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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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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
작품등록일 :
2020.10.08 14:11
최근연재일 :
2020.10.23 18: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43
추천수 :
24
글자수 :
61,640

작성
20.10.21 18:10
조회
17
추천
1
글자
7쪽

평소와 다른 모습

DUMMY

그날은 2학년 2학기 마지막 기말고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그날 나는 조금 들떠있었던 것 같다. 좋은 느낌으로 시험을 봤기 때문이었다. 공부했던 것들에서 문제가 많이 나왔고, 딱히 막히는 부분도 없었다. 전날 현우에게 물어봤던 곳에서도 몇문제가 나왔다.


게다가 꾸준히 성적이 향상되어온 나였다. 중학교에 처음 들어왔을땐 어중간한 상위권이었다면 지금은 나름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저번에는 전교 7등까지 했었으니까.


그래, 이번에야말로. 나는 기대감에 가득 차있었다.


"세영아, 네 차례야."


같은반 남자애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실을 나왔다. 교육법상 공개적으로 성적을 공시하는것은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교무실에서 선생님에게 일대일로 성적을 듣는다.


그렇지만 이렇게해도 알 얘들은 다 알텐데. 나는 조금 의문을 가진채로 복도를 거닐었다. 3학년 교무실은 복도 끝에 있었다. 교무실에 다다를 즈음에 한 남학생이 교무실에서 나오는게 보였다. 아, 익숙한 얼굴이였다.


"현우야"


손을 흔들며 현우를 불렀다. 그러다, 나도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버리는 것에 당황해버린다. 으으, 이러면 안되는데.


애써 평탄화 작업을 마치니 현우도 이쪽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현우는 잘 봤으려나. 역시 잘 봤겠지? 현우에게 다가가 서며 입을 열었다.


"시험은 잘봤어?"


그러나 당연하지라며 얄밉게 입꼬리를 올릴거라는 내 기대와는 다르게, 현우는 문 앞에 멈춰선 채 아무말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


아. 갑자기 현우가 한발짝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순간 당황한 나머지 뒷걸음도 치지 못하고 현우를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처음만났을 땐 별로 차이없었는데. 언제 이렇게 큰걸까. 어느새 나보다 머리 하나만큼 큰 현우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복잡한 눈이였다. 많은 생각이 담겨있는 눈이였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졌다.


그러다 곧, 현우가 싱긋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축하해."


평소처럼, 그러나 평소와는 다르게.


"으, 응..."


엉거주춤 대답을 하긴 했지만, 짐작이 가지 않았다. 축하해? 무엇을?


그러나 물어볼 틈도 없이, 현우는 휙 하고 가버리고 말았다. 왠지 이상하게 느껴지는 현우의 뒷모습에, 나는 현우를 불러 세우지도 못했다. 나는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세영이냐? 안 들어오고 뭐해?."


"아 네, 넷!"


문너머로 들리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깜짝 정신을 차린 나는 허둥지둥 교무실로 들어갔다.


이윽고, 나는 현우가 '축하해.'라고 말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이 보여준 꼬리표엔 이렇게 적혀져있었다.


'권세영, 전교석차 : 1/320'



-



"하아..."


벌써 몇번째 한숨일지 모르겠다.


내가 앉아 있는 곳은 한적한 공원의 벤치, 아니 공원이라기보단 내가 자주가는 시립도서관에 딸린 작은 정원이였다.


아기자기한 꽃들과 식물들이 예뻐 머리가 복잡해지면 쉴겸해서 곧잘 오곤 했었던 곳이다.


그렇다면 나는 공부를 하다 잠깐 쉴겸해서 이곳에 나왔는가?


아니였다. 나는 공부는 커녕 도서관으로 들어가지도 않은채 이곳에 앉아있었다.


하교를 하고 언제나처럼 도서관으로 향했지만, 어째선지 나는 열람실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아니, 원인은 알고 있었다. 나는 손안의 꼬리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꼬리표를 처음 봤을땐,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전교 1등이라니. 여태까지 목표로 해온 일이지 않은가. 기쁘지 않을리가 없었다.


동시에 한가지 생각이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일전에 봤던 현우의 복잡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동안 함께하면서, 어느새 내 머릿속 한구석엔 전교1등은 현우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만큼 현우는 시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었고, 또 그만큼 열심히 했었으니까.


그러나 이번 시험에서 나는 1등 자리를 얻었다. 이는 곧 현우의 자리를 뺐었다는 의미도 됬다.


때문에 나는 걱정이 되었다. 1등자리를 뺐긴것에 현우가 상심하고 있진 않을까. 내게 화가 나진 않았을까. 그렇다면 나는 대체 어떤얼굴로 현우를 봐야하는 것일까.


머리가 복잡했다. 이런 상태론 도저히 그 열람실로 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자판기에서 뽑은 음료수를 마시고 있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해."


푸학! 켁켁. 사레가 들린 나는 기침을 해댔다. 뒤를 돌아보니 현우가 나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보고있었다.


현우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주며 말했다.


"뭐하는 거야?"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어 휙 손수건을 낚아챘다.


"...우,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니까 그러지"


샐쭉하게 말하자 현우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을 보며, 나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다지 화나있거나 그러진 않은 모양이었다. 현우는 평소와 같은 덤덤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안들어오고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그냥 뭐, 쉬고 있었지."


내 대답에 현우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순간 심술이 났다. 나는 이렇게 걱정하고 있었는데 넌 아무렇지도 않았단 말이지? 갑자기 현우의 당황한 모습이 보고싶어졌다. 나는 일부러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현우에게 말했다.


"흐응, 내가 그렇게 보고싶었어?"


평소대로라면 이런장난에 은근히 약한 현우는 당황하며 고개를 돌릴것이다. 그 모습이 왠지 재밌고 귀여워 나는 종종 이렇게 장난을 치곤 했었다. 그러나 오늘의 현우는 평소와는 달랐다.


"어."


"어?"


내 얼빠진 목소리에 현우는 못들었냐는듯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보고싶었다고."


마치 오늘 점심으론 뭘 먹었다고 말하는양 담담히 말하는 현우. 흔들림 없는 눈동자는 그윽히 나를 보고 있었다. 덕분에, 내 머리속은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얘 오늘따라 왜이래. 내가 지금 무슨소리를 들은거야. 어떻게 반응해야되지. 나는 얼굴에 뜨겁게 열기가 올라오는게 느껴졌다.


내가 빙글빙글 정신없어하는 와중에 현우가 입을 열었다.


"다 쉬었으면 가자. 답지 나왔으니까 오답도 해야되잖아?"


"어, 어?"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말을 꺼낸 현우가 내 손을 잡고 도서관쪽으로 잡아끌었기 때문이었다. 큰손이 내손을 감싸쥐고 있었다.


전해져오는 따스함이 간지럽게 느껴졌다. 현우가 나서서 내 손을 잡은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현우의 모습.


가슴이 두근거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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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녀의 시 20.10.17 22 1 12쪽
9 찾아내다 20.10.16 14 1 11쪽
8 브레인스토밍 20.10.15 18 1 6쪽
7 선택의 가능성 20.10.14 13 1 10쪽
6 눈동자 속의 거울 20.10.13 22 1 10쪽
5 별거 아닌 일 20.10.12 20 1 11쪽
4 사탄도 거를 놈 +2 20.10.11 33 3 8쪽
3 그녀의 이야기 +2 20.10.10 43 3 10쪽
2 폐부위기의 청춘문예부 +3 20.10.09 75 3 9쪽
1 프롤로그 +1 20.10.08 67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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