
    No. 1

    제목 <사건파일 4869> 의미가 이 작품에서 사건을 4869개 처리하겠다는 뜻인지......
    그렇다면 사직서 내고 고향에 가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혹시 흥신소나 탐정 사무소를 할 에정인지 궁금증을 던지는군요.
    노인의 고독사.....
    형식과 내용은 다르겠지만 문득
    고려 시대의 <고려장>이 생각나는군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Hi에나
    작성일
    23.10.19 19:37
    No. 2

    제목의 숫자는 크게 생각을 하지 않은거라.. 솔직히 그냥 어그로를 끌기 위한 수단입니다.
    원래는 연습 삼아 장난으로 쓴 것이라 3화까지만 쓰고 말려고 했는데,
    추후 이어서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겨 꾸역꾸역 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지켜봐 주시고,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우리집빌런
    작성일
    23.10.24 13:16
    No. 3

    마음 시리내요.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Hi에나
    작성일
    23.10.24 13:19
    No. 4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건파일 4869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그동안 대단히 감사했습니다 +2 24.03.18 54 0 -
120 제120화. 사건파일 4869(마지막회) 24.03.22 50 5 10쪽
119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24.03.21 41 5 9쪽
118 제118화. 경계선에서.. 24.03.20 41 5 9쪽
117 제117화. 무법천지 +2 24.03.19 51 5 9쪽
116 제116화. 신약개발 24.03.18 41 5 9쪽
115 제115화. 신군부 24.03.15 43 5 9쪽
114 제114화. 새로운 간부 24.03.14 43 5 9쪽
113 제113화. 숙청 작업 24.03.13 44 6 9쪽
112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24.03.12 45 6 9쪽
111 제11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24.03.11 40 6 9쪽
110 제110화. 실종자를 찾습니다 24.03.08 42 6 9쪽
109 제109화. 범죄도시 24.03.07 45 5 9쪽
108 제108화. 맨땅에 헤딩 24.03.06 42 5 9쪽
107 제107화. 굿 파트너 +2 24.03.05 40 5 9쪽
106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2 24.03.04 47 5 9쪽
105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2 24.03.01 46 5 9쪽
104 제104화. 대반격 24.02.29 40 5 9쪽
103 제103화. 후유증 24.02.28 44 5 9쪽
102 제102화. 장화와 홍련이(3) 24.02.27 41 6 9쪽
101 제101화. 장화와 홍련이(2) 24.02.26 44 6 9쪽
100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24.02.23 47 6 9쪽
99 제99화. 소방서 옆 경찰서 24.02.22 46 6 9쪽
98 제98화. 방화범 +4 24.02.21 53 6 9쪽
97 제97화. 탈북 24.02.20 46 5 9쪽
96 제96화. 최고존엄 24.02.19 43 5 9쪽
95 제95화. 열병 24.02.16 49 5 9쪽
94 제94화. 북으로 24.02.15 47 4 9쪽
93 제93화. 눈치작전 24.02.14 43 5 9쪽
92 제92화. 강화인간 24.02.13 46 5 9쪽
91 제91화. 베를린 24.02.12 41 5 9쪽
90 제90화. 비밀경찰(Secret Guardians) 24.02.09 46 6 9쪽
89 제89화. 고스트 24.02.08 48 5 9쪽
88 제88화. 사건의 지평선 24.02.07 48 5 9쪽
87 제87화. 도착 예정 시간 24.02.06 57 5 9쪽
86 제86화. 자폭 24.02.05 44 5 9쪽
85 제85화. 다크 나이트 24.02.02 54 5 9쪽
84 제84화. 내 손을 잡아 24.02.01 49 5 9쪽
83 제83화. 베테랑의 품격 24.01.31 49 5 9쪽
82 제82화. 신출귀몰 24.01.30 54 5 9쪽
81 제81화. 새로운 시작 24.01.29 49 5 9쪽
80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1.26 47 5 9쪽
79 제79화. 카오스 24.01.25 50 5 9쪽
78 제78화. 파괴 도시 24.01.24 52 6 9쪽
77 제77화. 악의 도시 24.01.23 50 5 9쪽
76 제76화. 동상이몽 +2 24.01.22 50 5 9쪽
75 제75화. 질투 24.01.19 49 5 9쪽
74 제74화. 술래잡기 24.01.18 49 5 9쪽
73 제73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4.01.17 51 5 9쪽
72 제72화. 악귀 24.01.16 53 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