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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의 서재

언니의 시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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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
작품등록일 :
2020.10.08 14:11
최근연재일 :
2020.10.23 18: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42
추천수 :
24
글자수 :
61,640

작성
20.10.10 18:10
조회
42
추천
3
글자
10쪽

그녀의 이야기

DUMMY

"제 언니가 쓴 시를 찾고 싶어요!"


신입생은 거기까지 말하고 일단 말을 멈추었다. 내가 방금 무슨 말을 들은건지 잠시 이해되지 않았다. 음, 그러니까.


"네 언니가 쓴 시를 찾고 싶다고?"


"네!"


"여기서?"


신입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 나는 잠시 멍해짐을 느꼈다. 침묵이 감돌자 잠자코 있던 영서가 입을 열었다.


"네 언니가 여기 청춘문예부 부원이였어?"


그래. 신입생의 언니가 우리동아리의 선배였다면 활동하면서 작품같은걸 남겼으리라. 그러나 내 예상을 깨고 신입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언니는 실험탐구반을 했었대요. 리...무슨 동아리였는데..."


신입생이 말한 동아리는 아마 LISA (Love In Science Activity)일것이다. 과학 실험을 하는 동아리로 우리학교에선 제법 유명한 곳이였다.


그나저나 우리 동아리가 아니였다니. 더군다나 과학동아리에 다녔단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LISA와 청춘문예부 사이에서의 접점을 찾지 못했다. 고개를 돌리니 영서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얼굴을 조금 찡그리고 있었다.


"그럼 왜 우리 동아리에서 찾는지 모르겠는데? 차라리 그쪽에 가보는게 낫지않을까?"


영서의 말에 신입생은 조금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거기엔 아마 없을꺼에요. 제가 찾는 건 언니의 '시' 거든요."


확실히, 시라면 리사와 별로 관계가 없을것도 같았다. 그쪽에서 쓸만한건 과학 에세이나 과학도서감상문 같은 거였으니까.


아니, 잠깐.


"네가 찾는 글이 시라고 해도, 그게 꼭 우리 동아리에 있다고 볼 순 없잖아."


그도그럴게 우리 학교에 문예관련 동아리만 해도 3개나 더 있으니까. 단순히 작문관련 동아리도 세어본다면 4개나 더있다. 과연 수시명문 세아고등학교. 징글징글하다.


게다가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찾아다닐 필요있어? 그냥 네 언니에게 물어보면...아..."


순간 내가 말하고도 아차 싶었다. 그래, 직접 물어보면 끝인 문제다. 하지만 눈앞의 신입생이 그걸 몰랐을까? 직접 물어보지 못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신입생의 낯빛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맙소사. 영서놈은 날 희대의 병신을 보듯이 보고 있었다. 정신이 아찔했다. 나는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으며 조심스레 사과를 건냈다.


"미안..."


"아니에요. 괜찮아요."


신입생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시간도 많이 지났는걸요. 씁쓸한듯한 웃음이 내 명치를 사정없이 후려패는것 같았다.


"사실 언니의 시를 찾으러 여기에 온데는 이유가 있어요. "


그러면서 우리를 빤히 바라보는 신입생. 영서가 눈치좋게 말을 이어갔다.


"괜찮다면 이유를 들려주겠어?"


신입생은 조금 망설이는 눈치였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텐데...괜찮을까요?"


영서가 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이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의 교실에서,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저에게는 언니가 한명 있었어요. 7살 터울인 언니였죠. 네? 아, 네 그렇죠. 나이차가 많아서 절 많이 예뻐해줬어요. 다른사람들이나 친척들은 조금 무뚝뚝하다고 했지만, 매일 언니를 따라다니던 저는 언니가 얼마나 절 생각하고 챙겨주는지 알 수 있었어요. 저도 그런 언니를 많이 좋아했구요.


언니는 대단한 사람이었어요. 어려서부터 의젓하고 생각도 깊어서 어른들이 많이 칭찬했대요. 또 공부도 잘해서 여러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고 선생님들도 언니를 예뻐하셨어요.


언제나 빛나는 언니의 모습은 정말 예쁘고 멋있었어요. 저도 그런 언니가 자랑스러워서 친구들에게 자주 자랑하기도 했답니다. 늘 저는 얼른 커서 언니처럼 멋진 사람이 되야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인가 언니의 표정이 조금 안좋아졌어요. 그래요, 언니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었을것 같아요. 조금 무뚝뚝한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밝은 표정이던 언니는 조금씩 어둡고 침울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어요. 주위사람들은 못알아차려도 저는 알수 있었죠.


걱정된 마음에 부모님께 말했더니 부모님은 언니가 공부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거라고 말하셨어요. 저는 정말로 그런걸까 의문이 들면서도 납득하기로 했어요. 실제로 언니의 성적때문에 언니와 부모님이 싸웠던 적이 조금 있었거든요.


저는 그래도 걱정되서 언니가 우울해할때면 아껴놨던 과자나 사탕같은걸 가지고 언니의 방으로 찾아갔어요. 언니는 그런 고맙다며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죠. 저는 언니가 웃는게 정말 좋았어요. 언니가 웃었다는거에 그저 마냥 좋아했던거에요. 웃음뒤에 가려진 괴로움이 얼마나 컸는지도 모르고 말이에요.




...언니가 폐건물 옥상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은건 언니가 고3에 들어서고 가을이 되갈때 쯤이었어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와 부담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대요. 저는 처음엔 믿지 못했어요. 믿을 수가 없었죠. 어제만 해도 과자를 들고 간 저에게 웃어주었던 언니인데, 그런 언니가 죽었다니요.


하지만 곧 그게 진짜라는걸 알게됬고 저는 펑펑 울었어요. 세상이 무너지는것 같았죠. 일주일 내내 방에 틀어박혀 울었다고 해요. 그만큼 저에겐 언니의 자리가 컸었던 거죠.


...아, 고마워요. 죄송해요. 오랜 일인데도 눈물이 나네요. 네? 아...괜찮아요. 잠깐 옛날생각이 나서 그런거에요. 지금은 괜찮아요.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까요.

죄송해요.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네요. 그렇지만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여기서부터가 제 부탁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작년 가을, 언니의 기일을 맞아 언니의 학창 시절 친구분들이 찾아오셨어요. 언니와는 어렸을때부터 친한사이셔서 저도, 부모님도 익히 얼굴을 알고 있었죠. 매년은 아니지만 그래도 찾아오시면 반갑게 맞아 그렇게 언니를 추억하시고는 했었죠.


그렇게 언니의 이야기가 오가던 중에 문득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그러고 보니 세영이는 천생 이과였지? 나는 수학만 봐도 넌더리가 나던데"


"아무렴 세영이 없었으면 넌 어쩔뻔했니? 수학 숙제만 생기면 세영이한태 맨날 울면서 매달리던게."


"너도 만만치 않았거든?"


"그러고보니 세영인 참 대단했지. 그 어려운 수학에 과학도 잘하고 영어도 잘했고, 다 잘했잖아."


"국어는 잘 못했지 않나?"


"못하긴 뭘 못해. 너보다 훨씬 잘했지."


"우씨, 상대적으로 말이야! 상대적으로!"


"으휴, 너네둘은 어떻게 만나기만 하면 맨날 싸우니? ...그러고 보니 세영이가 국어는 조금 약하긴 했지. 이과라서 국어는 싫었던 걸까?"


평소라면 그저 넘어갔을 듣한 이야기. 하지만 어느 친구분의 말이 저를 붙들었답니다.



"그건 아닐껄? 세영이 걔 시 쓰는건 좋아했잖아."



저는 그말을 듣고 어리둥절 했었답니다. 언니가 시를 좋아했다뇨? 그것도 쓰는 걸?


제 언니기는 했지만 친구분들의 말대로 언니는 문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어요. 상냥하고 따뜻하긴 했지만 똑똑하고 이성적인 면모가 더 많은 성격이였죠. 그랬기에 저는 언니가 시를 썼다는 것을 엄청 의외라고 생각했답니다.


"언니가 시쓰는걸 좋아했었다구요?"


"응, 너 모르고 있었니? 니네 언니 고3때 시쓰는거에 푹 빠졌었을걸? 막 쉬는시간 마다 쓰고 지우고 하고 있던데"


"아 맞아. 나도 기억나. 뭘 쓰고 있길래 보려했더니 엄청 숨겼었지. 난 무슨 연애편진가 했더니 시였구나?"


"그래. 그때 다 쓴 시 때문에 동아리 같은데 가야할 일이 있다고 나랑 약속도 쌩깠는걸?"


"동아리는 왜? 걔 문학동아리였어?"


"내가 알기론 세영인 리사였어."


"리사? 아, 그 과학동아리? 참 민아가 거기 부원였지? 걘 요즘 어떻게 지낸데?


"걔는..."


이야기는 거기서 다른 주제로 넘어갔어요. 하지만 전 집중할수가 없었어요. 제 머릿속엔 언니의 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찼죠.


제가 몰랐었던 언니의 흔적, 전 그 시를 꼭 보고싶었어요.


이윽고 친구분들이 떠나실때, 저는 한 분을 붙잡았어요. 아까 언니의 시 얘기를 꺼낸 분이셨죠. 저는 그 분에게 언니의 시에 대한 질문을 했어요. 그 분은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멋쩍게 웃으며 대답해주셨어요.


"음, 사실 나도 그렇게 잘 기억이 나진 않아. 너무 옛날일이라서 말이야. 일단 대충 기억나는대로 말해보자면, 세영이가 쉬는시간 마다 뭔가를 썼다는 건 똑똑히 기억해. 뭘 그렇게 열심히 봤더니 왠 시여서 놀라는 바람에 몰래 뒤에서 훔쳐봤던것 같거든. 내용은...

음 미안 기억나질않네."


"혹시 그 시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제가 그렇게 말하자 그 분은 제가 왜 이런걸 묻는지 궁금해하는 표정이였어요. 하지만 저는 굽히지 않았고 그분은 끝나 대답은 해주셨답니다.


"으음, 우리학교의 무슨 동아리에 시를 내야한다고 했던것 같아.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까 동아리 이름을 말해주고 그러고선 시를 따로 파일에 넣어서 특별동으로 갔었는데..."


끄응. 그 분은 그 동아리의 이름을 생각해내려고 애쓰시는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결국 생각해내지 못하셨는지 미안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셨죠.


"미안, 간다던 동아리 이름은 도저히 생각이 안나네"


어쩔수 없는 일이였습니다. 저는 애써 실망한 기색을 감추며 그 분에게 인사를 건넸어요. 어쩔수 없는 일이죠. 오래된 일이니까요. 저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돌아섰어요. 한숨을 쉬며 대문문에 손을 올려 놨을때-


"아, 생각난것 같아!"


저는 휘익 고개를 돌렸어요. 이름이 고리타분해서 특히 기억에 남았었거든. 그 분은 환하게 웃으며 말해주셨답니다.




"'청춘문예부'야! 거기로 간다고 했었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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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탄도 거를 놈 +2 20.10.11 33 3 8쪽
» 그녀의 이야기 +2 20.10.10 43 3 10쪽
2 폐부위기의 청춘문예부 +3 20.10.09 75 3 9쪽
1 프롤로그 +1 20.10.08 67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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