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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님의 서재입니다.

사건파일 4869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드라마

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8,346
추천수 :
681
글자수 :
492,160

작성
24.03.15 08:00
조회
41
추천
5
글자
9쪽

제115화. 신군부

DUMMY

“각하께서도 우리 조직 내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조직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대충 알고 있소. 그리고 세 사람이 현재 처한 상황도.”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내일 새벽 무너질 대로 무너져 버린 조직을 완전히 박살 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VIP는 최 부장의 얼굴을 쏘아봤다.


“그리고, 와해된 조직을 재건할 것이고요.”


“그럼, 내가 할 일은?”


“우리 조직의 새로운 간부가 되어 주십시오. 놓쳤던 손을 다시 잡아 주신다면 조직은 그 전보다 훨씬 고속성장할 수 있고, 각하께서는 더 많은 일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최 부장이 내민 손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지금 저희가 머무는 곳입니다. 뜻이 있으시면 직접 오시고, 그렇지 않으면.. 굳이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최 부장은 VIP 앞에 쪽지 하나를 남겨 두고 갔다.


자신의 앞에 놓인 쪽지를 오랜 시간 바라보던 그가 결심한 듯 비서실장을 불렀다.


“어디 잠깐 나갔다 올 테니, 아무도 붙이지 말아 주세요.”


그길로 그는 손수 차를 몰아 최 부장이 놓고 간 쪽지에 적힌 주소로 갔다.


그리고, 그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전, 오실 줄 믿고 있었습니다.”


그를 제일 맞아 준 건 최 부장이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요?”


“이렇게 천군만마를 얻었으니 새로운 간부님들을 모시는 건 수월합니다.”


최 부장의 말대로 VIP가 다시 조직과 함께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공백 상태였던 간부들의 자리가 빠르게 메꿔졌다.


“간부들을 모았으니, 이제는 조직원들을 모아야겠죠.”


최 부장은 다시 한번 VIP를 찾았다.


***


지구대에서 풀려난 나와 서 반장은 임시수사 본부가 있는 사건 현장으로 갔다.


이번에 발생한 폭발 건은 누군가가 고의로 터뜨린 사건이지 사고가 아니다.


사건 현장에는 여전히 중장비가 들락거리며 흙먼지를 날리고 있었다.


우리는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본부 안으로 들어갔는데, 동료들이 짐을 싸고 있었다.


“동만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상부에서 공문이 왔어요. 해산하라고.”


“서장님은?”


“속상하신지 아까 박사님과 나가셨어요.”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챙기고 자시고 할 짐도 없었다.


“전화 한번 해 봐. 어디 계신지.”


“궁금하면 직접 해 보면 될걸. 이런 건 꼭 날 시켜. 아주 지가 더 상관이야!”


서 반장이 투덜거리며, 전화를 건다.


“너, 잡아서 끌고 오란다.”


서 반장에게 잡혀 끌려간 곳은 우리가 자주 가는 단골 선술집이었다.


안에는 벌써 거나하게 취한 박사님과 국과수 원장님, 그리고 서장님이 계셨다.


“어이, 강태혁이. 그래 VIP는 만나 잘 해결했냐?”


“서장님도 참, 다 보고 받으셨으면서.”


“그래서 출소 축하 기념으로 내가 두부조림 시켜놨다.”


노빠꾸로 들어오시는 박사님 덕에 아무 말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근데, 손님이 한 분 더 계셨어요?”


내가 앉은 자리에는 술이 담긴 채 주인 없는 술잔이 놓여 있었다.


“어. 그거 피해자들 위로주야.”


“근데, 이거보다 더 많아야 하지 않을까요?”


“대표로 놔둔 거야.”


“그럼, 내가 마셔야 되겠다. 대표로.”


나와 박사님이 서로 주담을 주고받았다.


술을 꽤 많이 마신 거 같은데,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


“뉴스 속보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담배도 피울 겸 화장실을 갔다가 오니 뉴스 속보가 나오고 있었고, 화면 하단에는 굵은 글씨로 VIP 담화문 발표라 쓰여 있었다.


“잠시 후, 블루 하우스에서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뉴스 앵커의 멘트에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겁이 났다.


화면에 근엄한 모습을 한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참사에 목숨을 잃은 희생자와 유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얼마간의 묵념을 한 뒤 다시 고개를 들었다.


“참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TV 속 그는 전에는 하지 않던 눈물 퍼포먼스까지 하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이번에 피해를 보신 분들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 드릴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드리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내가 느꼈을 때는 진정성이 전혀 없어 보였다.


“또한, 두 번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감시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약간의 어폐가 있어 보였다.


“최선을 다해 감시한다니 뭐가 이상하지 않나요?”


“좀 조용히 해봐. 뉴스 좀 보게.”


괜히 한소리 내뱉었다가 서장님한테 입 틀 막 당했다.


“그래서 드리는 말인데.”


드디어 오늘 담화문 발표의 핵심이 나오려 하고 있었다.


“이번과 같은 참사에 대비하기 위해 국민 여러분들의 신상을 시스템에 등록하고자 합니다.”


저건 또 뭔 개소리인가.


“정보를 등록해 놓으면 여러분들이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셨을 때나 범죄에 이용당해 납치를 당하셨을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난 화면 속에 보이는 그가 시골 장터에나 있을 법한 돌팔이 약장수처럼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치매를 앓고 계시는 어르신이나 예쁘고 귀여운 우리 아이들을 잃어버렸을 때도 시스템에 등록된 정보를 보고 빠르게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하다못해 가족 팔이 신파까지 하고 앉아 있다.


“실은 저도 아주 오래전에 어린아이였던 우리 윤정이를 잃어버렸다가 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 그때 지금 우리가 도입하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를 보고 있자니 이제 그도 갈 데까지 간 것 같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다가, 아니. 누가 그를 저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는데, 누군가의 등장으로 그 의문이 풀렸다.


“시스템이라 해서 어렵고 복잡한 게 아닙니다. 제가 손에 쥐고 있는 이 알약 하나만 꿀꺽하고 삼키면 자동으로 시스템에 등록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쥐고 있던 알약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삼켜버렸다.


“그럼, 이 알약을 어디서 구하느냐? 우리 도월제약회사의 이태은 회장님께서 우리 국민 여러분들을 위해 무료로 전국에 있는 약국에다가 배포하시기로 약속을 해 주셨습니다.”


그가 옆에 있던 태은이의 손을 잡고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제 새 마음, 새 뜻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로 나라 재건하는데, 힘쓰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약간의 통제가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없으니, 마음 푹 놓으셔도 됩니다.”


아마도 VIP가 놈들과 손을 잡은 거 같아 보였다.


“서장님, 이것 좀 보세요!”


씁쓸한 마음에 술을 따라 한 잔 들이켜는데, 동만이와 우식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그들의 손엔 종이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뭔데 그리 호들갑이야?”


“블루하우스에서 온 공문인데, 비밀 정보국을 해체하고 이와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한국을 떠나라는 내용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국가에서 해산시키고 강제로 추방하겠다고 합니다.”


서장님이 공문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박사님께 전달했다.


“이제 어떻게 하죠? 박사님.”


“어떡하긴 뭘 어떻게 해. 나라님이 해체하라고 하니 거기에 따라야지.”


“네, 알겠습니다.”


서장님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술잔을 기울여다.


“자네는 어떻게 할 텐가?”


“저야 뭐, 옷 벗으라고 할 때까지 서장으로 버텨 볼 생각입니다. 두 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걸 미리 아셨는지 자네 모친께서 아침에 전화하셔서 시체 좀 그만 못살게 굴고 섬에 내려와 낚시나 하라고 하셨어. 방 한 칸씩은 내어 주신다고.”


“어머님도 참, 앞으로 생선은 많이 먹게 생겼네요. 너희들은 어떻게 할거야?”


서장님이 동만이와 우식이를 향해 물었다.


“저도 여기에 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요새는 형사 일이 더 재밌습니다.”


동만이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으며 대답했다.


“전, 박사님과 원장님 뒤쫓아 다니면서 심부름이나 하려고요. 이제 첩보 활동도 지겨워졌습니다.”


“이거 혹하나 생겼구먼. 그래.”


박사님이 꺼낸 한마디에 심각했던 분위기가 조금은 바뀌었다.


“왜 저한테는 안 물어보세요?”


“뭘 또 물어? 넌 나랑 여기에 뼈를 묻어야지.”


서 반장이 취했는지 나한테 엉겨 붙으려고 한다.


“새끼야. 떨어져. 징그러워.”


선술집 안에는 다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우리 모두 웃고는 있었지만, 새로운 군부의 탄생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자네들에게 은퇴 선물을 줘야 되겠군.”


박사님이 주머니를 뒤적거리시더니 무언가를 꺼내서 우리 앞에 내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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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제120화. 사건파일 4869(마지막회) 24.03.22 49 5 10쪽
119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24.03.21 39 5 9쪽
118 제118화. 경계선에서.. 24.03.20 38 5 9쪽
117 제117화. 무법천지 +2 24.03.19 51 5 9쪽
116 제116화. 신약개발 24.03.18 41 5 9쪽
» 제115화. 신군부 24.03.15 42 5 9쪽
114 제114화. 새로운 간부 24.03.14 42 5 9쪽
113 제113화. 숙청 작업 24.03.13 44 6 9쪽
112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24.03.12 42 6 9쪽
111 제11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24.03.11 40 6 9쪽
110 제110화. 실종자를 찾습니다 24.03.08 42 6 9쪽
109 제109화. 범죄도시 24.03.07 45 5 9쪽
108 제108화. 맨땅에 헤딩 24.03.06 41 5 9쪽
107 제107화. 굿 파트너 +2 24.03.05 40 5 9쪽
106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2 24.03.04 46 5 9쪽
105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2 24.03.01 46 5 9쪽
104 제104화. 대반격 24.02.29 40 5 9쪽
103 제103화. 후유증 24.02.28 42 5 9쪽
102 제102화. 장화와 홍련이(3) 24.02.27 40 6 9쪽
101 제101화. 장화와 홍련이(2) 24.02.26 42 6 9쪽
100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24.02.23 45 6 9쪽
99 제99화. 소방서 옆 경찰서 24.02.22 46 6 9쪽
98 제98화. 방화범 +4 24.02.21 52 6 9쪽
97 제97화. 탈북 24.02.20 44 5 9쪽
96 제96화. 최고존엄 24.02.19 43 5 9쪽
95 제95화. 열병 24.02.16 49 5 9쪽
94 제94화. 북으로 24.02.15 46 4 9쪽
93 제93화. 눈치작전 24.02.14 43 5 9쪽
92 제92화. 강화인간 24.02.13 46 5 9쪽
91 제91화. 베를린 24.02.12 41 5 9쪽
90 제90화. 비밀경찰(Secret Guardians) 24.02.09 46 6 9쪽
89 제89화. 고스트 24.02.08 47 5 9쪽
88 제88화. 사건의 지평선 24.02.07 45 5 9쪽
87 제87화. 도착 예정 시간 24.02.06 55 5 9쪽
86 제86화. 자폭 24.02.05 44 5 9쪽
85 제85화. 다크 나이트 24.02.02 54 5 9쪽
84 제84화. 내 손을 잡아 24.02.01 49 5 9쪽
83 제83화. 베테랑의 품격 24.01.31 47 5 9쪽
82 제82화. 신출귀몰 24.01.30 50 5 9쪽
81 제81화. 새로운 시작 24.01.29 48 5 9쪽
80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1.26 45 5 9쪽
79 제79화. 카오스 24.01.25 50 5 9쪽
78 제78화. 파괴 도시 24.01.24 51 6 9쪽
77 제77화. 악의 도시 24.01.23 48 5 9쪽
76 제76화. 동상이몽 +2 24.01.22 49 5 9쪽
75 제75화. 질투 24.01.19 49 5 9쪽
74 제74화. 술래잡기 24.01.18 46 5 9쪽
73 제73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4.01.17 50 5 9쪽
72 제72화. 악귀 24.01.16 51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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