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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나 애기작가

나혼자 천마님과 함께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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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8.05 18:08
최근연재일 :
2021.08.19 23:0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692
추천수 :
32
글자수 :
89,797

작성
21.08.05 18:16
조회
172
추천
2
글자
9쪽

< 천마님께서 말씀하신다. (1) >

DUMMY

몬스터 브레이크가 일어나고 어느덧 10년이 흐른 어느 날.

짐꾼 6년차 베테랑 강우진은 던전 안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조무래기 초짜 헌터들 파티에 끼는 것이 아니었다.

조건만 훌륭했던 쓰레기 레이드에 합류한 것은 오랜 짐꾼 인생의 유일한 오점이 될 것으로 보였다.


“젠장... 여기까지인가. 결국 각성하지 못했어...”


간신히,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옮기던 강우진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짐꾼으로서 악착같이 던전을 오가며 각성자가 되고 싶어 노력했던 그 모든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몬스터 브레이크 당시 두 분 모두 목숨을 잃으신 부모님.

당연하게도 극악으로 치달은 집안형편.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보다 더 최악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강우진은 우애 깊은 동생과 서로 의지하며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었다.

허나 그보다도 밑바닥은 존재했다.

브래이크 3년차에 강우진의 동생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희귀병이 나타났다.


“승호 녀석, 나 없으면 안 되는데...”


원래도 몸이 약했던 동생이다.

그럼에도 웃었던 동생이다.

그런 녀석에게 도대체 왜...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열심히 살아보려 해도 계속해서 발목을 잡혔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족쇄가 체이는 기분이 들었다.

어깨가 무거웠다.

숨이 막혔다.

한 발짝 내딛는 것마저 버거웠다.


그날 이후 강우진은 마음을 버렸다. 없는 사람이 더 세다는 일말의 자존심조차 내려놓았다.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자 삶의 동기에 가까운 동생을 살리기 위한 일념만으로 강우진은 사력을 다해 악착같이 일했다.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았다.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라 자부한다.

정말 뼈가 닳고 몸이 망가질 정도로 안간힘을 다해 죽어라 노력했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통장에 돈이 쌓이기는커녕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마냥 답도 없이 빚만 늘어가는 신세였다.

이대로라면 동생은 죽는다. 뭔가 방법이 필요했다.

그때, 강우진에게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들이 악마처럼 속삭였다.


‘각성만 하면 수저 색을 바꿀 수 있다고들 하지.’


‘선천적인 재능이 없다면, 노력이라도 해야지. 던전에 들어가 기운에 익숙해지며 각성을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일반인으로서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짐꾼이 되는 것.’


‘사람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니만큼 짐꾼 일도 돈은 좀 벌 테고, 각성해서 정식 헌터라도 되면 인생역전이잖아?’


던전. 몬스터, 각성자, 그리고... 짐꾼.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보낸 이후에는 관련이 없던, 관심을 주지 않으려 귀를 막았던 것들이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할 수밖에 없었다.

사채도 당길 만큼 당긴 시기였고, 거절하면 장기를 떼는 수밖에 없을 정도였으니.

일반인을 초인으로 만들어주는 각성은 시간과 장소, 남자와 여자, 아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극소수에게 내려지는 기적 그 자체.

정말 각성만 하면 엄청난 돈을 버는 재벌이 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인생역전을 할 발판을 확실히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우진 또한 각성을 바랬다.

허나 각성은 로또가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낮은 확률.

그런 확률을 강우진 같은 이들이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던전 안에 들어가는 것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짐꾼을 하고자 하는 지원자 또한 많지 않아 구인난에 시달리는 곳이었으니 강우진과 비슷한 부류의 발걸음이 모닥불에 몸을 던지는 불나방마냥 모여드는 실정이었다.


그나마 있던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짐꾼 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 6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으로 오랫동안 던전을 오가며 이제는 제법 짬이 되는 베테랑이라 불릴 정도였지만.

각성의 기미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죽으면... 우리 승호는...”


비록 정식 헌터들 시다바리 짓을 하는 짐꾼이라지만, 목숨 값이 상당한 덕에 평균적으로 해마다 6천만 원이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의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그 정도는 벌 수 있었으니 치료법조차 발견되지 않은 동생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뭐만 하면 억 소리 나는 돈이 현상유지를 위해 빠져나가는 중이었고, 이 뭐 같은 파티에 들어와 죽을 위기에 처한 것도 동생의 갑작스러운 발작 때문이었다.

지금 강우진이 죽는다면 그의 동생 강승호도 더 살아갈 수 없는 셈이다.

그렇기에 항상 던전에 들어올 때마다 죽음을 각오하지만, 막상 그 문턱에 설 때면 강우진은 자꾸만 동생의 얼굴이 눈에 밟혔다.

절대 먼저 죽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끄으으윽...”


고통이 전신을 자극했다.

이젠 정말로 죽음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강우진은 재빨리 오른손을 피가 새어나오는 옆구리로 옮겨 압박했다.

입에서 신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통증으로 인해 더는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지며 기댄 벽을 의지해 웅크리고 있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

내상이 점차 악화되어 갔다.

그러고도 무리하게 움직인 탓에 내장이 엉망진창이고, 다른 희망은 쥐뿔도 없다.


“...젠장.”


강우진은 얼마 남지 않은 기력으로 주변을 천천히 훑었다.


“정말 끝이구만.”


그의 옆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꾸려뒀던 베이스캠프의 모습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강우진을 제외한 모든 이가 전멸당한 레이드.

홀로 극적으로 살아남아 캠프 앞까지 몸을 이끌었으나 몸은 이미 한계에 치달았다.


“씨발, 진짜... 안 되는 놈은 뭘 해도 안 되는 건가.”


더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던 바퀴벌레 같은 자신이, 죽음을 이딴 식으로 받아들이게 되다니.

기가 막혔다.


돌발적인 상황에서 지휘체계가 무너지고 헌터, 짐꾼 등을 포함한 모든 인원이 몬스터에게 살육당하는 것은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일이었고.

한낱 짐꾼에 불과한 강우진이 할 수 있는 일은 도망치는 것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제법 활기 넘치던 캠프는 온데간데없고, 혼자 남았다.

이제 강우진만 죽는다면 던전의 동결이 풀리고 다른 헌터들도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이런 D급 던전 파티 전멸에 대한 기록도 남기는 할 것이고, 특종에 미친 기자들의 양분이 되며 작게나마 기사로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봐야 아무도 관심 갖지 않겠지만. 그래도.


-주륵.


강우진의 눈에서 무언가가 흘러 바닥에 닿았다.

피 뭍은 팔을 들어 천천히 눈으로 가져갔다.


“뭐야... 나 지금 우냐...?”


울어 본 것이 언제인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데, 갑자기 지금 눈물이 흐르다니.

죽기 전에 갑자기 감성이라도 터진 건가.

죽음을 앞두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강우진은 피식- 하고 웃었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으로 간절하게.


“신이시여...”


마음속으로 품고 있던 유일한 소망이자, 이제는 정말로 마지막이 될 기도를.

강우진은 시작했다.


딱히 종교를 믿지는 않는데도 마지막에 이르면 두 손이 하나로 모였다.

원래 인간이란 종이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후의 순간에는 후회로 점철된 바람을 기도하곤 한다.

강우진의 바람은 단 한 가지였다.

오직 동생. 승호만을 위한 바람.

설령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아 이곳에서 심장이 멈추더라도, 누군가 홀로 남을 동생을 돌봐주기를.


“...”


강우진의 진심이 순간이나마 공간을 메웠다.

실체가 있는 종류가 아니었기에 정말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그렇게 보였다.

허나 그 기운 또한 사그라지고.

강우진의 생명이 꺼지기 일보 직전.

그의 간절함이 정말로 기적을 일으킨 것일까.


[그렇게나 살고 싶은가.]


그의 기도에 답하는 목소리가 강우진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두근.


멈춰가던 심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죽어가던 강우진의 몸이 누군가의 목소리 하나에 반응해 생명줄을 붙잡았다.


-두근.


무척이나 평온하고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그 한마디가 왠지 모르게 기품이 넘치고 여유로워 강우진의 대답을 부드럽게 종용하는 듯 했다.


-두근.


그 목소리에 응답하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남은 힘을 짜낸 강우진은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살고 싶습니다...!”


[그래.]


다시금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다면 본좌와 계약을 하자꾸나.]


그와 동시에.

강우진의 시야가 번쩍- 하고 빛에 물들며.

살아서 나갈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을 하던 오케이라 말할 준비가 되어 있는 강우진의 일념과 정체불명의 그의 기운이 계약이라는 이름 아래 순식간에 얽혀들었다.

그러자 강우진은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의식을 잃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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