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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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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
작품등록일 :
2020.10.08 14:11
최근연재일 :
2020.10.23 18: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40
추천수 :
24
글자수 :
61,640

작성
20.10.23 18:10
조회
31
추천
1
글자
8쪽

모든것이

DUMMY

현우는 그 뒤로 더이상 열람실에 오지 않았다.


하교시간이 되어 도서관으로 가면, 언제나 나를 맞이해주던 현우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가끔씩이지만 주고받던 연락도 끊어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보낸 메세지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학교에서조차 잘 마주칠 수 없었으니, 일부러 날 피한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것이다.


갑작스러웠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않게 웃고 웃었던 사이였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였을수도 있지만, 조금 좋은 분위기까지도 되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혼란스러웠다.


현우는 어째서 나를 피하는 것일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내가 1등을 해서? 자기의 자리를 빼앗은 내게 분노를 느껴서? 그래서 내가 꼴도보기 싫어져서?


내가 아는 현우는 어떤 남자애였나. 내가 아는 현우는 그런 사람이었나.


아니었다. 내가 아는 현우라면 1등을 빼앗겼을때 나를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히 다음 1등은 내가 하겠노라고 선언할 사람이었다.


현우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 날. 현우는 날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그것이 친구로서 우정을 뜻했든 남녀로서 연애감정을 뜻했든, 현우가 내게 가지고 있던 감정은 부정적인 것은 아니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어째서 현우는 내게 그렇게 갑작스런 이별을 고했고, 또 이렇게 나를 피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의문과 혼란이 점칠된 시간은 이어졌고, 어느덧 시간을 흘러가 그렇게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



"언니, 졸업 축하해!"


세린이가 환하게 웃으며 내게 꽃다발을 주었다. 올해 9살이 된 세린이는 귀여운 여동생이었다. 이런 동생 앞에서 울적해질수야 없지. 나는 세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고맙다고 웃어줬다. 세린이가 베시시 웃었다.


"그런데 친구들 모이는데 안가도 되는거니? 그래도 마지막인데..."


"괜찮아요, 친한 친구도 별로 없고. 이런날은 가족이랑 보내야죠."


"네가 그렇다면야..."


그러면서도 걱정하는듯 표정을 지으시는 어머니. 딸의 교우관계가 걱정되시는 모양이었다.


물론 나도 아쉬운게 없는건 아니었다. 공부에 전념하면서 친구들도 많이 잃었다. 학교에서 한마디도 안할정도로 고립된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겉도는 느낌이라 쓸쓸한건 어쩔 수 없었다.


정들었다면 나름 그렇다고 말할 학교를 보다, 문득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그래, 현우.


현우는 그날 이후, 여전히 열람실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주 못본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복도를 거닐다보면, 혹은 합동수업이나 강당에 모일때면 드문드문 마주칠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면 현우는 나를 보지도 않은 채 휭하니 지나칠 뿐이었다. 뒤돌아보는 일도 없었다. 그저 무시할 뿐이었다. 나와의 인연은 그저 없었던 것처럼.


처음에는 그게 무척 슬펐었다. 슬프고 아프고, 그런 현우를 원망했었다.


그러나 사람이란 얼마나 간사한가. 오래 지나지 않아 아픔은 옅어졌고, 현우와 지나칠때도 무덤덤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떠올리지 않는것은 힘들었지만, 익숙해질순 있었다.


홀로 외로히 있는 열람실도, 그럭저럭 익숙해져가는 참이었다.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잊어갈 수 있었던 얼굴이 오늘따라 아른거렸다.


"언니! 오늘은 맛있는거 먹는거지?"


문득 들리는 세린이의 말에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세린이가 눈을 반짝이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갑자기 주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지이잉


진동은 짧았다. 문자다.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


핸드폰을 연 순간, 난 세상이 멈춘것 처럼 느껴졌다.


[잠깐 도서관에 와줄래?]


현우였다.


부모님과 세린이에게는 잠시 기다려달라며 도서관으로 왔다.


부모님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작별인사를 할 친구가 있다고 하니 납득하신듯한 눈치였다.


도서관 문을 열고 열람실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여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작별인사를 할 친구라. 나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모르겠다.


이때의 나는 어렷품이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이 현우를 보게될 마지막 시간이라는것을.


고요하기만한 도서관 로비를 지나 2층 청소년 열람실로 향했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엔 창밖을 보고있는 현우가 있었다.


문소리를 들었던 걸까. 현우가 고개를 돌리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


하고싶은 말이 많았다. 묻고싶은 말이 많았다. 그러나 쏟아지는 말들에, 내 입은 옴짝달싹 움직이기만 할 뿐이었다.


툭.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현우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시야가 흐려지고 나서야 그게 내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


당황한 현우가 허둥지둥 손수건을 내밀었다. 손수건이 떨어지는것고 아랑곳하지 않은채, 나는 현우의 품으로 달려가 안겼다.


"....."


"....."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열람실엔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등어리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현우가 나를 마주 안은듯 했다.


그 따뜻함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왔다.


"왜 그랬던 거야..."


"...."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무엇을 묻는지는 현우도 알고 있을 터였다. 나는 조금 더 목소리를 가다듬고 물었다.


"왜 그렇게 갑자기 떠난건데.... 어째서...나를 그렇게 피했던건데..."


여전히, 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현우를 보았다. 현우는 괴로운 표정으로 내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현우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미안."


마른 목소리가 갈라졌다.


"다 내 잘못이야."


순간 화가 솓구쳤다. 미안하다고? 다 자기 잘못이라고? 아니였다. 내가 원했던 대답은. 내가 듣고싶었던 대답은...!


나는 현우의 품에서 빠져나와 매섭게 바라보았다. 아마도 꽤 표독스러운 표정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우는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그저 씁쓸한 표정만을 짓고있을 뿐이었다.


"사실...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어서 불렀어."


그 말에, 열이 오른 머리가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마"


"붙임성 없는 나와 친하게 지내줘서 고맙고, 내 재미없는 농담에도 웃어준것도 고마웠어..."


"하지마..."


"너에게 상처를 준것도, 눈물을 흘리게 한것도 모두 미안했어."


다 내탓이야.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내 외침에 현우의 말이 멈췄다.


아무리 사람이 없다지만 도서관에서 이렇게 까지 소리를 지르면 사서가 뛰어올만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도저히 버티지 못할것 같았으니까.


"....."


"....."


다행이 사서가 올라오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침묵이 열람실에 내려앉았다.


지이잉-


진동소리가 침묵을 깨트렸다.


내것은 아니였으니 현우것인 모양이었다. 현우는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 가봐야할것 같네."


막을 새도 없이 내 옆을 지나쳐 문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잘 있어..."




이유도, 원인도 듣지 못했다.


붙잡지도 못했다.


그날 텅 빈 열람실에서, 나는 한참을 울었던것 같다.



엉망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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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눈동자 속의 거울 20.10.13 22 1 10쪽
5 별거 아닌 일 20.10.12 20 1 11쪽
4 사탄도 거를 놈 +2 20.10.11 33 3 8쪽
3 그녀의 이야기 +2 20.10.10 42 3 10쪽
2 폐부위기의 청춘문예부 +3 20.10.09 75 3 9쪽
1 프롤로그 +1 20.10.08 67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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