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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의 서재

언니의 시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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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
작품등록일 :
2020.10.08 14:11
최근연재일 :
2020.10.23 18: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50
추천수 :
24
글자수 :
61,640

작성
20.10.17 08:05
조회
22
추천
1
글자
12쪽

그녀의 시

DUMMY

"아..."


세린이가 외마디 탄식을 냈다.


"이게..."


가녀린 손을 종이로 뻗는 세린이. 나는 기꺼이 세린이에게 종이를 넘겼다. 마치 유리인 마냥 조심스레 종이를 잡는 세린이. 조금 촉촉해보이는 눈동자는 착각은 아닌듯 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무엇이였을까. 감격, 슬픔, 후회, 그리움. 분명 간단한 것은 아니였을 것이다. 그런 눈동자를 하며 세린이는 우리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감사해요, 찬솔오빠 영서오빠. 오빠들이 없었다면 분명 찾지 못했을거에요."


눈물젖은 눈으로 생긋 웃는 세린이. 그 모습에, 괜히 쑥스러워져 고개를 돌렸다. 영서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감사는 무슨, 나는 뭐 한것도 없는걸. 너랑 찬솔이가 다했지 뭐."


"그래, 넌 한게 없긴 하지."


내 말에 영서가 삐죽 입을 내밀며 나를 때려봤고 나는 머른척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세린이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뭐, 찾아서 다행이긴 하네."


"네, 오래 걸릴 뻔했는데 빨리 찾았네요. 오빠 덕분이에요."


싱긋 웃는 세린이의 얼굴은 파괴력이 너무 쎘다.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렸고 세린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서만이 우리둘을 보며 음흉한 얼굴로 후후 웃고 있었다. 아오 저 자식이 진짜. 나는 영서놈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까? 성과도 냈으니까 뒤풀이라도 할래?"


"오오, 이찬솔이 오늘 거하게 쏘는건가?"


뭐 임마. 내가 영서놈을 쏘아보자 세린이가 후후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네요. 아, 모처럼이니 다 같이 읽어보는건 어떨까요?"


스윽. 하고 머리께로 세영 선배의 시를 올리는 세린이. 순간 내가 읽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지만, 좋다고 끄덕이는 영서와 딱히 신경쓰지않는 듯한 세린이의 모습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기로 했다.


솔직히 궁금하긴 했으니까.


스윽. 책상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세 사람이 머리를 기울였다.


영서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제목이 좀 특이하네?"


그러게.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세린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시를 읽고 있었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세영 선배의 시에 빠져들었다.




[까미와 난쟁이 : 반대]


고개를 넘어 언덕으로

언덕을 넘어 봉우리로


어제보다 더 높은 산을

오늘도 하염없이 오르는 길


밀어주던 손은 옷자락을 잡고

끌어주던 손은 바짓가락을 잡는다


먼저가는 이의 등이 얄궂고

따라오는 이의 세가 두렵다


고개를 넘어 언덕으로

언덕을 넘어 봉우리로


어제보다 더 망가진채로

오늘도 하염없이 오르는 길


3학년 5반 권세영 작




삐리릭


전자음 소리와 함께 도어락이 열렸다. 끼익. 낡은 경첩소리가 집안에 울렸다. 그와 함께 푸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찬솔이 왔니?"


"네"


어머니의 목소리는 부엌에서 들려왔다. 아마 저녁을 준비중이시리라. 나는 신발을 벗고선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 들어서자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오늘 저녁은 된장찌개인 모양이다. 부엌에 들어선 나를, 어머니가 웃으며 맞이해주셨다.


"오늘은 일찍왔네? 요 며칠간 저녁시간 다 되서 들어오더니."


의아한 얼굴로 말하시는 어머니. 머쓱해진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일이 좀 있었어요."


"그래? 그 일이라는건 잘 끝났고?"


순간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의 의아해하는 얼굴에 나는 겨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네, 일단 큰거 하나는 끝났어요."


"흐음, 그래..?"


조금 궁금해하는 눈치. 그러나 이내 냄비로 시선을 돌리셨다.


"잘됐다니 다행이네. 자 얼른 옷갈아입고 씻으렴. 이따 아버지랑 해영이 오면 저녁먹어야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끼익. 내 방으로 들어서 가방을 내려놓았다. 풀썩. 그대로 침대로 쓰러지는 나. 서늘한 이불의 감촉이 복잡한 머릿속을 진정시켜주는듯 했다.


"하아..."


머리가 복잡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문득 시계에 눈길이 갔다. '4시 10분'. 요근래 당직선생님이 문잠그러 올때까지 학교에서 버티고 왔던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른시간.


예상보다 빨랐다. 아니 오히려 오늘은 훨씬 늦게 끝날줄 알았지.


"에휴..."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방금전 동아리실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어때?"


시를 다읽은 영서가 내게 물어왔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아니 어떻냐니.


"뭐가?"


"네가 보기엔 어떠냐고. 이 시말이야."


영서가 손가락으로 종이를 가르키며 말했다. 나는 여전히 당황스러웠다. 아니, 그렇게 물어도 말이지. 아무생각없이 읽었던 나에게 갑자기 평을 하라하면 당황스러울 뿐이였다. 그렇기에, 나는 역으로 되묻기로 했다.


"너는 어떤데?"


"응? 아...흠 그렇네..."


턱을 괴고는 잠시 고민하는 영서. 그러더니 이내 생각을 정리했는지 입을 열었다.


"나름 괜찮게 쓴 시 같은데?"


그래? 하고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니 영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구성도 간결한 편이고. 표현도 수미상관이라든지 점층법이나 대조법 같이 나름 잘 쓰인것 같고 말이야."


과연, 동아리시간에도 국어공부땜에 머리가 깨질 생각은 없으니 난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제목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영서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하기사, 특이한 제목이긴 했다. '까미와 난쟁이 : 반대' 라니. 시의 내용과는 전혀 매치되지않는 제목이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영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는 넌 어떤데?"


"음..."


물어오는 영서의 말에 나는 곰곰히 생각해봤다. 어디보자, 나는...


"뭔가 초조한 느낌?"


"오호"


"시에서도 그랬잖아. '먼저가는 이의 등이 얄궂고 따라오는 이의 세가 두렵다'라고. '세'라는게 기세같은걸 말하는 거라면 뭔가 경쟁에서 느껴지는 치열함 같은게 떠오르던데."


내 설명에 영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경쟁..." 아, 그러고보니 세린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 생각하며 여지껏 조용히 있던 당사자를 돌아보니, 거기엔 뭔가 심각한 표정의 세린이가 있었다.


"까미...반대...."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세린이의 눈동자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얘, 얘가 왜이래. 심상치 않는 세린이의 모습에 나는 어깨라도 잡아 흔들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내 손이 어깨애 닿기 전, 세린이가 난데없이 벌떡 일어났다.


"죄송해요, 오빠! 지금 급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우악!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영서와 나는 벙찐 표정으로 세린이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세린이는 그런 우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세영선배의 시와 가방을 챙긴채 문으로 뛰어가는 것이였다.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그럼 내일 봐요!"


드르륵. 탁. 문이 열리고, 문이 닫혔다.


복도로 발소리가 멀어졌다.


언제 소란이 일어났냐는냥 침묵만이 가득한 동아리실에서 나는 황망히 중얼거릴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일은 토요일인데..."








그 뒤, 딱히 더 있기도 뭐해 그대로 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오게 된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


세영 선배의 시에는 무엇이 담겨져 있을까. 그 특이한 제목의 뜻은 무엇이였을까. 세린이는 무엇에 놀라 그렇게 급하게 가버린걸까.


의문만을 남겨둔채 끝난 하루에, 나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심정이였다.


"찬솔아 저녁 먹어라~!!"


"네-"


아 모르겠다. 나는 일단 생각을 접기로 했다.





[그래서 제가 방문을 열었는데, 아 거기서 제 삼촌이 나오는 거에요!]


"푸하하하!"


"아하하하!"


저녁 예능프로그램의 시덥지않은 개그에 아버지와 여동생이 웃음을 터트렸다. 어머니도 피식 웃으시며 사과를 깎고 계셨다.


저녁을 먹고 난 뒤 거실 소파에 앉아 다같이 TV를 보는, 단란하다면 단란하다고할 평화로운 가정의 모습이였다.


물론 아까부터 '얼른 공부하러 들어가서 곧 고등학생이 되는 여동생에게 오빠로서 모범을 보여라'라는 어머니의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지만, 아무쪼록 눈치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고있는 나이니 꾿꾿이 TV를 보기로 했다. 나도 휴식이 필요하다고요!


지이잉-


이번이 첫 예능 출연이라는 한 연예인이 입을 땔 즈음에,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항상 벨소리 상태고, 동생 혜민이는 아니라는 눈치니 내것인 모양이었다. 과연, 소파 옆 탁자에서 부르르 떨고있는 내 폰이 보였다.


"응? 영서오빠야? 그럼 저번에 빌려준 만화책 좀 가져가라고 전해줘."


탁자로 손을 뻗어 폰을 가져오자 혜민이가 말했다. 빌렸으면 니가 가져다줘야지. 아니, 그보다...


'010-XXX-XXXX'


모르는 번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나는 미심쩍어하면서도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아...여보세요? 찬솔오빠 맞아요?]


순간, 나는 멈칫했다.


생각해보자. 내 편협한 교우관계속에서 여자, 그것도 나를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오래지나지 않아 답은 나왔다. 한명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한명조차도, 이 시간에 나와 전화를 나눌만한 관계인가에 대해서는 나조차도 회의적이였기때문에 나는 나도모르게 갈라진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어...세린이?"


[네, 맞아요!]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와 함께 가족들의 시선이 내게 몰렸다. 아버지는 의외라는 표정이였고 어머니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고 계셨고 혜민이는 차마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 오빠가 여자랑 통화를 한다구!? 말도안돼! 차라리 내일 당장 북한이랑 통일을 한다는게 더 현실성...아얏!"


건방진 동생에게 꿀밤을 날려주며 나는 급히 내 방으로 들어왔다.


[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 미안. 잠깐 일이있어서."


[아, 괜찮아요. 전 또 끊으신줄 알았어요.]


핸드폰 너머로 살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작게 웃음이 나왔다. 아니, 그보다.


"내 번호는 어떻게 안거야?"


[어...카페에 써져있던데요?]


카페에? 순간 나는 내 전화번호가 요근방 커피숍에 적혀있을만큼 공공연한 개인정보인걸까하는 황당한 의심이 들었지만 곧 세린이가 말하는 카페라는게 다른걸 뜻한다는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잠시만"


나는 세린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핸드폰으로 포털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카페' 란을 클릭. 그곳에서 작년 가입할때 딱 한번 들어가봤었던 '세아고등학교 청춘문예부' 카페에 들어갔다.


과연, 최근 게시물에는 '동아리원 비상연락망' 이라는 게시물이 영서이름으로 올려져있었다.


"진짜 있네..."


[네. 영서오빠가 알려주셨어요.]


아무리 세명밖에 없다지만 개인정보를 이렇게 인터넷에 막 올려도 되는건가. 나중에 영서놈에게 한소리하자 생각하고 있으니 세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오후엔 죄송해요 오빠. 제가 너무 아무말도 없이 가버렸었죠?]


조금 힘없는 목소리. 미안함이 가득 담겨있는듯 했다.


"아냐, 괜찮아. 무슨 사정이 있었나 본데 뭐. 아, 혹시 그거 사과하려고 전화한거야?"


역시 착한녀석이다. 그렇게 생각하고있으니 세린이가 조금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있지만....사실 부탁이 하나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부탁? 나는 어리둥절했다. 부탁이라니. 혹시 나머지 시들을 찾는거? 그건 이미 도와주겠다고 했을텐데...


[오빠...]


망설이면서도 묘하게 힘이들어간 목소리에, 나는 괜스레 마른침을 삼켰다.



[내일 저희집에 와주시겠어요?]


...응?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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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탄도 거를 놈 +2 20.10.11 33 3 8쪽
3 그녀의 이야기 +2 20.10.10 43 3 10쪽
2 폐부위기의 청춘문예부 +3 20.10.09 76 3 9쪽
1 프롤로그 +1 20.10.08 69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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