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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의 서재

언니의 시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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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
작품등록일 :
2020.10.08 14:11
최근연재일 :
2020.10.23 18: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45
추천수 :
24
글자수 :
61,640

작성
20.10.16 13:05
조회
14
추천
1
글자
11쪽

찾아내다

DUMMY

"아. 안녕하세요, 영서오빠."


세린이의 인사에 문 쪽을 돌아보자 영서놈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엽. 손을 흔드는 영서.


"왠일이래. 바쁘다며? 일은 다 끝났냐."


"급한건 일단 완료. 조금 짬이 생겨서 말이야"


한번 놀러 와봤지. 그렇게 말하며 의자를 끌고와 우리들 옆에 앉는다.


"그래서, 뭐하고 있었던 거야? 오면서 말소리도 좀 들리던데"


"찬솔오빠랑 대책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


상자들의 산을 힐끔거리며 말하는 세린이. 영서도 멋쩍은듯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도와주지 못한게 미안하긴 했던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대책이라, 무슨 좋은 수라도 생긴거야?"


영서의 말에 세린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직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말해보는 단계였어요. 찬솔오빠가 말하고 계셨는데..."


나를 돌아보는 세린이와 그에 맞춰 나를 보는 영서. 세린이는 기대하는 눈빛이고 영서도 오호 하는 눈초리다. 아니, 부담스럽다니까.


"...별건 아니야. 나도 그냥 제안일 뿐이니까"


"뭐든 제시 해본다는게 중요한거지. 안그래, 세린아?"


영서의 말에 세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씨구. 만난지 얼마 안된 녀석들이 죽도 잘맞는다.


아무튼 이렇게 되면 어쩔수 없으니 나는 그냥 말하기로 했다.


"두번째는 양 그 자체를 줄여보자는 거야."


두번째라는 말은 영서로서는 생소할수도 있겠지만 크게 신경 안쓰는 눈치였다. 세린이는 갸웃거리며 내게 물었다.


"양을 줄이자는 건 분류를 더 하자는 건가요?"


"그렇지. 뺄껀 빼고, 더할건...음 아니지 더하면 큰일나겠구나."


내 시덥잖은 농담에 영서가 피식 웃는다. 세린이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눈치였다. 개그를 설명하는것 만큼 비참한것도 없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아무튼 그렇게 더 추려보자는 거지."


"추려낼만한 단서는 뭔가 생각해냈고?"


"...아니"


내 말에 영서는 그럼그렇지 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니, 나로써는 조금 억울할 따름이다. 그러니까 그냥 제안일 뿐이라 말했잖아.


"어쨋든 방향은 좋은 것 같아요. 우리 모두 한번 생각해보죠!"


두손을 꼭 모으고 말하는 세린이의 말에 나는 영서놈을 째려보던걸 멈추고 턱을 괴며 생각했다.


어디보자, 어떻게 추려낼 수 있으려나.


"연도로 추려내는건 이미 했다고 했지?"


"네, 찬솔오빠가 5년전 연도로 추려냈어요."


5년전으로 한 이유는 간단했다.


세린이와 그 언니인 세영 선배와의 나이차이는 7살이고, 세영선배가 시를 동아리들에 제출했다고 한 것은 세영선배가 고3때이니 2년을 더해 5년전이 되는것이다.


"종류로도 한번 했고 말이야."


세영선배의 글은 시다. 때문에 학생출석부나 회계목록 등 시와 관련이 없는 상자들은 모두 제할 수 있었다.


물론 그래도 많았다.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산문 종류도 빼는건 어때?"


영서가 말했다. 나는 고민했다. 물론 나도 그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니였다. 우리가 찾는 건 세영선배의 시였으니까. 다만 상자들의 제목만으론 그 내용을 추론하는게 애매한 경우가 문제였다.


일례로 '청춘 3월 창작제 작품모음' 이라는 상자의 내용물은 확실히 창작물에 관련된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있는게 시인지 소설인지 혹은 두 개가 섞여있는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이런 것 때문에 난 그 분류에 대해선 포기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그러나 이런 내 고민은 곧 말끔히 해결되었다. 내 고민을 듣고 영서녀석이 자신만만하게 씨익 웃음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그런걸 고민하고 있었어? 걱정마, 내가 누구냐. 유서깊은 청춘문예부의 부장 박영서라고"


그러더니 가방을 뒤적여 수첩하나를 꺼내 보여준다. 조금 낡아보이는 그곳에는 동아리 활동이나 행사, 대회등의 이름과 함께 그에 대한 설명이 적혀져 있었다. 세린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놀라자 영서가 웃으며 설명을 해주었다.


"부장한테 대대로 내려오는 수첩이야. 나도 전 부장선배한테 받았지."


과연, 그런게 있다면 시가 포함된 상자를 골라낼 수 있겠다. 그에 맞춰 상자들을 골라내자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좋아. 나는 쾌재를 불렀다.


"저기..."


세린이가 살짝 손을 들며 말했다.


"시기에 맞춰서 분류할 수도 있을것 같아요."


시기? 알아듣지 못해 설명을 부탁하려던 나는 순간 입을 열지 못했다. 세린이가 조금 눈을 내린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표정을 보며,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무신경한 멍청이 짓은 두번으로 족했다.


"...그래. 가을이겠구나."


내 말에 세린이는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잊어버리고 있어지만 세린이의 언니, 세영선배는 '가을'에 건물 옥상에서 떨어졌다.


그 뒤에 시를 썼을리는 만무하니 시기는 가을까지로 한정된다.


물론 훨씬 전에 시를 제출하고 가을에 그런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지만...


"...."


내 짐작이지만, 세영선배가 시를 제출하고 한참 뒤에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았다.


세린이는 그 시들 속에 언니의 속마음이 담겨있을것이라 말했다. 세영 선배에게 있어 그 시들은 마음의 정리였으리라. 그렇기에 더욱, 세영 선배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가을이라...그럼 보통 9월에서 11월인가."


영서도 뭔갈 눈치챘는지 별다른 말은 꺼내지 않고 말했다.


"11월은 아닐거에요."


세린이가 조용히 대답했다.


"언니는 수능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영서도 나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범위가 꽤나 좁혀졌다.


5년전의 9, 10월에 있던 시와 관련된 상자.


분류를 끝내고 나자 총 6개의 상자가 남았다.




'9월 정기 문예활동(시)'


'가을 운문집 : 단풍 제 34호 견, 수정본'


'제 7회 천고마비 경진대회 지원작'


'박인환 시인 가을 시 감상 및 작문활동'


'10월 정기 문예 활동(시)'


'청춘타파 13호 수록작'




"꽤 많이 줄었네"


영서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세린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가능성이 보이는것 같아요."


"그치? 물론 이틀 정도는 더 걸리겠지만 말이야."


"제 친구한테도 부탁하면 더 빨리 끝낼 수 있을거에요."


친구라는 말에 나는 세린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세린이도 내 시선을 눈치챈듯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한명 정도라면 괜찮아요. 정말 친한 친구에게 부탁할테니까요."


이윽고 세린이는 영서에게 친구를 데리고 와도 되겠냐고 물었다. 영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원래 외부인은 동아리에 출입금지긴 하지만...뭐, 어쩔 수 없지. 도와주는거니까."




아.




순간 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것 같았다.


영서도 "자 그럼 얼른 찾아보실까" 라며 팔을 걷어 부치며 상자로 다가갔다. 세린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쪽으로 다가섰다. 내 입에서 "잠깐만" 이라는 말이 나온건 영서가 상자하나를 틀 때 쯤이었다.


"왜 그래?"


영서가 의아한듯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세린이도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다. 나는 내 생각이 맞을까 의문이 들면서도 어느새 입을 열고 있었다.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바로 찾을 수 있겠다. 내 말에 영서와 세린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떻게?" "어떻게요?" 하는 물음이 쏟아졌지만 나는 게의치 않고 상자쪽으로 다가갔다.


"더 분류할만한게 있어?"


영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시기에서 2번, 종류에서 2번 상자들을 분류했었지?"


세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이상 분류할 거리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정답을 말해주었다.


"사실 우린 종류에서 분류를 한번 더 할 수 있어"


"어떻게?"


영서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해할 수 있었다. 솔직히 나도 영서의 '외부인'이라는 말을 듣기 전까진 여기까지가 최선인 줄 알았으니까.


"외부인"


"응?"


"세린이의 언니, 세영 선배는 LISA였어. 과학 탐구부 말이야. 그리고 세아고등학교는 최대 1인 1동아리까지 가입할 수 있지. 즉 세영 선배는 그 당시 청춘문예부에 가입할 수 없었고, 따라서 '외부인'이였어."


영서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세린이는 여전히 내 의도를 알 수 없어 의아해하는 표정이었다. 걱정마라. 곧 알아차리게 될 테니까.


"동아리 입장에서 '외부인'은 출입금지. 당연하지만 동아리 활동도 외부인은 참여가 불가능하지. 참여가 불가능한 동아리 활동에 세영선배의 글이 있을린 없어."


"아..."


"하지만 딱 하나. 외부인도 참여가 가능한 동아리 활동이 있지. 그게 바로... "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한 상자가 내 앞에 있었다. 영서가 눈을 끄게 떴다. 아무래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내 앞에 있는 상자에는 ''제 7회 천고마비 경진대회 지원작' 이라는 이름이 써져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바로 '대회'야."


대회라면 외부인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6개의 상자들 중 대회에 관련된 것은 이 상자 하나 뿐이었다.


나는 커터칼로 상자를 뜯었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4개의 라벨로 표시된 파일이 들어있었다.


'금상'


'은상'


'동상'


'수상외'


"어디에 들어있을까요?"


순간 귀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움찔했다. 어느새 세린이가 내 어깨 옆까지 와 상자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식겁했네. 몰래 숨을 내쉰 나는 망설임없이 '수상외' 파일로 손을 뻗었다.


"여기 있을거야."


세린이는 어째서요? 라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파일을 열어 종이들을 넘기며 대답했다.


"너 언니가 시 같은거에 관심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했었지?"


내 말에 세린이는 부끄러운듯 조금 얼굴이 빨개졌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질문을 계속했다.


"언니의 친구들도 그랬다고 했지?"


"네"


"가족들도"


세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런걸 묻느냐는 표정이였다.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근데 네 언니가 대회에서 상이라도 받았다면 어땠겠어? 하물며 시 대회에서 말이야. 몰랐을리가 없겠지?"


"핫-"


세린이가 놀란듯 입을 손으로 가렸다. 나는 피식 웃었다.



몇분 후, 나는 파일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들 수 있었다.


'3학년 5반 권세영'이라고 적혀있는 종이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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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녀의 이야기 +2 20.10.10 4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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