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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파우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 아래 바보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콘파우
작품등록일 :
2018.04.15 19:37
최근연재일 :
2019.12.06 18:15
연재수 :
232 회
조회수 :
47,008
추천수 :
513
글자수 :
1,559,100

작성
18.04.1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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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23쪽

천정의 술 / Part A

시간 남을때마다 쓰려고 합니다. 여유가 있으면 자주 자주 올릴수 있을거 같은데 아니면 좀 연재가 지연될수 도 있는 그야말로 자유연제..... 부족하지만 재밋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DUMMY

Part A / 마술사는 말한다. 하늘이 멈추었다고


<행간 1>

‘하나 아파트’

도시외각 신개발지구 중 하나인 D-1구역에 지어지고 있는 어느 아파트 단지의 이름이다.

이곳에서 건축공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 철골 구조물들이 증명하고 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인부 하나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이지 않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현재 시각이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이라는걸 고려해 본다면 전부다 퇴근하고 모두 집에서 편히 쉬고 있을 테니까.


사람의 몸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잘 때 자두지 못하면 망가진다.

그러므로 잠이란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하는 그 무엇보다도 고귀한 행동일 터인데···

그런데 왜 모두가 잠들어야 할 이 시간에 나란 인간은 이 공사장을 뛰고 있는가.


“커헉···”


더 이상은 무리다. 머릿속에선 뛰어야 한다고 비명을 지르지만, 다리라는 녀석은 도저히 못 뛰겠다며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움직이긴 한다. 좌우로 흔들흔들

그 순간 내 뒤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크르르르르···.”


대략 길이는 3미터쯤 될까? 소리의 끝에는 개의 형상을 한 정체 모를 검은 생물들은 총 3마리, 가로등 하나 켜져 있지 않는 공사장이었지만 오늘의 일기예보는 맑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은 누추한 공사장까지 달빛을 아낌없이 퍼주며 저 괴물의 존재를 내 눈에 확인시켜주고 있다.


“정말이지 한심하단 말이야. 이런 상황인데도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다니”


보통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죽음의 순간이 닥쳐오면 정체 모를 기운이 솟아나며 위기를 해쳐나가는데, 저런 괴물이 쫓아오는 이 상황에서 내 다리엔 아무런 힘이 솟아나지 않는다니 아무래도 잡혀먹을 운명인 것 같다.


검고 거대한 그것들은 입을 벌리며 서서히 내 주변으로 오고 있고, 모든 것을 포기한 나는 서있는 것을 포기한다. 잠시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분명히 1시 23분이다. 예상대로라면 모든 일은 진작에 끝나고 쉬기 위해 집에 가고 있을 시간인데···


‘쿵-!’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모든걸 포기한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별들이 잔뜩 보인다..


저 별자리가 북두칠성인가? 그래, 오늘 일의 시작이었던 저 별자리···.


이러한 감상을 하는 중에도 그것들은 나를 향해 다가온다.


‘쿵-!!’


발자국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 알았다면 더욱 더 노는데 열중하며 매일을 즐길걸 그랬다. 불행했던 인생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더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았다면 삶에 대한 아쉬움이 덜했을까?


‘쿠~웅~~!!!!’


선명한 발자국 소리를 들어보니 이제 진짜 내 등 뒤에 와있을 것이다.

아마 어떠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죽음의 순간에 아쉬움이 더하고 덜하고는 없겠지. 이것만은 분명하다. 이토록 삶에 대한 미련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내 삶은 꽤나 행복했던 것이구나 하고, 최소한 행복만큼은 평균 이상이었다라는 감상을 느낀다. 그리고 간절히 소망한다. ‘살고 싶다고’


“끼야아아아~~~~~아악”


“...어??”


분명히 내 입으로 내뱄어야 했을 죽음의 소리는 오히려 내 등뒤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들린다.


쿵-!!


분명 괴물들의 발소리다.


다만 달라진 건 아까 까진 점점 소리가 가까워 왔다면 이번 발소리는 멀어지고 있다.


‘뒷걸음 치는 건가?’


정신을 차려보니 괴물 중 한 마리의 검은 시신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 시체위로 하얀 두루마기를 걸친 인간의 실루엣 남은 두 마리의 괴물의 관심은 더 이상 내게 없는 것 같다.


오로지 그들의 관심은 시체 위에 올라와 있는 한 소녀 에게 집중될 뿐

사실 실루엣만 보고는 저것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겠지만 나는 저것이 내가 아는 소녀임을 확신한다. 이런 밤중에 흰 두루마기를 걸치고 한 손에 칼을 들고 있을만한 정신 나간 녀석은 그 아이 밖에 없으리라고.


“여전히 둔해 터졌네, 이 바보녀석아, 잠깐 뛰어다녔다고 바닥에 눌러앉아 있니?”


가만히 서있는 상태로 고개만 돌린 채 그녀는 말한다.

살아있는 안도감도 잠시뿐, 사람을 구해주고도 고마움은 커녕 짜증만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녀에게 존경마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애당초 10분 정도만 시간을 끌면 알아서 온다고 해놓고 벌써 20분이나 지났습니다만? 오히려 느려 터진 쪽은 그쪽이 아닐까 하는데요~~~?”


“아~ 그러신가요? 그럼 느려터진 절 대신해서 나머지 두 마린 재빠르신 우리 이선님께서 처리해 주시면 될 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30분도 안 걸려서 와주셨는데 제가 무례했네요.”


“음? 그거 돌려 까는 거야?”


큰일났다. 살기 위해선 자존심이 대수이랴.


”제발 살려주세요. 죽기 싫어요.”


“쳇···”


반쯤 울먹이며 빌자 그제서야 움직이는 소녀

이제 나에게 남은 일은 남은 두 마리의 괴물의 명복을 빌어주는 것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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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2>

‘하안 고등학교’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고등학교로써 나같이 특별할 것 없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이다. 점심도 먹었겠다. 남은 시간엔 잠이나 자볼까 하며 책상에 엎어지는데 귀찮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서~~~~~언”


귀찮다 자는척하자. 점심시간 내내 난 책상과 한 몸이 될 거라고!!!


“서~언아~~~~”


이 자식··· 자는 척 하면 그냥 가주면 안되나? 귀찮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날 마구 흔들어 깨우기 시작한다.


고개를 들어보니 안경을 쓴 동그란 얼굴이 날 내려다 보고 있다. ‘박인영’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학교에 다니며 끈질기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나의 친구··· 이자 원수

교복이 없는 우리학교 특성상 다양한 옷이 존재하는 가운데 언제나 한결 같은 흰 티셔츠에 검은 바지만을 고집하는 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선생님이 너 부른다. 뭔 일인진 묻지마 나도 모르니까. 걍 교무실로 불러오라시더라.”


한마디 툭 던져놓고 교실을 나가는 녀석


“으~ 그 사람이 부르는데 안 갔다간 지옥을 보게 되겠지”


점심시간 내내 책상과 한 몸이 되기로 했던 방금 전의 각오는 어디로 가고 터벅터벅 교무실로 걸어간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저 멀리 날 부른 담임이란 녀석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노란색으로 탈색한 머리와 세트인지 언제나 노란 코트를 고집하는 그녀는 교무실 한 켠에 마련된 회의용 탁자에 앉아서 열심히 자기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꼼지락거리고 있다. 그리고 문뜩 날 발견하자 머리에서 손을 떼고 내게 손짓한다.


굳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빙빙 두르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반곱슬웨이브의 머리인데 라고 생각하며 그녀가 있는 탁자 주변 의자에 앉는다.


“음··· 점심은 맛있게 먹었니?”


밝은 목소리로 물어보는 그녀. 그러나 이딴 말 하려고 부를 그녀는 아닐테고.

“쓸데없이 친절하게 굴지 마시고 본론이나 이야기 하시죠”


“귀여운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노란머리의 그녀는 그렇게 말한 후 한숨 한번 쉬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회의용 탁자에 팬으로 뭔가 낙서를 하더니 조용히 말한다.


"(듣는 사람이 너무 많은거겠지?)"


그 순간 방금 전까지 20명 가까운 인원의 선생님들이 떠들며 휴식을 취하던 교무실의 모든 소리가 멈추었다. 모두가 말을 멈춘 것이다. 그리고 전부다 무엇에 홀린 마냥 교무실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남은 사람은 나와 담임뿐, 살며시 웃으며 그녀는 말한다.


“놀라지 말라고,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기에 타인을 물리는 술식을 썼을 뿐이다.”


목소리가 바뀌었다. 그래 이 어두침침한 분위기··· 좋게 말하면 위엄있는 목소리인 이것이 내가 아는 담임의 목소리지.


술식의 제한시간이 끝나면 아무런 위화감 없이 돌아올거라는 추가 설명까지 마친 그녀를 난 째려본다.


‘한아정’


공식적으론 나의 담임선생님이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선생님이지만 그녀와 관련된 사실을 알게 된 후 도저히 선생님으로 생각이 되지 않는다. 내 눈에 비치는 그녀는 그저 한 사람의 ‘마술사’일 뿐. 아마 저 탁자 위에 그려진 낙서도 마술진인지 뭔지 하는 그런 것일거다.

도대체 이런걸 선생으로 두고 있는 학교가 과연 세간의 평판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학교가 맞을까 생각하며 입을 연다.


“이제 본론이나 이야기 하시죠. 마술사님, 지금 전 점심시간이라는 귀중한 수면시간을 쪼개서 여기있는 만큼 1분 1초가 매우 아깝다고요?”


“아직 사람이 다 안모였다. 그 쓸데없는 수면시간은 조금만 더 낭비하도록, 그리고 어찌됬던 난 니 녀석의 선생이란 말이지. 조금이라도 예의는 갖춰달라고?”


사람이 다 안 모였다라··· 분명 그 아이겠지? 하고 생각하는데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 아이가 올 때까지 할 것도 없으니 잠시만 설명하자면 말이지, 여기 그려진 마술진은 구역을 정의하는 내측원과 그것을 외부로부터 차단하는 외측원 두 개를 정의해 놓고, 그 안에 인간의 감각을 ···.”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


한아정이란 인간의 마술사로써의 실력은 마술의 문외한인 나로썬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설명충으로써의 그녀가 지닌 능력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막지 않으면 이 사람은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떠들 것이다. 그 사이 내 멘탈은 가루가 되겠지. 반드시 저 입은 막아야 한다.


“선생님? 수업은 수업시간에나 하라고요! 쉬는 시간 까지 학생을 가르치는데 왜 이리 열심인거냔 말입니다. 이렇게 보니 정체 모를 마술사 보다는 분명 선생님이란 직업이 적성에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제발 참아줘요.”


“에이~ 너무 그러지마 너도 몇 번 듣다 보면 마술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될 거야, 그러니까 인간의 감각을 의미하는 5개의 삼각형에 ···”


글렀다··· 이 설명충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멈추기 위해서 이제 그 아이가 올 수밖에 없어!!!! 제발 빨리 와줘 연아~~!!!!!!


“음···? 둘 밖에 없는걸 보니 벌써 사람을 물리는 술식은 썼나보네요, 그렇게나 중요한 예기인가요?”


그 순간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목소리가 이렇게 기다려졌던 적이 최근에 있었던가?


“야 빨리와!!! 안 그랬다간 이 사람 설명본능이 폭발할거라고!!!”


그렇게 말하며 뒤돌아본 교무실 문에 한 소녀가 서 있다.

대략 150 cm를 조금 넘을 것 같은 키에 흰색 두루마기, 아무렇게나 자른듯한 검은 단발머리, 손이라도 대면 베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얼굴선을 가진 그녀의 이름은 ‘월하연’

뭐 두루마기를 입었다고 해서 전통 복장 그대로를 갖춘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겉에 두루마기를 걸쳤을 뿐 그 안쪽은 티셔츠 하나에 청바지를 입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는 나였다.


어찌되었든 대대로 마술사 가문이라는 월하가문의 막내딸인 그녀가 등장하자 이 가증스런 설명충의 입에서는 더 이상 헛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아니 나오지 않았어야 했다.


“음··· 구역을 정의하는 두개의 동그라미 안에 그려진 5개의 삼각형은 인간의 오감을 나타내는 거죠?”


어??? 잠깐! 지금 이 그림은 설명충이 두 명으로 늘어나는 그림이잖아


“삼각형 위에 그려진 술식은 각각 감각의 정의와 그에 대한 규제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뭔가 이전부터 쓰던 사람 물리는 술식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네요? 아정쌤.”


“아 예전에 쓰던 술식의 마술진은 감각을 나누지 않고 컨트롤 했거든,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람을 물리는데 시각과 청각만을 이 장소에서 분리해 내면 되는건데 쓸데없이 미각이나 후각, 촉각까지 컨트롤 범위에 넣는 건 마력의 소비가 크다고 생각해서 술식에 감각의 세분화라는 변수를 집어넣어 봤어. 보다시피 저 술식에서 감각의 삼각형은 5개지만 규제의 진이 그려진 삼각형은 시각과 청각 둘 뿐이야, 확실히 이렇게 하니까 같은 효과를 내는 술식임에도 사용되는 마력의 양이 4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니까~~~~”


자신의 신제품(?)의 우수성을 알아주자 기쁜 듯이 날뛰기 시작하는 담임이라는 자를 가만히 두면 폭주할 것이다. 심지어 기쁨에 겨운지 어둡던 목소리는 갑자기 밝아지기까지 한다. 더 이상은 한계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움켜쥐자 두 여자의 정신나간 수다가 끝났다. 이 작전은 성공했어


“어이 거기있는 바보, 갑자기 왜 그래?”


“본론이다 본론!!! 이상한 마술이야기는 그만하고 여기에 왜 불렀는지나 설명해 달라고”


“아 그러고 보니 이제 모일 사람도 다 모였지. 술식도 제한시간이 있으니 슬슬 설명을 시작해볼까?”


다행히도 더 이상의 마술 강의는 듣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다.


“너희를 부른 건 큰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자 지금부터 저 하늘을 보라고”


교무실의 창문을 통해 나와 연은 하늘을 본다. 근데 하늘은 갑자기 왜?

1분간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도무지 뭐가 문제라는지 모르겠다. 아무런 문제없이 하늘은 맑음.


최근 1주일간 이렇게 화창한 날이 있었나 싶을 만큼 기분 좋은 날씨가 계속 되왔는데 혹시 이 마술사 자기의 목소리 같이 어두침침한 날씨를 좋아하나?

그 순간 옆에서 연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리 목소리가 어두침침하다고 해도 날씨마저 어두운걸 좋아하는 건가요? 세상을 좀 더 밝게 살아보라고요”


“아니 내 목소리가 어떻다고? 이건 다 마술사로써의 위엄을 갖추기 위해 톤을 조절하는 것일 뿐 선생님으로써의 한아연이 진정한 내 목소리니 내 목소리는 사실 밝은거다”


그 말에 연이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체 뒤에 있는 마술사를 바라본다.

그 모습은 마치 이제 막 말을 땐 천진난만한 여자아이가 자기 어머니를 바라보는 표정과 같다랄까?.

그리고 이어지는 말


“그 어두운 취향 안고 치면 평생 노처녀로 살거라고요···쌤”


“···”


아주 잠깐 동안에 침묵


“가.갑자기 그 말이 여기서 왜 튀어나오는데 아무 상관 없잖아!!!”


“아 죄송요··· 노처녀 될지도 모른다기엔 이미 나이가···”


“시끄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뭔가 아픈 곳을 찔린 듯 절규하는 선생님과 그 모습을 히히 덕 거리며 즐기고 있는 한 여학생의 모습을 보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웃음이 나온다. 어찌되었든 부서져가는 선생님의 맨탈을 지키고자 한마디 하며 화제를 돌린다.


“어쨌든 저희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으니까 설명이나 해주시죠. 선생님”


“멈춰있어···”


“···?”


마술사에서 선생님으로의 목소리로 돌아온 것도 거북(?)했지만, 밝게 변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둡다는 점이 더욱 더 거북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목소리와 표정엔 변화가 없이 말을 이어나가는 선생님.


“지난 1주일간 날씨가 좋았던 것은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야. 하늘 전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력으로 뒤 덥혀있거든. 저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하늘에 마술적 간섭을 걸어서 맑은 날씨가 변하지 않도록 붙잡고 있다는 의미야”


나와 연은 숨을 죽이며 이어지는 설명을 듣는다.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가볍게 치부할 문제가 아니야. 이 조그만 교무실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조차 마력의 효율을 따지며 새로운 마술진을 고민하는게 마술사라면 당연한 이치. 마력이란 마술사의 생명과도 같거든. 그런데 한 도시라는 광대한 범위를 대상으로 그것도 사람이나 사물 같은 작은 게 아닌 하늘 전체에 대한 컨트롤을 마술적 방법으로 하고 있어. 즉 목숨을 건 마술행위라는 거다. 저 맑은 하늘은 말이지.”


목숨을 건 행위? 목숨이란 무거운 단어에 갑자기 온몸에 오한이 든다. 그 말을 듣고 하늘을 보니 저 쾌청한 하늘을 보고도 도무지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다.


“나도 여러 방면으로 조사해 보고 있지만 도무지 진전이 없어서 말이지··· 그래서 너희에게 부탁하는거다 이번 일과 관련되서 아무거라도 좋으니 조사 좀 해줘 뒷정리는 내가하마”


그렇게 말을 마치고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는 그녀. 이런 일이라면 나와 연이 말곤 부탁할 사람이 없었겠지. 그녀가 마술사라는걸 알고 있는 건 이 학교에서 우리 둘뿐이니까. 아니 어쩌면 이 동네에서 그녀가 마술사란걸 아는 사람이 우리 둘 뿐일지도 모를거라 생각하니 왠지 돕고싶어지는 나라는 인가···, 연이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어나간다.


“네 무슨 말씀인지는 대충 알겠어요. 방과후에 조사 좀 해보죠 뭐. 그래도 큰 기대는 마시라고요. 그나마 월하가문의 일원으로써 최소한의 마술 지식을 갖춘 저라면 모를까 이 옆의 바보는 마술의 ‘마’자도 모르는 도움 안 되는 녀석이니까요. 저 탁자 위의 신형 마술진도 이 녀석 눈엔 단순한 낙서 정도로만 보일걸요? 그래도 조사 과정 중에 잡일 정도는 시킬 만 하겠죠”


아니 그렇게 잘나셨으면 혼자서 도우시라고요. 그렇게 무시해 놓고선 왜 나까지 끌어들이는데?


나 이선이란 인간으로 말하자면

학교성적도 ‘중간’, 운동신경도 ‘중간’, 인간관계도 ‘중간’인 모든 게 평범하지만 단 한가지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면 바로 귀차니즘일 것이다.

그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선생님을 돕고자 했던 그 마음은 이 두루마기 소녀가 내뱉은 한마디에 깡그리 사라진다.


“그래 이 선생님은 너희 둘이라면 분명 뭔가 실마리를 찾아줄거라 믿는다”


되살아난 나의 귀차니즘과는 별개로 이번 마술조사에 나의 참전은 확정된 듯싶다.


“이제 슬슬 술식이 풀릴 시간이다. 곧 선생님들이 교무실로 다시 들어올 테니 너희도 이만 가봐라”


“네 알겠습니다.


“으아--- 귀찮은 일을 맞아버렸어”


각자의 성격에 맞는 답변 선생님께 드리고, 우리 두 사람은 교무실 문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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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3>

노란 웨이브 머리의 선생님 부탁을 받은 후 교실로 돌아는 복도에서 흰색의 두루마기의 소녀가 말을 건다.


“난 방과 후 집에 좀 다녀올거야. 혹시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집에서 챙겨야 할 물건이 있어서 말이지. 6시쯤에 CGV 사거리에서 만나자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술의 문외한인 나의 경우 도대체 뭘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지만 이 녀석은 뭔가 조사 계획을 세워놓은 것 같다. 역시 대대로 마술을 해온 가문이라는 월하가문의 막내딸답다.


···???


아니 잠깐

그렇게 마술을 잘 아는 녀석이 아까 하늘을 보고 왜 나랑 같은 반응을 보였지? 혹시 이 녀석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설마하는 마음에 그녀에게 넌지시 물어본다.


“있잖아. 대체 하늘의 뭐가 보여서 멈춰있다느니 뭐라니 하는거야? 난 봐도 도저히 모르겠더라”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적인 대답


“그야 나도 모르지 내 눈에도 그냥 맑은 하늘뿐이던걸?”


“뭐???”


황급히 옆을 돌아보니 어째서 그런 당연한걸 묻느냐는 듯 귀엽게 고개를 한쪽으로 까닥거리는 흰색의 두루마기 소녀, 그래 귀엽긴 하지만 이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


“그럼 무슨 상황인지도 파악을 못했다는 거지? 6시에 만난들 뭔 조사를 할 수 있기는 한거야?”


“글쎄 그래도 뭔가 하다보면 어찌어찌 되지 않겠냐?


황당해 하는 내 얼굴을 앞에 두고 그녀는 말을 이어간다.


“그러니까 안된다 안된다 생각만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뭔가를 해 보자는거야. 분명 잘 풀릴거라고 바보야”


진짜 바보는 분명히 이 녀석이다라고 생각하며 한 마디한다.


“아니 너도 마술사면 뭔가 마술적인 건 알고 있을 거 아니야”


그러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날 째려보는 연.


화났다기 보다는 슬픔에 빠진듯한 표정, 그녀와 함께 지낸 4개월간 가장 보기 싫은 것이 있다면 분명 이 표정이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난 마술사(魔術師)가 아니야 마살사(魔殺師)지. 이제 구분할 때도 되지 않았니? 너의 멍청함에 이젠 경의를 표할 지경이라고, 이젠 좀 똑똑해져 봐.”


“···”


“우리 월하가문이 마술사 가문이란건 맞지만 실제 마술사인건 우리 아버지와 언니 뿐, 난 마술에 대한 건 잘 모른다고, 그저 언니가 마술을 할 때 쓰는 마술진을 옆에서 슬쩍 봐서 대충만 아는 것 뿐이야.”


가족의 이야기가 나오자 역시나 그 표정이다. 아까까진 슬픔이었다면 이젠 그 슬픔마저 해탈해 버린듯한 표정, 뭔가의 사정에서 나온 표정이겠지만 자세히 물어본 적 따위는 없는 그 표정을 보며 나 이선은 머리를 싸매며 다시 한번 상기한다.


월하연은 마술사가 아니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날 노란 웨이브의 설명충으로부터 1시간짜리 명강의를 들었으니까. 그 내용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마(魔)를 다루는 기술(術)을 가진 ‘마술사’

그리고

마(魔) 그 자체를 살해(殺)하는 ‘마살사’


월하연은 명백히 그 후자로써 어떠한 마술적 행위이든 죽인다.

즉 마술은 그녀 앞에서 모조리 소멸된다.


다만 그녀도 마라는 것을 보고 죽이는게 아니라

그저 그녀랑 간섭을 일으키는 마가 스스로 파괴되는 개념이라 마를 보지 못하는 것이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어차피 마를 보니 못해도 마술로써 구현되면 누구든지 볼 수 있는 현상화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나 뭐라나.


분명 마의 파장이니 공명이니 하는 이야기 들을 들은 것 같긴 하지만 상세한 건 기억에 나지 않는다. 그저 월하연은 마살사 라는 것 그것 뿐

문제는 마술사나 마살사나 그게 뭐 중요한가. 평범한 고등학생의 눈에는 둘 다 판타지 소설에나 나오는 이상한 것들의 범주일 뿐이다. 그 둘을 보고 구별은 커녕 다른 개념이란 것도 솔직히 이해하기 귀찮고 발음도 비슷하니 그냥 같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 지금의 내 인식이다.


그러나 당사자들 사이에선 매우 민감한 문제인지 이 두루마기 소녀는 나에게 명확히 구분해 줄 것을 매번 요구해 오고 있다.


“네네 알겠습니다. 마.살.사 씨···. 그래서 우리 뛰어나신 마살사씨께선 6시에 만나서 뭘 어쩌실 생각인지요?”


“시끄러워 그냥 6시면 6시인 줄 알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정작 시끄러운건 그녀이면서 나에게 시끄럽다고 소리 지른 후 자기 반으로 들어가 버린다.

참고로 월하연은 2학년 3반

나 이선은 2학년 4반··· 바로 옆 반이다.

3반을 지나쳐 내 반으로 들어간다.

분명 6시까지 기다리라고 했지? 이건 일찍 나올 생각은 없단 뜻일 테니 미리부터 나가서 기다릴 필요는 없겠군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담아둔 채 그날의 남은 수업을 열심히(?) 듣는 성실한 이선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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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바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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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약육강식 / Part M 18.05.05 428 3 17쪽
24 약육강식 / Part L +1 18.05.04 456 3 16쪽
23 약육강식 / Part K 18.05.03 439 3 12쪽
22 약육강식 / Part J 18.05.02 445 3 11쪽
21 약육강식 / Part I +2 18.05.01 454 4 12쪽
20 약육강식 / Part H +1 18.04.30 449 3 16쪽
19 약육강식 / Part G 18.04.29 457 3 17쪽
18 약육강식 / Part F 18.04.29 452 3 10쪽
17 약육강식 / Part E 18.04.28 448 3 14쪽
16 약육강식 / Part D +2 18.04.28 471 3 11쪽
15 약육강식 / Part C 18.04.27 462 3 12쪽
14 약육강식 / Part B 18.04.27 463 4 14쪽
13 약육강식 / Part A [ Chapter.2 (시작) ] +1 18.04.26 448 3 13쪽
12 천정의 술 / Part L [ Chapter.1 (완) ] +2 18.04.23 476 4 11쪽
11 천정의 술 / Part K +2 18.04.23 493 4 10쪽
10 천정의 술 / Part J 18.04.22 487 3 12쪽
9 천정의 술 / Part I 18.04.21 473 3 10쪽
8 천정의 술 / Part H +1 18.04.21 491 3 8쪽
7 천정의 술 / Part G +1 18.04.20 520 3 15쪽
6 천정의 술 / Part F +2 18.04.20 522 4 13쪽
5 천정의 술 / Part E +1 18.04.19 535 4 11쪽
4 천정의 술 / Part D +2 18.04.19 560 3 9쪽
3 천정의 술 / Part C +1 18.04.17 610 3 21쪽
2 천정의 술 / Part B +1 18.04.17 764 4 17쪽
» 천정의 술 / Part A +4 18.04.15 1,963 5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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