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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님의 서재입니다.

사건파일 4869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드라마

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8,356
추천수 :
681
글자수 :
492,160

작성
24.03.12 08:00
조회
42
추천
6
글자
9쪽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DUMMY

쓰러지는 어머님의 몸을 붙잡아 드렸다.


“괜찮으세요?”


이런 상황에서도 서장님은 익숙하다는 듯이 북을 계속 치고 계셨다.


둥! 둥! 둥! 둥!


어느새 정신을 차린 어머님이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셨다.


그리고 이내 한마디를 내뱉으셨는데, 그 한마디에 내 억장이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아빠야?”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으아앙앙앙!”


어린아이의 눈빛을 한 어머님이 갑자기 떼를 쓰듯 울기 시작하셨다.


한참 만에야 울음을 그친 어머님이 훌쩍거리며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말을 하셨다.


“왜 이제 왔어? 연서, 아빠 많이 기다렸잖아.”


애써 누르고 있던 감정이 폭발해 연서를 붙잡고 울음을 쏟아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서장님의 어머님이 아닌 연서였다.


“우리 딸,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이 나쁜 아빠 제발 용서하지 말아줘. 연서야.”


“아빠 나쁜 아빠 아니야. 착한 아빠야. 내 생일마다 꼬박꼬박 나 있는데, 와 줬잖아.”


연서가 앙증맞고 자그마한 손으로 내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빠가 안 와도 괜찮아. 아빠 나쁜 아저씨들 잡느라고 바쁘잖아.”


연서의 눈에도 어느새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아빠. 근데, 엄마 아픈 거 모르지.”


“엄마가 아파? 어디가?”


“여기 마음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 쓰고 독한 약도 매일 먹어야 돼.”


연서가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플 적에는 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아기가 되기도 해. 다른 사람 같은 엄마가 때론 무섭지만, 그래도 연서 엄마 무지 사랑해. 아빠도 엄마만큼 사랑해. 안녕.. 아빠..”


난 아무 말 없이 연서를 꼭 안아 주었다.


“이제 이거 그만 놓게!”


이번엔 영락없는 장모님이셨다.


“자네는 어째. 예전에도 술만 먹었다 하면 쳐들어와 날 끌어안으며 추태를 부리더니 아직도 그 버릇 못 버렸구먼. 그때만 생각하면 내가 안사돈 얼굴 보기 민망할 정도야.”


“죄송합니다. 장모님, 장모님이 너무 좋아서 그랬어요.”


장모님이 내 두 손을 덥석 잡으셨다.


“그래도 고마우이. 내 두 딸년, 자네 목숨 아끼지 않고 지켜줘서. 그리고 미안허이.”


“뭐가 미안하세요. 사위로서 당연히 해드려야 하는 건데요. 어머닐 끝내 지켜 드리지 못해 오히려 제가 죄송하죠.”


“그건 마음에 담아 둘 거 없네. 연서와 나도 이제 다 잊고, 맘 편히 지내고 있으니, 사부인도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고마운 분한테 민폐 끼치지 말고 자네 앞가림이나 잘하고 다니라고 전해 달래.”


엄마 생각에 울컥했다.


“엄마는 왜 같이 안 오셨대요.”


“안 그래도 같이 가자고 했더니 낯부끄럽다고 혼자만 가라고 그러시더라. 아이. 그 양반이 원래 겉으로는 강한 척해도 속은 무척 여리잖니. 그리고 요새는 늙은 영감탱이 하나를 사귀는 바람에 여기 올 시간이 없으시단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났다.


그간의 안부를 주고받은 장모님이 주위를 한 번 둘러 보더니 서 반장 앞으로가 연신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를 하셨다.


“부족한 딸자식 맡겨 놓고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 장모님의 행동에 서 반장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서툴고 덤벙대는 제 딸년 친동생처럼 아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아..네..뭐.. 채 형사 잘하고 있으니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 반장의 말에 장모님이 눈물을 훔치셨다.


사람마다 찾아다니며 잘 부탁드린다, 실수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 일일이 인사를 하는 장모님을 보니 모든 부모님 마음이 느껴졌다.


“이것아. 우리는 괜찮으니까 복수할 생각하지 말고 너나 잘 살아.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네 언니.. 참 불쌍하고 박복한 년이니까 그만 용서해.”


장모님의 당부에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채 형사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는 우리가 알던 어머님으로 다시 돌아오셨다.


굿을 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어머님의 몰골이 말이 아니셨다.


휘청거리시는 어머님을 부축해 드렸다.


“칵. 퉤! 쥐약 처먹고 뒤진 저 잡것은 신령님이 거부하셔서 도저히 몸에 못 싣겠네.”


어머님의 신호에 북 치던 걸 멈춘 서장님이 핸드폰에서 음악을 검색해 트셨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굿할 때 꽹과리 치고 징 치고 하는 그런 음악이었다.


그 장단에 맞춰 어머님이 폴짝폴짝 뛰시며, 춤을 추신다.


껑충껑충 튀어 오르시는데, 어머님의 발에 용수철이라도 다신 줄 착각할 정도였다.


팔십 대 노인이 저렇게 뛰면 관절이 남아나겠나 걱정스러웠다.


TV 같은 데서 보아 오던 장면이 지금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박사님, 근데 보통은 사람들 데리고 다니면서 직접 하지 않나요?”


“요즘 인건비가 여간 비싸지 않나. 거기다가 데려 다니며 밥 사 먹여야지. 간식 사 먹여야지. 사람들 비위 다 맞춰 줘야지. 사람 부리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야. 지금이 20세기도 아니고, 4G를 넘어 5G까지 와이파이 빵빵하게 잘 터지겠다. 직접 하는 거보다 이게 훨씬 생동감 있고 좋아.”


옆을 보니 비서가 와 어머님이 널 뛰는 모습을 라이브로 찍고 있었다.


이걸 누가 보겠어 했는데, 조회 수가 장난 아니게 올라가고 있었다.


100만, 200만은 기본이고, 단숨에 1000만을 찍더니 삽시간에 몇십억 뷰가 찍혔다.


그에 따른 좋아요. 숫자도 팍팍 올라가고, 댓글 창을 보니, 한글뿐 아니라 전 세계 언어가 다 올라오고 있었다.


이것이 K-굿판의 위력인가 새삼 놀랐다.


“어머님이 저래 봬도 인플루언서야.”


박사님의 한마디에 어머님을 더욱 존경하게 됐다.


“이 잡것아. 그래서 니가 지은 죗값 달게 받을 것이지. 뭣 하러 후회할 짓을 해!”


신명 나게 춤을 추시던 어머님이 춤추던 걸 멈추시고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무서운 얼굴로 그녀가 누워 있던 자리를 향해 삿대질해가며 호통을 치셨다.


낯선 어머님의 모습이 너무 무서워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너 같은 것. 사정 따윈 들을 필요 없으니 썩 꺼지지 못해!”


그러고는 아까 서장님을 때리시던 복숭아나무 가지를 가져다가 그곳을 사정없이 내려치기 시작하셨다.


분명 허공에다 휘두르셨는데, 찰싹거리며 누군가 맞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났다.


“이제 끝났으니까 상 치워도 되네. 상 치울 때 그냥 버리지 말고 꼭 태워. 그리고 아들, 이 어미 계좌는 알고 있지.”


아무리 부모와 자식 간이라 해도 계산은 확실하시다.


“오늘 모처럼 만에 좋은 구경시켜 주셨는데, 오늘은 제가 대접해 올리겠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 예약 미리 해놨습니다. 신명 나게 노시느라 시장하실 텐데, 그만 가시죠.”


박사님과 원장님이 어머님을 모시고 가신 뒤, 우리는 어머님의 당부에 따라 난장판이 된 사무실을 치우고, 굿할 때 썼던 것들을 드럼통에다가 쓸어 놓고 불태워 버렸다.


“서장님, 핸드폰은 통 안에 넣지 않으셔도 돼요?”


그 말을 끝으로 난 서장님의 손에 활활 타오르는 드럼통에 처박혀 진짜 강제로 성불 될 뻔했다.


***


“다시 서울로 올라왔는데, 이제 어떡하죠?”


“일단 제가 있던 필리핀으로 넘어가 모색을 도모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강 형사에 의해 톨게이트 앞에서 떨궈진 최 부장 일행이었다.


“형사님도 참. 이왕이면 시내 가까운 곳에 내려 주실 것이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가면서 생각하죠.”


셋은 옷이 땀에 흠뻑 젖을 만큼 걷고 나서야 겨우 시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


“어휴.. 평소에 조깅이나 걷기 같은 운동 좀 해야겠어요. 그거 좀 걸었다고 죽겠습니다.”


최 부장의 말에 권 서장과 태은은 피식 웃었다.


“지금 옷 상태도 그렇고, 땀 냄새 때문에 불쾌하고 찜찜하고 좀 그렇긴 하지만, 지금 당장 뭐라도 먹지 않으면 진짜 아사할 거 같아 먼저 뭐라도 먹어야겠어요.”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다가 태은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 우리를 불쌍하게 보고 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세 사람의 몰골이 머리는 며칠 동안 감지 않아 떡이 지고, 새가 집을 여러 채 지었지. 옷은 땀에 젖다 못해 땀에서 배출한 소금기가 하얗게 띠를 이루고 있는 게 딱 작년에 왔던 각설이 꼴이었다.


세 사람은 서로의 모습을 보고는 빵 터졌다.


“아. 웃으면 안 되는데.”


그들의 돌발 행동에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은 더 측은하게 셋을 쳐다보고 있었다.


“받지 않을 테니 그냥 가슈. 그냥 가.”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을 하려고 최 부장이 지갑을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걸 보고 식당 주인이 돈을 받지 않을 테니 배고플 때, 언제라도 와서 먹으라고 한다.


“이게 여기 있었네요.”


최 부장이 지갑에서 백만 원짜리 수표를 꺼내 식당 주인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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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제120화. 사건파일 4869(마지막회) 24.03.22 49 5 10쪽
119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24.03.21 40 5 9쪽
118 제118화. 경계선에서.. 24.03.20 39 5 9쪽
117 제117화. 무법천지 +2 24.03.19 51 5 9쪽
116 제116화. 신약개발 24.03.18 41 5 9쪽
115 제115화. 신군부 24.03.15 42 5 9쪽
114 제114화. 새로운 간부 24.03.14 42 5 9쪽
113 제113화. 숙청 작업 24.03.13 44 6 9쪽
»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24.03.12 43 6 9쪽
111 제11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24.03.11 40 6 9쪽
110 제110화. 실종자를 찾습니다 24.03.08 42 6 9쪽
109 제109화. 범죄도시 24.03.07 45 5 9쪽
108 제108화. 맨땅에 헤딩 24.03.06 41 5 9쪽
107 제107화. 굿 파트너 +2 24.03.05 40 5 9쪽
106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2 24.03.04 46 5 9쪽
105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2 24.03.01 46 5 9쪽
104 제104화. 대반격 24.02.29 40 5 9쪽
103 제103화. 후유증 24.02.28 43 5 9쪽
102 제102화. 장화와 홍련이(3) 24.02.27 40 6 9쪽
101 제101화. 장화와 홍련이(2) 24.02.26 42 6 9쪽
100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24.02.23 45 6 9쪽
99 제99화. 소방서 옆 경찰서 24.02.22 46 6 9쪽
98 제98화. 방화범 +4 24.02.21 52 6 9쪽
97 제97화. 탈북 24.02.20 44 5 9쪽
96 제96화. 최고존엄 24.02.19 43 5 9쪽
95 제95화. 열병 24.02.16 49 5 9쪽
94 제94화. 북으로 24.02.15 47 4 9쪽
93 제93화. 눈치작전 24.02.14 43 5 9쪽
92 제92화. 강화인간 24.02.13 46 5 9쪽
91 제91화. 베를린 24.02.12 41 5 9쪽
90 제90화. 비밀경찰(Secret Guardians) 24.02.09 46 6 9쪽
89 제89화. 고스트 24.02.08 48 5 9쪽
88 제88화. 사건의 지평선 24.02.07 46 5 9쪽
87 제87화. 도착 예정 시간 24.02.06 55 5 9쪽
86 제86화. 자폭 24.02.05 44 5 9쪽
85 제85화. 다크 나이트 24.02.02 54 5 9쪽
84 제84화. 내 손을 잡아 24.02.01 49 5 9쪽
83 제83화. 베테랑의 품격 24.01.31 47 5 9쪽
82 제82화. 신출귀몰 24.01.30 50 5 9쪽
81 제81화. 새로운 시작 24.01.29 48 5 9쪽
80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1.26 45 5 9쪽
79 제79화. 카오스 24.01.25 50 5 9쪽
78 제78화. 파괴 도시 24.01.24 51 6 9쪽
77 제77화. 악의 도시 24.01.23 48 5 9쪽
76 제76화. 동상이몽 +2 24.01.22 50 5 9쪽
75 제75화. 질투 24.01.19 49 5 9쪽
74 제74화. 술래잡기 24.01.18 47 5 9쪽
73 제73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4.01.17 50 5 9쪽
72 제72화. 악귀 24.01.16 5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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