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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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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
작품등록일 :
2020.10.08 14:11
최근연재일 :
2020.10.23 18: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39
추천수 :
24
글자수 :
61,640

작성
20.10.22 18:10
조회
13
추천
1
글자
7쪽

심장의 의미

DUMMY

당연히 공부가 될리가 없었다.


집중도 진정도 되지 않았던 나는 슬쩍 옆자리의 현우를 바라보았다.


현우는 여전히 묵묵히 노트를 쓰고 있었다. 옆에 시험지를 두고 있는걸 보니 오답노트인 모양이었다. 나는 이렇게 복잡한 마음인데 자기 혼자 아무렇지도 않다니. 왠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하아..."


조그맣게 한숨을 내쉰다. 오늘 공부는 포기하자. 나는 바람이나 쐴겸 옥상으로 가기위해 의자에서 일어났다.


"...."


현우는 여전히 노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피. 신경쓰지도 않나. 나는 열람실에서 나와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문을 열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뜨거운 머리를 식히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난간쪽으로 가 몸을 기대었다.


어느덧 초저녁이 된 저녁 하늘엔 막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미 붉게 물든 지평선 위로, 보랏빛의 하늘이 오묘하게 아직 푸른하늘과 지평선의 노을을 가르고 있었다.


노을이 붉은 이유는 산란되는 태양빛중 붉은 빛이 푸른 빛보다 더 멀리 가기 때문인데, 아직 초저녁이라 산란되는 푸른빛이 남아 섞여 보라색이 만들어지는듯 했다.


"...."


맙소사. 나는 스스로가 어이없어져 피식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나란 녀석은 이런 광경을 보더라도 공부한 내용을 떠올리는 것일까. 과연, 친구가 안생겨도 할말이 없다.


자조섞인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오묘했던 보라색은 어느새 옅어지고 하늘은 더욱 붉게 물들어 있었다. 사방이 붉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예쁘네..."


"그러게"


대답은 예상치도 못했건만.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온 현우가 나를 보고 있었다. 현우는 깜짝 놀란 나를 보며 피식 웃음를 지었다.


"아까부터 그랬지만, 왜 그렇게 놀라? 뭐 죄졌어?"


나는 찌릿 현우를 흘겨봐주며 샐쭉하게 말했다.


"아까부터 말했지만, 갑자기 등뒤에서 나타나는 니가 문제거든?"


내 말이 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내 옆으로 와 난간에 몸을 착 기대었다. 하여튼 뻔뻔한 녀석이다.현우는 내가 보던 하늘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예쁘긴하네."


"그렇지?"


"어. 하늘이 타오르고 있는것 같아."


아닌게 아니라 석양이 물든 하늘은 푸른색은 찾을수도 터없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태양도, 하늘도, 세상도.


태양의 붉은 빛이, 그 어느때보다 세상에 존재감을 발휘하는 시간. 하지만 그랬기에-


"...조금 서글프네."


"뭐가?"


앗. 속생각을 말해버린 모양이었다. 현우가 설명을 요구하는듯한 눈빛을 보냈다. 으, 왠지 창피한데. 그러나 도저히 넘어가주지 않을 눈빛이다. 끄응. 결국 난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이 노을이 조금 슬프게 느껴져서 생각해본거야. 말로 튀어나오긴 했지만..."


"태양이 떠나가는 시간이라서?"


흔히들 인생의 황혼을 석양이 비유하곤 한다. 현우도 같은 맥락에서 말한거겠지. 그러나 나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비슷하긴한데, 조금 달라."


나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지평선 끝을 바라보았다. 어느때보다 붉은 태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팔을 쭉 폈다.


"지금은 이렇게 붉은 빛이 하늘을 집어삼킬것 같이 온통 붉게 물들어져 있지만."


나는 손가락을 쫙 폈다. 드리워진 손가락에 노을빛이 가리운다.


"얼마지나지 않아서 밤이 찾아와 하늘을 검게 만들어 버리잖아."


손을 치웠다. 다시금 붉은빛이 비쳐왔다. 그러나 방금전보단 조금 약해진 빛이었다.


"아무리 붉게 물들어도, 아무리 하늘을 집어삼켜도. 밤이 되면 모두 서그러져 버리지."


붉은 석양은 서서히 제 모습을 감춰가고 있었다.


"그게 마치 태양의 단말마 같이 느껴져서, 그래서 서글프다고 생각한거야."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현우와 난 잠시 말없이 꺼져가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마에 스치는 저녁바람이 차가웠다. 나는 뒤늦게 몰려온 창피함에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이상했지?"


현우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확실히 흔한 발상은 아니네.


으으. 거기서 그렇게 딱부러지게 말하냐. 내심 째려봐줬지만 현우는 묵묵히 노을만을 보고 있었다. 에휴, 그래. 나 비정상이다. 친구없다. 마음의 눈물을 훔친 나는 열람실로 돌아가기위해 뒤로 돌았다.


그런 내게 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좋아해."


우뚝.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뒤를 돌아봤다. 현우는 여전히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옹호해준건가.


어째 그런것치곤 타이밍이 애매했다. 그래도 배려해준셈이니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째 조금 쑥스러워져 조금 떨어진 곳에서 노을을 바라보았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발상도 좋아하고 그 특이한 생각도 좋아해."


이것 참, 그렇게 칭찬해도 줄건 없는데 말이야.


"평소에는 딱딱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도, 가끔씩 누구보다 감성적이게 되는것도 좋아해."


음?


"겉으로 보기엔 빈틈없이 철저하지만, 알고보면 빈틈투성이라는 점도 좋아해."


어라, 이거 석양 이야기 맞지?


"얼핏보면 무뚝뚝하고 차가울것 같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상냥한 사람이라는점도."


좋아해.


나는 서서히 고개를 돌려 현우를 바라보았다. 현우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우의 손이 천천히 올라갔다. 볼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현우의 지긋한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자꾸 눈길이 갔어. 보고있지 않아도 늘 생각이 났지. 너를 알아가면 알수록, 너를 더 알고싶었어."


볼에 닿은 손이 따뜻하다. 마주치는 시선이 뜨겁다.


정신없이 몽롱한 머릿속에서 오늘 있었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현우가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예전부터, 감이 좋은 아이였다.


주위의 상황에서 단서를 얻어 생각보다 빠르게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 이미 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몇번이고 두근거렸고, 지금도 두근거리는 이 심장의 의미를.


그것은 바로.





불안감.


더이상 내버려두어서는.


더이상 현우의 말을 들어서는 안된다는 불안감.


그러나 나는 이미 늦어버렸고, 현우의 말은 귓가에 울려퍼졌다.



"-더이상 내가 이곳에 오는일은 없을거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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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모든것이 20.10.23 31 1 8쪽
» 심장의 의미 20.10.22 14 1 7쪽
14 평소와 다른 모습 20.10.21 17 1 7쪽
13 그녀의 회상 20.10.20 18 1 11쪽
12 까미와 난쟁이 : 반대 20.10.19 18 1 11쪽
11 청춘이란 낯선 단어다 20.10.18 17 1 9쪽
10 그녀의 시 20.10.17 22 1 12쪽
9 찾아내다 20.10.16 14 1 11쪽
8 브레인스토밍 20.10.15 18 1 6쪽
7 선택의 가능성 20.10.14 12 1 10쪽
6 눈동자 속의 거울 20.10.13 22 1 10쪽
5 별거 아닌 일 20.10.12 20 1 11쪽
4 사탄도 거를 놈 +2 20.10.11 33 3 8쪽
3 그녀의 이야기 +2 20.10.10 42 3 10쪽
2 폐부위기의 청춘문예부 +3 20.10.09 75 3 9쪽
1 프롤로그 +1 20.10.08 67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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