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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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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4,293
글자수 :
2,597,240

작성
17.03.12 22:37
조회
1,090
추천
27
글자
10쪽

새로운 일상 (1)

DUMMY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감독님. 저 오늘은 따로 갔다가 들어갈게요.”

“어..어? 그래.”


승아는 용산 우주전쟁 경기장에서 경기가 끝난 뒤 팀원들과 함께 방송 스탭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팀원들과 헤어졌다. 경기를 보러 온 오빠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보통 다른 팀원들이라면 잠시간의 자유시간은 있어도 숙소에 따로 들어가는 것이 되지는 않았다. 특히 학도처럼 해외로 도망간 이력이 있었던 사람의 경우에는 말이다. 대부분의 팀원들은 다같이 숙소에 들어가지만, 승아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학교 다니듯이 숙소에 출퇴근도 했었기에 팀에서 큰 제지가 없었다. 그리고 승아는 에이스. 어떤 단체든지 특출난 사람은 대우를 받는 법이었다.


승아는 관객석이 아닌 무대 뒤쪽으로 향했다. 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해 두어서 오빠를 거기서 보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여~ 내 동생.”

“오빠. 휴가?”

“그래. 딱 봐도 건강해 보이지 않냐? 이게 다 매일매일 통신호 파고 작업하고 만든 근육 덕분...”

“군대 얘기는 듣고 싶지 않고, 얼마?”

“하하... 그게..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


승아는 뭐 땜에 돈이 그리 많이 필요하냐는 듯 승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승태는 승아의 강렬한 시선에 살짝 고개를 왼쪽위로 돌리며 시선을 피하고는 이야기했다.


“뭐.. 별건 아니고.. 그냥 친구들도 좀 만나고.. 또..”

“또?”

“아니.. 뭐. 친구들도 만나고 또 친구도 만나고.. 또....”

“여자 만나려고 그러지?”

“으힉.. 아.. 아냐.”

“아니긴 뭘 아냐. 딱 봐도 보이는데 뭐. 그리고 엄마도 그러더라.”

“엥?”

“벌써 엄마가 전화했어. 오빠 오면 돈 주지 말라고. 여자나 만나고 다닌다고.”

“승아야!”

“왜 그래. 이거 놔.”


승아가 말했듯이 이미 승태가 집에서 도망쳐 나간 순간, 승태의 활동 반경을 꿰뚫은 이숙자 여사는 승아에게 이미 연락을 한 뒤였다. 승태가 돈을 써 봤자 군인 월급으로는 하루를 버티고 말 정도의 양일 듯했고, 모자란 돈이 필요할 터인데 분명히 딸아이에게 갈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었다.


승아가 엄마에게 연락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승태는 이제 동생의 감성에 호소하며 매달렸다.


“승아야. 오빠 부대 돌아갈 돈도 없어.”

“휴가비 주잖아. 그 돈 다 어쨌어.”

“음.. 다 썼어. 아까 친구들 좀 만나느라.”


친구는 친구였다. (여자 친구가 될지도 모르는) 친구들.


“에휴... 그래서 얼마가 필요한데?”

“다다익선?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에휴우....”


승아는 한심한 오빠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면서도 지갑을 꺼냈다. 승아는 현금을 뽑을 수 있는 체크카드가 있기는 하지만 그 카드를 쓸 때보다는 현금을 쓰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다. 게이머로서 받는 연봉은 자신의 계좌로 꽂히기는 하지만 엄마가 관리하고, 체크카드와 연동된 계좌로는 엄마가 적당히 용돈과 교통비 정도를 넣어주고는 수시로 입출금 내역을 보기 때문에 자주 쓰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승아는 승리수당 등을 현금으로 받는 방법으로 모아둔 돈이 더 있었다. 그리고 가지고 다니는 돈도 좀 되었다. 지갑을 열어보니 현금이 두툼했다. 평소에 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의 전화가 있었을 때부터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리고 오빠를 주기 위해 많은 돈을 챙겨왔었다.


비록 부족한 오빠지만 어렸을 때 자신을 가까이서 챙겨준 사람도 오빠밖에 없었다. 투닥대며 지내기도 했지만 어린시절에 이리저리 같이 놀러다닌데다 게임방에 처음 데려간 것도 오빠였다. 프로게이머를 하게 된 것도 따지자면 결국 오빠의 도움도 약간 있었기도 했다. 에휴.. 그래도 오빠가 한심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가족이라고.. 에휴.. 회귀한 승아는 오빠에게 신경을 써 주기로 했다.


“자. 여기. 100만원. 엄마한텐 비밀이다?”

“오오... 구세주님. 동생님. 여신님. 감사합니다. 이렇게나 많이..”

“오빠. 여자 애들한테 돈 많이 쓰지 말고.”

“많이 안 써. 그냥 밥만 먹는거야. 쉰셋.. 쉰넷...”


승태는 승아에게 돈을 받아서는 일일이 돈을 세고 있었다. 아니 그걸 받았으면 100만이건 99만이건 그냥 받아서 넣을 것이지 그걸 또 동생 앞에서 세고 있다. 승아는 오빠가 군대 가서 더 찌질해 졌다고 생각했다. 뭐.. 외모는 좀 더 나아진 것 같지만 말이다.


“오빠. 그걸 또 왜 세?”

“아.. 그.. 그러게? 아니 그냥.. 나 습관이야. 부대서 돈 관리병 한다니까? 돈 세는게 습관이 돼서 그래.”

“에휴... 하튼 이번에 여자 만나면 좀 잘 만나. 전에 그 송희인가 하는 불여시, 내가 뭐랬어? 별로 맘에 안든댔지? 여자는 여자가 잘 본다니까.”

“아니.. 뭐.. 걔가 고무신 거꾸로 신을 줄 알았나.. 뭐..”

“그게 정상이야? 고무신 거꾸로 신은 사진 군대로 보내는 애가? 에휴.. 오빠. 이번엔 좀 잘 만나.”

“그럼. 잘 만나려고 이번 휴가때 50명 만나기로 했어. 그중에 고를거야.”

“뭐어~?”

“..........아니, 그게..”

“하아....”


이 철없는 오빠를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다. 얼굴만 반지르르 해서는... 휴가 나오면 좀 엄마한테도 잘하고 그러지.. 그래도 오빠라고 돈을 좀 줬는데.. 그 돈을 여자애들한테 다...


한편 승태는 실제로 펜팔하는 사람은 300명이 넘는데 그중에 수도권에 사는 사람만 50명이라 그 여자애들만 만나기로 했다는 말은 안해서 다행이라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그런 승태를 보는 승아는 한심함의 끝을 달리는 오빠를 보고 깊은 한숨을 쏟아냈지만 말이다.


“하아~.... 오빠.”

“으..으응?”

“그래. 많이 만나보고, 괜찮은 사람 만나. 제발. 그리고 무조건 사귀기 전에 최종 단계는 내 면접이야. 알았지?”

“아니.. 그건 좀..”

“오빠!!”

“어.. 어.. 그래. 동생님에게 보여드려야지. 암. 그래야지.”

“하아.. 또 송희 같은 애 데려오면 오빠 죽는다?”

“으응.”


승아는 주먹을 꽉 쥐며 오빠의 눈앞에 흔들었다. 승아의 주먹이 매워야 얼마나 맵겠냐만은 승태는 그저 승아의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


그렇게 오빠가 가고 난 뒤에 승아는 자신을 돌아보았다. 저렇게 군인인 오빠도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애를 쓰는데, 자신은 남자친구가 없었다. 친구인 은정이도 현주도 다 남친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스스로 의식적으로 남자를 사귀는 것을 멀리했던 것 같았다.


- 아무래도.. 그 새끼의 영향이겠지.


회귀전의 전 남편. 남편이라고 부르기도 싫었다. 정말 사람이라고도 부르기 싫었던 존재였다. 그런 사람을 만나서 결혼했던 기억이 있다보니 정작 남자를 제대로 사귀지 못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승아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나이는 좀 차이가 나지만 많은 비밀을 공유하는 원재. 그리고 매사에 평범하지만 끈기 있는 동운. 그리고 오타쿠지만 밝은 학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승아가 아는 사람들은 전부 게임과 관련된 사람들이거나, 같은 팀원들이었다. 다른 인간관계가 있지 않았다. 승아는 같은 팀원들이 잘생긴 사람이 많았어도 그들을 이성으로 보고있지 않았다. 사귄다는 것은 그래도 최소한 서로에 대한 환상이 어느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일진대 자고 일어나서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각종 단점들을 다 보는 합숙도 하고있는 상황에서 그런 환상이 생기거나 유지될 리가 없었다.


팬클럽이 있고 잘생기고 성격도 좋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원재만 해도 그랬다. 그렇게 잘생기고 괜찮아 보이는 원재는 한가지 나쁜 버릇이 있었는데, 이게 정말 생각만 해도 눈살이 찌뿌려지는 버릇이었다.


뭐냐고?


바로 코딱지를 파서 이곳저곳에 문대는 거였다. 아니, 휴지가 있는데 왜 코를 파서 코딱지를 책상밑에 문대고 벽에 문대고 그러느냐는 말이다. 물론 매번 사람이 코딱지가 생기고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그러는 것을 보면 절로 눈살이 찌뿌려졌다. 요즘에는 그래도 좀 나아져서 휴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녀서 거기다 처리해서 그런 일이 없지만, 처음 원재를 봤을 때에는 기겁을 했던 승아였다. 같이 진지하게 게임에 대해 전략을 짜다가 코를 파고선 그 코를 고려콜라 캔 밑바닥에 붙이는 모습이라니.. 진짜 원재에 대해 가졌던 환상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 원재 오빠 팬 클럽은 이런 오빠 모습을 아나 몰라.. 큿..


다른 팀원들도 약간씩은 더러운 면도 있었다. 종원이는 세수를 잘 안한다거나 하는 그런거 말이다. 그런 모습들을 보는데 마음이 갈 리가 없었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다들 회사 동료의 느낌이었지, 애인이나 사귀고 싶은 사람의 느낌은 아니었다.


승아는 동료라고만 같은 팀 게이머들을 바라보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종종 원재나 자신을 같이 엮어서 만나냐, 사귀냐는 등의 말을 하기도 했지만, 나이차도 난다면서 무슨 말이냐고 손사래를 저으면서 부정하기도 했었다. 무슨 남자는 남자. 나에게는 게임뿐이야!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말이다.


그랬었는데, 그렇게 여친한테 차이고도 좋다고 여자 만나러 가는 오빠를 본 오늘, 남자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을 해 보니 마음에 예전처럼 느껴지던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회귀전 전 남편의 그림자가 승아의 마음속으로부터 걷어내어진 것 같았다.


-이성친구라.. 나도 한번 사귀어 볼까?


남자친구가 나중에 결혼해서 남편이 되어 가족이 되는 거지만, 그렇다고 지금 사귄다고 꼭 결혼하라는 법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오빠처럼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이성친구를 사귀는데 도움이 될 지도 몰랐다. 한두사람만을 만나는 것이 아닌, 여러사람을 만나면서 옥석을 가려서 괜찮은 사람을 만나보는 눈을 키우고, 같은 게이머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여럿 만나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승아에게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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