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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의 서재

언니의 시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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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크래커
작품등록일 :
2020.10.08 14:11
최근연재일 :
2020.10.23 18:1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51
추천수 :
24
글자수 :
61,640

작성
20.10.11 18:10
조회
33
추천
3
글자
8쪽

사탄도 거를 놈

DUMMY

"...그래서 넌 그 말을 듣고 네 언니의 시를 찾아서 우리 동아리에 오게 된거고?"


말해 뭐할까. 내 물음에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솔직히 말해서 나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신입생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보다 상당히 무거웠던 탓도 있지만, 그녀에게서 들은 행동의 동기에서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보통 그런말을 들었다고 진짜로 찾아가진 안잖아?


신입생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작년에 언니의 친구말을 듣고 오직 언니의 글을 찾기위해 이 세아고등학교에 입학하는것을 결심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나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때문에 유약해보였던 그녀의 모습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음 조금 무섭다.


내가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때, 잠자코 있던 영서가 입을 열었다.


"7살 터울의 언니라고 했지? 그럼 연도는 대충 알 것 같고...다른 단서는 없어?"


"네, 저도 좀 더 찾아봐야겠지만 지금으로써는..."


"무작정 찾기엔 양이 너무 많은데..."


흐으음. 영서가 침음을 냈다. 신입생은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도그럴게 7년전이면 우리 청춘문예부의 전성기 시절, 지금이야 폐부위기의 초라한 동아리이지만 그 시절만 해도 우리동아리는 사람도 넘쳐나고 교실도 부족해서 여러개를 쓰던 초호화 명문동아리였다고 한다.


문예동아리인 이상 사람이 많을수록 그 작품의 수도 많아지는 법. 당장에 영서와 내가 복도에 산처럼 쌓아놓은 상자 중 대부분이 그 시절의 작품인 만큼, 그때 당시엔 어마무시한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많은 글들 속에서 단서하나 없이 시 한편을 찾아내는 것은...으으음.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간절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묻는 신입생. 그러나 우리로서도 방도가 없었다.


...아니, 방법이 하나 있긴 했다. 그것은 말그대로 노가다를 뛰는것. 그 시절에 해당하는 연도의 상자를 모조리 뒤지면 되는것이다. 물론 우리가 먼저 뒤지겠지만.


신입생에겐 미안하지만 오늘 처음만난 1학년을 위해 내 소중한 개인시간을 양보할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동아리는 폐부 상황에 놓여있다. 마지막 깔끔한 정리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부탁을 들어줄만한 여유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영서가 생각을 다 마쳤는지 고개를 들었다. 영서의 생각도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진 않을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유독 이런 부분에선 냉정한 영서이기에 나는 녀석의 속을 짐작할 수 있었다.


녀석이 입을 열었다.


"좋아, 도와줄게."


....엥? 신입생의 표정은 환해지고 난 경악에 물들었다. 아니, 얘가 뭘 잘못먹었나? 당황에 빠진 날 뒤로하고 영서는 말을 이었다.


"대신 우리도 조금 곤란한 사정이 있거든."


영서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자 신입생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그게 뭐냐고 물어왔다.


"도와만 주시면 뭐든 할게요!"


씨익. 맙소사. 영서가 신입생 몰래 음흉한 미소를 짓는 걸 나는 보고야 말았다. 영서는 웃던 표정을 싹 지우고는 정말 슬프다는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난처하게도 말이야, 우리 청춘문예부는 폐부 상황에 놓여있거든. 최소인원이 3명인데 지금은 나랑 찬솔이 2명밖에 없어서 말이야. 인원이 부족하면 부가 폐부되고, 부가 폐부되면 당연히 이전 자료들도 폐기되는데..."


폐기라는 말을 듣고 신입생의 얼굴은 한순간 창백해졌다. 하기사 자료를 폐기하면 언니의 시도 못찾을테니까.


물론 저건 희대의 개소리다. 세상 어느학교가 동아리가 폐부한다고 당장에 자료를 폐기하겠는가. 한다해도 문서고에서 몇년간 푹 썩다가 내용연수가 끝나면 폐기하겠지.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신입생은 그게 진실처럼 느껴졌던 모양이였다. 어쩔줄 몰라하는 신입생을 보며 영서의 입꼬리가 꿈틀거리는게 보였다. 아, 저건 분명 웃음을 참고 있는것이다. 사악한 새끼.


"누가 동아리에 들어와주면 시도 찾고 동아리도 살리고 참 좋을텐데 말이야~~?"


능글맞게 말하는 영서놈. 물론 영서의 덫에 걸려버린 신입생은 대번에 반색하며 자기가 동아리에 가입하겠다고 말했다.


"제가 가입할게요! 아니, 가입하게 해주세요!"


영서놈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언제 준비했는지 가입신청서와 펜을 꺼내들었다.


"좋아! 세아고등학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최강명문동아리 청춘문예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자 여기랑 여기에 싸인해주시고, 여기랑 여기도. 좋아!"


으흐흐흐. 완성된 가입신청서를 손에 든 영서놈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듯한 웃음을 지었다.


"좋아. 신입생, 아니지 권세린 양. 우리 청춘문예부에 가입한걸 부장으로써 진심으로 축하하고,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활동은 내일부터 하도록 하자."


영서의 말에 신입생, 아니지 세린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활동이요?"


"그래, 권세영 선배님의 작품 찾기 활동 말이야."


세린이의 얼굴이 대번에 환해졌다.








"그럼 내일 뵐게요~"


그렇게 연신 감사합니다 를 외치던 세린이를 보내고, 동아리실엔 다시 나와 영서 둘만이 남았다.


우리는 얌전히 동아리실을 정리하고는 문을 걸어잠궜다. 어느덧 석양이 비치는 교사를 거닐며 나는 영서에게 말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뭐야?"


"뭐가?"


"모른척 하지 말고"


"뭐를?"


이 자식이 끝까지 장난하고 있네. 나는 한마디 쏘아붙이려고 고개를 돌렸다가 당황하고 말았다. 영서는 진짜로 어리둥절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영서가 찾아야할 범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렸다고 생각했다.


그야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세린이한테 조건까지 걸면서 도와준다고 했으니까. 뭔가 방법이 떠올랐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라고?


그런 내 생각을 말하자 영서는 전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거 생각 안하고 있었는데. 그냥 노가다 할려고 했지."


나는 경악했다.


"아니 미친 그 많은걸 우리가 하나하나 다 찾아보자고?"


내가 소리치자 영서놈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엥, 그럼..."


"니가"


손가락으로 척 가리키며 말하는 영서놈. 그러고선 뻔뻔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일 해야할 일이 많거든. 세린이 가입신청서도 처리해야되고 폐부절차 다 밟아 놓은것도 선생님께 말해서 어떻게든 취소도 해야되고 말이야."


저쪽에서 당당하게 나오니 오히려 내쪽이 할말이 없었다. 나는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는 영서놈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가 그걸 왜 해야되는데? 나 안할건데? 안할건데?"


어린애 땡깡부리는것만도 못한 말을 스스로 하고 있자니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내 소중한 개인시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그러나 내 결심은 영서의 다음 말에 무너지고 말았다.


"왜 해야되긴? 니가 뭐든지 한다고 했잖아?"




"내가 했긴 뭘 언제 했다고..."


그 순간, 나는 어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정규 수업시간이 끝난 동아리실. 폐부상황에 침울해 하는 영서의 말에 나는 위로삼아 한마디 덧붙였었다.


'...동아리를 살릴 수 있다면 뭐든 할텐데'



'나도...'




내가 기억을 떠올린것을 눈치챘는지 영서놈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선 말하는것이다. 사악한 표정으로.




"자, 그럼 약속을 지키셔야죠? 이찬솔씨?"




박영서. 청춘문예부장이자 사탄도 거를 내 사악한 불알친구놈이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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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눈동자 속의 거울 20.10.13 23 1 10쪽
5 별거 아닌 일 20.10.12 20 1 11쪽
» 사탄도 거를 놈 +2 20.10.11 34 3 8쪽
3 그녀의 이야기 +2 20.10.10 43 3 10쪽
2 폐부위기의 청춘문예부 +3 20.10.09 76 3 9쪽
1 프롤로그 +1 20.10.08 69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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