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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삼정 님의 서재입니다.

은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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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무삼정
작품등록일 :
2019.12.26 11:30
최근연재일 :
2020.05.06 14: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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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8,230

작성
20.04.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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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0쪽

새로운 길

DUMMY

사년(四年)의 세월이 흘렀다.

어느덧 이찬의 나이가 약관(20살)이 되었다.


이찬은 만화전장에서의 마지막 삼한의 철을 장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오년(五年)동안 만화전장에서 보내던 시간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지나갔다.


이찬이 앞장을 서고 후미는 고참 표두인 경표두가 뒤를 따랐다.

그동안 지수석과 움직였던 이찬이 작년부터 경표두와 호흡을 맞추었다.

앞으론 경표두가 선두에 서서 움직이리라.


장안의 성문이 멀리 보였다.

고관대작의 행렬이 성문 밖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좌우로 늘어서서 구경을 하며 환호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환호와 함성을 듣고서야 알았다.

경표두가 앞으로 다가왔다.

“이표두 한쪽으로 잠시 표행을 멈추어야 겠네.”

“네.”

“공주님이 결혼하신다더니 혼례를 마치고 악장군가로 가는가 보네.”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니 그런 가 봅니다. 하하하”


경표두는 세간의 일에 귀를 기울이는 듯 행렬이 지나갈 동안.

이찬에게 자신이 들었던 여러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천하전장의 주인이 다시 전대의 주인으로 바뀐다는 말이 있다네.”

“....”

“악장군가로 시집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으로 알려졌다네.”

“저희야 그런 일들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하긴 그렇긴 하지.”


행렬이 이찬의 일행을 지나치고 있었다.

“경표두님 이제 슬슬 차비를 하시죠.”

“알겠네.”


정부장의 눈과 이찬이 마주쳤다.

이찬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장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훈마’를 앞세우고 있었다.


마차안의 창문이 잠시 열렸다 닫혔다.

정부장이 마차 옆에서 마차안의 여인과 말을 주고받았다.


장안으로 들어서며 잠시 회상을 했다.

고관대작(高官大爵)의 아들 셋을 단칼에 베었던 일이 아무런 일없이 넘어가며 의아했었고, 초린과 혼인을 하면서 뒷맛이 개운치 않았었다.


공주 이소민과 정부장이 당금전장으로 찾아와 전후사정을 듣고 세가문이 잠잠했던 연유를 알았다.

비록, ‘나는 공주입네.’하면서도 이상한 감정을 보이던 이소민을 ‘자수(刺繡)의 힘’으로 단칼에 물렸다.

남궁선미와 엮였던 일을 기억하는 이찬이었기에.

‘제길~. 남궁선미를 생각하니 안쓰럽군....’


이찬은 만화전장에서의 마지막 표행을 끝내고.

서문덕과 구노인 그리고 경표두에게 인사를 나누며 장안의 만화전장을 ‘훈마’와 함께 나서려했다.

이찬은 훈마의 상태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어르신 아무래도 먼 길을 떠나는데 무리겠죠?”

“이제 쉴 때도 되었지.”

“그럼, 정주의 사방무관까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구노인은 이찬이 돌아 볼 길이 쉬운 길이 아님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찬이 훈마를 두고 떠나야 하는 아쉬움에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자.

“무리하지 않으면 자네가 올 때까진 건강할 걸세.”

훈마와 함께한 오년의 시간이 스쳐지나갔다.

이찬은 구노인의 말에 ‘훈마’를 한번 안아주고 만화전장을 나섰다.


이제는 자유 아니 ‘훈마’마저 없는 홀로의 시간을 걸어야 했다.

이찬은 당금전장에서 이찬에게 맡긴 일을 수행해야 했다.

표물을 호위하는 일처럼 얽매이는 것은 아니었고, 여행하듯 변방의 당금전장을 둘러보는 자유스러운 일이었지만, 거리와 시간의 소모가 긴 일이었다.


이년(二年)에 걸쳐 서북쪽에서 남쪽의 변방을 둘러보고 상황을 전하는 일이었다.

낙양의 당금전장에서 받은 동패를 꺼내 보았다.

동패만 보여주면 당금전장에서 은자 일만냥까지 내어준다는 물건이었다.

‘쓸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든든하긴 하군....’


****


강호의 정세가 요동치고 있었다.

적사련(赤絲聯)이라는 세력이 이년전에 생기고 각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이들도 하나씩 뭉치고 있었다.

지역의 명산에서 흩어져 있던 이들도 세가나 강호의 문파처럼 구심점을 만들고 조직적 체계를 갖추려 하고 있었다.

점창산의 도인이라 하던 이들이 점창파라고 하나 둘씩 부르고, 청성산의 도인이라 하던 이들이 청성파라 하나 둘씩 부르는 이가 생겼다.


적사련의 등장으로 생긴 변화였다.

적사련은 스스로 칭한 이름이 아니었다.

사연권의 형인 사중권이 문주로 있는 적혈문과 거래를 하는 무인이나, 중소문파들이 ‘붉은실’을 자신의 병기에 매달고 다니는 것을 표식으로 하면서 생긴 이름이었다.


무극철방을 운영하며 당의 병기 삼할 이상을 공급하던 사연권의 아버지 사철문은 막대한 은자를 적혈문에게 지원하고 있었다.

적혈문은 도장깨기 방식의 세(勢)불리기를 포기하고 동조하는 무인과 중소문파들을 은자로 회유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사철문은 원활한 무기 밀거래를 위해 중원전장과 손을 잡았고, 중원전장은 다시 예전의 명성을 점차 회복하고 있었다.

이찬의 ‘볼테기 신공’으로 기절을 했었던 중원전장의 소가주 백만성이 가주로 취임하고 벌어진 일이었다.


처음엔 은밀한 표식이었던 붉은 실이, 이젠 하나의 거대한 연합체로 발전했다.

어중이떠중이 무사들과 이름 없던 중소문파들도 적혈문과 중원전장과의 거래로 점차 소속감과 연대를 표하게 되었다.


수중에 은자가 있으니 예전엔 괄시 받거나 문전박대 받던 객잔이나 기루도 드나들게 되었고, 이젠 적사련 소속의 무인이라면 다들 환영하고 부러움을 받는 위치로 변했다.

그리고 서로 얼굴은 몰라도 붉은 실을 매단 이가 핍박을 받으면, 서로 앞장서서 힘이 되어주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힘으로 억누르려던 지위체계와 다른, 끈끈한 소속감을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외관상 중원전장은 무극철방의 물자를 수송하고 공급하면서 입지를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무극철방은 끊임없는 변방의 혼란으로 당의 병기 수요가 늘면서 은자를 벌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


이찬은 혼자 장안을 벗어나며 사길현의 아이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사이 아들만 셋을 둔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큰 놈이 네 살 둘째와 셋짼 지난 가을에 얻었다.


초린에게 얻은 태현과 태진 그리고 남궁수미에게 얻은 태성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장인인 당금전장의 공손휴의 부탁도 거절한 이찬이었지만, 세여인의 엄포 특히 공손미의 사나운 눈총에 이찬은 무너졌다.


중추절이 지나면 유주(훗날 북경)에서 사길현으로 와서 봄까지 지내다, 유주의 당금전장으로 돌아가는 공손미는 세아이의 친모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젖은 초린과 남궁수미가 먹였지만 아이들이 칭얼거리거나 잠을 재울 땐 공손미를 더 따랐다.


젖을 먹이는 초린을 부러워하며 큰놈을 안아들고 잠을 재우며 젖을 물린 것을 시작으로, 이번 겨울엔 두 녀석의 사랑을 듬뿍 받은 공손미는 두여인 보다 가슴이 헤어질 정도로 시달렸다.

장안으로 마지막 표행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양손에 두녀석들을 안고 있었다.


큰놈 태현이 뛰어다닐 정도로 크면서 말썽을 부리고 두 젖먹이로 인해 정신이 없는데, 겨울 내내 이찬은 자신의 수련과 일과가 끝나면 졸졸졸 세여인을 번갈아 가며 뒤꽁무니를 따라다녔다.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구실을 핑계로 축객령을 받은 것이다.

어수선한 시국이라 당금전장의 요청으로 가는 일이지만, 나름 중요한 일이 될 것은 이찬도 짐작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풍진과 아버지 무령도 변방의 상황이 궁금한 표정으로 이찬의 등을 떠밀었다.

장아일도 경험삼아 데리고 가라고 했지만, 이찬이 사방무관을 들러 아일을 살펴보니 아직은 무리라는 판단을 했다.


무작정 따라나서려던 장아일.

정주의 사방무관에서 수련중인 장아일에게 기왕산에서 가져온 ‘천향송이’ 하나를 반으로 나누어 주고, 일년(一年)쯤 후에 상황을 보아서 함께 검남도(사천일부 광주 묘강)와 강남도(호남 강서 광주일부 복건 절강)을 돌아보자는 말로 겨우 달랬다.


이찬은 추(錘)처럼 사길현과 장안을 오갔다.

창천문의 일로 남궁세가가 있는 회남도(안휘, 호북)를 다녀온 일 이외에는.

장안을 넘어 처음으로 가는 새로운 길이었다.

구노인에게 양피지에 그려진 대략적인 지도를 받았고, 장안까지 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구노인은 관도가 예전엔 그래도 관리가 되어서 수월했지만, 이찬이 가는 시점은 관리가 허술할 것이고 도리어 관도를 훼손한 지역도 많을 거라고 하였다.

당(唐)의 힘이 융성할 때는 관도가 병력과 물자의 이동에 필요했지만, 쇠퇴하는 시기엔 적들에게 빠른 진격을 허용할 위험 때문이라며.


당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의 끝자락을 향하고 있었다.

농우도(감숙일부 청해 서장일부 신강일부)는 당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이찬은 산남도(사천일부 감숙일부)의 난주(蘭州)에 있는 당금전장 지점을 처음 목표로 삼고 ‘훈마질주’를 시전하고 있었다.


사방무관 표남의 언급으로 더욱 신법을 연구하던 이찬이었다.

일반적인 신법을 내놓으라면 이리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것이었다.

사년(四年)의 시간동안 이찬이 생각하고 보완하며 다듬은 신법이 ‘훈마질주’였다.


‘훈마’를 구노인에게 부탁하고 장안 성문을 벗어나자, 훈마를 생각하며 그동안 연구했던 신법을 펼치고 있었다.


훈마질주(訓馬疾走).

강호인(江湖人)들이 일반인들 앞에서 신법을 펼치면 놀라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인들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펼치거나,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인이 없는 경우에 신법을 펼치는 것이 나름의 불문율 비슷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훈마질주(訓馬疾走)는 그런 단점을 없애기 위해 이찬이 고안한 신법이었다.


훈마질주는 신법을 펼치면 말을 타고 달리는 형상처럼 보여, 일반인이 보아도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신법이었다.

이찬이 포두로 진출할 사람들을 배출하는 사방무관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었다.


이찬이 훈마질주를 시전하고 처음으로 일반 사람의 무리를 지나쳤다.

아무도 놀라거나 당황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 이거 괜찮은데....흐흐흐’


작가의말

시간을 휙~ 건너네요.

의음삼검의 문제로 미루어진 시간이었네요.


휙휙~ 글적거리고 갑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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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새로운 길 동행 11 ( 고향도 다녀오라고 ) +2 20.05.06 1,995 23 14쪽
80 새로운 길 동행 10 ( ‘정’ ) +2 20.05.04 1,485 21 13쪽
79 새로운 길 동행 9 (낙장불입(落張不入)) +2 20.04.29 1,446 22 13쪽
78 새로운 길 동행 8 (죽마고우(竹馬故友)) +2 20.04.27 1,483 19 10쪽
77 새로운 길 동행 7 (불꽃놀이) +2 20.04.24 1,630 22 12쪽
76 새로운 길 동행 6 (여표(旅標)) +1 20.04.22 1,677 28 11쪽
75 새로운 길 동행 5 (인연(因緣)의 서막(序幕)) +2 20.04.20 1,816 24 16쪽
74 새로운 길 동행 4 (황홀경(怳惚境)) +2 20.04.17 1,803 25 12쪽
73 새로운 길 동행 3 ( 미끼 ) +2 20.04.15 1,709 25 10쪽
72 새로운 길 동행 2 (경련(痙攣)) +2 20.04.13 1,761 23 15쪽
71 새로운 길 동행 (섭선(摺扇)) +2 20.04.10 1,744 28 13쪽
70 새로운 길 5 (동행(同行)) +2 20.04.08 1,837 29 14쪽
69 새로운 길 4 (사자후(獅子吼)) +2 20.04.06 1,838 29 11쪽
68 새로운 길 3 (삼대삼) +2 20.04.04 1,954 29 12쪽
67 새로운 길 2 +1 20.04.03 1,851 28 11쪽
» 새로운 길 +1 20.04.01 1,885 29 10쪽
65 암투(暗鬪) 2 +1 20.03.30 1,775 27 11쪽
64 암투(暗鬪) 1 +2 20.03.28 1,939 28 13쪽
63 야영지(野營地)의 손님 4 +2 20.03.26 1,847 28 11쪽
62 야영지(野營地)의 손님 3 +2 20.03.25 1,748 27 12쪽
61 야영지(野營地)의 손님 2 +2 20.03.24 1,764 30 11쪽
60 야영지(野營地)의 손님 1 +2 20.03.23 1,862 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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