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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파우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 바보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콘파우
작품등록일 :
2018.04.15 19:37
최근연재일 :
2019.12.06 18:15
연재수 :
2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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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99
추천수 :
513
글자수 :
1,559,100

작성
18.04.1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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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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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21쪽

천정의 술 / Part C

시간 남을때마다 쓰려고 합니다. 여유가 있으면 자주 자주 올릴수 있을거 같은데 아니면 좀 연재가 지연될수 도 있는 그야말로 자유연제..... 부족하지만 재밋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DUMMY

Part C / 노란 머리의 마술사는 말한다. 그 마술사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행간 1>

2학년 4반의 교실의 구석의 책상 한 남자아이가 엎어져있다. 물론 언제나 사람이 엎어져있던 책상이었기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듯 하지만 오늘만큼은 다르다.

어제 저녁 조사 사칭 맛집투어의 피로가 가시지 않는지 나 이선은 오늘 하루종일 피곤한 상태이고 그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으로 누워있다는 것, 그 열정에 스스로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있는 것이다. 그저 귀차니즘에 찌들어 누워있는 평소와는 다르다고-!.


이러한 나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귀찮은 목소리가 날 부른다

나의 오랜 벗 박인영이란 인간의 목소리


“오늘도 잠만 퍼자는구므······으???? 어? 왜 평상시랑 다르게 그렇게 뿌듯하다는 얼굴로 누워있는건데? 원래 니 녀석은 만사의 귀차니즘을 얼굴에 가득 채운 채로 책상에 누워있어야 하는 캐릭터 잖아”


역시 내 친구가 확실하다. 나의 누워있는 행위 안에 열정이 있음을 봐주고 있다니,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나의 노고를 알아준다는 생각에 더욱 더 감동이 되어 인영이를 보고 있는데, 왜 이 녀석은 사람의 감동을 깨는 이야기만 하는 걸까.


“사랑은 너의 악성 귀차니즘까지 변혁시키는구나 정말 대단해··· 이왕이면 변혁수준이 아니라 깡그리 지워버렸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지”


사랑? 뭔가 터무니 없는 단어가 들린 것 같다. 방금전까지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만 같던 나의 눈은 금새 평상시의 눈으로 돌아왔다.


“으···응···?”(이건 뭔 헛소리냐)


인영이를 째려본다. 그러나 그의 헛소리는 끝나지 않는다.


“너 옆반의 월하연 양이랑 사귄다는 소문은 내 귀에 들어올 만큼 쫙 퍼져있다고, 물론 처음 들었을 땐 말도 안되는 헛소문이라 생각했지만 어제 CGV 사거리 근처 맛집 골목에서 같이 데이트하는 장면을 내 눈으로 포착한 이상 이젠 안 믿을 수도 없겠지”


“···?”


“축하한다 솔로 탈출”


뭔가 잘못됬다. 어제 분명 연이와 맛집 골목을 둘러다닌 건 맞다. 문제는 그건 데이트 같은 달콤한게 아니란 말이다! 자칭 선생이라는 마술사의 지령을 받고 괴상한 조사를 한거란 말이지. 즉 놀고 있던게 아니라 일하고 있던 것, 더구나 일을 했는데 보수가 들어오긴 커녕 오히려 내 지갑에서 돈이 줄줄 세는 최악의 하루를 보냈던 나인데 이런 비참한 누명을 쓰다니.


그러나 사정을 모르는 친구에게 다짜고짜 화를 낼 만큼 다혈질은 아니다. 이 억울함이 분노로 바뀌기 전에 내 앞의 딱한 친구에게 현실을 직시 시켜줘야겠다.


“어제 우리 담임이 부탁한 일이 있거든 뭔가 조사해야 할게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연이랑 엮인거다. 정확하게 말하면 담임이 엮은거지 그러니 그건 데이트 같은게 아니란 말이야 알겠냐?”


“···”


“도대체 내 시간과 돈을 써가며 기껏 담임쌤을 도왔건만 돌아오는 건 이런 억울한 누명이라니 슬퍼진다. 인영아···”


“···”


좋아 인영이의 말이 멈췄어. 이정도 말했으면 이해했으리라 생각하며 인영이가 할 말을 기다린다.


“사귀는거 맞네”


아니 이건 뭔 개소리야?


“너 지금까지 내 설명 제대로 듣긴 한거야?”


“응 매우 잘 듣고 있었어 그리고 사귄다는 결정적 증거도 확실히 들었고 말이야”


나의 사고회로가 정지한다. 도대체 내 설명의 어느 부분이 사귀는 걸로 해석될 수 있는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떠오르지 않는 와중에 내 앞에 있는 녀석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아마 전교에서 그 아이를 이름으로만 부르는 건 너밖에 없을거다. 보통은 말도 못붙이고 만약 부른다해도 성까지 포함해서 월하연씨라는 이라는 ‘Full name + 씨’로 부르는게 보통이지”


“···”


그러고 보니 그녀는 주변에는 친구랄게 별로 없다. 그렇다고 집단 따돌림이니 뭐니 하는 그런 것과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그녀의 집안인 월하가문은 부자다.


대대로 마술을 해온 것과는 별도로 그녀의 아버지는 이 나라의 CEO, 그것도 이 나라 5대 기업 중 하나라는 월하그룹의 CEO. 그 조상 때부터 마술을 위해 세계를 누비던 집안이었는데 그러한 넓은 활동범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자 겸사겸사 국제적인 무역업을 병행하였다고 한다. 그것이 발달하여 현재 월하그룹이라는 대기업이 되었고 그 집안의 둘째 딸이 월하연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집안에서 특별히 관리를 받지는 않는데, 모든 경영권은 첫째인 그녀의 누나에게 이어질거라고··· 그래서 향후 발생할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둘째는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마술사의 집안에서 마를 죽이는 마살사로 태어났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던 것 같지만 덕분에 간섭없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까지가 연이에게 직접들은 그녀의 사정.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들었기에 나는 연이와 월하가문을 철저히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도 연이와 같이 지낸 4개월간 그녀의 가족을 보는 것은 고사하고 아무런 간섭도 못 느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속사정을 모르는 다른 학생들 입장에서는 무려 월하가문의 둘째딸이다. 거기다 모든게 중간짜리인 나와는 다르게 (수학을 제외한)성적도 항상 top10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소위 엄친아. 당연히 느껴지는 심리적 격차는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나를 제외한)모든 사람에게 말을 잘 못 붙이는데 이런 것들이 원인이 되어 학교에서의 그녀의 이미지는 고독을 즐기는 차가운 부잣집 엄친아 같은 이미지 같은걸로 고정되어 버렸다. 따돌림과는 다른 무언가가 다른 것이 그녀의 주변에 벽을 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그녀를 알기전에는 이런 이미지였던거 같으나 무려 4개월이나 지나버린 이상 기억 날리가 없지.

어찌 되었든 내 친구 박인영이란 녀석의 귀에는 내가 연이의 이름을 간단히 불러버리는 점이 사귄다라는 것으로 해석되어 버린 것 같은데 이 점은 확실히 잡아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어가려던 찰나


“선 같이 너의 담임 선생님 좀 보러가자”


하필이면 이런 어정쩡한 타이밍에 왜 너냐고-!


소리가 들린 우리 교실 문앞을 보니 예상대로 검은 단발머리의 두루마기 소녀가 서 있다. 모든 이목이 그에게 집중된다.


“어제 조사했던 그 건으로 말씀을 드려야 될 ㄱ···”


“네네 지금 갑니다.”


그녀의 말을 끊고 교실 문으로 향한다. 어차피 뭔 이야기인지는 아니까 끝까지 들을 생각도 없다. 어제의 국자 이야기겠지··· 교실 여기저기선 ‘방금 선이라고 불렀지? 이선이 아니고’ 라던가 ‘그 소문 사실인가봐’ 라던가 하는 소리들이 마구 들려오지만 신경은 끄도록 하자. 지금 급한 건 하늘이 멈춰있다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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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2>

교무실에 다다르자 문에서 선생님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나가는 모습을 보아하니 또 그녀가 마술인가 뭔가로 회의장소를 준비 중인가보다.


‘드르륵-!’


문을 여니 역시나 교무실엔 단 한 사람뿐이다. 교무실 한켠에 있는 회의용 탁자에는 노랗게 탈색한 웨이브 머리에 베이지색 코트를 걸치고 있는 성인여자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내 담임이자 마술사인 그녀.


“음 너희들은 뭔가 알아낸 건 있니?”


“어묵집!”


도저히 예상 못한 답변이 나왔는지 당황하는 노란머리의 여인 그런 건 아랑곳 하지 않고 검은 단발 머리의 소녀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제 조사를 하는데 제가 자주가는 어묵집 국자에서 마술진을 발견했어거든요. 여기저기 둘러봤지만 마술진은 국자에 있던 그거 하나 뿐이였어요.”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 그 당당한 모습을 보자하니 미안하지만 사실을 말해줘야겠다.


“사실 여기저기 있었어.”


“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 바보야. 너도 같이 봤잖아 어묵집 말곤 마술진 없던 걸”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그녀는 무시한 채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정확히는 국자에 마술진이 있던 건 어묵집 밖에 없었긴 하지. 그러나 그 이후에도 이 가게 저 가게 계속 둘러보면서 봤을 때 여기저기 있었어 의자라던가 메뉴판이라던가 다른 가계들에서도 그 마술진인지 뭔지는 좀 있었거든 도대체 무슨 마술에 쓰는 마술진까진 모르겠지만”


어제 식당가에서 국자로만 단정짓고 먹는데만 여념이 없던 연과는 다르게 이리저리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던 나는 어묵집의 국자 이외에서도 다수의 낙서 비슷한것들을 찾아냈던 것이다. 이 먹!보! 소녀와는 다르게!!!


어찌되었든 나는 나름대로 위치를 기록해놓은 수첩을 보여주며 말을 한다. 그런데 그 표정은 뭔데··· 못 믿겠다 이건가? 심란한 표정 끝에 입을 여는 월하연.


“···. 정말이야?”


“응, 니가 먹을 것에 한눈 판 사이 나 나름대로 이것저것 조사 했다 이거ㅈ···. 으윽”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에 무언가 충격이 느껴진다. 주먹의 강도로 볼 때 이 녀석 분명 어묵집 이후엔 조사 따윈 관심도 없던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을 한다.


“그래서 그 마술진의 모양은?”


“어···그니까··· 동그라미 3개가··· 그 뭐지 엮여 있고 그것 처럼 그려져 있는데 거기에 음··· 그러니까 그려져 있고··· 그 그려진거에···.”


아정 선생님의 질문에 연이 말로 설명을 하지만 애당초 그림을 말로 설명할 필요가 있나···.. 아니 그전에 설명력이 완전 꽝이잖아. 이런 실력으로 국어 성적은 왜 이렇게 잘나오는데?


“여기요”


연이의 말을 멈추고 종이에 봤던 모양을 대략적으로 그려서 낸다.


저도 대충 본거라 정확히는 몰라요. 사실 마술진 찾는 것 자체만 생각했지 그 마술진 모양까지 조사할까라는 생각은 못 미쳤거든요. 이럴 줄 알았으면 휴대폰으로 하나 찍어놓을걸 그랬네.


“어라? 왜 이렇게 잘 그렸어 성적에 비해 암기력이 좋은데, 혹시 바보인척 하는 거야?”


“대충 본 정도로도 이 정도라니··· 아니 이런 암기력을 가지고도 그 정도 성적밖에 안 나오는거냐?”


도대체 이 사람들은 평소에 날 얼마나 멍청하게 보는거지?

고작 이걸 외울 정도로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내가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어제 그 고생을 했나 싶어 자괴감이 들기 시작한다. 아··· 보람없던 어제 하루.


“이래뵈도 제 성적은 나름 중간입니다만···. 바닥은 아니란 말입니다. 그렇다고 높은 것도 아니지만”


“너무 상심하지마라. 네 탓이 아니야. 이런 능력의 학생의 성적을 그만큼밖에 못 이끌어낸 무능한 이 선생님 잘못이다.”


뭔가 미안해하는 척 무시 2연타를 날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일단 참으며 이야기를 듣는다.


“대충 이거랑 비슷하다는 거지?”


날 무시하던 선생이란 자는 카드 한 장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물어본다. 그 카드에는 마술진이 그려져 있는데 확실히 비슷하다.


“뭐 너가 그려준 건 정확한 마술진은 아니야. 군데 군데 마술 이론상 틀린 부분도 있으니까. 그러나 마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 치고는 마술진의 뼈대가 되는 기본적 특징들은 잘 표현했다. 이 정도면 어떤 마술인지 정돈 추정 가능 하지”


웃으며 이야기 하는 노란머리의 마술사를 보니 어쨋든 내 그림은 잘 그린 것 같다. 괜히 뿌듯하네··· 그러나 어디까지나 비슷할 뿐이지 어제 본 것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 든다는 감상을 이야기하자 선생님은 이야기를 진행한다.


“여기 동그라미 3개가 보이지? 이건 각각 발화의 3요소에 대해 마술적으로 정의를 부여한거야”


아무래도 잠시 동안 느꼈던 뿌듯함은 저 설명충의 공세로 날아갈 분위기다.


“이론은 간단해. 다들 초등학교에서도 배웠을거다 발화의 3요소 가연물, 산소, 온도.”

“굳이 설명은 안해주셔도···”


재빠르게 말을 끊는다. 안 그러면 분명 설명이 길어질거야. 라고 생각하는데


“무슨 말이니 너가 본것과 약간 다른 것 같다고 했잖니? 학생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건 교사로써 당연한 의무야.”


설마 이 설명 공세의 원흉이 나 자신이었을 줄이야. 과거로 돌아가 내 입을 막아버리고 싶다.


“발화의 3요소인 가연물, 산소, 열에 대해서 각각 원으로 정의를 하고 3개를 일정부분 겹쳐 그리면서 서로간에 영향을 미치게 만드는 마술진이야. 보통 발화관련 마술진의 기초이지. 여기에 각 원에 그려넣는 추가 마술진에 의해 3요소가 컨트롤 되는 방향이 달라지지”


“네···..”


일단 들어보기로 하며 건성으로 대답한다.


“예를 들어 내가 보여준 이 카드의 발화 마술진은 가연물과 열 쪽은 마술 구현을 위한 최소한의 마술진만을 추가했어 여기서 복잡하게 마술진을 그려넣은 건 여기 산소를 정의한 원에 해당하지. 이건 가연물과 열은 초기 발화 만을 위해 마술적 처리를 한 후 산소의 흐름 조절 쪽에 마술적 포커스를 맞추었다는 거야. 즉 발화하여 생긴 불을 산소의 흐름대로 컨트롤 하여 불의 흐름을 만든다는 거지 화염계 공격 마술의 구성 술식이란 거야”


“공격?”


“아··· 어제 잠깐 쓸 일이 있었거든······”


대체 이 사람은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거야. 이러고도 선생님 안 짤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시에 수많은 불온한 단어들을 들은 것 같지만 무시하며 설명을 계속 듣는다.


“다른 예시를 들면 가연물을 정의한 원에 집중을 한 마술진도 있지”


또 다른 카드를 탁자로 던져넣는 담임


“이 경우는 불에 타고 있는 가연물을 지속적으로 복원시키면서 유지시키는 마술진이야. 즉 불에 다 타버려서 불이 꺼지는걸 방지하는 마술진이란거지. 보통은 횃불과 같이 오랫동안 불을 유지해야 할 경우에 쓰이는 마술진”


‘휴대폰 불빛이면 어둠을 밝히는 이 시대에 횃불이라니···’ 라는 생각을 하며 이어지는 마지막 설명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너가 그려준 것처럼 열을 정의한 원 쪽에 추가적인 마술진을 그려넣은 쪽은 보통 열을 발화점 이상으로 올리는 타이밍을 조절하는데 쓰여 자기가 원하는 시간대에 불이 나는거지··· 즉”


“즉···?”


“마술적인 시한폭탄이라는거다. 이건 테러목적이야”


오늘 들은 단어 중에 가장 불온한 단어를 들어버렸다. 테러라니··· 그러고 보니 내가 그린 그림에 시계 비슷한 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라고 느껴진다는 감상은 덤. 이렇게 보니 정말 폭탄의 느낌이다.


“그러면 하늘을 멈추게 한 범인의 목적은 어묵집 테러!!”


‘넌 아직도 어묵이냐?’ 라고 생각을 하며 내 옆의 두루마기 소녀를 쳐다본다.


“뭐 테러의 범위가 어묵집 한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연쇄테러의 시발점이라곤 볼 수 있으려나”


아직 이 설명충의 설명은 안 끝난 것 같다.


“나도 나름 어제 조사를 했단 말이지. 누군지 모를 마술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부름을 시켰어 마술진이 그려진 A4 용지를 이 마을 이곳 저곳에 붙이는 심부름을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담임은 지도를 꺼내며 X표를 친다.


“바로 이 X 표시를 친 곳이 그 A4 용지를 붙이려던 곳이야. 지금은 다 때어버렸지만···. 그래서 이거 뭐 같아?”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건 누구에게 물어보든 같은 답이 나올 것이다. 국자모양의 7개의 점 ‘북두칠성’ 이라고.


“보통 별자리를 이용하는 마술은 ‘우상화’의 범주에 들어가. 즉 별자리와 매칭되는 우상적 요소를 재물로 하여 별의 마력을 모으는 행위지. 우상화라는 것도 별거 없어 인간이 만든 물체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게 우상화의 기본이거든.”


“그런데 고작 국자 가지고 우상이라니 비약이 너무 심한 것 아니에요?”


그러한 의문을 품고 담임에게 질문을 한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지 그러나 별자리라는 것도 사실알고 보면 실제 별들의 배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그저 우리 눈에 보이는게 그럴 뿐이지 실제 가서 보면 그렇지 않다고 과학 다큐같은데 보면 나오잖니? 즉 우상화에 실제 그것이 어떤 것이냐는 큰 의미가 없어. 그저 마술사가 우상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마’의 에너지 형태로 구성할 뿐”


예전에도 그녀에게 설명을 들은 기억이 난다. 마술에 쓰이는 ‘마’라는 것은 결국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하계에 쌓여 거대한 에너지를 이루는 것이라고. 즉 ‘마’라는건 결국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괴물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이어지는 설명을 듣는다.


“따라서 그것이 사소한 국자라 하더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마를 구축할 수 있다면 마술사에게는 우상화의 마술을 쓸 재료로써는 최소한의 요건은 갖출 수 있어”


“’북두칠성’···. ‘국자’···.. 역시 맛집골목이야!!!”


그러니까 맛집타령은 제발 그만······


들었다간 주먹이 날아들 생각을 머리 속에서 하며 그녀를 째려보지만 별로 신경 안쓰는 것 같다.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는 그녀


“국자모양의 별자리를 이용하여 어묵집의 국자를 폭탄으로 이용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맛집골목 테러, 마지막으로 별자리를 이용하려면 역시 하늘은 맑아야겠지. 어찌되었든 모든 퍼즐은 맞춰졌어. 이제 범인이랑 한바탕 싸우기만 하면 되겠는데?”


“다짜고짜 싸울 생각이냐?”


“어쨌든 상대는 마술사잖아? 그럼 그걸 처리하는 건 마살사인 내 역할이야”


“뭐 나도 같이 갈 테니까 너무 걱정은 말라고 학생에게 부탁해놓고 쏙 빠지면 선생님으로서의 체면이 안 살거 같으니 말이다”


이로써 확정인 것 같다. 뒷처리는 이제 이 두 사람의 몫이다. 더 이상 내가 할 일이 없다는 사실에 나의 귀차니즘이 환호를 부르고 있음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끼고 있던 나였다.


“다만”


“다만?” (아직 설명할게 더 남은거냐? 이 설명충!!!)


“하늘을 멈춰놓는 거대 술식을 계획해 놓고 고작 우상화 대상이 국자라니··· 이 정도 규모면 좀 더 큰 마술정도는 가뿐할텐데 말이지? 거기다 고작해야 맛집골목 테러라···. 규모에 비해 마술의 규모도 범행 목적도 너무나도 초라해. 도대체 범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점은 좀 걸린단 말이야······ 뭐 붙잡아서 심문하다 보면 나오겠지”


심문이라니··· 고문이 금지된 이 나라에서 교사라는 사람이 할 소린가?

이런 저런 감상을 뒤로하고 묻는다.


“마술사가 마술사 생각을 이해 못하면 어쩌자는 건데요?”


“어쩔 수 없어··· 아무리 우상화가 인간이 인지하는 것에 따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 해도 그 위력은 우상화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또한 현실이거든”


“···?”


“우상이란 말이지 그 대상이 생명체의 모양을 본 딴 것 일수록 효과가 좋아. 즉 사람이나 동물 아니면 최소한 식물의 형상은 갖춰져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거야.”


“그런건가요?”


나의 질문에 그녀는 재차 묻는다.


“흔히 독재국가에서 지도자의 동상을 세웠던 일화는 들은 적 있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녀의 말에 긍정해본다. 이어지는 그녀와의 대화.


“물론 그냥 자기 과시용으로 세우는 독재자도 있지, 그러나 그 독재자가 우상화의 마술을 아는 자라면 어떻게 할 것 같니?”


“설마 그 동상을 세워서 자기의 권력을 세우는 마술을 했다느니 뭐 그런 예긴가요?”


“맞아.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야, 자신의 동상을 매개로 우상화의 마술을 써서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거지 그 나라에서 누구도 자신에게 반기를 들 수 없도록 정신 자체를 지배하는거야. 그것이 우상화의 마술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사례”


예상치도 못한 이야기에 놀라고 있는 나. 세계의 역사 가운데 그러한 마술이 행해지고 있었단 사실이 너무나도 놀라울 따름인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만약 나라면 말이야···. 하늘을 멈출 정도의 준비가 필요한 우상화 마술을 쓰고자 한다면 북두칠성은 택하지 않아. 분명히 동물의 모양을 하고 있는 혹은 신화에 나오는 인물을 모티브로한 별자리를 이용했을거야. 그리고 그에 해당하는 조각을 직접 조각해서 마술을 하려고 하겠지”


“생물의 모양을 한 별자리라···.”


“그래 물고기라던가, 처녀자리 라던가 생물의 범주에 들어가는 별자리는 차고 넘쳐”


“···”


“그래서 이해가 안 된다는 거야. 고작해야 국자 정도의 우상화에 하늘을 멈춘다는 사실이···.”


그 말을 끝으로 짧은 시간 동안 정적이 흐른다. 그 후 침묵을 깬 건 연이의 한마디.


“그래서 언제 테러가 일어날 거 같아요?”


“글세 선이 그린 이 그림만을 놓고 보면 오는 새벽 1시쯤일거다”


“그럼 0시 30분 쯤 만나기로 하죠”


연의 한마디에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화답한다.


“어쨌든 전 할거 없는거죠? 그럼 이만 갑니다”


그렇다 전투 담당은 이 두 사람 몫이다. 마술사도 마살사도 아닌 평범한 남학생인 내가 낄자리 따윈 없는 것이다.


“그래 수고했다. 종례시간에 보자꾸나”


“잘 가라···.. 바보”


서로 간에 인사를 나누고 다시 교실로 들어간다. 일을 다 끝냈다는 뿌듯함을 안고,


아니 뿌듯해야만 했던 이 착찹한 마음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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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천정의 술 / Part F +2 18.04.20 521 4 13쪽
5 천정의 술 / Part E +1 18.04.19 535 4 11쪽
4 천정의 술 / Part D +2 18.04.19 560 3 9쪽
» 천정의 술 / Part C +1 18.04.17 610 3 21쪽
2 천정의 술 / Part B +1 18.04.17 763 4 17쪽
1 천정의 술 / Part A +4 18.04.15 1,962 5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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