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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삼정 님의 서재입니다.

은풍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사무삼정
작품등록일 :
2019.12.26 11:30
최근연재일 :
2020.05.06 14:55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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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8,230

작성
20.03.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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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복기(復棋) 1

DUMMY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소진의 사부인 태광은 물론이고 자혜선인 영운까지 골치 덩어리라면서도, 사문의 자존심이 걸린 것인지 소진과의 정(情)때문 인지 아니면 소진의 자질(資質)을 믿어서인지 몰라도, 소진이 지리라는 생각을 배제하고 있었다.


표남과 눈이 마주친 태정만 표남의 표정을 통해 불안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작년 이찬의 모습과 기세(氣勢)의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이찬의 지금 모습을 보니 소진보다 떨어져보였다.


문득 사숙인 영운이 ‘허광대사와 함께 했다면 이찬이 심법을 만든 일은 사실’일거란 말이 떠올랐다.

악기는 잘 다루지만 노래를 못하는 이들도 있듯이, 무위(武威)는 떨어져도 다른 방면에서 뛰어난 경우가 아닐까 하면서도 불안한 느낌이 깃들고 있었다.

사숙인 영운을 바라보니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태정은 여러 상념을 지우려고 고개를 흔들다 이찬과 혼약한 사이라는 공손미의 얼굴을 보았다.

일반적인 여인들이라면 보여야 할 걱정과 염려가 없었고, 무관심한 표정에 따분하기까지 한 얼굴이었다.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 있어.....’


소진의 검에 푸른빛의 검기가 어리고, 승리를 자신하는 미소가 소진의 얼굴에 나타나고 있었다.

“운무광검(雲霧光劍)”

소진의 입에서 기합소리와 함께 안개같이 자욱한 기류 속에서 빛처럼 쏘아지는 소진의 검이 이찬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운무광검(雲霧光劍)’

운무광검은 청성산과 점창산의 도가계열의 검법이었다.

청성산이 원류인지 점창산이 원류인지 알 수 없었지만, 두 지역의 도인들이 펼치는 검법으로 환술이나 도술을 겸비해서 펼쳐지면 그 위력은 배가(倍加)가 된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산의 특성상 운무(雲霧)가 자주 피어나고 그런 지역적 특성에서 깨달은 검으로, 도인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두산의 도인들에게는 전설처럼 회자되는 말이 있었다.

‘운무광검을 극의로 깨달은 자는 절대로 패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운무광검을 극의로 깨달았다는 사람은 없었고, 두 지역의 도인들은 나름의 검으로 발전(?)과 승화시키고 있었다.


운무광검은 전설처럼 그 자체의 검법으로도 사일검법과 송파비검에 결코 뒤떨어진다고 볼 수 없었다.

다만 내력의 손실이 비효율적으로 크다는 게 두지역의 도인들 중론(衆論)이었고, 결국 운무광검은 점창산 무가계열에선 사일검법(射日劍法)으로 발전하였고, 청성산은 송파비검(松波飛劍)으로 발전하였다.


소진은 사부인 태광의 영향으로 ‘운무광검’을 익혔다.

태광은 점창산의 도인중에 몇 안되는 도술에 밝은 사람이었고, 소진은 태광으로부터 들은 운무광검의 전설에 관심을 보여 최근까지 매달렸다.

소진은 운무광검으로 사형제(師兄弟)들과의 비무에서 항상 재미를 보았으므로 나름 자신(自信)을 하며 이찬을 향해 섬전(閃電)처럼 다가섰다.


이찬은 용호방에서 비무시 단호도사도 자신의 검법 이름과 함께 검을 펼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왜 이름을 말하고 비무를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무척 중요시 하는 사람들의 경향을 파악하고, 이찬은 상대에 대한 예(禮)로 응대를 하였다.

“사방검법(四方劍法)”


두표심법의 구결을 바탕으로 사방검법을 펼친 미풍검이 소진이 펼쳐오는 검의 방위를 차단하고 있었다.

소진과 이찬의 공방이 오초식을 지나자, 모여 있던 사방무관 관원의 손들이 주먹을 쥐는 형태로 변하고 있었다.


사방무관의 관원들은 이찬이 점창산의 젊은 도인과 대등한 비무를 이어가자, 가슴속에 자신들이 사방무관의 일원이란 자부심이 생기고 있었다.

또한 이찬처럼 검기를 사용하는 일류고수로 발돋움 할 수 있다는 희망이 꿈틀댔다.


소진은 이찬이 말한 사방검법의 이름처럼, 자신이 펼치는 공세의 모든 방위를 차단하는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공세를 차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드러운 몸놀림과 검 속에서 날카롭게 파고드는 미풍검을 피해내기 위해서, 다른 생각은 엄두도 못내고 소진은 혼신의 힘을 다해야만 했다.


그동안 사형제들과의 비무는 일방적인 공세와 구타였는데, 처음으로 비슷한 연배(年輩)의 이찬이 자신과 대등하게 공방을 주고받자 혼란스러웠다.

일각의 시간을 넘어서서야 소진은 이찬의 검을 피했다는 생각을 바꾸고 있었다.

허광대사의 말처럼 훈계를 받는 느낌이었고 마치 이곳이 비었다는 지적을 받는 것 같았다.


자혜선인 영운은 삼초가 지나고 이찬이 자신의 사손(師孫)을 상대로 미숙한 부분을 지도하고 있음을 알아보았다.

이찬이 사손인 소진을 기망(欺罔)해서 그런 것이 아님은, 사방무관 관원들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확인했다.


‘허~. 아직도 사소한 감정에 눈이 가려져서야.....’

점창의 명성과 자존심에 잠시 작년의 기억을 뒤로했던 자신을 스스로 책망하고 있었다.



소진의 자세가 바뀌었다.

소진은 근자(近者)에 ‘사일승검(射日昇劍)’이라 불리는 사숙인 태정에게 지도를 받았던 사일검법 펼치고 있었다.

소진이 펼치는 사일검법은 작년에 태정이 펼쳤던 사일검법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찬은 한번 보았던 사일검법이었고 태정이 보였던 검에 비해, 쾌(快)는 물론 중(重)도 부족한 것이 보였다.

쾌를 이용해 찔러오는 소진의 검을 튕겨내며, 이찬은 소진의 신형을 공중제비로 넘어서며 ‘미풍검’의 검면(劍面)으로 등만 살짝 대고 착지를 하였다.


소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소진은 자신의 패배(敗北)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말없이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소진을 보고 영운의 호통소리가 울렸다.

“소진아~!”

그때서야 소진의 입에서 “졌소.”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방무관의 관원들이 “와~!” 하는 소리가 소진의 말과 함께 터져 나왔다.


소진 스스로 비무를 되돌아 보며 복기(復棋)를 하고 있었으리라!

이찬은 할아버지 풍진으로부터 바둑을 배운 적이 있었고, 상대가 돌을 던지기 전까진 기다려 주어야하는 것이 예(禮)임을 알았다.

“작년에 태정도사님이 펼치던 사일검법을 보았소. 미숙한 검법은 익숙한 검법만 못한 것이오.”


뼈아픈 이찬의 지적이 소진의 가슴을 파고들었고, 사방무관의 관원은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태정은 사질인 소진과 이찬의 비무를 보면서, 작년 표남과의 끝내지 못한 비무가 떠올랐다.

표남에게 마음껏 펼치지 못했던 무공을 이찬이라면 받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큼성큼 이찬에게 다가간 사일승검 태정.

“반갑네. 이소협”

“....”

느닷없이 다가와 반갑다는 말에 이찬은 태정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내 검을 받아 줄 적수(敵手)가 나타나 기뻐서 그러네.”

“....”

“이소협, 작년에 무학사검과 마무리 짓지 못한 비무를 이소협과 해보고 싶다네.”

“....”

“내가 이기면 사질의 볼기짝은 없던 걸로 하세나. 대신 진다면 술까지 한잔 사겠네.”


사방무관의 관원들은 연배가 차이나는 태정의 말에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찬과 태정의 비무를 보고 싶은 열망(熱望)을 담은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영운과 태광은 점창산의 명예(名譽)를 위해서도 태정이 이찬과의 비무를 말리고 싶었다.

이겨도 본전이요, 지면 망신인 비무였다.

태정이 사질의 망신을 염려해서 나서는 모양새를 취하자 주저하고 있었다.


난감(難堪)한 얼굴로 이찬이 주변을 살폈다.

허광대사와 지방수 그리고 표씨사형제는 눈길을 피하고 있었고, 소진은 태정이 점창산의 명예를 지켜주리라 믿는 눈치였다.

특히 허광대사는 술이라는 말에 벌써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적혈패검과의 비무는 남궁세가 사람들만 주로 알고 있었고, 청성산의 도인들과의 비무는 사길현에서만 퍼져 있었다.


점창산의 도인들과의 비무.

소진까지는 큰이야기 거리가 안 되겠지만, 태정도사와의 비무는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번질 우려가 있었다.

할아버지 풍진은 용호방에서의 비무 때문에 오백년 넘은 삼(蔘)까지 내어주고 소문을 막았다.

이찬은 이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삶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할아버지 말씀처럼 인생사 뜻대로 되는 건 아닌가보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후후’

마음을 정하니 한결 편안해 지고 있었다.


“점창산의 사일승검 태정이네.”

“용호방 출신의 만화전장 표두 이찬이라 합니다.”

두사람의 인사와 함께 비무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소협이 어리다고 봐주지 않을 거라네. 최선을 다해보게.”


이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풍검을 잡았다.

태정의 검에는 검강이 둘러 쌓이고 있었다.

일년 가까운 시간동안 태정에게 무공의 성취가 있음을 알았다.

이찬의 미풍검에도 하얀 검강이 뒤덮고 있었다.


가장 놀란 사람은 좀 전에 비무를 했던 소진이었다.

자신과의 비무에서는 '검기'만을 사용했던 이찬이, 태정이 '검강'을 표출(表出)하자 같은 검강을 보여주고 있었다.


허광대사와 지수석 표씨사형제와 달리 영운일행의 인물들은 놀라운 빛을 띠고 있었다.


태정의 도약(跳躍)과 함께 태정의 검이 햇빛에 반사되어 번쩍이며, 햇살이 쏟아지듯 이찬의 머리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소진은 태정의 공세를 보면서 사숙의 일초식으로 이찬이 낭패를 보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마치 열두개의 검이 이찬의 방위를 차단하며 매섭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찬의 검이 사방에서 팔방으로 다시 열섯개의 방위로 나뉘며 태정의 검을 막아내고, 도리어 네 개의 검이 태정을 향하자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태정은 이찬의 검을 자신의 검으로 막아내며, 그 힘을 이용해 뒤로 황급히 물러서면서 이찬의 나머지 공세를 피하고 있었다.

일초식의 공방에서 태정이 도리어 뒤로 이장(약6미터)을 물러나며, 이찬에게 우위를 빼앗긴 모습이었다.


태정은 잠시 당황한 자신과 달리 담담하게 서있는 이찬을 바라보며, 속으로 침음성을 삼키고 있었다.

태정은 쾌의 검으로 상단 여섯 곳을 검으로 찌르듯 우수(右手)로 신속히 펼치고, 양발은 상보(앞으로 나아가는 좌우발걸음)의 움직임을 연달아 밟으며 움직였다.

이어서 뒷발이 앞발과 같이 할 때 몸을 한바퀴 회전하며 검을 사로 내리긋고 있었다.


이찬이 뒤로 물러서며 태정의 검의 범위를 벗어났고 태정이 회전하며 검으로 추궁을 이어오자, 미풍검으로 받아내며 태정의 다음 공격을 예상이나 한 듯 태정의 각법을 받아 낸 힘을 이용해 물러서며 몸을 숙이고 한쪽 발을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허광대사가 만든 부드러운 사방검법의 움직임이 이찬을 통해 사방무관의 관원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관원들은 다음 동작은 이찬이 몸을 일으키며 태정의 가슴이나 목을 향해 검을 뻗으리라 생각할 때, 이찬의 몸은 뒤로 뺀 발을 축으로 돌며 태정의 몸 뒤로 빠르게 움직였다.

짧은 순간 이찬의 신형이 흐릿해지는 것 같았고, 어느새 태정의 등 뒤에서 태정의 목을 향해 검을 겨누고 멈추었다.


태정은 잠시 시야에서 이찬이 사라지는 환시(幻視)를 겪다가, 뒤에서 멈춰진 이찬의 검을 느끼고 검을 거두었다.

“졌네. 이소협”


왠지 겸양의 말을 하면 도리어 예를 벗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사방무관의 관원들도 소진과의 비무와 달리 조용히 침묵(沈默)을 지키고 있었다.

이찬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태정은 그런 이찬에게 다가와 어깨를 한번 다독였다.

일순 태정은 표남의 얼굴이 궁금했다.


표남은 태정을 바라보며 비웃음이 아닌 멋진 무인을 보았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보냈다.

태정도 표남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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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새로운 길 동행 10 ( ‘정’ ) +2 20.05.04 1,485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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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새로운 길 동행 8 (죽마고우(竹馬故友)) +2 20.04.27 1,483 19 10쪽
77 새로운 길 동행 7 (불꽃놀이) +2 20.04.24 1,630 22 12쪽
76 새로운 길 동행 6 (여표(旅標)) +1 20.04.22 1,677 28 11쪽
75 새로운 길 동행 5 (인연(因緣)의 서막(序幕)) +2 20.04.20 1,816 24 16쪽
74 새로운 길 동행 4 (황홀경(怳惚境)) +2 20.04.17 1,803 25 12쪽
73 새로운 길 동행 3 ( 미끼 ) +2 20.04.15 1,709 25 10쪽
72 새로운 길 동행 2 (경련(痙攣)) +2 20.04.13 1,761 23 15쪽
71 새로운 길 동행 (섭선(摺扇)) +2 20.04.10 1,744 28 13쪽
70 새로운 길 5 (동행(同行)) +2 20.04.08 1,837 29 14쪽
69 새로운 길 4 (사자후(獅子吼)) +2 20.04.06 1,838 29 11쪽
68 새로운 길 3 (삼대삼) +2 20.04.04 1,954 29 12쪽
67 새로운 길 2 +1 20.04.03 1,851 28 11쪽
66 새로운 길 +1 20.04.01 1,885 29 10쪽
65 암투(暗鬪) 2 +1 20.03.30 1,775 27 11쪽
64 암투(暗鬪) 1 +2 20.03.28 1,939 28 13쪽
63 야영지(野營地)의 손님 4 +2 20.03.26 1,847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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