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참치크래커의 서재

언니의 시를 찾아주세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추리

참치크래커
작품등록일 :
2020.10.08 14:11
최근연재일 :
2020.10.23 18: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47
추천수 :
24
글자수 :
61,640

작성
20.10.09 18:10
조회
75
추천
3
글자
9쪽

폐부위기의 청춘문예부

DUMMY

'청춘(靑春)'이란 낡은 단어다.


젊은 사람들 입에선 나오긴 드물고, 나이 지긋하신 아줌마 아저씨들이나 말할법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청춘이란 단어에 조금 촌스럽다는 감상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젊고 푸른 시절을 나타내는 단어가 낡고 고리타분한 느낌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찬솔. 너도 농땡이 그만 부리고 좀 도우지?"


땀을 뻘뻘 흘리며 상자를 나르고 있는 저 녀석의 이름은 '박영서'.


현재 같은 반 학우이자 초,중,고를 같이 나온 질긴 인연의 악우이기도 했다.


하여간 오래도 본다. 언제봐도 질리는 녀석의 얼굴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아, 좀 쉬면서 하게. 우리 한시간 내내 치웠잖아."


오후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와서 치웠으니 한시간 반쯤일까.


너무 일만해도 능률이 안오르는 법이다. 그렇게 말하자 영서놈은 기가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겨우 상자 2개 옮겼거든? 옮기는 척하면서 농땡이 부린거 모를줄 알았냐?"


크흠. 내심 찔리는 고개를 돌렸다. 흠흠. 어디 일좀 해보실까.


뻔뻔하다는듯 쳐다보는 영서놈의 시선을 무시하며 널부러진 상자하나를 들었다.


흡. 보기는 조그만해도 상당히 무거웠다. 양팔에 실리는 묵직함에 저절로 불평이 세어나온다.


"이것들은 크기도 조그만게 왜 이렇게 무거운거야?"


"종이니까 그렇지. 이것들도 다 선배들 작품이니까..."


영서가 상자두개를 한꺼번에 들며 대답했다. 하여간 힘도 좋은 놈이다.


상자를 들고 교실을 나서자 복도한켠에 쌓여진 상자들의 벽이 보였다.


얼핏봐도 꽤 되는양. 그곳에 상자 한개를 더하며 무심코 중얼거렸다.


"참 많이도 썼네."


"역사가 기니까 말이야. 예전에는 부원도 많아서 바글바글해었다는데"


"하기사 우리가 1학년 때만 해도 어느정돈 있었으니까"


"그랬지..."


영서가 그립다는 듯 대답했다. 괜히 마음이 울적해지는것 같아 중얼거렸다.


"어쩐지 죄책감이 드는걸..."


"왜?"


"유서 깊은 동아리를 우리가 끝장내는것 같아서"


"...."


영서놈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문득 상자에 적혀진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엔 멋들어진 글씨체로 동아리 이름이 적혀있었다.


<청춘문예부>


청춘문예부.


학생부전형에 대한 전략으로 활발한 동아리활동을 주무기로 내세우는 세아고등학교에서도 손꼽히는 역사를 가진 명문동아리.


전성기때는 부실이 모자라 교실 여러개를 쓰고 매해 들어오는 신입생들이 줄을 섰다지만...


"지금은 우리 둘뿐이라니..."


언제부터 잘못된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건, 언제부터인가 경쟁 동아리들이 생겼고, 시대가 변했으며, 인기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청춘문예부. 고리타분한 이름답게 변해가는 세월에 적응하지 못한 동아리는 결국 꾸준히 규모가 줄어들었고.


결국 작년 3학년이 될 2학년들의 수능준비를 위한 탈퇴와 문예부에 질린 기존 1학년들의 대거 탈퇴가 맞물려 우리 2명밖에 남지 않는 현재상황에 이르게 된것이다.


참고로 세아고등학교의 동아리 운영에 필요한 최소인원은 3명. 그 미만은 강제폐부였다.


'영서 녀석, 그래도 애쓰긴 했지...'


얼떨결에 부장을 맡게 된 영서는 그래도 망해가는 동아리를 살려내보기 위해 신입생유치를 위한 온갖 홍보(라고 쓰고 똥꼬쇼라고 읽는다)활동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신입생 가입기간의 마지막날인 오늘까지 신입생은 단 한명도 찾아오지 않았고.


우리둘은 동아리실을 비워주기위해 동아리실을 정리하고 있던 것이였다.


에휴.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영서가 여전히 미련이 남는듯 중얼거렸다.


"하...민수라도 꼬셔서 자리라도 채워놀걸 그랬나? 아직 아무데도 가입 안했다고 했던것 같은데"


"어차피 안됐을껄. 아까 축구부 자리났다고 신나서 뛰어가더라. ...중복가입만 허용됬어도 부탁해볼만은 했을텐데."


"그니까 말이야... 왜 우리학교는 동아리를 하나밖에 못할까아..."


하아아. 유난히 동아리에 애착이 깊던 영서였기 때문이였을까.


어쩐지 더 깊게 느껴지는 한숨이었다.


"...동아리를 살릴 수 있다면 뭐든 할텐데"


그래서 그랬을까. 나는 나답지않게 맞장구를 쳐주고 말았다.


"나도..."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상상도 하지 못한채로 말이다.






이변은 시간이 좀 지난후에 찾아왔다.


4시 반쯤이였을까.


동아리실 정리가 얼추 다 끝나갈 무렵,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우리 동아리실에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건 참으로 오랜만이였기에 영서도 나도 깜짝 놀란것은 당연지사.


"여기가 청춘문예부가 맞나요...?"


단정해보이는 인상에 촉촉한 단발.


귀여운 이목구비의 여학생이 문간에 서있었다.


왼쪽 가슴께의 이름표의 색깔은 초록색.


현재 2학년의 이름표가 붉은색이고 3학년이 푸른색이니, 자동으로 저 학생은...!


촤악-!


"어서와요~!! 반가워요, 네 맞아요. 여기가 세아고 문학과 지성의 요람 청춘문예부입니다. 환영해요~ 가입하러 오셨죠? 자, 여기에 싸인을..."


무서운 속도로 어느새 신입생 옆까지 이동한 영서놈.


언제꺼냈는지 신입생 손에 펜과 동아리 가입서까지 쥐어주고 있었다.


어어. 하며 펜을 잡던 신입생은 어느순간 정신을 차린건지 헛 하며 뒤로 물러났다.


"자, 잠시만요! 저는..."


"앗,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하세요? 마실거하나 드릴까요? 야, 이찬솔! 오렌지주스 하나 내와봐!"


응 조까


...라고 평소라면 말했겠지만, 오늘은 특별히 내주기로 했다.


나도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나는 아까 일한다고 매점에서 사온 간식봉지에서 오렌지주스를 꺼내 종이컵에 따라 신입생에게 건네주었다.


영서는 어느새 안쓰는 의자까지 하나 꺼내 신입생을 앉히고 있었다.


"자 자, 시원하게 마시세요. 어디 뭐 불편한건 또 없으세요?"


"네, 어, 없어요. 감사합니다..."


"자 자, 그럼 여기에다가도 시원하게 싸인을~"


"아 네, 네... ....아, 잠시만요!!!"


또다시 물러서는 신입생. 칫. 영서놈이 몰래 혀를 찼다.


아깝다. 싸인만 하면 끝이였는데.


그런 영서를 보고 신입생은 한발자국 더 물러섰다.


"저...죄송하지만 저는 가입때문에 온건 아니라서...."


"앙~??"


히익. 하고 뒷걸음질치는 신입생.


그도그럴게 영서놈은 아까의 가식적인 천사얼굴은 어디갔는지 굉장히 띠꺼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들 일하느라 바쁜 시간에 찾아와놓고는, 음료까지 내줬더니 뭐?"


"죄, 죄송합니다...."


어느새 반말로 으르릉 거리는 영서의 모습에 신입생은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


그 모습에 영서놈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그렇게 겁 안먹어도돼."


"...네?"


갑작스런 태도변화에 신입생이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으이그. 나는 영서놈의 뒤통수를 가볍게 툭 치며 앞으로 나섰다.


"미안, 놀랐지? 이 자식이 장난기가 좀 심해서."


"장난기라니, 내가 애냐? 유머감각이 좋다는걸로 해두자구."


입을 삐죽이며 뻔뻔하게 말하는 영서놈을 째려보고있자 그제서야 상황이 파악된 모양인지 신입생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딱딱했던 분위기가 어느정도 풀어졌다. 나는 신입생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우리 동아리엔 무슨일이야?"


가입하러 온것도 아니라면서.


나는 이 눈앞의 신입생이 폐부직전의 우리동아리에 어떤 볼일이 있는지 짐짓 궁금해졌다.


내 물음에 신입생은 우물쭈물 망설이며 대답했다.


"저...사실 부탁이 하나 있거든요..."


부탁? 나는 영서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영서도 짐작가는게 없다는 눈치였다.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동아리실을 보았다.


책상과 의자 몇개만 남은 휑한 교실. 폐부 직전의 우리동아리에 당최 무슨 부탁을 하러왔단말인가.


"조금...아니 많이 실례겠지만..."


신입생은 말꼬리를 흘리며 고개를 푹 숙이고 교복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영서와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아니 대체 어떤 대단한 부탁을 하러 왔길래 저리 망설이는걸까.


이윽고 결심이 선 모양인지 주먹을 꼭 쥔 신입생.


그리곤 고개를 들고 강렬한 의지를 담은 눈동자로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꿀꺽. 그 눈빛에 나는 나도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신입생은 교실을 울리는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언니가 쓴 시를 찾고 싶어요!"




그녀의 그 한마디가 내 잊지못할 청춘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작가의말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언니의 시를 찾아주세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모든것이 20.10.23 32 1 8쪽
15 심장의 의미 20.10.22 14 1 7쪽
14 평소와 다른 모습 20.10.21 18 1 7쪽
13 그녀의 회상 20.10.20 18 1 11쪽
12 까미와 난쟁이 : 반대 20.10.19 18 1 11쪽
11 청춘이란 낯선 단어다 20.10.18 17 1 9쪽
10 그녀의 시 20.10.17 22 1 12쪽
9 찾아내다 20.10.16 15 1 11쪽
8 브레인스토밍 20.10.15 18 1 6쪽
7 선택의 가능성 20.10.14 13 1 10쪽
6 눈동자 속의 거울 20.10.13 22 1 10쪽
5 별거 아닌 일 20.10.12 20 1 11쪽
4 사탄도 거를 놈 +2 20.10.11 33 3 8쪽
3 그녀의 이야기 +2 20.10.10 43 3 10쪽
» 폐부위기의 청춘문예부 +3 20.10.09 76 3 9쪽
1 프롤로그 +1 20.10.08 69 3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