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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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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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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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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0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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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5
추천
22
글자
9쪽

가족들 (4)

DUMMY

원재는 학도의 인터뷰를 보다가 TV 화면을 껐다.


학도가 자신을 낳은 것이 원재형이라는 말을 듣고는 투덜거렸던 원재였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원재도 자신의 부모님이 생각났다. 예전 생에서나 지금 생에서나 자신을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 예전이나 지금이나 게이머로서는 몇 안되게 공중파 방송에도 나오고 광고까지 찍은 원재는 바쁜 일정에 부모님을 별로 못 본 것에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외아들인 원재는 간만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기로 마음먹고 핸드폰을 들었다.


뚜우웃...


신호가 몇번 울리지도 않았는데 바로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원재니?”

“네. 어머니. 별일 없으시죠?”

“그래. 넌 괜찮냐? 전에 다친 발은 괜찮고?”

“에이~ 어머니. 그게 언제적 일인데요. 벌써 한참 전에 다 나았다니까요. 전화할 때마다 그말씀 하신다. 또.”


원재의 어머니는 외동아들을 끔찍히 챙기는 편이었고, 원재도 그런 어머니를 많이 따르는 편이었다. 원재의 어머니는 원재가 1년도 더 전에 방송에서 다친 것을 아직도 걱정하고 있었다.


“하튼. 몸 잘 챙기고.”

“네. 어머니.”

“이번 주말에는 집에 좀 올 수 있냐?”

“주말에는 경기가 있어서 힘들구요. 다음 월요일에는 들릴게요.”

“그래. 니 아빠가 너 보고싶어하는거 알지? 그리고 다음달 첫주 화요일, 증조 할아버지 제사 있고, 둘째주 수요일 고조 할머니 제사 있다. 알지? 그날 빼놔야 혀.”

“네.”


원재는 외동아들일 뿐만 아니라 집이 종가집이기도 했다. 종가집인지라 제사가 많았다. 덕분에 원재의 집안에 행사가 있을 때에는 원재는 경기가 있더라도 출전하지 못했다. 집안의 일을 보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바쁘고 일이 많기 때문에 원재는 예전 생에는 집안의 일을 하는 것이 사실 짜증이 많이 났었다. 게임하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부모님을 보고 그런단 말인가. 게다가 팀에서 한번 경기를 빠지는 것에 대해 많이 부담스러워했다. 지금도 언제나도 팀의 주축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집안의 행사에 잘 가지 않았다. 제사도 게임이 있는 날이면 가기 싫어서 집에 가지 않고 싶었고, 실제로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집에 가지 않고 제사에 외동아들에 장손에 종손이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고로 인해 생을 다하고 이렇게 되돌아오고 나니, 부모님께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것보다 우선시하고 있었다.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원재가 하나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그. 그리고 말인데. 너 결혼은 언제 할거냐?”

“어머니. 저 아직 20대에요. 무슨 결혼이에요.”

“무슨소리야. 니가 이제 30이지. 남자 나이 너정도면 예전엔 애를 낳고 그 애가 벌써 학교에 갔어. 니 아버지는 맨날 결혼타령 손주 타령 하신다. 너 아버지 원하는거 알면 니가 그걸 따르는게 효도여. 이것아.”

“에휴. 저 좋다는 여자가 있어야 결혼을 하죠.”

“너 좋다는 여자 많더만.”

“네?”

“그 왜. 나도 얼마전에 그 무슨 프로그램 보는데 예쁜 처자들이 너 좋다고 그러더라.”

“어머니. 무슨 프로그램 보신거에요. 아니, 그리고 제가 좋아야 결혼을 하지 결혼은 혼자 하나요.”

“하여튼! 그 처자들이건 누구건 일단 좀 데려와. 다른 집 아들은 여자애들이 넘쳐서 곤란이라더만 넌 어떻게 된 놈이 여자애 하나 못 후려가지고는... 쯔쯧..”

“어머니...!”

“어머니고 자시고. 느이 아버지가 전하라는 말은 이게 다다. 결혼해라.”

“하아...”


그때 원재의 어머니는 원재가 깜짝 놀랄 만한 말을 하셨다.


“그 왜.. 전에 너랑 같이 방송에 나온 처자는 어떠냐? 참하고 어린게 며느리감으로 딱 좋더라만..”

“누구요?”

“그 왜 너 발 다친 방송 있잖아. 너랑 같은 회사라던..”

“네? 승아요?”

“아! 그래. 그런 이름이었던 거 같구나. 걔는 어떠냐?”

“어머니! 걔는 그때 완전 애였고 지금도 애에요! 고1정도밖에 안된애라구요!”

“에이구 깜짝이야! 얘가 왜이리 소리를 지르고 그러니. 그 나이면 예전에는 이미 결혼해서 애를 낳았어.”

“지금은 옛날이 아니잖아요. 어머니. 걔는 그냥 동료일 뿐입니다. 나중에 전화드릴게요. 어머니.”


원재는 계속해서 그 처자 어떠냐는 어머니의 말을 뒤로하고 전화를 끊었다. 안부를 물으려다가 이 무슨 낭패스런 말이란 말인가.


연애도 안했는데 결혼을 하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그것도 상대가 승아라니. 그 어린애가 무슨.. 그리고 승아가 아니라도 결혼을 지금 바로 할 수도 없는 거였다. 사업이나 공부는 혼자 할 수도 있지만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상황이 결혼을 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예전 생에는 자신이 척박한 우주전쟁 판을 이끌어나가서 메이져로 발돋움 시키는데 바빠서 결혼을 늦게 했다면, 지금은 예전보다는 우주전쟁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대였다. 문제는 더 빨리 인기가 오른 만큼, 그리고 승아와 자신이 빌드를 풀은 만큼 선수들의 실력도 더 빨리 상향 평준화 되어 힘들다는 거였다. 자신이 우주전쟁 리그 초반에 황제로 군림한 것은 맞지만 그것도 잠시, 그저 강자로만 인식될 뿐 예전처럼 트렌드를 선도하는 인물이라는 느낌은 주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재의 원재였다.


단지 인지도가 예전만큼 높았던 것은 현재 인기가 많았고 공중파에도 나오고.. 그리고 결론적으로 외모가 되기 때문.


외모가 되는데 말을 차분히 하는 원재는 예능 프로나 라디오 등에도 종종 출연했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그녀를 라디오 방송에서 만난 뒤 한번도 만나지 못했었지?


원재는 생각난 김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저....”

“어머? 원재씨? 와아~ 전화를 다 주시고..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지냈어요? 전에 4시의 데이트 방송에서 보고 처음이죠? 와~ 전 조금 있다 녹화하는데~ 요즘 일이 많다니까요? 일이 없는데 많은척 많다고 하는게 아니라 정말 많아요! 와아~ 원재씨 경기도 잘 보고 있어요. 앗! 시간이 남아서 보는게 아니고, 그러니까 일이 없어서 볼 시간이 생기는 것도 아니구.. 아이 참! 하여간 봤어요! 원재씨 유니폼 입고 막 경기하는거 보면 멋있더라구요. 저도 게임 같은거 좋아하는데 나중에 한번 뵈요!”


원재의 그녀는 원재의 번호가 핸드폰에 떴는지 원재를 향해 속사포처럼 밝은 말들을 쏟아내었다. 언제나 밝은 목소리에 활기찬 말투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언제나 진지하게 생각하는 원재를 밝은 에너지로 이끌어주는 그녀의 존재는 원재가 항상 바라보게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었다. 그때도. 지금도.


언제 한번 보자, 나중에 한번 보자는 말 만큼 공허한 것이 없기에 원재는 얼른 못을 박고자 말을 이었다.


“저도 요즘 시간이 나는데.. 언제 시간이 나세요?”

“아! 제가 지금 녹화가 있는데, 곧 다시 전화드릴게요! 아! 아니 2시간있다가. 아니.. 메이크업 지우는 시간까지면.. 2시간반? 하튼 그때 전화드릴게요!! PD님!! 네!! 저 여깄어요!! 원재씨! 나중에 전화드릴게요오?”


뚝.


급히 끊어진 그녀의 전화지만 바쁘게 사는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해서 원재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그녀도 회귀전의 삶처럼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조금더 빨리 만난 것 같지만 그것이 대수랴.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보고 싶어하는지는 모르지만, 약속을 잡은 것을 보면 그녀도 보고싶은 마음은 있는 것 같았다. 원재의 마음보다는 작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원재는 그녀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혼자 뇌까렸다.


“다시 태어나도 너를.. 보고싶었어. 너를 만나고 싶었어.”


“형. 제가 그리 보고 싶었어요?”

“힉!!”

“뭘 그리 놀래요? 형 무슨 시 같은거 외워요? 갑자기 혼잣말을 그렇게 해요.”


원재의 옆에 갑자기 다가온 것은 같은 팀의 이영진이었다. 이영진은 아이템카이에서 이적해온 뒤에 원재에게 많은 것을 배우며 실력이 늘고 있었다.


“그래. 시 외운다. 너도 책좀 읽고 그래.”

“저도 책 많이 읽어요. 형.”

“무슨 책? 나 너 책읽는걸 본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에요. 어제도 봤는데요?”

“응? 제목이 뭔데?”


영진은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자신이 보는 명작들을 이야기했다.


“더 파이팅이랑 돌격 남자 훈련소요. 얼마나 재밌는데요.”

“................그래. 많이 읽어라.”

“형. 그것도 책이에요.”

“누가 아니래? 그래. 봐.”

“후후.. 형. 형도 봐요. 진짜 재밌다니까요.”

“그래.”


영진은...... 격투만화, 학원만화, 폭력만화 등의 애호가였다.


그리고..

영진은 여자친구가 없었다. 예전에도,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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