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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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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1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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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시즌 마지막 경기

DUMMY

그리고.... 드디어 시즌 마지막 날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원래는 2개의 경기장에서 동시에 치뤄졌던 리그지만, 당일 경기가 이 4개팀의 2경기 밖에 없기에 다른 경기장에서 동시에 여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판단한 협회측은 한 경기장에 경기를 몰아 두었었다. 막판에 결정한 것은 아니고 원래부터 마지막날은 이렇게 경기가 이루어지게 짜여져 있지만 그 시기가 공교로웠다.


[XK 마르스 : 케이닉스 나이츠]

[한국항공 점보스 : X-게임넷 히어로]


2위인 한국항공 점보스와 3위인 XK 마르스의 게임차는 반 게임. 한국항공이 이긴다면 승아의 팀인 XK 마르스는 이긴다고 하더라도 2위가 될 수 없었다. 반면 지더라도 4위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리그 4위 팀은 원재의 XK 머큐리. 이미 모든 경기를 마친 머큐리 팀은 3위인 XK 마르스와는 2게임 차이가 있었다. 5위 팀도 이미 시즌을 마친 상황. 그렇기 때문에 스코어에 관계없이 원재의 머큐리 팀은 XK 마르스 팀이 오늘 지든 이기든 간에 관계없이 머큐리 팀은 4위를 확정지었다.


반면 마르스 팀은 오늘 어떻게든 이기고 나서 한국항공과 X-게임넷 히어로의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항공이 이기면 시즌 3위, 한국항공이 지면 시즌 2위가 되어 그 상태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기에 한국항공과 X-게임넷의 게임 결과가 X-게임넷의 승리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 3-4위전을 먼저 하고 그 승자가 2위와 붙고, 또 그 승자가 1위팀과 붙는 포스트 시즌 방식이기에 2위와 3위는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나 게임이 전혀 달랐다. 어떻게든 2위를 할 수만 있다면 3위보다는 2위를 하는 것이 팀에는 이득이었다.


XK 마르스 팀과 케이닉스 나이츠 팀의 경기가 먼저 이루어지고, 한국항공의 경기는 그 뒤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단 경기를 이기고 그 뒤 한국항공이 지기를 바래야했다.


케이닉스 나이츠 팀은 하위권 팀. 시작된 경기에서 XK 마르스팀은 상대를 압살했다. 4:1.


1개의 세트를 진 것도 초반 4일꾼 사냥개 러쉬라는 극단적인 빌드에 종원이 당한 것일 뿐이었다. 하위팀인 케이닉스와 XK 마르스와는 팀간 실력차가 너무 났다.


일단 승리를 거두었기에 한국항공과 X-게임넷의 경기만을 지켜보면 되는 상황. 경기장 한쪽 구석에 이동하여 팀원들과 같이 이어질 게임을 하는 두 팀, 한국항공과 X-게임넷의 엔트리를 바라보던 승아는 얼굴을 찌뿌렸다. 미리 발표된 두 팀간의 엔트리를 정작 자신의 팀의 경기를 준비하느라 제대로 살피지 않았었는데, 다시 무대 화면에 보여주는 엔트리를 보면 X-게임넷은 지성철도 김길용도 김지훈도 내보내지 않고 연습생을 1~4라운드에 배치하는 등 누가봐도 오늘 경기를 버리는 엔트리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서 지면 3위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엔트리를 짠 한국항공은 최근 연습생보다 못하는 실력을 보여주는 이은지가 엔트리에서 아예 제외되고, 1경기부터 차례로 ‘제독’ 히데요시와 정호진, 김옥지 등이 이어지는 필승의 초반 엔트리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도 실력순으로 배치된 한국항공이었다.


“아아. 이래서는..”

“그치? 좀 힘들지 않겠어?”

“아니, 동운 오빠, X-게임넷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엔트리를 저렇게 낸 거래요? 아웅.. 이래서는 우리 아까 이겨놓고도 3위 될 확률이 높은 것 같은데. 저 연습생들로 어떻게 호진오빠랑 저 일본애랑 이겨요.. 한국항공이 너무 센데..”

“글쎄. 일단 X-게임넷 입장에서는 어차피 리그 1위 확정이니까 지든 이기든 상관없지 않겠어?”

“그거보다 난 승아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에?”


상욱이 옆에서 동운의 말을 끊고 들어오자 승아는 무슨말인지 궁금해했다. 상욱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승아와 동운에게 이야기했다.


“알다시피 포스트시즌은 승자연전 방식이잖아?”

“그렇지.”

“그리고 지성철은 승아한테 리그에서 진 적이 이긴 적보다 많고. 그렇지?”

“네.”

“반면 원재형이랑 지성철의 승패 비율을 보면 물론 지성철이 좀 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승아와의 전적보다는 나아. 그리고 전에 승아가 개인전에서 원재형한테 많이 졌잖아. 그럼 바라는게 뭐겠어? 결론이 뭐 같아?”

“아?”


승아가 생각하는 동안 동운이 상욱의 말의 핵심을 캐치했다.


“오호.. 그러니까 3,4위전에서 마르스랑 머큐리랑 XK 내전 피말리게 싸움하고 이왕이면 조금더 힘든 윤승아 보다는 원재형이랑 붙기 위해서 2위로 올라올 팀을 조절한다는 거야?”

“그렇지. 게다가 히데요시랑 원재형은 2:2로 전적이 동률이야. 운영 잘 하고 수비적인 히데요시의 틈을 원재형이 파고들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으니까. 그럼 X-게임넷의 입장에서는 3,4위전은 원재형이 승아를 눌러주고 올라가고, 2,3위전은 그 올라간 원재형이 히데요시한테 털리고, 그리고 결승은 자기네가 히데요시랑 호진이 있는 한국항공을 이기겠다. 이렇게 된다는거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되겠어요, 상욱 오빠?”

“물론 쉽게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X-게임넷 입장에서는 제일 승리하기 쉬운 테크를 탄 거지. 만약에 우리가 2위에 올라가면 3,4위전에서 만약에 한국항공이 올라오면, 넌 히데요시 많이 잡았으니까 우리가 결승 가봐. 그럼 지성철이 질 확률이 아까 시나리오보다 큰데 니가 X-게임넷 감독이면 그렇게 짜겠어?”

“.......아뇨.”

“그 결과가 지금 저 엔트리지. 망할.”

“저거.. 좀 비겁한거 아냐?”

“비겁하긴. 엔트리 순서가 뭐 어때서. 우린 뭐 아까 6경기 엔트리에 연습생 안 넣었냐? 뒤로 가기도 전에 5경기때에 경기가 끝나서 그렇지. 전혀 이상이 있는 엔트리는 아냐. 연습생한테 기회 준다는데 뭐. 저게 억울하면 우리가 리그 1위를 했어야 해.”

“....그렇지. 후..”

“....하아..”


그 뒤로 이어진 경기는 상욱이 승아와 동운에게 말한 걱정 그대로 진행되었다. 1~3경기를 필승의 주전멤버로 몰아친 한국항공은 3:0 스코어를 유지했다. 한경기만 이기면 리그 시즌 2위가 확정되는 상황. 다들 좌절하고 있을 때, XK 마르스에 희망을 주는 이변이 일어났다.


연습생끼리 붙은 4세트 경기에서 한국항공의 연습생이 지고 X-게임넷의 연습생이 이겼던 것이다. 연습생끼리의 싸움에서는 사실 그런 정치적 논리나 팀의 상대를 따질 이유가 없었다. 기껏 공식경기에 나갔는데 자신의 실력을 어필하지 못하면 내년의 주전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전 세트들에 나온 X-게임넷의 연습생들도 그런 경각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상대가 너무 강해서 졌었다면, 4세트에는 서로간의 실력이 비슷했기에 조금더 잘한 선수가 이길 수 있었다. 그게 X-게임넷의 연습생이어서 경기는 끝나지 않고 3:1로 유지된 것이었다.


그리고 5세트 경기에 나온 X-게임넷의 선수는 이준성. 실력은 1.5군 정도지만 선승엽이 이적한 뒤로는 주전으로 계속 나왔기에 경험이 많은 선수였는데, 감독이 지라고 한 것을 이겨버리고 말았다.


이준성이 이긴 이유는 간단했다.


- 감독님은 여기서 나보고 지라고 하지만, 이번 시즌에 난 너무 졌어. 다패왕이라니.. 제길. 난 여기서 또 지면 성철이형이나 지훈이형, 정수형과는 달리 주전에서 어찌될지 몰라. 다른 연습생들이나 나나 실력차가 별로 없어.


실제로 이번 시즌에 이준성은 승아나 원재 등 강한 상대를 만나는 등 엔트리 운이 없기도 했지만, 강자를 만났건 약자를 만났건 결국 개인에게 남는 것은 몇승 몇패로 표시되는 개인 성적이었다. 이번시즌 다승왕이 승아라면, 다패왕은 이준성이었다.


다패왕은 공식적으로 주는 칭호나 상은 아니지만, 출전한 선수들의 승패가 공식 홈페이지와 커뮤니티에 게재되면서 팬들이나 선수들 모두가 알 수 있었는데, 패가 제일 많은 선수를 누구나 검색해서 볼 수 있었고, 그 정점인 다패왕은 이준성이었다.


주전으로 계속 나가지만 실력이 부족한데다 강자들만 만난 이준성은 거의 다 졌다. 그리고 주전이라 계속 더 나갔고, 더 졌다.


그 결과가 이번시즌 다패왕.

다패왕에 등극한 이준성은 커뮤니티에서 비웃음을 사고 있었다.


- 이준성은 이은지가 해도 이길듯.

- 이은지가 뭐임. 내가 해도 이김.

- 이준성 근데 시즌에 계속 상대가 좀 강하지 않았음? 서원재에 윤승아에.. 상대팀 에이스 들이랑은 다 붙은 듯.

- 그렇긴한데, 그렇게 재수 없기도 쉽지 않음. 역시 재수떡 다패왕.

- 왜 예능에도 맨날 꽝뽑는 꽝손들 있지 않음? 이준성이 딱 그거임.

- 아니지. 그래도 이번시즌 38패는 좀 심하지 않음? 이건 꽝손 오브 꽝손임.

- 와 38패나 됨?

- ㅇㅇ.


이번 경기를 이긴다고 다패왕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이준성은 마지막 경기에서 임팩트있게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설렁설렁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열심히 했던 이준성은 결국 상대를 이긴 것이었다. 상대가 강자가 아니어서이기도 했지만 이긴 것은 이긴 것이었다.


스코어가 3:2가 되자 승아의 얼굴에도 희망이 서렸다. 승아는 다음 6세트의 엔트리를 보고는 옆에 있는 학도를 붙잡고 희망에 차서 외쳤다.


“학도 오빠! 지금 1경기만 더 이기면 에결 가능해요! X-게임넷이 이길지도 모른다구요! 게다가 6세트 경기 보세요! 김정수라구요!”

“오.. 김정수라면...”


승아는 이번에야말로 X-게임넷이 이겨서 3:3 동점을 만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항공의 엔트리에는 못보던 선수가 올라와 있었다. 아마도 연습생인 듯 했다.


승아를 포함한 많은 팀원들의 머릿속에는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건... 해볼만하다!’ 라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김정수는 인간종족이고, 연습생은 기계종족.


김정수는 수비와 공격을 다 하지 않고, 처음부터 노 막사 더블을 시전했다.


“노막사 더블? 위험하지 않나?”

“그러게요. 2:3이라 지면 오늘 경기 끝인데.”


하지만 상대인 연습생은 지성철 다음으로 X-게임넷에서 게임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수가 상대라는 점에 긴장했는지 자신의 발전을 하느라 김정수가 앞마당 더블을 돌리는 것을 그저 관망하고 말았다. 늦게나마 멀티를 떴지만 김정수의 멀티를 따라가는 상황. 김정수가 조금 많이 유리했다.


그 상황에서 김정수는 견제를 하지 않은채로 다시 멀티를 떴다. 이른 시간의 3번째 멀티였다.


“멀티를 또?”

“완전히 압도하겠다는 건가?”


그렇게 멀티를 뜬 김정수의 의도를 이번에는 상대도 빨리 파악했다. 전투에서 강한 김정수와 정면에서 자원이 적은 상태로 붙는다는 것은 필패라는 것을 생각했는지, 견제를 하면서 3번째 멀티를 따라갔다. 비록 기계전사를 찔러넣은 견제는 실패했지만, 똑같이 멀티를 따라가고 있는 상황. 그 상황에서 김선생 김정수는 다시 4번째 멀티를 떴다.


- 김선생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냐?

- 연습생 상대로 완전 이길라고 진짜.. 너무 잔인하다.

- 저렇게 자원 돌리면 진짜 왕창 나올텐데..


부랴부랴 상대방 연습생이 4번째 멀티를 따라갔지만 같은수의 멀티라면 기계보다는 미묘하게 인간이 좋은 상황. 김정수는 지상 병력으로 다수의 탱크를 확보하며 수비를 하고 있었다. 누가봐도 김정수가 유리해 보이는 상황.


그런데 승아는 게임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상욱오빠.”

“응?”

“김정수가 지금 너무 탱크비율이 높은거 아니에요? 방공포대도 없는데 맥이 너무 적고 오토바이도 별로 없어요. 이러면 교전하기가..”

“흠? 그렇긴 하네. 하지만 상대도 아크 비중이 높은데 저게 좋은 선택이 아닐까?”

“그렇긴 한데.. 4멀티 돌리는 거 치고는 기계도 아크가 너무 적어서요.”

“흠.....”


승아의 걱정을 들었는지 김정수는 그제서야 오토바이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지상에 힘을 실어준 빌드였다. 상대가 기계모함을 갔더라면 카운터가 되었을 테지만, 상대도 지상병력에 폭풍사제와 기계전사, 아크로 물량을 늘려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맵을 반 가른 상태로 병력을 제한선인 200까지 채웠다. 그리고 운명을 가른 한방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부채꼴로 펼쳐져 있는 것은 김정수의 병력! 김정수, 탱크가 이리저리 잘 흩어져 있어요! 이 안쪽으로 기계전사나 아크가 들어오면 다 죽겠죠.”

“어어? 김정수. 탱크의 고정모드를 풀고 가운데로 모입니다.”

“화력을 집중하려는 건가요? 그래도 사방에서 조여두는게 더 나은 판단인데요. 지금 화력을 집중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도 아까 그 자리가 더 좋아요. 지금 자리는 좋지 않습니다.”

“지금 자리는 이거... 안 좋아요. 모였지만 고정모드 한다고 해도 아까보다 더 공격을 집중하기가 힘든자리.. 아! 달려듭니다! 붙었어요!”

“아니! 김정수! 왜 먼저 공격을 가죠! 지금 탱크가 고정모드를 하지 않고 퉁퉁포로 공격을 가고 있어요! 이게 뭐하는 건가요!!”

“폭풍!!! 폭풍 쏟아집니다!!! 탱크들 우왕좌왕하다가 퉁퉁거리지도 못하고 폭풍에 지짐당해요!!!”

“아아!!!!!! 아아아아...... 탱크가.. 퉁퉁퉁 쏘아 보지만 폭풍에 녹고, 아크에 터지고.. 김정수.. 대패입니다. 대패!!”


“아니 김정수 선수, 왜 탱크 모인것을 풀고 전진을 했죠. 아.. 아쉽습니다. GG! GG를 치네요!”

“어? 이상합니다. 물론 방금의 센터 싸움에서 대패를 하기는 했지만 공장이 12개나 있고 하나도 깨지지 않았거든요! 자원에도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던 김정수에요! 그런데 이게 뭔가요. 왜 벌써 GG를 치죠?”


경기를 본 XK 마르스 팀원들은 망연자실했다. 다혈질의 상욱은 거센소리와 된소리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한글 강좌를 입에서 연신 내뱉었다.


“이런 10왈!! 육시럴 놈의 색히! 저거 저거 탱크를 그대로만 놨어도 안지는 거라고!”

“아니, 형! 저거 GG타이밍도..”

“그러니까!!”


상욱이 이렇게 화내고 용갑이도 이상해 할 정도로 인간 종족의 유저라면 방금 김정수의 플레이는 누가 보아도 의문이 들었다. 아니 처음부터 견제 잘 막고 유리한 판이고 자원도 많은데 왜 굳이 고정모드인 탱크를 풀어서 폭풍사제의 폭풍에 상납하고 게임을 터트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크게 싸움에서 지는 대패를 했다고 해도 그랬다. 아니, 그동안 자원 모아둔게 얼마며 공장이 12개나 있는데 탱크가 좀 터지자마자 GG라니? 이건 거의 고의 패배급이 아닌가?


하지만 무대가 아닌 뒤쪽의 구석 관객석에서 구경하던 XK 마르스 팀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없었다.


운영측에서도 조금 이상했는지 MVP인 한국항공의 히데요시를 인터뷰한 뒤에 따로 김정수의 인터뷰를 잡았지만, 김정수의 해명은 겉으로는 이상이 없었다. 겉으로는.


- 마지막 경기에서 너무 빨리 GG를 치신게 아닙니까?

- 아닙니다. 주력 병력이 다 터져서 공장에서 뽑는다고 해도 막는 조합에 시간이 걸립니다.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프로인데 지고 싶겠습니까? 상대를 쉽게 보고 들어간 제 잘못이 큽니다. 생각보다 김철현 선수가 교전을 잘해주어서 너무 당황했지만, 저도 그정도 병력이면 상대를 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제대로 복수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변명하는데 운영측도 더이상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하긴, 고의 패배같은 것도 누가 생각하겠는가. 회귀한 원재나 승아가 아니라면 이 당시의 생각으로는 그런 것을 생각하지 못할 터였다. 쉬운 상대와 붙기 위해 김정수가 고의로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서도 해명을 듣고보니 ‘정말 그런가?’ 라고 생각하는 팀원들도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한국항공이 이기면서 이번 시즌은 결국 2위에 오르지 못하고 3위가 되었다. 시즌 중반의 연패가 아쉬운 XK 마르스였다. 지금처럼만 하면 1위나 2위도 되었을텐데 말이다.


주장인 동운은 팀원들을 위로했다.


“아까 6세트 시작전에 너무 다들 들뜬 것 같아서 말 안했는데, 이건 X-게임넷이 져 주기로 한 이상 이미 끝난 경기였어.”

“동운오빠, 왜요? 솔직히 김정수만 그딴 짓 안했으면... 우씽..”

“평소엔 침착하게 생각 잘하더니 왜 그래. 이겨서 에결 갔으면 누가 나왔겠어?”

“그야 한국항공은 히데요시.. 아!”

“알겠지? 이건 이미 끝난거야.”


동운의 말대로 반드시 이겨야 하는 한국항공은 다승 2위까지 올라온 히데요시를 기용할 것이 뻔했다. 입장바꿔서 승아가 한국항공 감독이라고 해도 히데요시를 낼 것이었다. 호진도 잘하지만 수세적인 꾸준한 발전이 가져오는 안정감이 있는 히데요시가 감독의 입장에서는 승부 카드로 더 매력적일 것이었다.


그리고는 지성철이 나오지 않고 연습생을 내서 지려고 할 것이 뻔한 X-게임넷을 상대로 뻔한 경기를 치루게 될 것이고, 결과는 정해져 있을 것이었다. 이미 6세트 경기에 욕을 먹을대로 먹은 김선생, 김정수가 나올지도 몰랐다. 어차피 먹은 욕, 또 먹는다는 느낌으로 적당히 병력을 꼴아박다가 져 주면 되니까 말이다. 어떻게든 한국항공의 승리는 정해져 있었던 것이었다.


“우씽.. 그래도 비겁해요.”

“어쩔수 없다. 포스트 시즌 가서 잘해야지.”

“아.. 그런데 원재형네랑 붙어야 하는데.. 될까요?”

“길이! 쫄지 말고.”

“아. 넵!”

“자자. 우리 예선 떨어진거 아니다. 3위야. 포스트 시즌 올라간거라고. 자! 리그 끝났고, 일단 오늘은 좀 쉬자! 내가 치킨 쏜다!”

“와!!!!!”

“형! 피자도!! 피자, 피자!”

“피자는 내가 쏜다!”

“와!!! 상욱이 형!!!”


원재의 강력함을 아는 클랜 시절부터의 팀원들은 승자연전 방식의 포스트 시즌 첫 상대가 원재의 XK 머큐리라는 것에 조금 암담해 했지만, 분위기 전환을 위한 동운의 노력과 눈치빠른 상욱의 합세로 팀원들은 어느새 먼 미래보다는 당장 숙소에 돌아가 치킨 파티를 한다는 기쁜 이미지가 머릿속에 자리잡으면서 웃음으로 시즌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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