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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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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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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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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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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북새풍

DUMMY

※※※



‘신룡(神龍)이군.’


절벽 아래로 낙하하는 세 사람의 신형을 보며 천린은 생각했다.


핏물을 몸에 휘감은 채였다. 어느 순간 주변을 휘돌던 혈교주의 혈기가 서서히 그의 옷자락 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검붉은 마기로 뒤덮인 장포를 두르기라도 한 양.


그 앞에.


“......”


창백한 얼굴의 사내가 무릎을 꿇고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한없이 짙은 흑색의 머리칼을 줄기줄기 흩날리는 남자. 피부는 얼음장보다도 하얘서 살아있는 사람 같지가 않았다. 그 얼굴에서 유일하게 색을 지닌 것이라고는 시뻘건 두 눈동자 뿐.


콰득!


이제는 하나였다. 흑포 아래 길쭉한 손가락으로 쥐어진 붉은 눈알을 데구르르 굴린 천린이 그것을 바닥에 툭 떨구었다. 나직한 음성과 함께였다.


“옥천화.”

“......”

“너는,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군.”


한없이 무감한 어투와 행태. 천하 혈교 교주의 양 팔을 뽑아버리고 한 눈마저 짓이겨버린 상태에서도 그러했다. 그저 담담히 말을 건네는 듯한 천린의 음성에는 감정이 없었다. 그것마저 전부 세월 속에서 마모되어 버린 듯이.


“변한것이 없다. 그 무공도, 네 의지도.”

“......암혼제.”

“너희는 처음부터 본교의 잔재만을 탐하다 스러질 운명이었나.”


쿠구구구구궁-!


지천이 뒤집힌다. 쩌적 갈라지고 붕괴하는 봉우리의 위에서도 천린과 혈교주가 서 있는 공간만은 아직 제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이곳만 시간이 멈춰서기라도 한 듯이.


천린의 힘이었다.


사방 천지가 뒤집히고 붕괴하는 와중에도, 그가 발 디딘곳만은 온전했다. 그가 아직 허락하지 않았기에.


쿠구구구구구-!


주변을 따라서는 혈귀들의 궁이 붕괴한다. 사방을 뒤집어놓은 혈교주 옥천화와 암혼제 천린의 싸움 탓이었다. 본래부터 이곳에서의 전투를 상정하지 않은 거대한 구조물. 화려히 산맥의 위에 피어있던 궁이 무너져내린다.


그 한 가운데 유일한 고요 속 쪼개진 시간 사이에서, 혈교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는 죽는다. 신강에 도착해서 놈과 싸워도 죽고, 그 몸을 끌고 도망가도 혈기의 반발로 인해 죽는다.”

“그걸 내가 모를까 말해주는 것인가.”

“네 눈을 보았다. 방금 전 뛰어내린 이를 볼때 너는.”


츠츳.


감정에 동한 듯이 혈기가 일어난다. 고개를 들어올린 혈교주의 눈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살아 있더군.”

“......”

“무엇이지? 대체 무엇 때문에 곧 죽었어야 할 몸을 끌고 이리 다시 발버둥을 치는 것이지? 수십년간 뇌옥에서 썩어가면서도 무심히 죽어있던 네가?”

“이유라.”

“복수? 네 힘으로 복수를 할 수 있을 것 같나? 그건 이미 괴물이다. 천마의 재림이지.”


그때였다.


천린이 픽 웃음을 흘렸다. 여태껏 무감하던 그의 얼굴을 따라 날카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 생각하나. 너는 참으로 변하지 않았군. 강자에게 굴종하고.”

“아니면 그 아이가 네게 무엇이라도 되는 것인가? 이미 죽어 없어졌어야 할 과거의 교주 따위가......!”

“스스로의 잣대로 남의 세상을 평가하며, 변하지 않음에 집착한다. 그 외양과 수명마저도.”


툭 뱉으며 손을 뻗은 천린. 찰나지간 옥천화의 하나 남은 눈에 선연한 공포가 서렸다.


그와 동시에.


쩌억.


혈기가 사라졌다.


옥천화의 몸 주변을 맴돌던 진기가 삽시간에 소멸했다. 누군가 깨끗이 지워 없애기라도 한 듯한 광경. 휘몰아치던 붉은 기운은 어느 순간 천린의 손끝 한점으로 수렴하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그의 몸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졌다.


그와 함께였다.


“무슨......짓을.”


옥천화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마른 진흙마냥 쩍 갈라진 그의 음성. 그러나 목소리 뿐만이 아니었다. 단번에 창백한 피부가 쪼그라든다. 흩날리던 흑발이 푸석하게 잦아들며 끄트머리가 먼지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찰나지간 수백살은 먹은 듯이 쪼그라든 혈교의 교주.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천린이 무심히 말했다.


“이것이 네가 추구한 길의 결말이다. 변하지 않음에 집착하여 영원불멸을 추구한 혈귀.”

“......천린! 네놈이!”

“영생의 무학을 어떤 거래로 얻었는지 모르겠으나, 그 끝은 여기가 되겠군. 너는 결국 과거에 얽매여 살아갈 뿐인 잔재이니. 이제 그만 멈추는 것이 낫겠다.”

“네놈은 무엇이 다르다고, 그런......!”


화악!


천린이 가볍게 손을 휘젓는 순간, 옥천화의 입이 봉해졌다. 딱 다물린 혈귀의 눈만이 번뜩일 따름이었다. 다 늙어버린 육신의 속에서도 홀로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가 천린을 올려다본다.


그 시선을 받으며 천린이 중얼거렸다.


“네 말대로다. 나는 너와 똑같지. 허나 보아라.”


그리 말하며 절벽 아래를 향해 가벼이 시선을 던진 천린. 그 눈길에 옥천화마저 찰나 천린을 따라 시선을 던지는 순간-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구름이 찢어졌다. 절벽 아래 바람결을 타고 봄바람 같은 진기 파동이 물결처럼 번져왔다. 단숨에 마지막 남아있는 혈기의 잔재까지 찢어 없애버리는 무공의 여파. 그것이 한 소년의 허공을 디딘 발걸음이라는 것을 알아챈 혈교주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고.


“다르지 아니한가. 한때 내가 손에 쥐고 싶어했던 이유가 있으니.”

“......”

“그러나 이제는 그것 또한 과거에 두었나. 언제나 앞으로만 나아가는 자다.”


당장이라도 천린 자신의 목을 날리고 싶었을 원한마저 뒤에 두고서.


그를 얽매는 것이 수없이 많을 것임에도 온전히 자유롭다.


그렇기에 그의 걸음은 나아갈 수 있다. 앞으로, 더 넘어서 위로.


“그 걸음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가 궁금하지 않나. 과거의 잔향에 집착해 멈춰버린 이들과는 다르게 전혀 예측할 수가 없으니, 흥미가 돋을 따름이다.”


허나 천린은 그 결말을 보지 못할 것이다. 백여년 만에 처음으로 무언가 아쉽다는 감정을 느낀 천린이 입매를 비틀었다.


검귀가 하늘을 베고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이러했던가.


검귀 유백연.


“아니, 이제는 암화 백연이라고 하였나.”


천린이 중얼거렸다.


손끝에 걸린 옥천화의 머리를 가볍게 뽑아 올리면서였다. 흩날리는 핏물 속에서 검붉게 물든 천린의 시선이 저편 너머를 향했다. 소년이 뇌광을 새기며 한줄기 벼락처럼 뛰어내린 절벽 위로.


“백락(白落)이 더 어울리겠다.”


한줄기 아쉬움이 섞인 음성이었다.



※※※



타닥.


백연의 발끝이 땅을 디뎠다. 절벽 아래에 내딛은 발걸음이 꽃잎처럼 가벼이 내려앉았다. 뒤이어 백연에 기대어 있던 두 무인의 신형이 바닥에 착지하고.


“백연......?”


악예린이 멍한 음성으로 물어온다. 직전 그녀가 겪은 것이 꿈결 환상으로 느껴지기라도 했는지.


“바, 방금.”

“예.”

“하늘을 걸었......”

“걷는다기보단, 박찼을 뿐입니다.”

“두 걸음이나......?”


두 번.


그녀의 말대로였다. 첫 걸음은 혈교주의 권역 잔재를 찢고, 낙하 속도를 낮출때. 나머지 하나는 거의 바닥에 도달해서 안착하기 위해.


둘다 같은 일보(一步)였다. 걸음의 공능이 하나 다르지 않았다. 춤추듯 허공을 오르는 일보. 공간을 휘어잡으며 허공에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해주는 걸음이다.


그리고 소년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칠보(七步).’


이 무공 초식의 끝은, 전에 생각했던 대로 일곱번의 변화가 남았다고.


한편 화율은 바삐 손을 놀리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꺼내든 검은 천으로 눈을 다시 가리는 동작이 재빨랐다. 태연하게 흑색 천으로 눈을 완전히 가려버린 그녀.


그것과 동시에 물결처럼 흘러나오던 법력 기파가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어느새 다시 처음 만났을 때처럼 조용한 기세로 돌아온 화율이 백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다시 인사 드리지만, 오랜만에 뵈어 반갑습니다.”


차분한 음성과 행동. 그러나 백연은 직전 그녀의 무위를 보았다. 웅혼한 법력 광채를 이끌고 혈귀들을 짓이기던 무력. 그것은 명백히 새외에서 그녀를 마주했을 때 보다 몇배는 압도적인 힘이었다.


“어떻게 된겁니까?”


거두절미하고 묻는 백연의 질문에 화율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저는 평시 힘에 금제를 걸어 억눌러 놓고 있습니다. 이쪽의 피치 못할 사정이라 하면 이해해 주시겠습니까.”

“쉬운 일은 아닐텐데요. 그런 기예는.”

“사문의 잔재지요.”


태연한 그녀의 말에 백연이 헛웃음을 지었다.


처음 만날때부터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것은 알았지만, 이건 차기로 천룡사를 이끌 사람이라도 되었던 것인가.


그 공력의 양이나 밀도가 정상 범주를 벗어나 있다. 힘을 억눌러 놓았다는 말도 그렇고. 젊은 나이임이 분명한데 이미 그녀가 찰나 선보인 무위는 엄청난 수준이었다. 방금 전의 전투에서 악예린을 보조하며 움직이긴 했으나, 백연은 화율의 힘이 앞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한편 화율도 마찬가지로 백연에게 물어온다. 언제나 침착하기만 한 그녀로써도 방금 겪은 일은 이적(異蹟)에 가까운 일이었는지.


“헌데 백연 대협께선 혹 초월, 그 너머의 경지에 닿으신 건지 묻고 싶군요.”

“아닙니다.”

“허공답보, 능공허도. 알려진 한에는 전인미답의 경지입니다. 허공에 걸음을 딛거나 공중에서 자유로이 몸을 움직이는 것은.”

“달마 선사나, 삼봉 진인의 설화에는 있지 않습니까?”

“설화는 설화지요. 진실로 기록에 내려오지 않는 이상은 허구라 봐야 합니다.”


잠시 고민하듯 턱을 두들긴 백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애초에 이것은 경지가 아니니까요.”


처음부터 그리 행했다. 초월을 넘어 지고한 경지에 다다라도 이룰 수 있을지 모를 보신경의 끝자락. 경지를 무공으로써 인위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시도다.


그의 무공은 전부 그리 이뤄졌다. 분광뇌풍검의 공능도, 태허무극결의 힘도.


잠깐이나마 그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함이다. 항시 위를 향해 검을 휘둘러야 하는 까닭에. 이번 무공도 그러한 바탕에서 만들어진 걸음이다.


그가 원하는 검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허공을 걸어야 한다. 허공을 걷는 경지에는 다다르기 어렵다. 그렇기에 무공으로써 그 위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의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화율의 표정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반면 옆에 서 있던 악예린의 표정은 점차 이상해지고 있었다.


“저, 왠지 독룡의 말을 이해할 것 같네요.”

“예?”

“백연은 정말 모든게 다 좋은데 재수가 없다고 투덜거리더니......”

“......그렇습니까?”

“그 자각이 없는게 더 문제에요.”


그리 말하고는 후후-웃는 모습이 가벼웠다. 창을 휘릭 휘어잡은 악예린이 미소를 지었다.


“저야 그런 모습도 보고 있으면 재미있을 뿐이지만요. 이미 백연은 제게 있어서 경쟁자가 아니라, 닮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이어 덧붙인다.


“하지만 진지하게 그 무공은......신공이네요. 세상에 둘도 없을 신공.”

“이분의 말이 맞습니다. 새외 무림의 어느 곳에서도 그런 무공이 존재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지요.”


화율마저 거든다. 뒤이어 악예린이 한층 심각해진 얼굴로 말했다.


“......백연. 그거, 아직 아무한테도 안 보여줬죠?”

“예. 방금 완성시켰습니다.”

“본 사람이 있나요?”

“만금장의 결백......그 환술사가 봤겠군요.”

“그것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는 조심해서 쓰는게 좋을 것 같네요.”


악예린의 말. 화율도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껏 백연이 선보인 어떤 무공보다 그게 위험해요. 어쩌면 그것만을 노릴 사람들이 천지에 널려있으리란 생각이 들 정도로.”

“허공을 걷는 걸음이라 하면 아무도 들어본 적 없을 천하의 신공인데, 새외에도 그 무공은 원할 자들이 여럿 있겠습니다. 당장 포달랍궁(布達拉宮)의 고승들도 탐낼 듯 보입니다만.”

“천하 무문의 신공들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할 이들에게는 재액이에요. 당장 소림사도 과거에는 역근세수경(易筋洗髓經)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환란을 겪었는지 모를 지경이니까요.”


즉, 지금의 곤륜파는 감당하기 어려운 신공이라는 소리였다.


백연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저들의 말에 일부분 동의하는 바였기에.


“주의하겠습니다.”


함부로 선보이고 다닐 무공이 아니다. 여태까지와는 달랐다. 그만한 가치를 지닌 무학임은 백연 자신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 눈앞의 악예린 정도로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까, 다른 이들에게서는 주의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정파의 사람이라 해도.


“그래도 성취를 얻은것을 축하해요, 백연. 그리고 덕분에 잘 빠져나왔네요.”


위편을 힐끗한 악예린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백연도 그녀의 눈길을 따라 시선을 들어올렸다.


저편 위.


이제는 붉은 하늘이 아니었다. 혈기가 사라진 바깥의 하늘 위로 흔들리는 별빛이 무수히 많았다. 그와 동시에 하늘의 한켠을 가리던 혈귀궁이 느릿하게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붕괴하는 절벽과 대지.


쩍쩍 갈라져 내리는 절벽의 전체를 따라 스멀거리며 피어오르는 것은 막대한 양의 마기였다.


‘천린이 이겼군.’


백연은 생각했다.


어쩌면 그가 천린을 풀어준 순간 중원의 판도가 크게 격동했을지도 모르겠다고.


“화율께 묻고 싶은게 많지만, 우선은 이곳을 벗어나는게 좋겠습니다.”


백연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진기를 회복하고 있던 그들이 곧장 기운을 끌어올렸다.


이윽고 세 사람의 신형이 달빛 아래에서 크게 이지러졌다. 무너지는 혈귀궁을 뒤로 한채였다.



※※※



그들이 멈춰선 곳은 일전의 마을이었다. 그와 악예린이 찾은 혈귀들의 인간 공급처.


고요한 마을의 밤에는 아직 아무런 소란도 없었다. 적막한 풍광을 내려다보며 백연은 생각했다. 내일 아침 일어나,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혈귀궁이 사라진 것을 본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어찌 움직일까.


시간이 흘러봐야 알 일이었다.


“그나저나 월풍의 행방은 알아야 하겠군요.”


백연이 중얼거렸다.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천마의 검이 없어진 탓이다. 아마 악예린의 창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부문주가 같이 놓여있던 그의 검까지 들고 움직인 모양.


‘두고 올걸 그랬나.’


이검은 그의 특기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유용하게 쓰고 있어 들고 온 것인데. 이런 상황은 곤란했다. 어쩌면 내일 가서 무너진 혈귀궁을 뒤저야 할지도 모르는 일.


허나 당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우선 중요한 것부터 듣고 생각하도록 하지요.”


백연이 시선을 돌렸다. 마을 어귀, 커다란 바위 위에 걸터앉은 화율의 표정이 침착했다.


“화율께서 저를 이곳까지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소년이 물었다.


“이제 듣고 싶습니다.”

“예.”


가벼이 고개를 끄덕인 화율. 담담히 입을 여는 그녀의 목소리가 달빛 아래 바람처럼 일어났다.


“거두절미하고 제가 목도한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혈교의 목적은 새로운 육신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랜 기간 이어져온 대업. 일전 참월대주가 언급한 대로, 그들은 육신 제작을 통해 특정한 인물을 만들려는 것이지요. 과거의 누군가의 혼백을 불러와 그들이 만든 육신에 깃들게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아마 천마 본인입니다.”


이미 거의 확신하고 있던 내용. 하지만 화율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혈교는 애초에 이 일의 주체가 아니며, 만금장과 모산파의 합작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저는 그 둘에 대한 조사도 병행했습니다만.”

“......”

“구파의 일원인 모산과 사파 상회인 만금장은 비슷한 시기에 처음 나타나, 비슷한 속도로 성장했더군요.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조작하기라도 한 듯이.”


소년의 시선이 가늘어졌고, 화율은 태연히 덧붙였다.


“그리고 하나 더. 지금 중원 전역에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목적입니다. 어떠한 과정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지금까지의 방법만으로는 천마의 재림이 불가능하다 결론을 내린 듯 싶습니다. 때문에 피를 흘리고자 한 것이지요.”

“......피를?”

“예. 지금 무림에 일어나고 있는 전화(戰火)는 거대한 의식입니다.”


담담한 음성이 소년의 귓가에 내려앉았다.


“천마 무연을, 다시금 이 땅에 재림시키기 위한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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