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462 회
조회수 :
752,935
추천수 :
14,293
글자수 :
2,597,240

작성
17.03.14 23:55
조회
963
추천
23
글자
10쪽

새로운 일상 (3)

DUMMY

승아는 바로 리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 뚜웃...


철컥!


“리나언니? 저 승아에요. 저기...”

“누구시죠?”

“어.. 어라?”


의외로 들려온 것은 굵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뭐.. 뭐지? 분명히 얼마전까지는 리나언니가 받았는데? 전화번호가 바뀌었나?


“저.. 저기 리나 언니 전화번호 아니에요?”

“아닙니다.”

“.....네에...”


아니라는 매정한 말과 함께 전화는 끊어졌고, 승아는 어깨가 내려앉은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이상하다... 이번호가 맞는데?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이기에 틀릴리가 없었다. 게다가 전화번호를 바꾸면 연락을 줄 텐데.. 어떻게 된 거지?


잠시 리나에 대해 생각하던 승아의 주머니에서 벨이 울렸다.


[그대는 귀여~운 나의 검은 고양~이♪]


“여보세요.”

“승아니? 승아 번호 맞지?”

“어? 리나 언니에요? 방금 어떤 남자가 언니 번호 아니라고 하던데..”

“아~ 그거? 매니저야.”

“번호 저장 안했어요? 언니?”

“아.. 그게 폰이 바뀌어서...”


리나의 말인 즉슨 바로 어제 폰을 분실했었는데, 그 뒤로 전화기를 갈았다는 거였다. 그리고 일하는 동안에는 전화기를 주로 매니저가 들고 있는다고 했다. 원래 저장된 번호 아니면 상대가 누군지 물어보기도 하는데 친한사람 목소리는 이미 매니저가 거의 알고 있는데 모르는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리자 ‘팬인가?’ 하는 생각에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아.. 그런 거에요?”

“응. 넌 안 그래?”

“네. 전.. 뭐. 아는 사람이 몇 없어서... 어차피 전화 올데도 별로 없거든요.”

“그래?”

“네. 그.. 그래서 말인데, 언니, 시간 좀 나세요? 뭐 물어볼게 좀 있어서요.”

“뭔데?”

“그게....”


승아는 전화기로 우물쭈물 머뭇거리다가 새 친구들을 사귀려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내용을 이야기했고, 이야기를 다 들은 리나는 전화기 바깥으로 입가에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가리려 노력해야 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런거 상담좀 하고 싶어요.”

“그.. 그래. 그게 짧게할 이야기는 아니고 만나서 이야기하는게 낫겠다.”

“네.”


만나서 할 이야기라니. 친구 사귀는게 그렇게 길게 해야하는 이야기란 말인지 의심이 드는 내용이지만, 사람을 사귀는데 서투른 승아는 정말 비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진지하게 믿었기에 리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리나는 리나 나름대로 잠시 승아도 만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고 말이다.


- 풋.. 사람을 어떻게 만나냐니.. 얘.. 그렇게 당차던 그 애가 맞아?


모닝가든 등에서의 당차고 쿨한 승아의 모습을 기억하던 리나에게는 이런 승아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할말 다 하고 세상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애 답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을 놀라게 했었던 승아였는데 말이다. 아니, 잠깐. 그럼 녹화대랑 무대 뒤에서 그렇게 무표정하게 벽을 치고 있던 모습이 그저 사람을 못 사귀어서 그런거란 말이야? 풋..


리나는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참으면서 이야기했다.


“그.. 잠시만, 매니저 오빠랑 이야기좀 하고.”

“봉춘이 오빠!”

“귀 떨어지겠다. 바로 옆인데 뭐 이리 크게 불러?”

“나 스케줄 빈 때 언제 있지?”

“너? 이번 앨범 망해서 라디오 방송이랑 몇군데 가는거 말고는 일정 없잖... 으윽!”

“오빠. 죽을래요?”

“아니. 웨이랑 민아도 쉬는데 다 같은 팀인데 니가 무슨 일정.. 아윽!”


바쁜척 하려고 매니저에게 스케줄을 물어보던 리나는 현실을 그대로 알려주는 소위 ‘팩트폭력’에 당하고 나서 그 입 다물라는 듯 팔꿈치로 매니저 봉춘의 배에 붕권을 비롯한 연속기를 넣었다. 춤으로 단련된 리나의 붕권 커맨드가 작렬하며 연속기에 HP가 달은 매니저가 말을 끊었지만, 이미 성능이 좋은 국내 핸드폰을 타고 매니저의 말이 승아에게로 흘러나간 상황.


그래도 사려깊은 승아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게임 못하고 인기도 떨어진 게이머가 되어 보았기에 연예인이 일이 없을 때 얼마나 슬픈지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승아는 못들은 척 전화기에 질문을 던졌다.


“리나 언니?”

“아.. 응. 모레 시간이 좀 나네. 모레 저녁 6시 어때?”

“모레요? 네. 괜찮아요.”


사실 괜찮지가 않았다. 모레 저녁 7시면 경기가 있는 날. 하지만 승아에게는 친구를 사귀는 법을 전수받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차피 출전 선수 명단이야 내일 것도 아니니 감독님에게 이야기하고 동운오빠에게 이야기하면 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승아는 리나와 약속을 잡았다.


***


이틀 뒤.


약속장소로 나가니 밴 한대가 서 있었다. 아마도 그 안에 리나가 있으리라 생각한 승아는 전화기를 들어 리나를 불렀다. 역시 리나의 밴이 맞았다. 승아도 비니를 쓴 채로 선그라스를 쓰고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나름 얼굴이 알려진지라 누군가 알아보면 귀찮으니 말이다.


실제로 10대 20대의 대부분이 회귀전보다 우주전쟁을 많이 종아하고 인기가 넘치는 현실에서 승아의 인기는 CIVA의 민아보다 높았다. 민아와 같은 성숙한 스타일은 화장을 좀 바꾸어서 하고 머리스타일을 바꾸면 못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승아를 못 알아보는 사람이 더 적을 지경으로 승아의 인지도는 높았다. 덕분에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은 차림으로 연예인의 밴에 올라탄 승아였다. 승아가 타자 밴은 바로 출발했다.


“승아 왔어?”

“왔니?”

“왔어요후?”


차례로 민아, 리나, 웨이가 말했다. 웨이는 러시아계 혼혈이라 마치 외국인처럼 이야기하였는데, 그런 웨이를 민아가 툭 치며 이야기했다.


“왜 또 외국인 코스프레야. 웨이.”

“아니.. 뭐... 그게 재밌잖아.”

“이제 안 속거든?”

“너네 말고는 다 속거든? 길 지나가면서 대충 선그라스 끼고 지도 들고 ‘신촌이 어디에요후?’ 하면 다 외국인인줄 알고 길 가르쳐 주거든?”

“그래서 외국인이 아니셔?”

“흐흑. 리나야. 민아가 나 외국인 취급해. 흐흑.. 민아 미워.”

“절루 가.”


셋은 승아가 밴에 탔음에도 서로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러시아계 혼혈인 웨이는 예전에는 한국말이 조금 서툴렀지만, 금세 한국에 적응해서 한국말에 익숙해졌다.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인지라 한국말을 원래 어느정도 잘 하고 있었고, 외국인같은 그런 뉘앙스도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아직도 말을 외국인처럼 하는 장난을 치곤 했다. 남들이 양키같다, 외국인 같다고 하면 싫어하지만, 같은 멤버들과의 장난에서는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웨이였다.


“웨이랑 민아도 전에 봤지?”

“네.”

“그리고 이쪽은 우리 매니저 봉춘이 오빠.”

“봉춘이 아니다. 제임스!”

“아. 네이 네이. 제봉춘 오빠.”

“제봉춘이 아니고 제임스!”


촌스러운 이름이 콤플렉스였던 봉춘은 운전하면서도 제임스라고 자신을 불러달라고 이야기했지만 봉춘이라는 이름을 끝까지 부르는 리나였다.


밴 안에는 이렇게 5명만이 타고 있어 공간은 넓었다. 확실히 연예인 밴이라 그런지 급조해서 사람을 이동시키는 용도로만 쓰이는 봉고차 수준의 XK의 이름만 밴인 밴과 달리 정말 연예인들이 타는 밴 같았다. 승아도 이름은 들어보았다. 이걸 스타크래프트 밴 이라고 하던가? 왠지 어디서 이름을 들어본 것 같지만 우주전쟁만큼 익숙한 이름은 아니었기에 승아는 손을 내저으며 떠오르는 잡 생각을 끊고 질문을 던졌다.


“근데.. 리나언니. 지금 어디 가는 거에요? 전 그냥 질문만 하러 왔는데..”

“얘가 사람 만날줄 모르네. 오늘 이 언니들이 하자는대로 오가면서 편히 쉬다 보면 저절로 알게 돼. 맘 편히 먹고 쉬어. 의자에 등 딱 붙이고! 뭘 그리 긴장하고 앉아있어.”

“네.. 네에.”

“얘는 왜 승아한테 뭐라고 그래? 귀여운 애 잡겠다.”

“내가 언제 뭐라고 했다고 그러니? 아. 우리 어디가냐고 했지? 승아야. 유라시아 라고 알어?”

“아.. 네.”


승아는 유라시아를 알고 있었다. 개인방송으로 나중에 유라시아 ‘대륙’이라고도 불리는 업체가 아닌가? PC통신업을 하다가 망한 회사가 그냥 만들었던 방송으로 인튜브에 올리는 동영상 같은 것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그게 나중에 대박난 케이스였다. 그런데 유라시아 대륙방송이 지금 한다고?


승아는 몰랐지만 회귀전보다 인터넷 전파가 우주전쟁의 인기의 영향으로 더 빨라지면서 그 관련 플랫폼들의 변화도 빨라지면서 유라시아도 원래 일정보다 더 빨리 등장하게 된 거였다.


“유라시아 알어? 이거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는데. 역시 인터넷 관련한 거는 프로게이머라 빠삭하구나.”

“리나! 말투! 말투!”

“아휴. 알았어요. 봉춘이 오빠. 툭하면 내 말투 지적하려고 그래.”

“니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그렇지. 너 저번에 라디오 방송에서도 기분 좋다를 ‘뿅 가요’ 로 이야기하는 바람에 너 싼마이 티 난다고 역풍 들어온거 알어? 사장님도 노발대발 하시고.. 에휴. 평소에 말투 조절좀 해.”

“알았어요. 알았어. 에휴. 시어머니가 따로 없어.”


밴 안은 사람이 적었음에도 시끌벅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4 새로운 것을 보여주다 (4) +7 17.04.10 1,087 25 15쪽
283 새로운 것을 보여주다 (3) +3 17.04.09 952 24 20쪽
282 새로운 것을 보여주다 (2) +5 17.04.06 937 26 12쪽
281 새로운 것을 보여주다 (1) +3 17.04.04 1,272 27 11쪽
280 돌아보기 (3) +7 17.04.03 924 28 13쪽
279 돌아보기 (2) +5 17.04.02 938 34 16쪽
278 돌아보기 (1) +4 17.03.30 951 22 10쪽
277 조영호 (4) +6 17.03.29 951 25 16쪽
276 조영호 (3) +4 17.03.27 924 22 14쪽
275 조영호 (2) +3 17.03.26 976 24 16쪽
274 조영호 (1) +8 17.03.23 983 22 11쪽
273 개인방송 (4) +4 17.03.22 982 22 16쪽
272 개인방송 (3) +4 17.03.20 969 25 14쪽
271 개인방송 (2) +4 17.03.19 1,008 23 15쪽
270 개인방송 (1) +3 17.03.16 1,277 20 11쪽
» 새로운 일상 (3) +2 17.03.14 964 23 10쪽
268 새로운 일상 (2) +3 17.03.13 974 28 9쪽
267 새로운 일상 (1) +4 17.03.12 1,090 27 10쪽
266 가족들 (4) +4 17.03.09 1,556 22 9쪽
265 가족들 (3) +6 17.03.07 1,071 27 12쪽
264 가족들 (2) +2 17.03.06 1,032 24 16쪽
263 가족들 (1) +3 17.03.05 1,038 26 13쪽
262 변화 (4) +1 17.03.01 1,055 21 11쪽
261 변화 (3) +6 17.02.28 1,129 26 13쪽
260 변화 (2) +5 17.02.27 1,059 21 11쪽
259 변화 (1) +6 17.02.26 1,181 23 11쪽
258 초반 러쉬란 무엇인가 (4) +6 17.02.22 1,199 23 14쪽
257 초반 러쉬란 무엇인가 (3) +4 17.02.21 1,064 22 12쪽
256 초반 러쉬란 무엇인가 (2) +7 17.02.20 1,265 22 14쪽
255 초반 러쉬란 무엇인가 (1) +6 17.02.19 1,261 2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