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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의 서재

언니의 시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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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
작품등록일 :
2020.10.08 14:11
최근연재일 :
2020.10.23 18: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41
추천수 :
24
글자수 :
61,640

작성
20.10.14 18:10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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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선택의 가능성

DUMMY

"제가 언니의 시들을 찾는 이유를 말씀 드렸던가요?"


세린이가 말했다.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다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보니 언니의 친구에게서 시에대한걸 알게됬다는 얘기만 들었지 왜 찾고 있냐에 대해선 듣지 못한것 같았다. 단순히 시를 읽어보고 싶다 그런건 이유가 되지 못하니까.


"아니, 자세한 이유는 듣지 못한것 같아."


"그런가요..."


세린이는 잠시 창가로 눈을 돌렸다. 좁디 좁은 동아리실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창문이다. 창가엔 오후의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처음 언니의 시에대한 이야기를 들었을때, 저는 그 시를 꼭 읽어보고 싶었어요."


"...어째서?"


"그때 당시의 언니의 생각이...감정이 거기에 담겨있을 것 같았거든요."


창가를 보고있는 세린이의 얼굴은 이쪽에선 보이지 않았다.


"언니가 그런 결정을 내릴때까지...친구분들은 물론 부모님도 언니가 그렇게 괴로워하고 있는줄은 몰랐었어요. ...물론 저도요."


마지막에 가서 세린이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다고 느낀건 나의 착각이었을까. 나는 싸구려 위로를 한마디 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네 잘못은 아닐거야. 뭐랄까...말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거잖아."


"그럴까요...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었으면 하는게 있는걸요..."


눈에 띄게 떨리는 말꼬리에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어쩌지. 내가 당황한 걸을 눈치챘는지 세린이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오빠를 곤란하게 했네요."


나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했다. 조용히 웃는 세린이의 눈가가 조금 촉촉해 보이는건 착각이 아니였을 것이다.


"...언니의 시에는 그런게 담겨있을것 같았어요. 그때 우리에게...저에게 말하지 못한 언니의 생각과 감정과 아픔이요. 저는 그걸 알고 싶었어요."


"...."


"있잖아요, 오빠."


"...왜"


"저는 언니의 시들을 찾고 나면, 언니의 방을 정리할 생각이에요."


나는 눈을 들어 세린이를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흔들림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래야만 언니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녀는 선택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새로운 미래와 과거의 추억.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 할 수 있을까.





"저를 도와주시겠어요?"





세린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 너머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좋아, 도와줄게."





나도 모르게 나오는 목소리.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어쩐지 내 선택에도 답을 찾을 수 있을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그래, 그저 예감.


"고마워요, 오빠!"


하지만 그런 예감하나만 믿고 몸을 던져보는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다 라고, 세린이의 화사한 웃음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이만 가자."


"그래야겠네요. 벌써 시간이..."


세린이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창밖 풍경은 벌써 노을이 져가고 있었다.


철커덕. 몇없는 문단속 거리들을 해결하며 동아리실문에 자물쇠를 건다. 내가 문을 다 잠금때까지 세린이는 말없이 나를 기다렸다.


"가자."


세린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는 나란히 복도를 거닐었다.


노을빛이 드는 특별동 복도는 그 특유의 낡음과 어우러져 제법 요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복도 양쪽엔 동아리실들이 자리잡고 있고, 개중엔 아직까지 사람이 남아있는 동아리도 있었다. 대부분 하교할 채비를 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도 여러곳이다. 세린이는 시계를 한번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내게 물었다.


"보통 동아리가 이렇게 늦게까지 하나요?"


"보통은 늦어도 4시 반까지는 거의 끝나. 당직 선생님이 그때 문단속을 하러 오시거든. 대회 준비같은게 있으면 말씀드려서 늦게 오시기는 하는데..."


나는 슬쩍 시계를 보았다. 4시 40분이었다. 오늘은 당직쌤이 늦게 오시나보네. 그렇게 말하자 세린이는 딱히 흥미가 있던건 아닌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연결통로에 다다른 우리는 잠시 멈춰섰다. 특별동과 본관을 연결하는 통로다. 후문쪽에서 버스를 탄다는 세린이는 본관쪽으로 가야하고 나는 반대 방향이었다. 여기서 헤어져야겠네요. 세린이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감사했어요, 찬솔 오빠."


싱긋 웃으며 말하는 세린이. 조금 멍하니 있다 입을 열었다.


"내일도 올거지?"


"저기 음...실례가 안된다면요?"


살짝 내 눈치를 보며 말하는 세린이. 아무래도 내 시간을 뺏는게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예전같았으면 옳다쿠나 하고 안나왔겠지만...


나는 문득드는 짖궂은 생각에 입꼬리를 올렸다.


"실례는 이미 잔뜩 하고 있지만 말이야."


한순간 당황하던 세린이는 이내 내 표정을 보고는 나를 노려보며 볼을 부풀렸다.


"우우, 나빴어요 오빠!"


한대 툭 치려는것 같길래 얼른 몸을 돌려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연결통로에 서서 부들부들거리는 세린이의 모습이 꽤나 웃겼다. 나는 킥킥 웃음을 참으며 작별인사를 날렸다.


"내일 보자! 내일은 영서도 있으니까 더 편하겠지."


"내일 만나면 한대 때려줄거에요."


샐쭉하게 말하는 세린이. 하지만 이내 미소를 머금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나도 손을 흔들어주며 계단을 내려갔다.




부우우웅. 그렇게 정문쪽으로 향하고 있자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휴대폰을 꺼내 이름을 확인했다.


'사탄도 거를 놈'


음 영서로군. 나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끝났냐?]


"어, 지금 정문 지나는 중."


[나 정류장에 있다]


"오케이, 금방감."


[어 너 보인다.]


뚝. 전화가 끊어짐과 함께 정류장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영서놈이 무심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늘 꼬빼기도 안비친 영서놈이였지만 세린이 입부시킬라 폐부신청 취소시킬라 나름 바빴을 것이다. 청춘문예부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도 강한 녀석이니까.


"...뭐야, 왜 뚫어져라 쳐다봐?"


"어? 아, 아무것도 아냐."


나도 모르게 보고있었나 보다. 뻘쭘해진 나는 급히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그나저나 폐부취소 그거는 잘 됐어? 동욱쌤 엄청 귀찮아 할 것 같았는데."


내가 그렇게 묻자 영서가 진저리가 난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말도 마, 취소의 취 자 꺼내자마자 바쁘다면서 상대를 안해줬다니까."


여기서 동욱쌤이란 우리학교의 국어교사 김동욱 선생님으로, 책임과 귀찮은 일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보는, 교사보다는 교육공무원으로써의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 우리 청춘문예부의 고문선생님이었다.


동아리를 할 때는 뭘해도 터치를 안하니 천사나 다름없었지만, 지금같은 경우에는 그 성격이 엄청난 방해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쉬는시간마다 찾아가고 수업끝나고 나선 화장실까지 따라다녔지."


씨익 웃는 영서의 웃음에 나는 식은땀이 등을 훓는게 느껴졌다. 박영서 이 악독한 새끼...


"아무튼 폐부는 막아냈다 이거지. 어때, 대단하지?"


"그래 그래, 대단하구만"


빈정대듯이 말했지만 사실 나는 속으로 역시라며 감탄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우리동아리의 부장이다. 리더로서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봤다.


"내 일은 이렇게 마무리됬고 너는....음 아직 못찾았나보네."


맞는말이지만 괜스레 반발심이 생겨 한번 대꾸해봤다.


"허, 뭘 근거로 그렇게 판단하시는지?"


"그야 찾았으면 당장에 나한테 전화걸어서 자랑했겠지. 니 성격에 안하고 배겨?"


쳇. 실실웃는 영서놈의 재수없는 낯짝에 나는 혀를 찼다.


"그래, 아직 못찾았다. 양이 미친듯이 많던데"


"뭐 출석부나 회계부 그런건 안봐도 되지않냐?"


"그런건 진작에 뺐지. 근데 그래도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


짐짓 궁금해하는 표정의 영서에게 상자의 수를 알려주자 영서놈의 표정이 싹 질렸다. 거봐. 장난아니라니까.


"와 미친, 장난아니네. 잘하면 며칠내내 고생하겠어."


"그치?"


"물론 니가"


이 새끼가? 죽일듯이 쳐다보자 영서놈이 자기도 어쩔수 없다는듯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해야할 일이 진짜 많아서 말이야. 이제 동아리가 부활했으니까 올해 활동계획서랑 동아리 활동비 지출계획도 짜야되. 그 밖에도 여러가지가 많고. 알다시피 동욱쌤은 이런거 진짜 안하잖아."


맞는 말이다. 동욱쌤한테 맡기면 동아리 신년계획서가 그 해 말에 제출되버리는 스펙타클한 불상사가 일어나버릴수도 있다. 전례도 있고 말이야. 때문에 이런일은 거의 영서 몫이였다. 더불어 갈려가는 나도 있고 말이다.


덕분에 내 개고생은 확정된것 같았다. 아이고.


"에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하자 영서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뭐.


"왜 그래?"


"...아니 의외여서 말이야."


그러더니 흐음 이마를 찡그리며 이쪽을 쳐다본다. 뭐, 뭔데.


"...이상하네. 내가 아는 이찬솔은 이런 경우엔 '내가 무슨 노예냐!' 라고 소리치면서 땡깡부릴 타이밍인데...흐음..."


대체 영서놈 머리속에서 나는 어떤 이미지인걸까. 그런 회한에 잠겨있자 영서놈이 뭔가 떠오른듯 손가락을 튕겼다.


"아, 혹시..."


혹시?


"세린이 때문에?"


뜨끔. 정곡을 찔린탓이지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찔거렸다. 물론 그걸 놓칠 영서놈이 아니다. 영서는 재밌는걸 발견했다는 눈을 빛내며 나를 보았다.


"오호~ 귀찮은거 싫어하는건 동욱쌤 둘째가라하면 서러워할 이찬솔이 여학생 때문에 몸소 나선다고?"


뭔가 이상한 오해를 산걸 깨달은 나는 필사적으로 부정의 뜻을 표했다.


"아니, 세린이 때문인건 맞는데 그게 니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는 아니거든!?"


"으흐흐흐"


씨알도 먹히지 않았지만. 영서놈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이쪽을 보며 히죽히죽 웃기 시작했다. 젠장. 지금 당장 저 면상에 주먹을 꽂아버릴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야 임마,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든 도와줄테니까..."


"아, 진짜 그런거 아니라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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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브레인스토밍 20.10.15 18 1 6쪽
» 선택의 가능성 20.10.14 13 1 10쪽
6 눈동자 속의 거울 20.10.13 22 1 10쪽
5 별거 아닌 일 20.10.12 20 1 11쪽
4 사탄도 거를 놈 +2 20.10.11 33 3 8쪽
3 그녀의 이야기 +2 20.10.10 42 3 10쪽
2 폐부위기의 청춘문예부 +3 20.10.09 75 3 9쪽
1 프롤로그 +1 20.10.08 67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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