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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님의 서재입니다.

사건파일 4869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드라마

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8,363
추천수 :
681
글자수 :
492,160

작성
24.0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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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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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DUMMY

“이거 놓으세요! 저 아니라니까요.”


“니가 아닌데, 왜 도망가?”


“뒤에서 쫓아 오니까 갔죠.”


“이거 참 어이없는 새끼네. 우리가 쫓아가기 전에 니가 먼저 튀었어. 이 새끼야!”


아까 우리에게 쫓기던 놈이 수세에 몰리자 자기 호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근처에 있던 여성을 인질로 삼았다.


***


“가까이 오지마! 가까이 오면 이년 죽여 버리고 나도 죽을꺼야!”


“내가 보니까 너만 죽을 거 같은데.”


인질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위협을 하던 놈의 몸이 갑자기 거꾸로 떠오르더니 느닷없이 앞으로 처박혔다.


놈이 죽이겠다고 칼로 위협하던 여성이 공교롭게도 다름 아닌 채 형사였다.


발차기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채 형사가 업어치기도 진짜 예술로 한다.


채 형사에게 업어치기를 당한 녀석이 그대로 실신해 버렸고, 우리는 놈을 데리고 경찰서에 도착해 조사실로 데리고 갔다.


“너 똑바로 대답해. 그렇지 않으면, 너 아주 재미 없을 줄 알아. 너 통장에 찍힌 이 돈 다 어디서 났어?”


“제가 일해서 번겁니다.”


“햐. 이 새끼가 어디서 약을 팔아. 맨날 빈둥빈둥 먹고 노는 놈이 뭔 일을 해서 벌어.”


“진짜라니깐요. 제 말 좀 믿어 주세요.”


“너 같으면 니가 하는 말 믿겠냐?”


쉬울 것이라 생각했던 놈과의 줄다리기가 제법 팽팽하게 이어졌다.


“제가 방화를 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어디 가져와 보세요.”


놈의 너무나도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나서 조사실의 책상을 확 뒤집어 업혔다.


“너 여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 내가 증거 꼭 찾아올테니까.”


놈은 내말에 콧방귀를 끼었다.


놈에게 큰 소리를 치고 나왔지만, 녀석의 집에선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다.


평소 껄렁껄렁하던 행동과는 달리 매우 아주 치밀한 놈이었다.


“나 저 녀석 집에 한번 더 갖다 올게.”


근처 슈퍼에 들러 몇 병의 소주와 안주거리 될만한 것들을 사 놈의 집으로 갔다.


“조금 전에도 형사님들이 오셨다 가셨는데요.”


“네, 저는 아버님이랑 술 한잔하고 싶어서 왔으니까, 그렇게 경계하실 필요 없으세요.”


난 가게에서 사 온 것들을 마루에 놓고, 술잔 할만한 것을 찾으러 주방으로 갔다.


남자들만 사는 집이라서 그런지 집 안은 엉망이었다. 꼭 우리 집을 보는 거 같아 친근감이 들었다.


“술잔 할만한 게 이거 밖에 없네요.”


주방에서 찾은 찻잔 두 개를 앞에 놓고, 거기에다가 소주를 잔뜩 따랐다.


“자식 놈은 경찰서에 붙잡혀 갔고, 집에는 경찰들이 왔다 갔다 들쑤시고 하니까 가슴도 아프고, 어수선 하시지요.”


“그놈도 처음부터 나쁜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한컵 가득 차 있던 소주를 단숨에 들이키더니 나에게 신세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에는 공부도 제법 잘하고, 아주 착한 아이였죠. 그러다 교통사고로 제 어미 먼저 떠나보내고, 설상가상으로 제가 하던 사업까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집안 형편이 더 어려워지고, 그때부터 엇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깊은 한숨을 푹 쉬었다.


“먹고 살기 바빴던 저는 아들 놈에게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고해성사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중간의 그의 말을 끊었다.


“아버님, 그 츄리닝 혹시 아버님 겁니까?”


나의 돌발 질문에 순간 정적이 흘렸다.


“그럼, 아버님, 혹시 시장에 불이 나던 날이나 그 이후에 가게에 가신 적 있으신가요?”


“불이 나던 날은 웬 일로 아들 놈이 자기가 가게에 가 있겠다고 나오지 말라고 해서 안 나갔고, 그 이후로는 몸이 좋지 않아 계속 집에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츄리닝 윗도리는 아들 것인데, 빨아도 얼룩이 지지 않아 버렸던 걸 제가 주워 입었습니다.”


“아버님, 그 옷 저, 주십시오.”


그가 걸치고 있던 츄리닝을 거의 뺐다시피 해서 벗긴 다음 내 것을 벗어 주고는 그 길로 국과수로 향했다.


“원장님, 이거 급한 건데, 성분 분석 좀 빨리해 주십시오.”


“이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은 거 같구만.”


원장실 문을 부수다시피 들어가니 그곳에는 박사님도 함께 있었다.


“그럼, 그 해답이 맞는지 한 번 풀어봐야겠구만.”


원장님이 내 손에 들고 있던 옷을 가지고 실험실 같은 곳으로 가셨다.


“자네는 계속 그렇게 넋 놓고 있을 건가? 곧 있으면 그 방화범이 풀려난 시간 아닌가.”


정신이 바짝 든 나는 인사하는 것도 까먹고, 경찰서로 갔다.


“한 시간이네. 한 시간. 넉넉잡고 한 시간만 붙잡고 있으면 되네.”


도망치듯 국과수 건물을 나오던 내 뒤통수에 대고 박사님이 소리치셨다.


“시간이 다 됐으니까 저 이만 가 봐도 되죠?”


증거가 없이 용의자를 붙잡아 둘 수 있는 시간이 48시간밖에 되지 않기에 하는 수 없이 녀석의 수갑을 풀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가 패서 한시간 동안 기절을 시킬까요?”


동만이의 한마디에 주변에 있던 동료들의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다.


“뭣들 해! 시간, 다 됐으니까 이거 풀라니까. 다 옷 벗고 싶어!”


다들 변태도 아니고, 왜 그리 옷을 벗기려고 하는지.


“증거 이제, 곧 나오니까 한 시간만 붙잡고 있어줘!”


경찰서에서 내 전화를 받고는 조사실 안에 있는 방화용의자를 잡아 두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었다.


명색이 유능하기로 소문 난 경찰들인데, 기절을 시키자니 별 시답지 않은 것들만 늘어 놓는다.


“조사받으시느라 고생하셨는데, 식사라도 하고..”


“아니, 아저씨. 내가 지금 여기서 한가하게 밥이나 먹고 있게 생겼어요. 아저씨들이나 많이 쳐 잡솨.”


싸가지 없는 놈의 말투에 서 반장이 주먹을 살짝 쥐었다 놨다.


“반했어요!”


경찰서를 탈출하려는 자와 그걸 막으려는 자들의 실랑이가 벌어져 어수선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을 때, 채 형사가 소리쳤다.


“사실 말은 안 했지만, 그 남자다움에 솔직히 반했어요.”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채 형사의 손 짓에 모두 조사실을 나가고 단 둘만이 남았다.


말도 안되는 개소리로 놈에게 갖은 아양을 떨고 있었다.


“오빵. 오빠는 언제부터 그렇게 잘생겨졌나요.”


밖에서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동료 경찰들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얼토당토않은 말들로 동료들을 모두 공포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그렇다고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보다 못한 서장님이 한소리 하신다.


“정 형사, 너 전에 채 형사 좋아한다고 그러지 않았냐?”


“전, 채 형사가 저렇게까지 두렵고 무서운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정 형사는 안에서 갖은 교태를 부리고 있는 그녀에게 진정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안에 있는 저 녀석도 채 형사의 행동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


“요새는 꽃뱀이 형사도 합니까?”


그의 한마디에 동료들은 모두 뒤집어 졌고, 조사실 안에는 험악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빨리 가서 쟤 말려라. 안 그러면 쟤 또 사고 친다.”


서장님의 말에 모두 달려 들어 놈에게 해코지 하려는 채 형사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모두 뭣들 해?”


내가 경찰서에 도착하니 모두 얽히고설켜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뒤로 하고 나가는 그놈과 마주쳤다.


“어이 이 봐. 조사실 안으로 다시 들어가야 할 거 같은데.”


놈의 손에 수갑을 다시 채웠다.


“넌 지금 이 시간부터 시장에 불을 지른 용의자가 아니라 현행범이야.”


“퀵 서비스입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식이가 검사 결과지와 함께 국과수에 맡겼던 증거품을 들고 나타났다.


“이제는 퀵이냐.”


난 우식이에게서 그것들을 넘겨받았다.


“이거 낯이 많이 익지.”


“저거 버렸는데, 어떻게..”


증거품을 보자 결과를 말하기도 전에 녀석이 먼저 범행을 시인했다.


“이 금수만도 못한 새끼야. 혼자 고생하시는 아버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돈 때문에 거기다가 불을 지르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추후 조사 결과, 목 좋은 자리에 있는 재래시장을 매입해 허물고 거기다가 쇼핑몰을 지으려고 계획을 하고 있던 업주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자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범인에게 돈을 주며 불을 지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죄가 드러난 업주는 몰래, 밀항하려던 걸 추적 끝에 체포할 수 있었다.


오늘도 뉴스에서는 어김없이 어느 지역에 불이 나 그걸 진압하는 과정에서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숭고한 그들의 희생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


***


“넌 새벽에 신음소리를 그렇게 내냐? 난 또 니가 자다가 해피타임이도 가지는 줄 알았다.”


서장님과 아침을 먹는데, 괜한 시비를 걸어오신다.


얼뜨기 폭파범에 의해 내 하나밖에 없는 집이 폭파되고, 당분간 서장님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근데 집이 탑클레스들만 산다는 최첨단 시스템이 갖추어진 그런 집이었다.


이런 집에는 누가 사는지 항상 궁금했는데, 바로 내 주변에 있었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주 잠깐 있다가 가려고 했는데,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을 거 같다.


“말도 마세요. 저 새벽에 죽을 뻔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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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제120화. 사건파일 4869(마지막회) 24.03.22 49 5 10쪽
119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24.03.21 41 5 9쪽
118 제118화. 경계선에서.. 24.03.20 39 5 9쪽
117 제117화. 무법천지 +2 24.03.19 51 5 9쪽
116 제116화. 신약개발 24.03.18 41 5 9쪽
115 제115화. 신군부 24.03.15 42 5 9쪽
114 제114화. 새로운 간부 24.03.14 42 5 9쪽
113 제113화. 숙청 작업 24.03.13 44 6 9쪽
112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24.03.12 43 6 9쪽
111 제11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24.03.11 40 6 9쪽
110 제110화. 실종자를 찾습니다 24.03.08 42 6 9쪽
109 제109화. 범죄도시 24.03.07 45 5 9쪽
108 제108화. 맨땅에 헤딩 24.03.06 42 5 9쪽
107 제107화. 굿 파트너 +2 24.03.05 40 5 9쪽
106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2 24.03.04 47 5 9쪽
105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2 24.03.01 46 5 9쪽
104 제104화. 대반격 24.02.29 40 5 9쪽
103 제103화. 후유증 24.02.28 43 5 9쪽
102 제102화. 장화와 홍련이(3) 24.02.27 40 6 9쪽
101 제101화. 장화와 홍련이(2) 24.02.26 43 6 9쪽
»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24.02.23 46 6 9쪽
99 제99화. 소방서 옆 경찰서 24.02.22 46 6 9쪽
98 제98화. 방화범 +4 24.02.21 52 6 9쪽
97 제97화. 탈북 24.02.20 44 5 9쪽
96 제96화. 최고존엄 24.02.19 43 5 9쪽
95 제95화. 열병 24.02.16 49 5 9쪽
94 제94화. 북으로 24.02.15 47 4 9쪽
93 제93화. 눈치작전 24.02.14 43 5 9쪽
92 제92화. 강화인간 24.02.13 46 5 9쪽
91 제91화. 베를린 24.02.12 41 5 9쪽
90 제90화. 비밀경찰(Secret Guardians) 24.02.09 46 6 9쪽
89 제89화. 고스트 24.02.08 48 5 9쪽
88 제88화. 사건의 지평선 24.02.07 46 5 9쪽
87 제87화. 도착 예정 시간 24.02.06 56 5 9쪽
86 제86화. 자폭 24.02.05 44 5 9쪽
85 제85화. 다크 나이트 24.02.02 54 5 9쪽
84 제84화. 내 손을 잡아 24.02.01 49 5 9쪽
83 제83화. 베테랑의 품격 24.01.31 47 5 9쪽
82 제82화. 신출귀몰 24.01.30 51 5 9쪽
81 제81화. 새로운 시작 24.01.29 48 5 9쪽
80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1.26 45 5 9쪽
79 제79화. 카오스 24.01.25 50 5 9쪽
78 제78화. 파괴 도시 24.01.24 51 6 9쪽
77 제77화. 악의 도시 24.01.23 48 5 9쪽
76 제76화. 동상이몽 +2 24.01.22 50 5 9쪽
75 제75화. 질투 24.01.19 49 5 9쪽
74 제74화. 술래잡기 24.01.18 47 5 9쪽
73 제73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4.01.17 50 5 9쪽
72 제72화. 악귀 24.01.16 5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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