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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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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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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0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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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새로운 것을 보여주다 (2)

DUMMY

그날 저녁.


경기 시작 전만해도 영호는 자신감이 넘쳤다. 오전에 승아누나에게 특강도 받았고,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제 히데요시를 상대로도 승아누나가 가르쳐 준 전략이 먹혔었다. 오늘도 마찬가지 일 것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영호가 실력이 더 좋았다. 그건 확실했다. 아무리 영호가 어리고 신인이지만 1세트에 출전해서 영호와 붙고 있는 정민수는 이정민 김은호만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아이템카이에서 인원수를 채우는 용도일 뿐, 승리를 거의 거두지 못하는 선수였다. 몇번의 승리도 같은 운영이라기 보다는 상대의 실수를 노리거나, 아니면 초반 러쉬 등으로 의외성을 노려 이기는 선수였는데, 정민수는 오늘 역시 영호를 상대로 빠른 가시괴물 러쉬를 준비했다.


정민수가 준비한 것은 앞마당을 가지 않은 채 본진에서 테크를 빠르게 올려서 라미아굴을 최대한 빨리 올린 뒤, 그 라미아를 가시괴물로 최대한 빨리 변화시켜서 상대 인간 종족을 몰아치는 빌드였다. 처음 9일꾼에서 바로 사냥개 6마리를 동시에 뽑아내고, 앞마당을 가지 않으면서 가스를 캐는 빌드를 간 정민수는 영호의 본진으로 초반 러쉬를 시도했지만, 영호의 방어에 막히고 말았다. 영호는 보급고와 막사로 입구를 틀어막는데 성공했다. 5일꾼이나 4일꾼 사냥개라면 영호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9일꾼 정도의 약간 느린 사냥개 러쉬는 촉망받는 신인인 영호가 막기 무난했다.


단지 영호도 그 상황에서 입구를 막고 안에서 소총병을 생산할 뿐, 나갈 수는 없었다. 인간 종족은 초반에 건물로 벽을 생성하고 막을 수 있는 대신, 초반 병력인 소총병이 소수일 때는 약했다. 그렇기에 영호는 초반을 버티면서 앞마당 멀티를 뜨는 운영을 준비하려다가, 생각을 바꾸어 일꾼으로 정찰을 시도했다. 사냥개가 일찍 왔으니 뭔가 다른 전략적인 수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간 정찰은 맞아떨어져 정민수의 라미아굴을 영호는 발견했다.


- 라미아굴이 벌써? 앞마당도 없다!


영호가 정민수의 본진에 가자 당연히 괴물의 앞마당이 있어야 할 타이밍에 앞마당이 없었다. 그리고 본진에는 라미아굴을 포함한 소굴 업그레이드 테크. 이건...


- 가시괴물이다! 라미아를 뽑아서 빨리 가시괴물을 가려는거야!


영호는 저런 속보이는 전략을 쓴 정민수를 속으로 비웃으며 자신있게 레이더 스캔을 준비하면서 소총병을 준비했다. 마침 오늘 승아 누나와 함께 연습한 것이 소총병으로 가시괴물을 잡는 컨트롤이었다. 매번 잘 되지는 않았지만, 원리는 100% 이해하고 있었고,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정민수 정도라면 충분히 가시괴물이 오더라고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호는 생각했다.


- 저 가시괴물을 멋지게 승아 누나가 가르쳐 준 대로 컨트롤해서 잡아서 나도 누나처럼 유명해지겠어!


그리고 영호는 탱크를 뽑지 않고, 소총병만을 뽑아서 가시괴물에 달려들었다. 문제는 탱크를 포기하고 소총병을 뽑은만큼 가시괴물을 잡아낼 만큼 병력의 양이 충분했는데도 한번에 달려들지 않고 승아가 가르쳐준 컨트롤을 보여준답시고 소총병 한두기씩만 가시괴물에 보내서 잡으려고 했던 거였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승아도 몇번씩 실패하는 컨트롤이라 연습을 한 컨트롤인데 그걸 실전에서 쓰자니 잘 되지 않았다. 분명 승아와 연습할 때에는 가시괴물이 공격할 때 소총병이 이동해서 피해진 적도 있었는데 실전에서는 이상하게 피해지지 않았다고 영호는 생각했다. 가시괴물을 공격하러 간 소총병은 전부 죽었다. 다시 반복해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이나 연속해서 실패하자 영호는 그제서야 1기씩 보낸 것을 후회하면서 병력을 몰아나가려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레이더 스캔의 양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


공장에 이어 비행장까지 빌드를 올렸다면 위성이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최대한 빨리 가시괴물 러쉬가 온 만큼 방공포대와 탱크로 막는게 정석이었는데, 방공포대를 올리지 않고 탱크도 없는데 레이더 스캔을 낭비한 자의 최후는 뻔했다.


스슥...

으어어억!! 꺄오악!!


가시괴물은 가시촉수를 소총병들이 있는 곳에 긁어대며 마구 유린했다. 기본 체력이 작은 소총병들은 숨어있는 가시괴물을 공격할 수도 없었는데 땅에서 솟아나온 가시에 온몸이 찢겨 피곤죽으로 변하고 말았다.


“아.. 가시괴물이 조영호의 남은 소총병들이 모여있는 부분에 마구 긁어대며 공격합니다. 소총병이.. 거의 죽었어요. 전멸입니다. 지금 생산을 또 하고 있지만.. 아아.. 이미.. 기울었어요.”

“레이더 스캔이 마나가 없어서 할 수가 없었긴 한데.. 그래도 저기서 가시괴물이 있으면 소총병을 컨트롤 해서 빼 줄 수 있어야 했는데 제대로 빼 주지 못했어요. 레이더 스캔의 마나가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을 노려야죠.”

“아마 조영호는 또 다시 레이더 스캔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저렇게 달려들 리가 없어요.”

“컨트롤이 이상하기는 했습니다.”

“아아... 조영호. 이제 거의 패배의 기색이 짙어요.”


“조영호, 어제 보여준 탱크 메카닉은 꽤 괜찮았어요. 그런데 이런 평범한 초반 가시괴물 러쉬를 이렇게 소총병을 헌납하다니요.”

“이젠 조영호가 뒤집기 힘들죠?”

“네. 공격간 소총병이 거의 전부였는데 다 죽은데다가 정민수는 가시괴물이 아직 살아있어요.”

“지금 조영호 선수 방공포대라도 빨리 건설해야 하는데 그걸 생각도 못하고 건물로 가시괴물이 올 지형을 막는데 급급해요. 지금 완전히 멘탈이 나간 상태 같습니다.”

“정민수, 드디어 이번 시즌 1승을 거두나요?”


제대로 병력을 뽑아 막는 것이 아니라 건물심시티로 가시괴물이 들어닥칠 시간만 늦추고 있는 영호를 본 해설진들은 다시 한번 조영호의 경기력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기대가 없었다면 의문을 가지지도 않았겠지만, 어제 히데요시와의 경기로 인해 조영호에게 기대를 가졌던 해설진들은 실망을 멘트로 표출했다.


“조영호 선수, 어제는 히데요시 선수를 상대로 정말 대단한 경기를 보여주었었는데요, 오늘은 뭐랄까.. 좀 좋지 않습니다. 지금 방공포대를 지어야 하는데요,.. 그러지 못하고 있고요, 아까 교전도.. 아.. 많이 아쉽습니다.”

“조영호 선수가 아까 소총병을 왜 하나둘씩만 보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초반 6사냥개 러쉬를 막아서 자원에서 충분히 유리한 상황이라 운영을 갈 줄 알았는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해설자들은 영호의 컨트롤에 대해 하루 사이에 너무나도 달라졌다면서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메카닉 운영은 잘하는데 바이오닉 운영을 못한다느니, 정민수가 날카롭게 빌드를 깎아서 준비해 왔다느니, 아직 조영호가 신인이라 기복이 심하다느니 하는 대화가 오갈때, 영호는 그저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패배가 결정되었다.


승아가 가르쳐 준 빌드를 똑같이 따라해서 히데요시에게 이길 뻔 했던 영호였지만, 아직 승아만큼의 소수 컨트롤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소총병과 일꾼을 모아서 가는 초반러쉬나, 3막사 소총병 러쉬 같은 것들은 타이밍 맞춰서 공격을 가면 되기에 약간의 컨트롤만 있으면 되었다. 원래 일반적으로 소총병으로 가시괴물을 잡는 것은 다수의 소총병으로, 그것도 레이더 스캔이 있을 때나 가능했다. 승아가 보여주었던 컨트롤이 특별한 거였다. 영호가 우주전쟁에 소질이 있고 아무리 연습을 했다고 해도 겨우 몇시간 한 것으로 승아가 몇년이고 한 컨트롤을 지금 해 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연습 때 몇 번 성공한 것이라고 영호가 생각하는 것도 사실은 자신이 마우스를 잡은 손 위에 승아가 손을 올려서 컨트롤 하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는데, 영호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했던 것인 양 말이다.


하루이틀 배워서 컨트롤을 다 할 줄 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부정한 결과는 바로 패배였다.


그리고 이어진 경기에서 동운이 전성기처럼 일꾼을 초반에 2마리나 잡아내어 유리한 분위기로 이끌어 이기기는 했지만, 그 뒤의 경기는 달랐다. 3세트의 학도가 하피를 뽑아내는 빌드를 탔지만 계창업에게 어이없이 캐논포 러쉬를 본진에 당하면서 지고 말았다. 정찰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덕에 뒤로 돌아 들어오는 일꾼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학도는 지고나서 고개를 숙이고 팀 벤치로 돌아갔고, 4세트 경기라 3세트의 학도와 같이 무대에 나가서 옆 부스에 있던 종원은 그런 학도를 보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


“와.. 학도.. 어떻게 괴물이 캐논포 러쉬를 당하냐? 이 형님이 우주전쟁이 뭔지를 보여주마.”


그렇게 자신만만해 했던 종원도 동족전에서 표대환의 오토바이 찌르기에 당하고 말았다. 분명히 입구를 막는다고 막았는데 보급고 사이와 사이에 틈이 있었다. 오토바이가 딱 들어올 만큼만. 연습량이 부족한 종원이 실수로 보급고 위치를 잘못 지어서 입구가 막히지 않은 것이었다. 어이없는 실수.


학도와 종원은 자신들이 장담한 바와는 다르게 지고 말았다. 상대를 얕보고 열심히 연습, 분석하지 않은 댓가였다. 둘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팀 벤치로 향했다.


“꼴 좋다. 에휴. 뭐? 좀더 센 애랑 붙고 싶어? 방송에 멋진 모습이 나가? 니네들 지는 모습은 다 방송됐다.”

“.......”

“.............”


학도와 종원은 경기전 이야기한 것과는 달리 지고 왔는지라 상욱의 말에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었다. 괴물 종족이 캐논포 러쉬를 당하고, 인간 종족이 입구를 막지 못하는 것은 자신들이 생각해도 부끄럽기까지 했다.


이제 종원이 내려오면서 5~6세트의 선수가 출전할 차례였다. 5세트는 승아, 6세트는 상욱의 경기였다. 현재 스코어는 1:3으로 XK 마르스가 몰린 상태. 아이템카이에 이렇게 밀릴 것이라고는 관객도 선수들도 생각지 못했기에 충격이 더 컸다. 하지만 5~6세트는 XK 마르스의 엔트리가 좋았으니 기대해볼 법 했다. 상욱은 승아와 같이 무대로 나가면서 학도와 종원에게 말했다.


“니들, 잘 봐. 우리가 이기고 에결 갈테니까.”

“저기.. 근데.. 상욱형.”

“앙? 뭐!?”

“아.. 아니에요.”


상욱의 인상에 순간 겁먹어 상욱이 선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꽁지를 내린 종원과 달리 4차원 사고의 학도는 상욱에게 종원이 하려던 말을 대신 건넸다.


“그.. 상욱형 근데 게임 못할지도 모르는거 아니에요? 승아가 지면.”

“뭐야? 너 어느 팀이야? 재수없게. 이 자식이.. 그냥 확!”


상욱이 손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자 그제서야 학도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뒤로 화들짝 물러났다. 상욱이 진짜로 친한 사람들을 때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모습은 학도를 물러나게 했다. 이런 소란이 있었음에도 승아는 그저 상욱에게 빨리 나가자는 듯 눈짓을 할 뿐이었다. 무표정한 채로. 눈은 언제나처럼 평온했고, 입도, 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인형처럼 서 있을 뿐. 이런 모습을 원재가 보았다면 말했으리라. 멘탈이 안정되어 있음이 승아의 얼굴에 평온함과 침착함으로 나타났다고 말이다.


“XK 마르스, 올라와 주세요.”

“네.”

“예. 갑니다! 니들, 똑똑히 봐라.”


학도의 악담에도 굴하지 않고 승아와 상욱은 5, 6 세트를 위해 준비된 부스로 향했다.

이기고, 또 이기기 위해서.


작가의말

바빠서 코멘에 맞코멘을 달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속 감사드리지만 못달고 있어요 흐흑..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다음편은 양이 좀더 많게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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