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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에나님의 서재입니다.

사건파일 4869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드라마

완결

Hi에나
작품등록일 :
2023.10.06 10:58
최근연재일 :
2024.03.22 08: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8,362
추천수 :
681
글자수 :
492,160

작성
24.03.21 08:00
조회
40
추천
5
글자
9쪽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DUMMY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박사님.”


“자네는 우리가 서울을 떠난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새를 못 참고 또 사고를 치고 여기로 귀양살이를 오나?”


섬에 온 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박사님의 얼굴은 벌써 까무잡잡하게 그을려 있었다.


“소문이 벌써 여기까지 났어요. 오히려 잘됐죠. 이렇게 박사님도 뵈러 오고요.”


박사님한테 엉기려는데, 불쾌한 얼굴로 척을 두려 하신다.


“아잉, 왜 그러세요. 사람 무안하게.”


나의 갑작스러운 애교 공격에 박사님은 더더욱 인상을 구기셨다.


“근데, 늘 붙어 다니시던 절친이신 원장님은 어디에 두시고 혼자 계세요?”


“벌써 망령이 났는지 그 인간 요새 음식 만드는데 푹 빠졌어. 맛도 없는 거 먹는 게 아주 고역이야. 고역. 마치 실험용 쥐가 된 기분이 들어.”


국과수 원장님의 안부도 잊지 않았다.


“얼마나 맛이 없으시길래요. 정량에 맞춰 잘 만드실 거 같은데요.”


“자네도 이제 경험하게 될 거야. 아마 상상을 초월할걸세. 지금 누님께 혼나가며 요리 배우고 있으니 조금 이따가 가보게.”


박사님의 엄포에 살짝 겁이 나기 시작했다.


박사님과 안부를 주고 받는데, 집 쪽에서 우당탕탕 소리가 났다.


“이 염병할 염감탱이야! 내가 두 숟갈 넣으라 했지 언제 세 숟갈 넣어라. 그랬어!”


오랜만에 들어보는 어머님의 구수한 욕지거리다.


“어휴. 아주 가관이다. 가관이야. 소금을 넣으라 했더니 설탕을 넣고 자빠졌네. 속 터져 정말!”


잠시 후, 주방 쪽에서 박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참다 참다 결국엔 어머님이 폭발하신 거 같다.


이럴 땐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 들어가는 게 상책이다.


“어째. 소금하고 설탕도 구분 못 해. 너 그런 머리로 어떻게 국과수 원장까지 해 처먹었냐. 너 솔직히 말해봐. 너 빽써서 원장 자리에 앉았지. 이게 뭘 잘했다고 말대꾸야. 말대꾸는!”


안으로 들어갈 타이밍을 재고 있는데. 이번에는 등짝 스매싱을 날리는 찰진 소리가 들렸다.


전에 한 번 맞아 봐서 아는데, 절대 팔십 먹은 할머니의 파워가 아니었다.


원장님의 작은 반란이 있었던 모양인데, 아무 소용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이 육시랄 게 꼴에 자존심은 있어 가지고 아니긴 뭘 그런 게 아니야!”


어머님이 행주치마에 손을 닦으시며, 밖으로 나오셨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넌 뭔 개지랄을 떨어서 혹까지 두 개나 달고 여기까지 쫓겨 왔어!”


원장님 때문에 불똥이 괜히 나에게 튄 거 같다.


다른 말 하시기 전에 어머님께 큰절부터 올렸다.


뒤에 있던 서장님과 서 반장도 어영부영 나를 따라 절을 했다.


우리의 절을 받으신 어머님은 여타부타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능글맞은 놈!”


그 말을 하시고는 휑하니 주방으로 다시 들어가셨다.


원장님도 우리에게 아는 척을 하시더니 수행비서처럼 어머님 뒤를 졸졸 따라 들어갔다.


여기서 어기적거리다간 어머님의 불호령을 맞을 거 같아 우리는 자리를 떴다.


원장님이 음식 연구에 매진해 계시는 동안 박사님은 우식이와 마을을 돌아다니시면서 빈집 몇 채를 수리해 두셨다.


그 덕에 우리는 별 어려움 없이 마을에 정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어머님 댁에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고, 우리들끼리 따로 모여 조촐하게나마 환영회를 했다.


“참. 너 원장님이 끓였다던 미역국 먹어 봤냐. 어른들이 계셔서 참았지. 안 그랬으면 상 뒤집어엎었다.”


“그럴 줄 알고 안 먹었어. 잠깐만..”


서 반장이 아까부터 속이 안 좋은지 화장실만 왔다 갔다 한다.


“국이 왜 또 그렇게 달아. 원장님 서운해하실까 봐 괜찮다. 그러니까 많이 끓여놨다고 한 그릇 더 떠주시는데, 그거 먹느라 식겁했다.”


“말도 마라. 난 아까 원장님이 맛 한번 봐 달라 해서 전 하나 집어 먹었다가 계속 설사 난다. 어우야. 안 되겠다.”


서 반장이 나오자마자 또 화장실로 달려간다.


“형님이 드신 거 그거 독초로 만든 전이에요. 제가 분명히 말씀을 드렸는데, 괜찮다 내가 알아서 한다. 그러시더니 결국 그걸 내놓으셨네요. 저도 그거 먹고 며칠 고생을 했습니다.”


옆에서 우식이가 불이나 안절부절못하는 서 반장의 똥꼬에 기름을 부었다.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왔다 갔다 하더니 얼굴이 반쪽이 되어 쓰러지듯 바닥에 누웠다.


어머님이 역정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내신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나저나 아침을 원장님이 해 주신다고 하셨는데, 내일은 아침 일찍 고기라도 잡으러 바다로 나가야겠다.


몇 주가 지나고 이제 섬 생활도 어느덧 익숙해졌다.


바닷가에 느긋하게 앉아 낚시하고, 박사님과 원장님을 따라 산도 타고 나물 같은 것도 캐고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고 바라던 생활이다.


“쉴 만큼 쉬었으니 이제 밥벌이해야지.”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는 바닷가에 앉아 서 반장과 멍을 때리고 있는데, 서장님이 우리를 어딘가로 끌고 가셨다.


“서장님, 우리 이제 새우잡이 배에 팔려 가는 건가요?”


“새우잡이 배는 무슨. 염전 노예로 끌려가면 몰라도.”


서 반장과 이런저런 농담 따먹기를 하며 서장님 뒤를 따라갔다.


“뭐. 그럴 수도.”


앞장서 가던 서장님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셨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뱀사골이었다.


서장님을 따라 들어가니 동굴 안에는 수많은 무기가 늘어져 있었고, 사람들이 무기를 조립하고 있었다.


얼굴을 확인하니, 해외로 강제로 쫓겨난 줄 알았던 비밀 정보국 소속 요원들이었다.


박사님과 원장님은 새로운 무기를 연구하시느라 여념이 없었고, 눈만 뜨면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던 서 반장의 아내와 아들도 있었다.


두 사람을 보니 앞에 놓인 부품을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온걸 쓰윽 보고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하던 일에 집중했다.


“서장님, 또 우리를 속이셨네요.”


난 괜히 기분이 좋았다.


“두 분 저 따라오십시오.”


우식이 평소완 달리 사무적인 말투로 우리를 빈자리로 안내했다.


“모르시는 건 옆에 있는 분들한테 배우시고, 간단하니까 하루 정도면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서 반장도 이건 몰랐다고 한다.


휴식시간에 우식에게 물어보니 만약에 있을 것들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섬에 들어온 지도 벌써 두 달째 접어든다.


그동안 좋은 소식이 하나 있었다.


서 반장이 늦둥이를 본 것이다.


우리가 처음 섬에 들어오던 날 너무 기쁜 나머지 일을 치렀다는데, 설사로 매가리가 하나도 없었을 텐데. 또 그 힘은 남아 있던 모양이었다.


“의심은 한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뭔 의심?”


“그렇잖아. 솔직히 나이도 있고, 제수씨 요새 우식이와 친하게 지내는 거 같은데..”


부끄러워하는 서 반장을 놀려주려 조금 선 넘는 농담을 했다가 그날 난 정말 저승의 선을 넘을 뻔했다.


한참 서 반장 부부에게 맞고 있는데, 우식이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동만이가 온대요. 정 형사님과 지은 씨도 같이요.”


무책임하게 우리만 떠나온 거 같아 그 세 사람에게 늘 미안하단 마음뿐이었다.


며칠 뒤, 동만이가 오면서 신문을 한 보따리 가지고 왔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던 차에 잘됐네.”


신문을 하나 꺼내 펼쳐 보다가 하나의 기사를 보고는 이내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


“당신들 정말 제정신이요!”


집무실에는 VIP와 권 서장이 심각한 얼굴로 마주하고 있었다.


“진정하시고, 제 말부터 먼저 들어 보십시오. 각하.”


“들어보나 마나 권 서장은 이게 말이 된다 생각하시오?”


말을 전해 들은 VIP의 목소리는 다소 격양되어 있었다.


“각하께선 그냥 저희가 작성한 거 사람들 앞에서 읽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권 서장님, 최 부장한테 제발 잘 좀 말해 주시오.”


안 되겠던지 VIP가 조금 전과는 다르게 매달리듯 애원하기 시작했지만, 권 서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올림픽을 열기로 한 나라가 버젓이 있는데, 우리가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선포하라는 건 국제적 망신거리가 될 게 분명하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최 부장이 전했습니다.”


“최 부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요?”


권 서장과 대화를 이어나가는 도중 비서실장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내가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지시했을 텐데, 이제는 비서실장까지 날 무시하는 거요!”


“그게 아니라 급히 좀 보셔야 할 것이 있어서..”


비서실장이 튼 TV에서 나오는 뉴스 속보를 보고 VIP와 권 서장은 충격에 빠졌다.


“최 부장이 걱정하지 말라고 한 게 저것때문이었소.”


“저도 거기까지는..”


뉴스에는 해외에서 대규모 테러가 발생했는데, 그곳이 바로 올해 올림픽을 하기로 한 나라였다.


두 달 전, 서울에서 발생한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테러로 인해 그 나라의 지도자가 사망했으며, 올림픽은커녕 복구하는데 수년의 시간이 흐를 것으로 전망했다.


권 서장은 서둘러 자리를 떴고, VIP는 쓰러지듯 자리에 주저 앉았다.


“각하 이제 결정을 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VIP는 사람들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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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제120화. 사건파일 4869(마지막회) 24.03.22 49 5 10쪽
» 제119화. 애이불비(哀而不悲) 24.03.21 41 5 9쪽
118 제118화. 경계선에서.. 24.03.20 39 5 9쪽
117 제117화. 무법천지 +2 24.03.19 51 5 9쪽
116 제116화. 신약개발 24.03.18 41 5 9쪽
115 제115화. 신군부 24.03.15 42 5 9쪽
114 제114화. 새로운 간부 24.03.14 42 5 9쪽
113 제113화. 숙청 작업 24.03.13 44 6 9쪽
112 제112화. 세상에 악인은 없다 24.03.12 43 6 9쪽
111 제11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24.03.11 40 6 9쪽
110 제110화. 실종자를 찾습니다 24.03.08 42 6 9쪽
109 제109화. 범죄도시 24.03.07 45 5 9쪽
108 제108화. 맨땅에 헤딩 24.03.06 42 5 9쪽
107 제107화. 굿 파트너 +2 24.03.05 40 5 9쪽
106 제106화. 너는 자연인이다 +2 24.03.04 47 5 9쪽
105 제105화. 해커와 크래커 +2 24.03.01 46 5 9쪽
104 제104화. 대반격 24.02.29 40 5 9쪽
103 제103화. 후유증 24.02.28 43 5 9쪽
102 제102화. 장화와 홍련이(3) 24.02.27 40 6 9쪽
101 제101화. 장화와 홍련이(2) 24.02.26 43 6 9쪽
100 제100화. 장화와 홍련이 24.02.23 45 6 9쪽
99 제99화. 소방서 옆 경찰서 24.02.22 46 6 9쪽
98 제98화. 방화범 +4 24.02.21 52 6 9쪽
97 제97화. 탈북 24.02.20 44 5 9쪽
96 제96화. 최고존엄 24.02.19 43 5 9쪽
95 제95화. 열병 24.02.16 49 5 9쪽
94 제94화. 북으로 24.02.15 47 4 9쪽
93 제93화. 눈치작전 24.02.14 43 5 9쪽
92 제92화. 강화인간 24.02.13 46 5 9쪽
91 제91화. 베를린 24.02.12 41 5 9쪽
90 제90화. 비밀경찰(Secret Guardians) 24.02.09 46 6 9쪽
89 제89화. 고스트 24.02.08 48 5 9쪽
88 제88화. 사건의 지평선 24.02.07 46 5 9쪽
87 제87화. 도착 예정 시간 24.02.06 56 5 9쪽
86 제86화. 자폭 24.02.05 44 5 9쪽
85 제85화. 다크 나이트 24.02.02 54 5 9쪽
84 제84화. 내 손을 잡아 24.02.01 49 5 9쪽
83 제83화. 베테랑의 품격 24.01.31 47 5 9쪽
82 제82화. 신출귀몰 24.01.30 51 5 9쪽
81 제81화. 새로운 시작 24.01.29 48 5 9쪽
80 제8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24.01.26 45 5 9쪽
79 제79화. 카오스 24.01.25 50 5 9쪽
78 제78화. 파괴 도시 24.01.24 51 6 9쪽
77 제77화. 악의 도시 24.01.23 48 5 9쪽
76 제76화. 동상이몽 +2 24.01.22 50 5 9쪽
75 제75화. 질투 24.01.19 49 5 9쪽
74 제74화. 술래잡기 24.01.18 47 5 9쪽
73 제73화. 크리스마스의 기적 24.01.17 50 5 9쪽
72 제72화. 악귀 24.01.16 5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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