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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who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히어로즈(Heroes)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라끌리에
작품등록일 :
2015.01.04 23:44
최근연재일 :
2015.01.27 20:07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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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82
추천수 :
229
글자수 :
348,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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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2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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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1. 데탕트-(1)

DUMMY

“오늘 기분은 좀 어떠십니까? 상태는 또 어떻고요?”

“아주 좋아요. 나는 나를 죽이고 있어요. 나를 살려내려면 내가 나를 죽여야만 해요. 저길 봐요. 저 사람도 내가 그러길 원하고 있잖아요.”


그가 아이처럼 칭얼대며 병실의 벽 쪽을 가리켰다. 벽에는 아무도 없었다.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군요. 선생께선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드시질 않는 겁니까?”

“아니에요, 나는 내가 마음에 들어요. 좋으니까 나를 죽여서 나를 지켜야죠. 나 자신들이 얼마나 나한테 친절한데요. 걔네들은 나를 아주 좋아한다고요.”


그가 미소를 지으며 베개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만일, 누군가 지금 그의 표정을 본다면 그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줄 알 것이다. 그가 편안하게 눈을 감곤 베개에 머리를 묻었다.



악당 157호는 그야말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그가 정신병원에 집어넣어졌다고 해서 바로 완전한 정신병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마약을 하고 간 거라 아직 생으로 미친 상태는 아니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무리 자신은 제정신이라고 주장해도 명의상의 보호자인 사령관의 동의가 없다면 이 병원을 빠져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문은 안에서는 쉽게 열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딱히 그렇게 생겨먹지 않았더라도 157호는 그 감옥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젠 마약을 굳이 복용하지 않더라도 환각은 그의 시야에서 떠나갈 줄을 몰랐다. 어쩌다 자신이 다른 세계에 떨어져버린 것인지는 157호 자신도 잘 몰랐다. 하지만 그는 현실보단 판타지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을 택했다. 힘들게 현실로 가야할 이유는 이제는 없지 않은가.


공중에 새인지 나비인지 모를 이상야릇한 날개가 마구잡이로 날아다녔고 도형들이 타원의 궤도를 그리며 모빌처럼 공전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오르골의 자장가도 어렴풋이 들리는 듯 했다.


그들의 행색이 어찌되었건, 157호가 처음부터 그들을 좋다고 반긴 것은 아니었다. 그는 저것들이 굉장히 귀찮다고 생각해서 첫날 몇 시간동안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만 잤다.

하지만 저것들이 눈을 감아도 계속 놀자고 그의 주변을 배회하는 걸 어쩌겠는가. 157호는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나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이 지루해진 그는 자신을 진료하러 온 의사에게 서적을 들이밀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책 읽어 주세요. 나 너무 심심해요.”

“물론이죠. 허나 조건이 있습니다. 선생께서 그 책을 이 자리에서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보실래요?”


157호가 끄덕이며 책을 잡았다. 한참을 그것을 들여다보며 입술을 달싹이던 그가 결국에는 고개를 흔들며 책을 놓아버렸다.


“안되겠어요. 다 그림밖엔 없는걸요.”


의사가 157호가 내던진 책을 내려다보았다. 두꺼운 소설책에는 삽화가 한 점도 그려져 있질 않았다. 의사가 157호에게 책을 펼친 채로 다시 주워주었다. 157호가 그것을 받아들더니 책장을 쭉쭉 찢어서 종이비행기를 여러 대 만들었다. 의사가 그것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것들은 무엇이죠?”

“나비에요. 내 친구들이죠.”


157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가 쇠창살로 막힌 창문을 향해 자신이 나비라고 믿고 있는 그것들을 날렸다. 종이비행기가 창살에 부딪혀 바닥으로 볼품없이 추락했다. 그 광경을 끝까지 지켜본 157호가 울상을 지었다.


“아파해요.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그는 일어나서 떨어진 종이들을 주웠다. 그는 그것을 마저 날려 보내는 대신 자신의 침대에 소중하게 그것들을 늘어놓았다. 자신이 앉을 공간이 없자 그는 의자를 침대 옆으로 끌어다가 자신의 친구들을 지키고 앉았다. 한참동안 그는 그러고 있었다.


더는 할 일이 없자 157호는 남아도는 시간을 죽이기 시작했다. 죽은 시간들의 사체가 무더기로 싸여 갔고, 그는 남아도는 시간을 더는 살해할 수 없어서 짜증을 냈다. 밖에 나가고 싶어요. 그가 의사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는 밖에 나가길 두려워했다. 주변의 시선이 두렵다고 그는 중얼거렸다.

만약 통금령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가 무슨 선택을 할 진 그 자신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다. 157호는 창살 사이로 바깥세상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밖에서 바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세상은 참으로 바쁘게도 돌아갔다. 157호 주변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157호는 저 혼잡한 무리 중 아무나 붙잡고 자신의 시간을 가져가 달라고 부탁해보고 싶었다. 그리곤 그는 머릿속으로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짜는 일에 착수했다. 꽤나 오래 각본을 짠 것 같은데 십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는 싫증이 나서 생각하는 걸 멈추고 바닥에 일부러 쓰러져보았다. 볼에 닿는 서늘한 기분이 좋았다. 갑자기 바닥을 맞닥뜨려서 그런지 몸이 이곳저곳 쿡쿡 쑤시는 것 같았다.


눈만 감지 않았지 이것이 졸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는 반복해서 자문해봤지만 도저히 차이점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는 검지로 바닥의 먼지를 동그랗게 쓸어보다가 소매를 보았다. 그가 입고 있는 병원복은 새하얬다. 그는 흰색과 관련이 있는 여러 가지를 나열해 보았다. 날개, 붕대, 눈, 수면제, 진통제 그리고 아버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모두 흰색이었다. 그러면서 그를 괴롭게 하는 것도 모두 그 새하얀 색이었다. 참으로 모순이었다.



157호는 서랍 위에 있던 검은 마카를 들었다. 그리고 벽에 걸린 큼직한 달력을 찢어냈다. 오늘이 몇 달 며칠인지 그가 알 리는 없었다. 자신이 뜯어낸 장이 과거인지 미래인지도 모른 채, 그는 그 달력 한 칸 한 칸마다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낙필의 대부분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식들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얼마간은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 걸린 일인 양 그것에만 몰두했다. 그 짓은 꽤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157호가 마카를 놓았을 땐, 시계는 벌써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달력에 여백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자 그는 그걸 잘게 찢어서 창밖으로 날렸다. 그 조각들은 눈처럼 흩날리더니 나비가 되어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그걸 넋 놓고 감상하던 157호는 갑작스레 불어 닥친 현기증에 눈을 감아버렸다. 나도 저렇게 훨훨 날아갈 수만 있다면…… 어디로든……


그는 날아가듯 충동적으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그리고 꽤나 긴 시간 동안 조금씩 소리 내어 울었다. 눈물이 하얀 시트에 젖은 얼룩을 남겨갔다. 하지만 정작 서럽게 우는 자신은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에게 달력이 좀 더 있었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일었을 뿐이었다.


157호는 지루해질 때까지 한바탕 울었다.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아플 정도로 부었다. 그래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157호는 혹시 자신의 눈에 뭔가 이상이 생겼나 의심했다. 그는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 말만 세수지 물을 틀어놓곤 아무것도 하질 않았다. 세면대 위에 있는 거울을 보곤 그는 웃어보았다. 열심히 연습을 해 보았다. 곧 이것은 놀이로 바뀌었다. 하지만 도무지 거울 너머의 상대편은 자신에게 웃어주지 않았다.


그는 토라져서 환자복 윗주머니에 있던 마카로 거울을 검게 칠해놓았다. 빈틈하나 남기지 않고. 그리곤 옷도 벗지 않고 샤워기를 틀어놓고 물을 맞았다. 물은 빗물처럼 차가웠지만 그는 바닥에 무릎을 안고 주저앉아 온도를 조절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흠뻑 젖어서 나왔다. 물에 축축하게 절어 한층 무거워졌다.

하루 종일 물을 틀어놓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오한이 나서 더는 못 맞을 것만 같았다. 그는 옷을 말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병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물을 맞고 나니까 잠이 왔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지만 창문도 닫지 않고, 그는 쓰러져서 바닥에서 잠을 잤다.



다음날 157호는 지독한 몸살감기에 걸렸다. 작은 소리에도 머리가 울리고 온몸이 자신을 함부로 다룬 주인을 원망해대며 욱신거렸다. 그러나 157호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잠시 동안 감기에 걸려서 죽을 순 없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그는 저세상에 대해 생각했다. 사후세계도 여기와 같을까? 무료하게 하루하루 시간을 살해하며 살아가야 하나?

그런 거라면 순순히 죽어줄 순 없었다. 하여튼 거긴 여기처럼 죽을 수 있다는 희망 따윈 없지 않겠는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157호는 표정을 구겼다. 저세상은 참으로 끔찍한 곳이구나.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열로 달아오른 몸을 뒤척였다.


157호는 감기에 걸렸지만은 또다시 병원복 째로 차가운 물에 샤워를 했다. 온 몸이 달달 떨렸지만 지금으로선 그만한 쾌감이 또 없었다. 그는 차가운 벽에 머리를 기대고 냉광에 대해 열심히 생각했다. 열이 없는 빛이라, 하지만 그에겐 열은 있어도 빛이 없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잔혹한 모순이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 백 번이고 반복할 수도 있는 무의미한 회고였다. 나는 정말로, 참말로 잘 하고 싶었는데……. 온몸이 달아오르고 저 깊은 곳으로부터 아릿한 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선 일종의 고통이기도 했다.



“악당님! 이게 다 뭐예요…….”


하늘색 머리의 여인이 슬픈 눈으로 157호를 바라보았다. 의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면회를 얻어내고야 말은 그녀였다. 그러나 157호는 그녀를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다. 그녀도 환각의 일종이라고 치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157호의 이마를 짚었다. 이마는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그가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그녀의 눈동자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157호는 그녀를 제대로 인식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윤곽만 부옇고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는 그저 다 허상이라 생각했기에 그녀에게 손을 뻗어 보려 하지도 않았고 말을 걸어보려 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계속 귀찮게만 굴자 157호는 침대에 아예 누워서 이불을 정수리까지 뒤집어써버렸다.


그러다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천사님은 왜 계속 나를 찾아오는 것일까? 나를 저세상에 데려가려는 것일까? 그녀는 날개를 단 저승사자였나? 그녀가 혹, 나를 살해하지는 않을까? 내가 잠든 사이에 머리를 쓸어주는 척 하면서 목을 있는 대로 조르면 된다. 나는 그럼 그대로 죽는다. 혹은 내가 먹는 음식에 나프탈렌을 타 넣으면 된다. 링거에다가 청산가리를 주사해도 된다. 이래저래 나는 죽는다.


그는 이불을 걷어내고 그녀에게 물었다. 천사님도 나를 죽이고 싶어요? 그녀는 깜짝 놀라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세요, 무서워요. 그는 고개를 조금 돌리고 눈을 감았다. 그는 혼자만의 어둠속에서 이렇게 생각했다.

아마도 그녀는 속으로 뜨끔했을 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래서 무섭다고 말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그녀가 주는 독약들을 받아먹는다. 어리석게도, 나는 아직도 그녀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57호의 눈에서부터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이마를 안쓰럽게 쓸던 손길이 거두어졌다. 그는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아무래도 좋다. 이래저래 나는, 누군가에게 죽는다…….



사령관의 딸이 사라지고 나서 길길이 날뛴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아니라 다름 아닌 마을 사람들이었다. 정숙한 처자가 어떻게 정신병에 걸린 악당을 찾아갈 수가 있냐는 말이다. 세간을 떠돌던 입소문은 왜곡되고 부풀려져서 결국엔 딸자식에게서 손을 떼고 싶었던 사령관이 직접 발 벗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그는 히어로 블루를 포함한 일급 영웅들을 이끌고 악당 157호가 갇혀있는 정신병원으로 쳐들어갔다. 병실 문을 열어젖히자 마을 사람들이 염려했던 것보단 꽤나 평범한 장면이 펼쳐졌다. 딸은 맥없이 허공을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있는 157호에게 죽을 떠먹여주고 있었다. 그의 입에 들어가는 것보단 흘러나오는 것이 더 많았다. 그녀는 번거로울 텐데도 딸은 계속 정성스럽게 그를 닦아주고 있었다.


사령관은 이맛살을 접으며 딸이 들고 있는 그릇을 집어던졌다. 그리곤 157호의 오른쪽 손목을 잡아끌었다. 방금까지 침대 위에 얌전히 앉아있던 그는 손목이 잡히자 죽겠다고 비명을 질러대며 발작을 일으켰다. 딸이 공격적인 아버지를 제지했다.


“하지 마세요!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그건 내가 묻고 싶구나. 너야말로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네년도 한번 정신병자가 되어보고 싶나보지?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뭐라고 지껄이는지 알기나 해!”


사령관은 그의 딸과 말다툼을 벌이면서도 영웅들에게 광장으로 가 있으라며 157호를 들려 보냈다. 세상 사람들은 갑자기 활동을 멈춰버린 악당 157호의 최후를 궁금해 했다. 157호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탁 트인 광장에서 죽어야만 했다. 원래 계약을 맺은 악당들은, 추잡하게 감옥에서 연명하는 것보다 깨끗하게 죽는 편이 더 낫지 않던가. 그래야 후일담이 멋지게 포장될 터였다. 사람들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사악한 악당의 공포를 떠올리며 그들을 지켜주는 영웅들에게 감사를 하는 것이다. 악당들은 그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사령관이 자신의 앞을 지나치려던 딸을 붙잡았다.


“얘야, 난 정말 너를 이해할 수가 없구나! 네가 저 악당을 좋아한다는 건 나도 이제 잘 알겠다. 하지만 저 자여만 하는 이유는 도저히 모르겠구나. 저 악당이 대체 무엇이 마음에 들었기에 끝까지 뒷바라지를 해주는 거지? 너를 떠받드는 만만한 사람을 원하는 거라면 내가 몇 명이고 소개시켜 줄 수 있어!”

“아버지, 이건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가 멀쩡한 사람을 저 지경으로 만들었어요. 전 아버지께서 저처럼 행동하지 않으시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어요. 아버진 죄책감도 없으세요? 전 저 사람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멀쩡할 때의 모습도 행복하게 웃는 모습도 다 알고 있어서 마음이 너무너무 아프다고요…….”


그녀가 기어이 눈물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그녀는 감정이 복받쳐 올라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사령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저 사랑에 빠진 철없는 십대의 반항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연민이었단 말인가. 사령관은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딸이 울먹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연민 때문에만 만난 것은 아녜요. 처음에는, 네, 반항도 있었어요. 영웅이 아닌, 악당을 만나는 걸 아버지께서 싫어하실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갈수록 저는 그 악당이 악당으로 보이질 않았어요. 아버지, 아버지께선 정말 모르세요? 단 한 번도 그런 기분이 들지를 않던가요? 단지 악당이니까 미워하는 거라고 발뺌하려 하셔도 소용없어요. 저는 어렸을 적에 방문 틈새로 이미 다 보았어요. 어머니를 죽인 그 악당에게 아버지께서 무슨 짓을 하셨는지!”

“그야 나는……”


사령관은 애써 잊어버렸던 고통스러운 기억을 자신의 딸이 끄집어내자 더욱 괴로워했다. 자신의 아내를 죽인 그 악당은 자신에게 용서를 빌러 왔지만, 최후에는 자신의 손에서 죽어나갔다. 숨이 넘어갈 때까지, 지금의 157호와 너무나도 닮은 그 악당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사령관은 그것만으로도 심기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딸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은 자신의 악몽보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맞아요. 아버지께서 그 악당을 숨이 끊어질 때까지 때려 죽이셨죠.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어요. 아버지께선 그 악당을 끌어안고 통곡을 하셨더군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처절하게 우셨다고요! 그 악당을, 용서한다면서!”


작가의말

내일 에필로그가 올라오겠군요
끝이 보입니다
남주는 끝이 안 보이지만...

 

참고로 정신병원은 저렇게 삭막한 곳이 아닙니다
제가 저렇게 써놔서 그렇지 재미있는 치료도 많고 나름 활기찬 곳이에요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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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데탕트-(1) 15.01.25 682 1 16쪽
48 10. 일탈-(4) +3 15.01.24 585 1 26쪽
47 10. 일탈-(3) 15.01.24 661 1 20쪽
46 10. 일탈-(2) 15.01.24 479 1 18쪽
45 10. 일탈-(1) 15.01.24 552 1 16쪽
44 9. 그 악당-(3) +2 15.01.23 563 1 25쪽
43 9. 그 악당-(2) 15.01.23 433 2 15쪽
42 9. 그 악당-(1) 15.01.23 444 1 20쪽
41 8. 엄동-(4) +2 15.01.22 615 1 27쪽
40 8. 엄동-(3) 15.01.22 628 1 19쪽
39 8. 엄동-(2) +1 15.01.22 421 1 20쪽
38 8. 엄동-(1) +1 15.01.22 447 1 11쪽
37 7. 돌아온 작살-(2) 15.01.21 514 1 9쪽
36 7. 돌아온 작살-(1) +2 15.01.21 365 1 17쪽
35 6. 산(酸)-(2) +4 15.01.20 590 3 12쪽
34 6. 산(酸)-(1) 15.01.20 622 2 21쪽
33 5. 현자의 망언-(2) 15.01.19 585 3 16쪽
32 5. 현자의 망언-(1) 15.01.19 698 3 15쪽
31 4. 위대한 군주는-(2) +2 15.01.18 463 3 11쪽
30 4. 위대한 군주는-(1) 15.01.18 414 2 16쪽
29 3. 교수라는 직책-(2) +2 15.01.17 724 3 31쪽
28 3. 교수라는 직책-(1) 15.01.17 463 3 20쪽
27 2. 도둑과 양아버지-(4) 15.01.16 427 3 14쪽
26 2. 도둑과 양아버지-(3) 15.01.16 378 3 15쪽
25 2. 도둑과 양아버지-(2) 15.01.16 364 3 21쪽
24 2. 도둑과 양아버지-(1) 15.01.16 585 3 14쪽
23 1. 귀공자 15.01.15 453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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