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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의 서재

언니의 시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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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
작품등록일 :
2020.10.08 14:11
최근연재일 :
2020.10.23 18: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55
추천수 :
24
글자수 :
61,640

작성
20.10.19 18:10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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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까미와 난쟁이 : 반대

DUMMY

"...."


나는 세린이에게서 '까미와 난쟁이'를 받아들었다.


작다. 손바닥보다 작은 세린이의 추억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무언가 오묘한 기분이었다. 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거리며 세린이에게 말했다.


"...일단은 한번 살펴보지 뭐"


세린이의 표정이 환히 밝아졌다. 기대하는듯 반짝이는 눈이 심히 부담스러웠다. 한마디 해줘야겠군.


"미리 말해두지만, 난 탐정같은게 아니야. 저번에야 운이 좋아서 빨리 찾았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못찾아낼지도 모른다?"


"괜찮아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봐본다는게 중요한거니까요!"


말은 그렇게했지만 기대의 눈빛은 거두지 않는다. 아이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손안의 미니북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디보자. 일단 외견부터 살펴볼까.


손바닥안에 쏙 들어오는 '까미와 난쟁이'는 표지제외 6p짜리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미니북이였다.


표지에는 분홍색 색연필로 '까미와 난쟁이'라고 제목이 적혀져 있고, 그 아래로 까만토끼와 연두색 모자를쓴 난쟁이가 아기자기하게 그려져있었다. 아, 이 토끼가 혹시 '까미'인건가. 그렇게 묻자 세린이는 아련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사실 그때 실제로 '까미'라는 검은 토끼를 키우고 있었거든요. 아빠에게 생일선물로 받았었죠. 무척이나 좋아해서 과제로 만드는 동화책에도 등장시키고 싶었었어요. 지금은 잘 기억은 안나지만요."


"그럼 난쟁이는 뭐야? 설마 난쟁이도 키웠다던가..."


내 농담에 세린이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요. 난쟁이는 제 꿈에서 나왔던 요정같은거에요. 언젠가 난쟁이와 까미랑 저 셋이서 풀밭에서 노는 꿈을 꿨었거든요. 그게 기억에 남아 동화책으로 만들기로 했죠."


요정과 애완동물이 등장하는 꿈이라. 아이다운 귀여운 발상에 나도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럼 이 연두색 배경은 그 풀밭이겠군. 나는 표지를 살피며 생각했다. 음?


표지를 만지다 손톱에 걸리는게 있는것 같아 자세히 살펴보았다. 표지 위아래 부분에 뭔가가 불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아, 이건 테이프구나. 스카치테이프가 표지 윗부분에 붙여져 있었다.


반대쪽까지 넘어가는 테이프는 아마 페이지를 깔끔하게 잡는 용도로 쓰였을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두장으로 만들어진 페이지가 붙지않고 붕 뜰테니까.


나는 스테인플러로 박아버리곤 했었는데, 이렇게 보니 확실히 테이프가 더 깔끔해보이긴 했다.


흠? 자세히 보니 테이프가 두겹인것이 보였다. 아마 실수로 붙였다가 덧붙인 모양이었다. 도화지같은덴 붙였다 떼면 찢어지니까 말이지.


흐음.


외관에서 별로 소득을 얻지 못한 나는 이번엔 내용을 살피고자 했다. 페이지를 넘김과 동시에 왠지모르게 세린이의 어깨가 움찔했다. 아마 예전 작품을 내게 보이는게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아니, 뭘 이제와서.


표지와 마찬가지로 위아래가 테이프로 고정되어있는 동화책 내부에는 그림과 함께 삐뚤빠뚤한 글씨가 다여섯줄정도 적혀있었다. 왼쪽 페이지가 그림, 오른쪽 페이지가 글씨인 구성이였다.


[어느날 까미에게 난쟁이가 찾아왔어요.

까미야 나랑 같이 놀래?

까미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 같이 놀자!

까미와 난쟁이는 춤을 추었어요.

쿵쿵뛰며 뱅글뱅글 춤을 추었어요.]


쿵쿵이라니 층간소음이냐.


나는 페이지를 넘겼다.


팔락


[감히 나를 빼고 놀다니!

타조가 화를 내며 달려왔어요.]


"아니 왜 타조"


"우우, 어렸을때를 가지고 딴지를 걸면 반칙인거에요, 오빠."


"그야 그렇긴한데..."


너무 뜬금없잖아. 그렇게 말하자 세린이는 시선을 피하더니 이내 부끄러운듯 중얼거렸다.


"...어렸을땐 타조를 무서워했거든요. 동물원에서 쪼인적이 있어서."


과연. 이때의 세린이에게 타조라는 동물은 악당의 대명사였던 모양이었다. 세린이는 여전히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금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춤을 추지 못하도록 울어줄테다!

타조는 풀밭을 향해 마구마구 울었어요.

까미와 난쟁이는 시끄러운 울음소리에 깜짝 놀랐어요.

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춤을 출수가 없었어요.

]


순간 타조는 어떻게 우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닭이랑 비슷하려나.


팔락.


[아이 참. 너무 시끄러워 어떡하지?

우리 노래를 부르자. 타조보다 더 크게 노래를 부르자!

까미와 난쟁이는 타조보다 크게 노래를 불었어요.

타조는 노랫소리에 깜짝놀라 도망가버렸어요.

까미와 난쟁이는 행복하게 춤을 출수 있었답니다.

끝.]


이야기가 끝났다. 나는 뒷표지를 넘겼다. 뒷표지에는 '2학년 5반 권세린'이라고 적혀있었다.


"어떤가요?"


세린이가 물었다. 아니, 어떻냐니.


"...초등학생 치고는 잘썼다?"


솔직한 감상을 담아 말하니 세린이가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우, 그거 말고요. 저는 뭔가 단서를 찾았냐고 묻는거에요."


아 그랬지. 이야기 읽는데 정신이 팔려 순간 생각하지 못했다.


근데 솔직히 말해 별로 찾아낸것은 없었다. 읽으면서 딱히 이상한점도 없었고. 세린이 말마따나 거꾸로 읽어보기도 했지만 신경쓰이는 점은 찾을 수 없었다.


"흐으음..."


세영선배의 시 제목이 지목한 것은 이 책이 맞을것이다. 세린이 또한 이 책에 무엇인가 숨겨져있을 것 같다고 했다. 숨겨져있다. 무엇이?


나는 다시금 책을 들여다보았다. 숨겨져 있다....까미....난쟁이....시.....반대......


....


아...!


눈이 크게 떠졌다. '까미와 난쟁이'를 들었다. 페이지를 넘겼다. 다음장도. 그 다음장도. 이건...


그런 내 기척을 느꼈을까, 세린이도 조금 상기된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뭔가 찾으셨나요, 오빠?"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어, 찾은거 같다."


사실 내가 찾은건 그다지 대단한건 아니였다. 확실하지도 않고 말이지.


그러나 시도해볼 가치는 있었다. 나는 책상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흠, 어딨지? 내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세린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찾는거라도 있으세요?"


세린이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커터칼이 필요한데"


"아, 그거라면 여기 있을거에요."


그러면서 막힘없이 척척 커터칼을 찾아 내미는 세린이. 과연, 몇년간 이 방을 관리해왔다는게 빈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나는 세린이를 바라보았다.


"세린아, 혹시 세영선배의 물건중에 이것 말고도 미니북 같은게 더 있을까?"


"음...아마 있을거에요."


잠시 고민하던 세린이는 이내 책상 밑에서 한 상자를 꺼냈다. 고급과자가 담겨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자에는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잡다한걸 모아둔건가. 그 잡동사니 사이에서 세린이는 재주좋게 미니북 세개를 꺼내왔다.


"여깄어요. 완성은 안된거지만요."


세린이가 쑥스러운듯 웃으며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과제로 미니북을 만든뒤에 푹 빠져서 그 뒤에도 몇개 만들었겠지. 금방 흥미가 떨어지긴 했겠지만. 나도 그랬었으니까.


집을 뒤지다보면 아마 초등학교때 만들었던 미니북 한두개쯤은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세린이에게 건네받은 미니북들을 펼쳐봤다.


알록달록 색연필로 칠해진 그림들. 아직 덜 색칠된 부분들도 있고, 텅 비어있는 페이지들도 있었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미니북 위아래에는 깔끔하게 붙여진 테이프가 조명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이것들도 다 세영선배가 만들어 준거지?"


"네, 전 언니만큼 예쁘게 만들지 못했거든요. 저는 주로 색칠당번이였어요."


그렇군.


확신이 생긴 나는 커터칼의 날을 꺼냈다. 아니지, 그전에. 나는 세린이를 돌아봤다. 세린이의 눈동자는 궁금함으로 가득차있었다.


"먼저 양해를 구해야할 것 같은데"


"저한테요?"


너 말고 누가 있겠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칼을 대야할것 같거든."


"이...미니북에요?"


세린이의 얼굴에 머뭇거림이 묻어났다. 하기사, 갑자기 언니의 유품에 칼을 댄다고 하니 나같아도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내 짐작이 맞다면...


"망가트리진 않을꺼야. 하나 짐작가는게 있어, 그것만 확인히면 책임지고 원상태로 돌려놓을게."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야..."


세린이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며 '까미와 난쟁이'로 시선을 옮겼다.


으음. 커터칼을 든 나를 바라보는 눈이 매섭다. 뭐, 걱정마. 이래뵈도 손재주는 꿀리는 편은 아니니까.


'까미와 난쟁이'를 편다. 페이지 위 아래로 테이프가 번들거렸다. 조심스레 붙어있는 페이지 사이로 칼을 넣었다.


투둑.


처음 테이프에 칼이 들어가기만 하면 그 다음은 쉽다.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페이지를 누르며 칼을 놀렸다.


스르륵


부드럽게 테이프가 갈라진다.


위 아래의 테이프가 갈라지자 붙어있던 페이지는 떨어진다. 마치 종이로 만들어진 주머니 같은 모양이었다.


갈라진 테이프는 페이지에 그대로 달라붙어있었다.


확인이 끝나고 원상복구를 하려면 다시 테이프로 페이지를 붙여야겠지.


그렇지만 이미 붙여진 테이프를 떼려면 종이가 찢어질 것이다.


테이프가 붙여진 종이의 테이프를 잘랐을때, 그것을 최대한 깔끔하게 다시 붙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잘라진 테이프 위에 새로운 테이프를 덧붙이면 된다. 깔끔하게만 붙인다면 왠만해선 잘 알아보지 못할것이다.


물론 자세히 본다면 테이프가 두겹이라는걸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두겹'


그래, 두겹. '까미와 난쟁이'의 테이프는 두겹으로 붙여져 있었다.


처음 그것을 보았을때, 나는 왠지 테이프가 두겹이라는게 신경쓰였었다. 하지만 곧 의심을 거뒀다. 그야 세영선배도 사람이니 실수로 테이프를 잘못붙여서 그 위에 덧붙인 걸 수도 있지 않나.


그러나 '까미와 난쟁이'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그 의혹은 되살아 났다.


'까미와 난쟁이'의 모든 페이지의 테이프는 두겹이 붙여져 있었다.


테이프가 붙어있는 곳은 각 페이지의 위, 아래. 즉 8군데다.


8군데나 되는곳에 모두 실수를 하는것이 흔한일일까?


더군다나 손재주가 굉장했다고 세린이가 자랑하던 세영선배다. 그런 사람이 8번을 연속으로 실수 했을까? 혹여, 은근히 실수를 많이 하는 타입이였던 것일까.


이윽고 세린이가 건네준 미니북들을 보며 의혹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미니북들의 테이프는 흠잡을데 없이 깔끔하게 붙여져 있었다.


'까미와 난쟁이'의 두겹으로 붙여진 테이프는 결코 실수가 아니였다.


이것은 하나의 흔적.


세영 선배가 남기고자 했던 그 흔적의 끝은-




테이프를 모두 잘라냈다. 조심스럽게 미니북의 접혀진 부분들을 펴냈다. 한장의 도화지로 돌아가는 미니북. 8칸의 도화지는 각각 세린이의 그림과 글들로 알록달록 채워져 있었다.


미니북의 경우, 책으로 만들어졌을때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은 도화지의 '한쪽 면' 뿐이다.


'까미와 난쟁이 : 반대'


그렇다면, 그 '반대' 쪽은....



"아아....세상에..."


무너질듯, 가늘게 떨리는 세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세린이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나는 잠자코 드러난 세영선배의 흔적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도화지의 반대편엔 세영선배의 글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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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탄도 거를 놈 +2 20.10.11 34 3 8쪽
3 그녀의 이야기 +2 20.10.10 43 3 10쪽
2 폐부위기의 청춘문예부 +3 20.10.09 76 3 9쪽
1 프롤로그 +1 20.10.08 69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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