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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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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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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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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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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광승(2)

DUMMY

※※※



소년은 생각했다.


‘지긋지긋하군.’


만금장.


이 몸에서 눈을 뜨던 순간부터다. 처음 곤륜산에 오른 백연이 상대한 이들이었고, 만금장을 옥수에서 몰아내면서 모든게 시작되었다.


그 뒤로도 계속 얽혀들었다. 섬서 수라궁의 일도, 안휘 천주산의 일도, 그리고 무당산에서의 일은 물론이요 혈귀궁의 일까지도.


검귀의 연원과 얽혀있던 신강에서의 일이나 만금장과 거리가 있었을까.


결국.


이 삶에 들어와 마주한 것이 그랬다. 스스로의 육신은 만금장과 관련이 있었고, 저들은 백연으로 말미암아 무언가 얻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 끊임없이 얽혀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백연 자신이 죽거나, 저들이 절멸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라면.


저들이 만든 판 위에서 놀아나는 작금의 상황.


“......여기까지 하자.”


문득 소년이 내뱉은 말에 광승의 눈썹이 치켜져 올라간다. 악귀나찰마냥 일그러진 광소를 지은 얼굴에 의문이 새겨졌다.


“무얼......?”

“네놈들이 끝에 이르러 무엇을 노리건, 그 판 위에서 얌전히 놀아나는 것에 질렸다.”


쩌적-!


검을 비스듬히 당기면서였다. 신예검의 백색 검신 위로 소년의 진기가 켜켜이 더해지며 아롱지는 무지개가 시야 사선을 가렸다. 한없이 육중한 석장을, 부러질듯 얇은 검신 하나로 천천히 밀어올리는 광경.


광승의 눈이 커진다.


나단의 어깨에 박혀 있던 석장의 끄트머리가 뽑혀나오며 그 구멍을 따라 핏물이 울컥 토해져 나온다.


“전부 부수고, 내가 먼저 다 차지하면 되겠지.”


끊임없이 저들과 얽혀든다면 한발 더 앞서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만금장의 괴물들은-


“그것 참 광오한 말이오.”

“이곳 북방에 네놈 말고 또 만금장의 무인이 와 있나?”

“빈승이 아는 한은 없소만. 만일의 상황이 터지면 북경의 꼬맹이가 올라올 수야 있겠으나......”

“그럼 네놈만 여기서 죽이면 한동안은 앞서나가겠군.”


전부 벤다.


안휘에서는 그럴 힘이 없었기에 금원방주는 깔끔하게 죽이지 못했다. 때문에 다시 돌아왔다. 강호 무림의 은원은 돌고 도는 물길과 같다. 끊어내지 못하면 어느 순간 소년의 눈앞에 다시 나타나고 만다.


허나 이제는 그 흐름을 끊어낼 수 있는 힘을 손에 쥐었다.


마주치는 것마다 하나씩 끊어내다 보면, 만금장이라는 거대한 고리 자체를 끊어낼 수도 있을 터.


“빈승의 목을 베겠다? 그 의지는 참으로 높으나, 불가능에 가까운......”


그 순간이었다. 소년의 시선이 광승의 눈을 스쳤다. 찰나 광기로 번들거리던 승려의 표정이 굳어들었다.


투명한 자색 눈동자.


여태까지와 달랐다. 광승을 꿰뚫어볼 듯 하던 눈길은 어느새 무저갱을 보는것 마냥 침잠해 있었고, 빛을 발하는 눈에 새겨진 것은 지독할 정도의 살의(殺意)였다.


그와 함께 별안간 광승의 소매가 펄럭였고.


쩌저저저저저저저정!


불티가 피어올랐다. 어느 순간 시간을 비튼 듯 휘어진 소년의 검이 허공을 격했다. 찰나지간 석장을 큼직하게 휘두르며 물러난 광승. 검격 투로에 가공할만한 반응 속도로 석장을 밀어넣었다.


티잉-!


후퇴보법으로 훌쩍 거리를 벌린 광승. 허공에는 휙 날아오른 석장의 끄트머리 조각이 반짝이고 있었다. 찰나지간 백연의 검날에 닿은 부분이 그대로 잘려나간 것이었다.


“호오......!”


광승의 감탄이 나중이었다.


소리가 퍼져나가기도 전에 이미 백색 뇌광을 휘감은 잔영은 그림자처럼 광승의 신형에 따라붙고 있었다. 공간을 격한듯 후욱 바람을 찢으며 돌진하더니, 광승의 다리를 짓밟으려는 듯 진각을 크게 내리찍는 것이 찰나다.


쩌쩌정!


발경력 여파가 충돌한다. 단숨에 무릎을 올려치는 광승. 그 무릎의 끝자락에 묵직하게 쌓인 진기 파동을 보는 순간, 백연은 숨쉬듯이 진기를 뽑아내었다. 동시에 소년의 육신 전체를 따라 푸른 별빛이 맥동하며 흘러나왔다.


쪼개진 찰나 속에서 소년의 가죽신이 광승의 무릎을 가볍게 내리찍었다. 그 발치에 성라청휘극의 푸른 별무리를 두른채로.


투쾅!


곧장 광승의 다리가 대지를 뚫으며 틀어박혔다. 개세적인 발경력 여파가 다리를 통째로 관통하고도 남아 지면을 깊숙히 파고들었다. 그로 인해 대지가 쩌적-갈라지며 물결쳤지만, 광승의 다리가 부서지는 일은 없었다.


알 수 없는 수법으로 힘을 흘렸다. 스스로의 몸에 가해질 부하를 그대로 대지에 전달했는데, 그로 인해 잠깐의 움직임이 제한된 정도의 피해밖에 입지 않았다.


백연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광승의 무릎이 곧바로 지지대다. 한순간 전진하는 신형. 기세를 피우듯 후욱 부풀어 오르는 광승의 옷자락 너머 등 뒤, 번뜩이는 은빛 선율이 치솟는 것이 보인다.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백연은 그대로 걸음을 내딛었다.


쩌저저저저저저정!


은령팔환이 만들어낸 은빛 선율이 날아와 백연의 육신에 틀어박혔다. 그러나 그 어느것도 성라청휘극의 옷자락을 꿰뚫지 못했다. 푸른 진기가 물결치듯 일렁이며 파문을 그려내었다.


저런 기예로 뚫을 수 있는 옷자락이 아니었다. 수라궁주의 일권마저 피해없이 흡수한 호신강기임에. 천독의 비도 정도나 영향이 있을까.


이미 전력을 다하는 소년은 괴력난신이라 부를 위치에 다다라 있었다.


신공의 아낌없는 투사.


“어찌, 그 짧은 사이에......?”


황망함을 담아 내뱉는 금원방주의 음성이었다. 코앞에 떨어진 백연을 보는 거한의 눈이 경악으로 가득했다. 그가 처음 안휘에서 백연을 보았을 때와 지금은 다르다.


그때는 이기기는 커녕, 버텨내기도 어려운 상대였건만.


‘이제는.’


금원방주의 무위는 그때보다 더 상승했음에도.


‘벨 수 있다.’


검이 벼락으로 화했다. 일순 어두운 밤을 시린 백광이 반으로 갈라내었다. 거대한 횡격이 반원을 그리며 소년의 앞에 있는 모든것을 단숨에 쓸어버렸다.


밤을 따라 새겨진 여뢰(餘雷)의 백색 선이 지평을 둘로 나눠버릴 듯이 일렁였다.


소년의 눈매가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역시, 그때 죽은게 맞았군.”


쩌적-


흘러나오는 피는 없었다. 옷자락에 감춰져 있던 잿빛 살덩이 사이로, 막대한 양의 진기가 피 대신 흐르며 허공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투두둑.


허공을 휘돌던 은령팔환들이 힘을 잃고 낙하했다. 목 잃은 금원방주의 시체가 천천히 쓰러져내렸다.


쿠웅.


둔중한 울림이 대지를 스쳤고, 백연은 검을 갈무리하며 천천히 돌아섰다.


‘이것으로 삼분지 일.’


전력을 투사하는 중이다. 지금도 상시로 성라청휘극을 두르고 있다. 앞으로 길어봐야 반각정도나 유지할 수 있을까.


그 안에 끝낼 요량이었다.


“......그것이 수라궁주를 죽인 신공이오? 이제야 이해하겠군.”

“너도.”

“음?”


광승의 눈을 마주친 백연이 담담히 말했다.


“너도 여기서 죽는다.”



※※※



별스러운 선언이다.


나단은 그리 생각했다.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소년의 무위가 그것으로 끝이 아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한 강자라면, 뭇 강호의 고강한 자로 스스로 행세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타인의 죽음을 입에 담는다.


강자들에겐 흔한 일이었다. 북방의 싸움꾼들은 마주치는 이들과 피의 싸움을 연이어 벌이기 마련. 상대방을 죽이고자 하는 의지는 곧 경의의 표현이었다.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단은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별안간이었다. 우뚝 서 긴 호흡으로 상처를 갈음하고 있는 나단의 곁으로 회색 석장이 엿가락마냥 주욱-늘어난다.


삽시간에 나단 자신의 심장을 노리고 쳐들어오는 움직임인데, 그것에 나단이 반응하여 움직이기도 전에 시야 한중간을 백색의 뇌광이 갈라내었다.


쩌엉!


허공에 선연히 새겨진 검로(劍路). 창공에서부터 수직으로 떨어진 백색 빛줄기가 석장의 궤적을 후려 쳐내며 나단을 보호한다. 동시에 석장은 처음부터 그럴 것을 예측했다는 듯이 휘어져 돌아가며 전진. 푸른 옷자락을 두른 소년의 몸을 큼직하게 후렸고.


콰아아아아앙!


흐릿한 잔영과 함께 푸른 옷자락의 신형이 저편으로 후욱 날아가 처박혔다. 나단 자신을 보호하려다 일격을 맞았는데, 처음부터 그것을 노림이 분명한 승려의 움직임이었다.


연이어 목숨의 빚을 진 상황.


허나 나단이 무어라 말할 틈도 없었다. 극도로 예리한 검로가 승려의 승포자락을 스치더니 그대로 상승, 어느 순간부터 극성으로 일으킨 나단의 안법에도 흐릿하게 보이는 검풍이 돌개바람처럼 주욱 뻗어나가며 승려의 몸을 난자한다. 동시에 찰나지간 바닥을 차올리며 그것을 방어하는 승려의 움직임. 이어 두 인영의 잔상이 흐릿하게 일그러지며 찰나에도 수십번의 충돌을 거듭했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정!


밤하늘 아래 무수한 은하수마냥 튀어오르는 불티. 찰나지간 허공을 붉게 물들이는데, 그 순간에도 서로의 노림수가 엇갈린다. 바닥에 흩어진 돌조각을 암기마냥 운용하더니, 일순 백연의 손짓에 맞춰 하늘을 따라 수십개의 돌조각이 점점이 날아올라 제각기 화살마냥 퉁-쏘아진다. 동시에 승려는 이미 바닥에 쓰러진 시체 몇구를 집어던져 그것을 방어한다.


한없이 고강하면서도 한없이 정직한 싸움과는 거리가 멀다.


말 그대로 서로를 죽이기 위한 싸움.


그제서야 나단은 이해했다. 저 소년의 선언은, 말 그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저자를 이 자리에서 죽이겠다는 표현의 일환이었음을.


그렇다고 하면.


[협공(挾攻)은 수치건만.]


쯧-하고 혀를 찬 나단의 입꼬리가 주욱 당겨졌다. 찢어진 입매 사이로 이를 드러낸 경음성주가 쌍태도를 가벼이 들어올렸다. 초월적인 재생력으로도 아물다가 만 어깨에서 다시금 후두둑 튀어나오는 핏물을 무시하면서였다.


[목을 두번이나 구해준 이에게 그런 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다.]


그리고 거기에다 좋은 싸움이기도 하다. 어찌보아도 저 미친 승려는 고강한 강자였으니까.


그렇게 쌍태도를 휘어잡은 그가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쿠웅, 쿵.


그때쯤 이미 멀어지고 있는 두 사람의 신형을 향해서였다. 회색빛 장포가 지평을 따라 주욱 늘어나고, 이어지는 비룡축전의 뇌광이 대지에 백색 붓자락으로 그어낸 선(線)마냥 새겨지고 있었다.


음속(音速)의 영역이었다. 투웅-하는 소리가 백연의 귓가를 스치는 순간, 두 사람의 간합 바깥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음이 일거에 사라졌다. 소리마저 집어삼키며 내달리는 경공 질주.


이미 절세다.


희끗하게 그어지는 신예검. 별빛을 검기마냥 두른채로 광승의 석장과 힘을 겨루는 중이었는데, 백연은 별안간 깨달았다.


‘비정상적인 힘이군.’


저 근력과 무게.


광승이 발하고 있는 일격 일격이 전부 막대한 여파를 동반한다. 그의 말대로 설화에 나오는 여의금고봉(如意金箍棒)을 휘두르기라도 하는 듯이.


상식적으로 불가하다. 한 병장기에 담길 수 있는 무게에는 한계가 있다. 저만한 석장을 아무리 무겁게 만들어도 도달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술법?”


백연은 뇌까렸고, 광승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도술(道術)이라고 해주시오.”

“진짜 돌원숭이라도 될 셈인지.”

“이몸이 제천대성이오.”

“네 육신이 그만큼 단단하긴 한가?”


검을 가볍게 튕기면서였다. 별안간 켜켜이 쌓인 뇌기를 일거에 터트린 양상. 한없이 묵직하게 눌러오던 석장의 궤적을 찰나 비튼다. 동시에 소년의 손에 들린 백색 검신이 새벽 안개마냥 희끗하게 일렁였고, 이어 초승달처럼 구붓하게 휘어진 검권(劍圈)의 궤적이 광승의 한쪽 팔 전체를 훑고 올라갔다. 낡은 승포자락을 따라 일순 칼바람이 한차례 크게 불어오르는 광경.


쩌저저저저정!


검풍이 광승의 팔을 휩쓸었다. 낡은 승포가 단숨에 어깨까지 찢어지며 가루로 화했다. 동시에 검권을 따라 푸확-! 튀어오르는 핏물.


“호신강기를......?!”


없는것 마냥 잘라냈다. 찰나 팔을 휘감은 검풍 속에서 교묘한 몸놀림으로 몸을 뒤틀지 않았다면 팔이 통째로 갈려나갔다. 그것을 방증하듯 광승의 팔 전체가 피부의 형체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잘게 베였다.


“다음번은 목이다.”


백연은 담담히 선언했다. 더 이상 광승은 웃고있지 않았다. 돌덩이마냥 무감하게 굳어진 그의 잇새로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혈선이 말한 힘은 이정도가 아니었는데?”


그때였다.


시야 사선의 지평이 어느 순간 조하(朝霞)가 찾아온것 마냥 붉게 물들더니, 한순간에 그들의 지척까지 성큼 다가왔다. 지상에 붉은 별이 현현한 것 마냥.


호신강기를 전신에 두른채로 경공질주다. 그로써 일신의 질주를 태풍같은 파괴력으로 치환한 결과였는데, 그 형상이 마치 붉은 별이 낙하하는 듯 했다.


“......!”


찰나지간 두 절세의 무인이 동시에 인지했고, 백연이 먼저 땅을 박찼다. 함께 피하려던 광승의 발치에 신예검을 투창마냥 던져 넣으면서였다.


푸욱.


단박에 광승의 발을 꿰뚫었다. 단숨에 검파까지 발등에 닿았는데, 막대한 발경력의 여파로 인해 그대로 지면에 틀어박히며 대지가 한차례 출렁였다. 그로 인해 질주하려던 광승의 신형이 찰나 바닥과 함께 우뚝 고정되었고.


“놈......!”


일순 백연을 돌아본 광승의 눈이 큼직하게 부릅떠졌다.


직후였다.


소리는 없었다.


시야 전체가 붉은 별빛으로 일순 물들었을 따름이었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호신강기의 폭풍을 보며 백연은 생각했다.


‘붉은 유성(流星).’


저것으로 성들을 무너뜨렸나.


충분히 그럴법한 일격이었다. 지금까지 나단의 모든 공격초는 그의 호신강기와 일체를 이룬 바, 그 무공의 중심이 되는 것이 저 붉은 갑주임은 분명했으니까.


붕성(崩城)의 나단이라 했다. 어쩌면 호성(護成)의 왕이 되기에도 충분할 법한 위세였다.


화악-!


별안간 시야가 트였다.


쿠콰콰과과과-


직후 점차로 소리가 돌아왔다. 충돌의 여파로 출렁이는 대지. 그 한가운데 우뚝 선 나단이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온몸을 따라 일어나는 시뻘건 호신강기의 자락이 불꽃처럼 그의 뒤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그 바로 뒤.


“커헉......!”


갈기갈기 찢겨나간 승포가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발등에 신예검이 꽂힌채로 선 광승. 석장을 짚고 몸을 지탱하는 육신 전체를 따라 수많은 상처가 벌어져 있었다.


막대한 내력을 소모했음이 눈에 보였다. 그를 바라보며 백연은 천천히 여휘를 빼들었고.


저벅.


그대로 전진했다.


용형보의 걸음이 곧장 광승의 앞에 틀어박혔다. 소리보다 먼저 전진한 소년의 검이 벼락같은 검로를 그리며 떨어졌다.


그 순간부터였다.


쩌억.


대지가 스스로 갈라지듯 움직였다. 얼굴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린 광승이 억지로 바닥에서 발을 뽑아내며 각법을 만들었다. 그의 움직임을 고정시킨 장애물을 치우는 동작마저 공격초로 자아내는 모습.


백색 검신이 하늘로 치솟았다. 위로 후욱 떠오른 신예검이 허공에 잠시간 무게가 없는 듯이 날아올랐고.


일합(一合)에 세번이었다.


백연의 왼발 끝이 땅을 스쳤다. 발끝이 대지를 갈라내는 동작으로 일어난 보신경 경파가 칼바람처럼 솟구치며 광승의 각법을 미묘하게 뒤틀었다. 동시에 즉각적으로 각법을 회수한 광승이 석장을 뽑아내며 좌하단에서 올려치는 일격을 자아낸다. 그 순간 소년의 검이 거울같은 궤적으로 떨어졌다. 여휘의 끄트머리가 그대로 석장을 스치자 길쭉한 석장이 나무 토막이라도 되는 양 서걱-잘려나간다.


그렇게 두번.


간극 속에서 눈을 부릅뜬 광승이 곧장 석장을 놓아버리며 두 손을 모아내는 것이 소년의 눈에 들어왔다. 불문 장법의 기수식.


백연은 망설이지 않았다. 광승이 장법을 내치는 순간, 소년은 그대로 땅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허튼......!”


곧장 광승이 몸을 뒤틀었다. 그의 눈에 희열이 새겨졌다. 강자들의 싸움에서 발 디딜 곳을 잃어버리는 것은 위험한 행위다. 이미 허공에 오르는 순간, 다시 몸을 가눌 방법이 없는 까닭에.


어떤 괴력난신이라 해도 허공에 뛰어오른 그 찰나만큼은 움직임이 고정된다.


광승 정도의 고수에게 내치고 있는 장법의 궤적을 바꾸는 것은 쉬운 행위였다. 그러나 그가 곧장 사선 위를 향해 장법을 내지르려는 순간.


화아아아아아악-!


바람이 일었다. 소년의 발치를 따라 일어난 진기의 파동. 그 발뒤꿈치에서 희끄무레한 경파 조각이 새매의 날갯짓마냥 피어올랐다.


일보(一步).


허공을 밟아냈다. 이 순간 백연의 눈 아래로 보였다. 보고도 믿기 어렵다는 황망한 광승의 표정이.


“......!”


눈을 부릅뜨고 손을 뒤튼다. 장법 궤적을 다시 한번 바꿔 허공을 밟아낸 백연에게 내치려는 움직임. 발악하듯 내친 막대한 장법 기파가 소년의 몸을 휩쓸려는 순간.


사락.


자색 빛살이 소년의 발치를 휘감았다. 허공을 노닐듯 휘어진 걸음의 조각. 흐리게 일어난 경파가 마치 휘장처럼 장법 기파를 감쌌고.


파아아아아아아앙!


자색의 빛을 휘감은 이보(二步)가 광승의 장법을 짓이겨 소멸시켰다.


허공을 발디딤은 물론이다. 어느새 소년의 몸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는데, 어느 공간이든 이제 상관이 없는 듯 했다. 그와 함께였다.


곧바로 바람이 일었다. 진기를 흩뿌리듯 퍼져나가는 파문. 삼보(三步)의 연이은 추진 경파가 단박에 소년의 신형을 이끌었다. 삽시간에 허공을 밟고 올라 공중에 떠올랐던 신예검을 한손으로 잡기까지가 찰나였다.


그대로 양손에 검을 쥔 소년이 허공을 밟은채로 몸을 뒤틀었다. 본래라면 이어질 수 없는 검로(劍路)를 대기 위에 자유자재로 그려내면서였다.


쩌적.


나무토막이 갈라지는 듯한 소음과 함께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은 검흔(劍痕)이 광승의 발밑 대지에 새겨졌다. 그 경로에 광승의 육신이 포함되어 있었음은 물론이었다.


직후 여전히 허공을 딛고 선 채로 소년이 천천히 납검했고.


푸화악!


뒤늦게 핏물이 대기를 적셨다.


작가의말

7월 4일 목요일은 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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